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02_유강인 순경, 도둑을 잡다 2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북산 아파트 5단지, 오전 11시 40분


한적한 오전이었다.

아침 일찍, 가장과 학생들이 집을 나섰다. 집에는 어르신과 주부, 아이들만 남았다.

이제 정오가 다 됐다. 찬 기운이 점점 사그라들고 따뜻한 가을 햇살이 대지를 비췄다.

‘햇볕이 따뜻하네. 정말 다행이다!’

유강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잘 됐다.”

유강인이 미소를 짓고 두 눈을 부릅떴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된 5단지 감시를 쉬지 않고 이어갔다.

아직 별다른 일은 없었다.

유강인이 허리를 빙빙 돌렸다. 그렇게 몸을 풀었다. 좁은 전망대라 몸이 점점 굳어만 갔다.

저 멀리에 가을 햇살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그가 5단지로 향했다. 5단지 정문으로 들어왔다.

‘응? … 저 사람은 뭐지?’

유강인이 바짝 긴장했다.

“음!”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쌍안경을 들었다.

남자는 평범해 보였다. 잠바와 청바지를 입었고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건장한 체격이었다.

청바지 남자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인도를 걷다가 차도로 들어갔다. 차도 한가운데서 멈췄다.

‘뭐 하는 거지?’

유강인이 의심을 증폭하고 있을 때

청바지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뭔가를 찾는 거 같았다. 그러다 501동으로 향했다.

“501동!”

유강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가 계속 청바지 남자를 주시했다. 느낌이 불안한지 입술에 침을 덕지덕지 발랐다. 침도 꿀컥 삼켰다.

그렇게 긴장감이 고조됐다.

청바지 남자가 501동 공동 출입구로 들어갔다.

‘좋다! 시간을 재보자.’

유강인이 스톱워치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00, 01, 02, 03 ……


초가 계속 올라갔다.

유강인이 초조한 눈빛으로 숫자를 살폈다.


11, 12, 13, 14 ……


유강인은 절도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다. 그 결과, 최소 20분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도둑은 할 일이 참 많았다.

첫째, 공동 출입구에 들어가야 했다.

둘째,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 열린 집을 찾아야 했다.

셋째, 그 집 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넷째, 훔친 물건을 들고 공동 출입구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 시간을 계산한 결과, 최소 20분 이상이었다. 그래서 20분이 마지노선이었다.

도둑은 아파트 동에 최소 20분 이상 머물러야 했다. 만약 20분 이내에 나오면,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도둑이 아니거나 도둑일지라도 미수에 그친 거였다.


숨 막히는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9분 53초 …… 9분 59초, 10분 00초


10분이 지났을 때, 청바지 남자가 501동 밖으로 나왔다. 근처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로 향했다.

‘10분이라 ….’

유강인이 스톱 버튼을 눌렀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소 실망한 표정이었다.

10분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유강인이 청바지 남자를 계속 주시했다.

청바지 남자가 5단지 안에 계속 머물렀다. 그 점이 수상했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청바지 남자가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젠장, 이번에도 허탕인가?’

유강인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벌써 십여 차례나 이런 일을 반복했다. 실망을 거듭하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이고, 눈이 피곤하네.’

유강인이 두 눈을 비볐다. 쌍안경을 많이 봐서 그런지 눈에 무리가 왔다. 이에 두 눈을 꼭 감고 양손으로 정성껏 주물렀다. 그렇게 잠시나마 눈의 피로를 풀고 두 눈을 떴을 때

‘어! 없네.’

청바지 남자가 놀이터에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거지?’

유강인이 급히 사방을 둘러봤다.

501동, 502동, 503동에 이어 504동으로 눈길을 돌렸을 때

“어!”

504동 공동 출입구로 누가 들어가는 게 보였다. 잠바와 청바지를 입은 남자였다.

‘저 남자가 504동으로 들어간 건가?’

유강인이 다시 스톱워치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00, 01, 02, 03 ……


시간이 다시 흘러갔다.

유강인이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04동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12분 34초, 12분 35초, 12분 36초 ……


12분 40초가 지났을 때 청바지 남자가 504동에서 나왔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강인이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저 남자가 분명 수상해. 조금만 더 지켜보자!”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바지 남자를 계속 주시했다.

