탐정 유강인 01_01_유강인 순경, 도둑을 잡다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행운 빌라에서 참혹한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


뉴스와 신문에서 특종 보도를 시작했다. 뉴스 제목은 ‘가운산동 행운빌라 살인 사건’이었다.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이라 세간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이 처참하게 죽은 참극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곤히 자던 딸은 화를 피했다.

범행 목격자는 행운 빌라 입주민 라미경이었다. 경찰은 그녀의 진술에 따라 범인을 추적했다.

수사는 가운산동 관할인 수천 경찰서 강력반과 서울경찰청 과학 수사대에서 담당했다.

수천 경찰서는 행운 빌라 입주민과 마을 사람들을 소환했다. 장시간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잡지 못했다.

모든 참고인에게 알리바이가 있었다. 늦은 밤이라 동거인이 증인이 되었고, 이웃이 다른 이웃의 증인이 되었다.

수천 경찰서는 수사를 확대했다. 동네 CCTV를 분석하고 신상 불명의 사람을 찾았다. 아울러 유사 범죄도 찾았다. 그렇게 철저히 조사했지만, 어떤 단서도 잡지 못했다.

가운산동은 서울에서 후미진 동네라 CCTV가 별로 없었고 목격자도 찾을 수 없었다. 유사 범죄도 없었다.


범인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쓴 남자였다.


경찰은 범인을 수배했다. 범인을 찾는 현수막을 가운산동과 인근 마을 곳곳에 설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바람이 허허벌판을 거침없이 흘러가듯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세월 탓에 기억도 흐릿해지면서 ……


가운산동 행운 빌라 살인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갔다.


결국, 경찰도 수사에 손을 뗐다. 어떤 단서도 잡지 못한 채 행운 빌라 살인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10년 후, 2010년 10월


여기는 서울시 북산동이다. 북산동은 성남에 인접한 변두리다. 북쪽에 야트막한 산이 있어 북산동이라 불렸다.

1975년, 서울시는 변두리 개발 계획을 세우고 북산동을 주거 단지로 선정했다.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면서 1980년대 초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세워졌다.

이른바 북산 아파트였다.

북산 아파트 단지는 총 6개였다. 북산동을 가로지르는 대로를 따라서 동쪽에 1, 2단지, 서쪽에 3, 4, 5, 6단지가 있었다.

아파트 각 동은 5층이었다. 5층 미만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아파트를 세우고 무상한 시간이 흘러 30년이나 지났다. 아파트도 나이를 먹고 낡아갔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30년 동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마음 편히 살아갔다. 그러다 석 달 전부터 근심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첫 출발은 6단지였다.

6단지 관리 사무소에서 긴급 방송을 했다. 도둑이 물건을 훔쳤다고 알렸다. 입주민들은 남의 일인 양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깜짝 놀랐다. 4단지, 3단지, 1단지에도 도둑이 들었다.

점점 늘어나는 범죄 소식에 입주민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연쇄 절도가 발생하자, 관할 파출소인 북산 파출소에 비상이 걸렸다. 아파트 순찰을 두 배나 늘렸다. 관할 경찰서에서도 형사들이 출동했다. 과학수사대도 증거를 잡으려 애썼다. 그렇게 경찰이 범인을 잡으려 애썼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

2단지에서도 비명이 들렸다. 절도 사건이 또 일어났다.

간 큰 도둑이 빈집을 털었다. 주인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현금과 결혼 패물을 몽땅 훔쳐 달아나 버렸다. 집에 들어온 주인은 깔끔하게 털린 집안을 보고 경악했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담당 형사들이 출동했다.

긴급 출동한 형사들이 순찰을 시작했다. 강력반 밴을 타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매의 눈으로 감시했다. 그렇게 두 눈을 부릅떴을 때

한 사람이 포착됐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큰 가방을 멘 중년 남자였다. 낡고 바랜 옷을 입고 있었다.

“저놈이다!”

“확실해?”

“모자를 눌러 쓰고 커다란 가방을 멘 자입니다. 저놈이 범인인 거 같아요.”

형사들이 급히 차를 세우고 중년 남자에게 달려갔다.

