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03_초짜 형사 미제 사건에 도전하다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2010년 12월 1일 이른 아침


유강인이 꿈을 이뤘다. 북산 아파트 연쇄 절도범을 잡은 공로로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강력반에 특채됐다. 이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다. 광역범죄수사대는 일선 경찰서 강력반 경력자만 받았다.

그 어려운 걸 유강인이 해냈다. 그는 파출소 출신이지만,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어려운 관문을 보기 좋게 뚫었다. 그의 영전에는 북산 파출소 마달식 소장의 도움이 컸다.

마소장은 서울청 광역범죄수사대 형사과장 이광호와 강력반 반장 박훈정 반장을 잘 알았다. 특히 박반장과는 막역한 사이였다. 둘은 젊은 시절 강력반 형사였다. 고락을 같이한 친구이자 동료였다.

마소장은 친구 박반장에게 유강인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유강인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날이 밝아왔다. 오늘은 유강인이 서울청 광역범죄수사대 강력반에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해가 뜨기 전, 핸드폰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유강인이 몸을 일으켰다. 부스스한 얼굴이었다.

“으싸!”

유강인이 기지개를 활짝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외출 준비가 끝나자, 집에서 나갔다. 근처 야산으로 향했다.

“으으으~! 춥다.”

해가 뜨기 전이라 공기가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유강인은 추위에 소름 돋았지만, 이를 참고 산을 올랐다. 얼음 같은 공기가 무척 신선했다.

그렇게 12월의 첫날을 힘차게 시작했다.

20분 후, 유강인이 정상에 다다랐다.

“야! 저기에 우리 집이 보이네.”

유강인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저 멀리에 그의 집이 보였다.

“흐흐흐!”

유강인이 실실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 두 눈을 꼭 감고 간절히 기도했다. 강력반 생활을 부디 잘할 수 있도록 천지신명께 빌었다.

잠시 후 그가 두 눈을 떴다. 두 눈에 높디높은 하늘이 보였다.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도 보였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그래 이제 시작이다. 파출소에서 민생 안정에 힘쓰는 경찰이 아니라 흉악한 범죄자를 잡는 경찰이 되는 거다. …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꿈을 이뤘지만, 과연 잘해 낼 수 있을까?’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떨리는 가슴을 달랬다.

‘두려워하지 말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하면 돼. 그게 어머니와 마달식 소장님 은혜를 갚는 길이야.’

유강인이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마달식 소장이었다.

어제 마소장은 유강인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 말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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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경, 몇 달 동안 한솥밥을 먹었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서 무척 섭섭하군. 아쉽지만, 잘된 일이야.

자네는 치안 담당 경찰보다는 강력 범죄를 다루는 형사가 되는 게 맞아. 그래야 타고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어. 자네가 갈 강력반에 내 친구가 있어. 강력반 수장, 박훈정 반장이야. 박반장한테 자네를 강력하게 추천했어. 잘 키우면 대단한 형사가 될 거라고 말했지. 유순경, 자만은 금물이야. 자네가 머리가 좋은 건 인정하지만, 아직 배울 게 참 많아.”

“네, 알겠습니다. 소장님.”

“지금 자네한테 필요한 건 …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야. 세상에는 악한들이 독버섯처럼 퍼져있어. 그 정체를 숨기고 온갖 포장과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고 있어. 악한일수록 능력 있는 척, 선한 척하기 마련이야.그들을 잡으려면 그 새빨간 거짓말을 꽤 뚫어야 해. 드릴처럼 거짓말의 벽을 파고 들어가, 그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직관과 통찰력이 꼭 필요해.”

“그렇군요.”

“그리고 강한 적한테는 직관과 통찰력만으로는 부족해. 그 거짓말을 명백히 밝힐 수 있는 이성의 힘, 추리가 매우 중요해. 핵심 증거는 예리한 추리를 통해 나오기 마련이야. 추리를 잘해야 수사 방향을 잡을 수 있어. 실제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방향이야.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명심해. 금광을 찾으려면 먼저 금광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야지, 아무 데나 땅을 파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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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달식 소장의 따뜻한 격려였다.

유강인이 마소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활짝 웃었다.