청바지 남자는 유강인의 감시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유강인은 굴뚝 전망대에 있었다. 이는 매가 공중을 날며 지상을 감시하는 것과 같았다.

504동에서 나온 청바지 남자가 옆 동인 503동으로 향했다. 503동 공동 출입구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누가 근처에 있나 살피는 거 같았다. 그렇게 한참 뜸을 들이다가 503동 공동 출입구로 쑥 들어갔다.

“좋다!”

유강인이 스톱워치 스타트 버튼을 꾹 눌렀다.


00, 01, 02, 03 ……

…………

5분, 10분, 15분 ……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20분이 지났다. 마지노선인 20분이 지났는데도 청바지 남자는 503동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하!”

유강인이 기쁜 나머지 오른 주먹을 꽉 쥐었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단축 번호 2번을 꾹 눌렀다. 신호가 가자, 목소리가 들렸다.

“북산 파출소 지병만 순경입니다.”

“지순경! 나 유순경이야!”

지병만 순경이 급히 말했다.

“아! 유순경 … 아직도 굴뚝에 있는 거야. 이제, 그만 굴뚝에서 내려와. 선배님들이 난리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역성이셔!”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지순경! 내 말 잘 들어! 지금 엄청 급해, 빨리 움직여야 해. 5단지 정문과 후문으로 순찰차를 보내줘.”

“뭐, 뭐라고? 갑자기 왜? … 도둑을 잡은 거야? 이번에는 확실한 거야?”

유강인이 답했다.

“100퍼센트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이번에는 맞는 거 같아. 도둑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 일단 순찰차를 보내줘. 매우 급해! ”

“그래, 알았어!”

지병만 순경이 전화를 끊었다. 옆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허준영 경장이었다. 허경장이 입을 열었다.

“유순경 전화 같은데? 걔가 뭐라는데?”

지순경이 답했다.

“저, 그게 … 100퍼센트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도둑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 그래서 순찰차를 5단지 정문과 후문으로 보내달랍니다.”

허경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도둑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저번에도 그런 적이 있었잖아!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 이번에는 가지 마! 또 허탕이야.”

허준영 경장이 벌컥 화를 냈다. 다른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허경장의 말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음!”

그때 한 사람이 헛기침했다. 마달식 소장이었다. 마소장은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이번까지 속아주자고. 부소장! 근처에 있는 순찰차에 연락해. 5단지 정문과 후문으로 가라고 해.”

부소장 홍우성 경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소장님,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

마달식 소장이 대답 대신 커피만 마셨다.

파출소에 침묵이 흘렀다. 소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소장님!”

홍부소장이 크게 외쳤다. 소장의 지시는 거역할 수 없었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렸다.

“보나 마나 또 헛다리 짚은 거겠지.”

마소장은 계속 커피만 마셨다.

홍우성 부소장이 근처에 있는 순찰차에 연락했다.

“12호 순찰차는 5단지 정문으로 이동한다. 13호 순찰차는 5단지 후문으로 이동한다. 혹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 5단지에 있는 유강인 순경과 협조하도록, 이상.”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이동하겠습니다.”

12호, 13호 순찰차가 응답했다.

그 소리를 듣고 허준영 경장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마달식 소장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소장님! 저 철없는 유순경 말을 왜 또 들어야 합니까? 이번에도 분명히 허탕입니다. 벌써 두 번이나 허탕을 쳤습니다. 세 번째라고 별수 있겠습니까?”

마달식 소장이 점잖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세 번까지는 믿어주자고. 유순경도 이번에 실패하면 반성하겠지.”

“아이고! 참.”

허준영 경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우성 부소장도 심기가 불편한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순찰차 두 대가 5단지로 이동했다. 순찰차가 속도를 더했을 때

유강인은 굴뚝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사다리를 잡은 두 손과 두 발이 마구 떨렸다. 그는 고소 공포증이 있었다.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 으으으!”

유강인은 급한 마음에 쏜살같이 내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온몸이 후들거려서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어린아이가 걸음마 하듯이 한발 한발 아주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몇 분의 사투 끝에 겨우 땅에 닿았다. 무척 가슴이 떨렸는지 십 년 감수한 표정을 지었다.