“잠시만요. 우린 경찰입니다. 선생님, 가방을 열어주시죠.”

“네에? 뭐라고요?”

형사들이 불심검문을 시작했다. 중년 남자에게 다짜고짜 큰 가방을 열라고 요구했다. 이는 무척 무례한 요구였다.

“당신들!”

중년 남자는 무례한 형사들에게 열 받았지만, 별수가 없었다. 건장한 형사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럼, 봐요. 뭐가 있는지!”

중년 남자가 가방을 활짝 열었다. 가방 안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 물통과 은행 통장만 덩그러니 있었다.

“엥?”

가방을 열어 본 형사들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들이 아무런 말도 못 했다. 헛다리를 짚고 말았다.

중년 남자가 형사들에게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일 좀 똑바로 하세요! 애먼 사람 잡지 말고!”

그렇게 형사들이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 모습을 한 남자가 멀리서 지켜봤다. 멋지게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그가 중얼거렸다.

“흐흐흐! 바보 같은 놈들 ….”

정장 입은 남자는 신출귀몰한 도둑이었다. 그가 “풋!” 하며 코웃음 쳤다.




2010년 10월 21일 오전 11시


여기는 북산동의 치안을 책임지는 북산 파출소다.

파출소 안에 다섯이 있었고 밖에는 셋이 있었다. 셋이 순찰을 준비했다.

파출소는 북산 아파트 3단지 대로변에 있었다.

오전이라 차가 별로 없었다. 한산한 날이었다.

그때, 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차 한 대가 파출소로 다가왔다. 파출소 앞에서 핸들을 꺾더니 옆에 있는 주차장으로 쑥 들어갔다.

차가 안전하게 주차하자, 차 문이 덜컹 열렸다. 경찰 둘이 차에서 내렸다.

“충성!”

충성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순찰을 준비하던 경찰들이 차렷 자세를 취하고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차에서 내린 경찰은 북산 파출소 책임자, 마달식 소장과 측근인 허준영 경장이었다. 둘이 가볍게 손을 흔들고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

둘이 안으로 들어오자, 안에 있던 경찰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경례를 붙였다.

“충성!”

“괜찮아. 모두 하던 일 계속하게.”

마달식 소장이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소장은 은퇴를 앞둔 경찰이었다. 키가 크고 말랐다. 나이가 들어 동작이 느렸다. 그렇다고 둔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였다. 얼굴도 행동거지와 비슷했다. 눈과 눈썹이 멀어 졸려 보였다. 나무늘보와 같은 인상이었다.

겉모습과 달리 속내는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 작은 눈에서 광채가 빛났고 남몰래 깊은 내공을 숨긴 거 같았다.

허준영 경장은 30대 초반 남자로 키가 작고 단단했다. 짙고 두꺼운 눈썹이 강렬했고 무언가를 뒤쫓는 거 같았다. 한마디로 매서운 인상이었다.

허경장이 동료들을 쭉 둘러보다가 갑자기 불만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이, 유순경이 또 굴뚝에 올라갔나?”

허준영 경장의 말에 후배들이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들이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선배의 불호령이 두려운 거 같았다.

“네 말이 안 들려? 유강인이 또 굴뚝에 올라갔냐고?”

허경장의 큰 소리에 후배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파출소 안에 침묵이 흘러내렸다.

후배들이 한 명을 주시했다. 총대를 메라는 뜻이었다. 한 순경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허경장님, … 통화해보니 그렇다네요.”

그는 지병만 순경이었다. 한 달 전에 파출소에 전입했다.

허준영 경장이 찾는 유강인 순경은 석 달 전에 파출소에 전입했다.

“뭐라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허경장이 지순경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관인 마달식 소장에게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소장님! 유강인 순경이 좀 이상한 거 아닙니까? 벌써 며칠째 굴뚝에 올라가서 뭐 하는 겁니까? 굴뚝에서 휴가를 즐기는 겁니까? 겉보기에는 똑똑해 보였는데 이거 멍청한 건지 무모한 건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그만 성내게. 유순경이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

“생각이라고요?”

“그렇지. 그리고 휴가를 내고 굴뚝에 올라가 도둑을 잡겠다는데 우리가 어떻게 말리나?”