마달식 소장의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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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경, 박훈정 경감과 나는 경찰 동기였고 큰 꿈이 있었어. 좋은 경찰이 돼서 악인을 청소하기로 했어. 악인들을 끈질기게 뒤쫓았어. 그렇게 노력했지만, 우리는 실력이 부족했어. 그래서 말년에 아쉬움이 참 많아. 그런데 자네라면 우리의 전철을 밟을 거 같지 않아서 기대가되. 우리와 달리 악인에게 경종을 울릴 거 같아. 유순경, 결코, 포기하면 안 돼!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진정한 형사가 돼야 해. 형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머리가 아니라 용기야. 아무리 머리가 좋고 실력이 좋아도 용기가 없다면 다 허사야. 말짱 도루묵이지. 그만큼 용기가 중요해. 가장 악랄하고 강한 악당이라도 진정한 용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지. 악당이 가장 원하는 건 … 포기라는 걸 잊으면 안 돼. 그들은 경찰이 진상을 밝힐 용기를 잃고 수사를 포기하는 걸 진정으로 원해. 내가 수십 년간 경찰 생활했지만, 가장 부족했던 게 용기였어 …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자 이제 떠날 시간이 됐군. 유강인 순경! 내 말을 명심하고 훌륭한 형사가 되게! 그게 바로 자네가 할 일이야. 자네를 믿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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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저 멀리 활짝 떠오른 해를 바라봤다. 가슴을 탁 펴고 크게 소리쳤다.

“잘 알겠습니다. 소장님. …… 소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진상을 밝힐 용기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소장님 말씀대로 용기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끝까지 악인과 싸우겠습니다. 악인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악인이 질려서 혀를 내두를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네버 기브 업! (Never give up!)”

당당한 외침이었다. 유강인이 거침없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내뿜고 큭 웃었다. 그렇게 한참 웃다가 뒤돌아섰다. 밝게 타오르는 해를 등지고 걸음을 옮겼다.

유강인이 서둘러 산 아래로 내려갔다. 아침밥을 먹고 출근해야 했다.



**



유강인이 아침밥을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밥상이었다. 조기구이가 참 맛있었다. 그가 밥을 다 먹은 후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출근 첫날이라 깨끗한 코트를 꺼내서 입었다.

날씨가 영하였다. 찬바람도 세게 불었다.

유강인이 출근 준비를 마치고 신발을 신었다.

어머니가 현관문 앞까지 마중 나왔다.

유강인이 씩씩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이제 출근할게요.”

“그래, 우리 아들, 잘 다녀와. 상관들에게 인사 잘하고 … 사회생활의 기본은 인사야. 인사가 가장 중요한 거야.”

“네, 걱정하지 마세요.”

유강인이 어머니에게 꾸벅 인사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우리 아들이 잘하겠지 … 그럼 누구 아들인데 … 내 아들이잖아.”

어머니가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환하게 웃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기를 기원했다.

유강인이 사거리로 가서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50분 후, 시내버스가 서울청 광역범죄수사대 앞에 도착했다.

유강인이 버스에서 내렸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저 앞에 보이는 광역범죄수사대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유강인이 강력반 사무실에 출근했다.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군대 신병 같았다.

유강인은 선배 형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중에서 차수호 형사가 따뜻하게 맞아줬다.

“어서 와. 유강인 형사. 이제 고생길이 훤할 거야. 마음 단단히 먹어.”

“아주 잘 생겼네.”

선배 형사들이 유강인을 보고 모두 한마디씩 했다. 모두 예상과 달리 인상이 좋았다.

“유형사, 좀 기다려. 반장님하고 이호식 선배님이 오실 거야. 두 분은 우리 강력반에서 아주 중요한 분들이야. 반장님은 강력반 수장이시고 이호식 선배님은 최고 베테랑 형사야.”

차수호 형사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둘을 만나야 첫인사를 마칠 수 있었다.

유강인이 둘을 기다리며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그는 들은 소문이 있었다. 최고참인 이호식 형사가 시베리아 호랑이처럼 무섭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첫 만남이 중요했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바짝 긴장했다.

20분 후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박훈정 반장과 이호식 형사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반장과 이형사가 유강인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기다리고 있던 신입 형사였다.