‘드, 드디어 내려왔다.’

유강인이 참 다행이라며 혀를 쭉 내밀었다. 거친 숨도 계속 몰아쉬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도 소매로 닦았다. 그렇게 잠시나마 쉬고 있을 때

바로 그때! 503동에서 청바지 남자가 나왔다. 겉보기가 좀 달라졌다. 잠바가 불룩해진 거 같았다.

‘지금이다!’

유강인이 스톱워치 스톱 버튼을 눌렀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31분이나 지났다.

청바지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잠시 상황을 살펴보다가 5단지 정문으로 향했다.

“급하다!”

유강인 크게 외치고 503동 공동 출입구로 달려갔다.

청바지 남자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유강인이 달려오는 걸 눈치챈 거 같았다.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한적한 5단지에 땅을 차며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유강인이 503동 공동 출입구로 들어갔다. 1층 현관문들이 제대로 닫혀 있는지 확인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에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2, 3층 현관문들을 서둘러 확인한 후 4층으로 올라갔다. 4층 401호 현관문 손잡이를 잡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열렸다!’

유강인이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을 뒤진 흔적이 역력했다. 안방 장 서랍이 열려 있었다.

‘그래! 그놈이 범인이야. 제대로 잡았다.’

유강인이 쾌재를 불렀다. 그가 다시 북산 파출소에 전화했다. 신호를 들으며 계단을 황급히 내려갔다.

“북산 파출소 지병만 순경입니다.”

“유순경이야! 빨리 순찰차에 연락해! 5단지 밖으로 나가는 남자를 잡아야 해. 그자가 바로 범인이야! 100퍼센트 확실해!”

“뭐라고? 범인이 확실하다고?”

“응! 현장을 확인했어! 503동 401호에 도둑이 들었어. 그자가 범인이야! 잠바와 청바지를 입었어. 40대에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그자를 반드시 잡아야 해!”

“알았어!”

지병만 순경이 전화를 끊고 마달식 소장에게 급히 이 사실을 보고했다.

“소장님! 유순경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범인이 확실하답니다. 100퍼센트라고 말했습니다. 범인은 40대 남자 키가 크고 체격이 좋답니다. 잠바와 청바지를 입었답니다. 지금 5단지 밖으로 나가려고 한답니다.”

“뭐? 그렇게까지 얘기했다고!”

마달식 소장이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리가? 또 헛다리 짚은 거 아니에요?”

파출소에 있는 경찰들이 딴지를 걸었다.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한편 청바지 남자는 5단지에서 벗어나려고 급하게 달렸다.

그때, 부르릉! 차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5단지 정문에 경찰차 한 대가 서 있었다.

“헉!”

청바지 남자가 화들짝 놀랐다. 그가 걸음을 딱 멈추고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뒤로 휙 돌아서 후문으로 향했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는 듯 태연하게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문에서 멀어지자, 또 달리기 시작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도둑질했던 503동 앞에 다다랐다.

도둑이 503동 공동 출입구를 지나치려는 순간!

“야아!”

큰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번개처럼 공동 출입구에서 튀어나왔다. 청바지 남자 앞을 가로막더니 두 팔을 쫙 벌렸다. 청바지 남자가 바로 도둑이었다.

“헉!”

도둑이 깜짝 놀랐다.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성난 표정을 짓고 도둑을 향해 걸어갔다.

“뭐, 뭐야 이거?”

도둑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차디찬 목소리였다.

“저는 북산 파출소 유강인 순경입니다. 선생님! 503동에 왜 들어가셨죠?”

“그, 그게……,”

도둑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너 도둑이지!”

유강인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헉!”

도둑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돼!”

도둑이 크게 외치고 뒤로 홱 돌아섰다. 정문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저자를 잡아라!”

유강인이 크게 외치고 도둑을 뒤쫓았다.

5단지에 추격전이 벌어졌다.

도둑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젖 먹던 힘까지 자아내 달렸다. 도둑의 주력은 남달랐다. 육상선수 같았다. 반면 유강인은 평범했다. 도둑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치타와 동네 개의 경주 같았다.