마달식 소장이 오히려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허준영 경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고요, 소장님. 유순경은 수사의 기본도 모르는 초짜입니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도둑을 잡겠다는 거잖아요! 이거 교육을 다시 제대로 해야 합니다.”

“허경장, 혹시 아나? … 유순경이 도둑을 잡을지?”

마달식 소장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파출소 경찰들이 모두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터무니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어댔다.

유강인이 한심한 듯 혀를 차던 허준영 경장이 지병만 순경에게 말했다.

“그래, 유순경이 밥은 제때 먹기는 하는 거야?”

“그게, 유순경이 빵과 우유를 잔뜩 사서 굴뚝에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아 초콜릿 과자도 샀다고 했습니다. 초콜릿 과자를 사랑한다면서 ….”

허경장이 기가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나이가 젊다고 객기를 부리네! 그래 거기 올라가서 휴가 내내 도둑을 기다리라고 해. 도둑이 제 발로 찾아올 거야! 암. 그렇겠지. 멍청한 놈!”

허준영 경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 쓰고 있던 모자를 책상에 탁! 내려놨다. 그리고 아주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북산 아파트 5단지에 커다란 굴뚝이 있었다.

북산 아파트는 중앙난방 방식을 사용했다. 그래서 동마다 굴뚝이 있었다. 굴뚝은 꽤 높았다. 길쭉한 원기둥 모양으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굴뚝에는 사다리가 있었다. 사다리를 따라 올라가면 중간에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는 지상에서 10m 높이였다.

전망대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오들오들 몸을 떨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북산 파출소 직원, 유강인 순경이었다.

유순경은 20대 중반 남자였다. 중간 키에 어깨가 넓었다. 짙은 눈썹과 수려한 이목구비가 돋보이는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가 왼손에 빵을 들고 오른손에는 쌍안경을 들고 전망대에 서 있었다.

유강인이 빵을 오물오물 씹으며 쌍안경을 들었다. 그렇게 5단지 전체를 감시했다.

잠시 후 그가 몸을 오들오들 떨며 중얼거렸다.

“아, 아이고 춥네. 어제하고 완전히 딴판이네. 옷을 더 가지고 올걸 …. 으으으!”

유강인이 꽤 추운지 옷깃을 여미기 시작했다. 빵을 먹고 목이 막혔는지 500ml 우유 팩을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으으으~! 춥다. 우유를 먹으니 더 춥네.”

유강인이 우유 팩을 내려놓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젠장!”

유강인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위를 이기려면 어쩔 수 없었다. 몸을 계속 움직여 열을 내야만 했다. 고개를 흔들고 두 손바닥을 비비며 찬바람에 맞섰다.

그는 추위에 고전했지만, 쌍안경을 놓지는 않았다. 간간이 쌍안경을 들고 사방을 감시했다.

“제발 나타나라!”

유강인이 주문을 외우듯 말했다. 그는 두 시간째 이러고 있었다. 굴뚝 전망대에 올라 신출귀몰한 도둑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도둑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는 도둑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무작정 기다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하지만 겉보기에 어리석은 짓 같아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간혹 있었다.

유강인은 계산이 있었다.

그는 전망대에 오르기 전, 북산 아파트에서 발생한 다섯 건의 절도 사건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도둑의 패턴을 알아냈다.

패턴을 분석한 결과, 다음 절도 장소는 5단지가 유력했다. 날짜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범죄 분석이 끝난 후, 유강인은 행동을 개시했다. 한 달 전부터 신출귀몰한 도둑을 잡기 위해 5단지를 돌아다녔다. 주로 아파트 옥상에 올라 단지 전체를 감시했다.

유강인이 5단지를 감시를 시작하자, 동료들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는 동료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좋다! 나 혼자라도 한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고 옥상에 올랐다. 옥상 난간에 서서 5단지를 철저히 감시했다. 그러다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건 사각지대였다. 이에 더 좋은 장소를 물색해야 했다.

‘어디가 좋을까?’

옥상에서 내려온 유강인이 5단지 일대를 걸어 다녔다. 그러다 굴뚝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오우!”

유강인이 기쁨을 참지 못하고 유레카를 외쳤다.