이호식 형사는 30대 후반 남자로 작은 키에 몸집이 탄탄했다.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작은 눈에서 강한 기가 흘러나왔다. 마치 레이저를 팍 쏘는 듯했다. 강렬한 눈빛 속에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반면, 박훈정 반장은 50대 남자로 멋쟁이 중년 신사였다. 그는 한마디로 형사 같지 않았다. 네이비색 양복에 중절모를 썼고 흰색 와이셔츠에 빨간 넥타이를 맸다. 게다가 반짝이는 백구두까지 신었다. 강력반 형사라기보다는 동네를 활보하는 멋쟁이 신사 같았다.

박반장은 키가 크고 덩치가 컸다. 그래서 행동거지가 아주 느릿했다. 느릿한 속에서 기품이 있었고 인자한 웃음이 돋보였다.

둘이 들어오자 차수호 형사가 크게 말했다.

“반장님, 유강인 형사가 첫 출근 했습니다.”

“오! 유강인 형사.”

박훈정 반장이 기쁜 표정으로 유강인의 이름을 불렀다. 씩 웃으며 신입 형사를 반갑게 맞이했다.

반면 이호식 형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딘가 탐탁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유강인을 살폈다. 그가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둘을 향해 달려갔다. 박훈정 반장 앞에 걸음을 딱 멈추고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박반장이 입을 열었다.

“자네 이름이 유강인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유강인입니다.”

“그래, 우리 강력반에 온 걸 환영하네. 난 박훈정 반장이야. 옆에 있는 사람은 우리 강력반 최고 베테랑, 이호식 형사야. 이형사한테 수사의 ABC를 배우도록 ….”

“네, 알겠습니다. 반장님!”

“그리고 우리 강력반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철칙이 있어. 그건 내가 만든 거지.”

박훈정 반장이 말을 마치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신입 형사에게 반장은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유강인이 두 귀를 쫑긋했다.

“반장님, 또 그 말을 하시려고요.”

이호식 형사가 끼어들었다.

박훈정 반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면, 제가 풍월을 읊겠습니다.”

이형사가 말을 마치고 한번 헛기침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박훈정 반장처럼 근엄한 목소리였다.

“사건의 진실은 껍데기에 있지 않고 항상 그 속에 있다. 속에 있는 알맹이에 집중하라!”

“이형사!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나?”

박훈정 반장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어? 맞는 거 같은데요. 이 말을 한 스무 번쯤은 들었습니다. 틀릴 리가 없어요.”

“아니야! 잘 들게. 이형사!”

박훈정 반장이 목을 한번 가다듬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건의 진실은 껍데기에 있지 않고 항상 그 속에 있다. 속에 있는 단단한 알맹이에 집중하라!”

이호식 형사가 그 말을 듣고 아차! 하며 말했다.

“아! 제가 단단함을 빼먹었군요.”

“그렇지. 자네는 다 좋은데 … 성미가 급해서 탈이야! 그래서 디테일에 약해. 막 덤벙거려.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이형사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저도 그걸 잘 아는데, 그게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천성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그런데 알맹이가 왜 단단하죠? 항상 그게 궁금했습니다.”

박훈정 반장이 친절한 목소리로 답했다.

“진실은 항상 깨기 어려운 법이야. 두려운 진실일수록 더욱 단단하지. 이는 강력반 형사 20년을 통해 깨달은 사실이야. 우리 임무는 그 단단한 알맹이를 깨는 거야. 그것도 정곡을 콕 찔러서 … 힘으로 하는 게 아니네.”

말을 마친 박훈정 반장이 유강인과 눈을 마주쳤다.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잘 들었지. 유강인 형사!”

“네! 잘 들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게 통성명이 끝났다.

그렆게 유강인의 강력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휴우~!”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옆자리에 차수호 형사가 있었다.

차형사는 30대 초반 남자였다. 중간 키에 무척 말랐다. 피부가 거무튀튀했고 머리는 짧은 곱슬머리였다. 작은 이목구비라 인상이 강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평범한 인상이었다. 평범한 인상이었지만, 좋은 인상이었다. 다정한 웃음을 입꼬리에 항상 머금고 있었다.

차수호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반장님 말씀을 잘 기억해. 갑자기 물어보실 수 있어.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머릿속에 박훈정 반장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암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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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실은 껍데기에 있지 않고 항상 그 속에 있다.