5단지 정문이 보였다. 도둑이 더욱 속도를 냈다. 정문에 아무것도 없었다.

“잘 됐다! 경찰이 갔구나!”

도둑이 쾌재를 불렀다. 정문에 있던 순찰차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도둑이 안도했을 때!

부르릉! 차 소리가 다시 들렸다. 담벼락에 숨어있던 순찰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순찰차가 정문을 막아섰다.

“헉!”

도둑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순찰차가 다시 나타났다. 덜컹하며 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 둘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이 테이저건을 꺼냈다.

“이, 이런!”

도둑이 경찰을 보고 걸음을 딱 멈췄다. 황급히 고개를 뒤로 도망갈 구석을 찾았다. 유강인이 도둑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유강인은 혼자였다.

“좋다!”

도둑이 두 주먹을 꽉 쥐더니 몸을 획 돌렸다. 유강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유강인과 한판 붙으려는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아이고! 저놈이 내게 오네.”

도둑이 점점 다가오자,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도둑은 건장했다. 그 우람한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움찔했다. 간이 쪼그라든 거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물러날 유강인이 아니었다. 그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가슴을 탁 폈다.

유강인은 경찰이었다. 도둑을 어떻게든 잡아야 했다. 이에 두 주먹을 꽉 쥐고 싸울 태세를 갖췄다. 도둑이 가까이 오면 멱살을 확 잡아서 엎어치기 한판을 할 심산이었다.

“좋다!”

유강인이 두 다리에 힘을 딱 줬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야 경찰 학교에서 배운 유도를 써먹을 때가 왔군!’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야야!”

유강인 앞으로 다가온 도둑이 크게 소리 질렀다.

“이놈!”

유강인도 소리를 질렀다. 도둑한테 기죽지 않고 두 눈을 더욱 크게 떴다.

도둑이 커다란 주먹을 내질렀다. 바로 그때!


찌지찍!


“아아악!”


거친 기계음과 비명이 동시에 울렸다. 도둑을 바짝 뒤쫓던 경찰이 테이저건을 쐈다. 전극 바늘 두 개가 도둑의 목덜미에 꽂혔다.

“아이고!”

도둑이 고통을 참지 못했다. 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다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두 눈에 독기가 서렸다.

그 순간!

테이저건이 한 발 더 발사됐다.


찌지찍!


“사람 살려!”


결국, 도둑이 항복했다. 테이저건 두 방에 저항을 포기했다. 제발 살려달라며 지문이 닳도록 빌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북산 아파트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 절도범이 잡혔다. 신출귀몰했던 범죄 행각이 드디어 끝났다.

출동한 경찰이 도둑의 잠바를 뒤졌다. 잠바 안에서 각종 패물과 현금이 쏟아져 나왔다. 503동 401호에서 훔친 물건들이었다.



*



북산 파출소 경찰들이 무전을 목 빠지게 기다렸다. 그들은 도둑을 잡았는지 이번에도 허탕인지 궁금했다.

10분 후 애타게 기다리던 무전이 날아왔다. 12호 차였다.

홍우성 부소장이 급히 무전을 받았다.

“12호차. 그래, 어떻게 됐어?”

“부소장님, 방금 절도범을 잡았습니다. 훔친 물건도 확보했습니다. 현금과 보석입니다. 유순경이 큰일을 해냈습니다.”

“뭐, 뭐라고? 그게 사실이야? 도둑을 잡았다고? 유강인이 큰일을 했다고?”

“네, 맞습니다. 부소장님. 도둑을 체포했습니다.”

홍우성 부소장이 매우 놀란 나머지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준영 경장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아니야!’를 크게 외쳤다.

반면 마달식 소장은 빙그레 웃었다.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거, 내가 뭐라고 그랬나? 한번 믿어보자고 했잖아. 역시 유순경은 남다르군. 내 처음 볼 때부터 비범하다고 생각했지. 파출소에 있기에는 아까운 인물이야. 허허허!”

마소장의 말에 다른 경찰들이 서로 쳐다봤다. 그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끄떡였다. 초짜 경찰 유강인의 집요함과 그 탁월한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허준영 경장과 홍우성 부소장도 고개를 끄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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