굴뚝은 5단지 전체를 한눈에 감시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이에 굴뚝에 올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유강인은 먼저 관리 사무소에 양해를 구했다. 관리소장은 경찰의 요청이라 흔쾌히 승낙했다.

유강인은 굴뚝에 오르기 전, 도둑을 반드시 잡겠다는 일념으로 휴가까지 냈다. 휴가날인 월요일과 화요일에 굴뚝에 올라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허탕 치고 말았다.

“그럴 줄 알았다. 넌 왜 쓸데없는 짓만 하냐?”

“너는 그냥 파출소 순경이야! 순찰이나 잘 돌아!”

“휴가를 굴뚝에서 보내서 참 좋았지?”

동료들이 비아냥거렸다. 코웃음 치며 유강인의 속을 마구 긁어댔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유강인은 이를 악물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이번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휴가를 또 냈다.

“또 굴뚝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지금 제정신이야?”

동료들이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유강인을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에게 있어 유강인은 별종 중의 별종이었다.

파출소 순경은 민원을 처리하고 순찰을 돌거나 수사관을 돕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순경 유강인은 자기가 직접 도둑을 잡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동료들이 모두 고개를 흔들었을 때, 한 사람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북산 파출소 책임자, 마달식 소장이었다. 마소장이 유강인을 배려했다. 2차 휴가를 흔쾌히 승인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유강인의 감사 인사에 마달식 소장이 빙그레 웃었다.

유강인은 마소장의 배려에 힘입어 휴가 첫날인 오늘 5단지에 출근했다.

유강인이 전망대에서 이를 악물었다. 그가 이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실적을 쌓아서 강력반에 들어가고 싶었다.

유강인은 어릴 때부터 커다란 꿈을 키웠다. 뉴스와 신문을 장식하는 강력 범죄를 보면서 세상을 위협하는 범죄자를 꼭 잡고 싶었다.

그 소원은 유치원 때부터였다. 유치원 선생님이 유강인에게 장래 꿈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때 그는 주저하지 않고 경찰이 돼서 악당을 때려잡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들은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 당시 아이들의 꿈은 대통령이나 선생님이었다.

유강인은 그러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경찰은 대통령보다 더 큰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남달리 범죄자를 증오하던 유강인은 늠름한 경찰이 돼서 굴뚝 전망대에 올랐다.

그는 절도범을 잡기 위해 고소 공포증과 추위를 참았다.

유강인이 발을 동동 굴리며 중얼거렸다.

“도둑아! 부탁한다. 제발 5단지로 와라. 다른 단지로 가면 안 된다. 제발!”

유강인이 범죄 분석 후 5단지를 꼭 짚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도둑이 아직 5단지를 털지 않았다. 다른 단지는 다 털었는데 5단지만 절도 신고가 없었다.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한 생각 같지만, 유강인은 단순함에 승부를 걸었다.

유강인이 보기에 도둑은 자존심이 세 보였다.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북산 아파트 단지를 한 번씩 털었다. 그런데 아직 5단지를 털지 못했다. 그래서 5단지를 계속 노릴 거로 여겼다.

도둑이 5단지 아직 털지 못한 건, 문단속 때문인 거 같았다. 도둑은 문을 강제로 열지 않았다. 항상 문 열린 집만 털었다. 5단지는 주민들이 문단속을 잘해서 아직 털지 못한 거 같았다.

5단지는 범죄 장소였다. 범죄 시간도 추리해야 했다.

유강인은 범죄 시간을 월요일이라고 확신했다.

월요일은 한 주에서 가장 경각심이 떨어지는 날이었다. 일요일을 푹 쉬고 새로운 주가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그래서 월요병을 유발했다.

월요일은 귀찮음과 나른함의 상징이었다.

월요병이 문단속의 허점을 유발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강인은 나름대로 추리해서 범죄를 예측했다. 그 추리를 바탕으로 오늘 아침 일찍 전망대에 올라 도둑을 기다렸다.

그는 도둑이 제발 나타나기만을 바랐다. 이는 막연한 기원 같았지만, 일리가 있는 대처였다. 도둑을 잡으려면 목 앞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끈기와 열정이 매우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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