속에 있는 단단한 알맹이에 집중하라!

두려운 진실일수록 알맹이가 단단하다.

그 정곡을 찔러 알맹이를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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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좋은 말이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수사의 정석과 같은 말이었다. 이 말을 명심하면 앞으로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았다.



***



시간이 흘러 퇴근할 때가 다 되었다. 이호식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훈정 반장에게 걸어가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했다. 박반장이 고개를 끄떡였다.

돌의 대화가 끝나자, 이형사가 손바닥을 쓱쓱 비비고 입을 열었다. 큰 목소리였다.

“주목! 오늘 신입이 온 관계로 저녁에 회식한다. 일 없는 사람은 회식에 참석해 저녁 먹고, 일 있는 사람은 퇴근하도록! 이상!”

“네, 알겠습니다.”

형사들이 큰 소리로 답하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벌써 퇴근인가? 아직 이른 거 같은데 ….’

유강인이 주위를 살폈다. 멋쩍은 표정을 짓다가 옆자리 차수호 형사에게 말했다.

“회식 참석은 자유인가요?”

“응,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말 그대로 프리(free)지! 반장님이 회식 강요를 싫어하셔.

그런데 유형사는 오늘 예외야. 꼭 참석해야 해. 유형사 때문에 하는 회식이니까!”

“알겠습니다. 당연히 가야죠. … 선배님도 참석하실 건가요?”

“그럼! 오랜만에 술 빨아야지, 실컷. 흐흐흐!”

차수호 형사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강력반 형사들이 서울청 광역범죄수사대를 나섰다. 빠른 걸음으로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저기입니다.”

차수호 형사가 한 손을 들고 말했다. 그곳은 삼겹살집이었다.

“와우! 삼겹살!”

“저 집은 아주 맛있는 집이야.”

“흐흐흐! 목구멍에 낀 때를 벅벅 벗겨보자고!”

형사들이 군침을 흘렸다. 삼겹살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기 마련이었다. 고소한 지방과 부드러운 육질이 일품이었다.

형사들이 삼겹살집 안으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앉았다.

식당은 아주 오래된 식당이었다. 그래서 좌식을 고수했다. 벽지도 아주 오래돼서 색이 바랬다.

손님들이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불을 켰다. 가스가 들어오자 푸른 빛 불꽃이 타올랐다.

이윽고 누구나 기다리는 순간이 다가왔다. 커다란 솥뚜껑이 등장하더니 불 위에 올려졌다.

“우와! 솥뚜껑이 참 튼실하네요.”

형사들이 커다란 솥뚜껑을 보고 감탄했다.

잠시 후 신선한 삼겹살 7인분이 선홍빛 자태를 뽐내며 등장했다. 형사들의 입안에 침이 잔뜩 고이기 시작했다.

“소주, 네 병 주세요.”

차수호 형사가 종업원에게 주문했다. 그가 젓가락으로 밑반찬을 이것저것 집어 먹다가 유강인에 말을 걸었다.

“유형사, 술 잘 먹어?”

“아니요. 저는 소주 두 잔이면 만취고 석 잔이면 그냥 뻗습니다.”

“뭐? 겨우 소주 두 잔이라고? … 이건 술을 못 먹는 수준인데.”

“네, 맞습니다. 술만 마시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얼굴이 시뻘게져서 고역입니다. 너무 힘들어요.”

“그렇구나! 술이 몸에 안 받는구나. … 아하! 잘됐네. 유형사 술까지 내가 싹 다 마시면 되니까, 흐흐흐. … 사이다 시켜줄까?”

“네, 그러면 감사하죠.”

“알겠습니다. 유강인 형사님.”

차수호 형사가 큰소리로 주문했다.

“여기요. 사이다 한 병 주세요. 우리 신입이 술을 못 먹는다네요”

“네, 손님. 알겠습니다.”

“뭐? 신입이 술을 못 먹는다고?”

이호식 형사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유강인을 매섭게 노려봤다. 그 눈빛을 보고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이형사가 성난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술을 못 마신다고?”

“네, 그,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선배 형사가 화가 난 거 같았다. 그래서 불안했다. 첫날부터 찍히면 큰일이었다. 사회생활에서는 선후배 관계가 매우 중요했다. 미운 놈으로 찍히면 고생길이 훤했다.

이호식 형사가 ‘그렇군!’ 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차디찬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술을 못 마시면 수사는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수사도 못 하고 술도 못 마시면 이건 쓸데가 없잖아. 그럼, 국물도 없어 …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서둘러 답했다. 이호식 형사의 말은 협박 아닌 협박이었다.

유강인의 정수리에서 땀이 샘솟기 시작했다.

박훈정 반장이 물로 목을 축였다. 그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형사, 그만하게 술이야 못 마실 수도 있지. 그건 그렇고 … 유형사, 마달식 소장한테 연락받았어. 마소장이 자네 칭찬을 많이 하더군.”

“아, 그게. 소장님이 저를 잘 봐주셔서 ….”

유강인이 몸 둘 바를 몰랐다.

“어?”

이호식 형사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박훈정 반장에게 말했다.

“반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죠? 마소장님이라면 반장님 친구분이잖아요. 그분이 유형사를 칭찬했다고요?”

박반장이 고개를 끄떡이며 답했다.

“응, 앞으로 잘 키우면 훌륭한 형사가 될 거라고 하더군. 그래서 유형사한테 기대가 커. 마소장은 허튼 소리할 사람이 아니거든.”

“그래요? 마소장님이 그런 소리까지 하셨다고요?”

“응!”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박훈정 반장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유강인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1분 후, 고개를 끄떡이고 입을 열었다.

“마소장님 말이 뭔 말인지 알겠네요. 저도 형사 노릇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봤습니다. … 유형사를 자세히 보니 어딘가 모르게 범상치 않네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알게 모르게 눈초리가 무척 날카로워요. 평범하지 않아요.”

“아! 그게 ….”

유강인이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해했다.

이호식 형사가 소주잔을 들었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물잔이라도 들어. 건배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급히 물잔을 들었다.

이형사가 유강인에게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유형사, 우리 강력반에서 뭘 하고 싶지? 희망 사항이 있을 거 아니야. 허심탄회하게 말해봐, 술자리인데 격식 차리지 말고 알았지?”

“네, 그게 ….”

유강인이 쭈뼛쭈뼛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호식 형사가 재촉했다.

“그냥 말하라니까? 편하게! … 우리 강력반은 솔직하고 뒤끝이 없는 게 자랑이야, 그렇죠? 반장님.”

박훈정 반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럼, 우리 강력반은 솔직하고 뒤끝이 없지. 이호식 형사가 성격이 급한 거 빼곤 별다른 문제가 없어. 편하게 얘기하게. 유형사!”

“네에?”

이호식 형사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아이. 반장님! 또 시작이다. 제 성격 급한 건 다 아시잖아요. 하루 이틀도 아닌데 ….”

“그러니까 항상 릴렉스하라고 ….”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신입 앞이잖아요. 그런 말씀은 좀, 제 체면이 ….”

“체면이 밥 먹여주나?”

“체면이 밥 먹여주지는 않지만, 나름 중요합니다.”

“그래? 얼마큼?”

“하늘만큼 땅만큼, 그 정도는 아니지만, … 그래도 중요합니다.”

박훈정 반장과 이호식 형사가 티격태격 말을 주고받았다.

가만히 둘의 말을 듣던 유강인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뭔가를 결심한 듯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저는 … 강력반에서 미제 사건을 수사하고 싶습니다!”

“뭐, 뭐라고?”

“신입이 지금 뭐라고 했지?”

“미제 사건을 수사하고 싶다고?”*

순간! 회식 분위기가 싸해졌다.

선배들이 무척 놀란 듯 두 눈이 동그래졌다.

회식 자리에 난데없는 찬 바람이 쌩쌩 불기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어, 이게 아닌데 ….’

유강인이 아차! 했다. 선배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이호식 형사가 으르렁거렸다.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유형사,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말해봐! 미제 사건을 뭐 어떻게 한다고?”

유강인이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직진 코스에 들어가면 직진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정면 돌파다!’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미제 사건을 수사하고 싶습니다. 강력반에 가면 미제 사건을 꼭 재수사하고 싶었습니다.”

“…….”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형사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신입이 당돌함을 넘어. 아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즐거웠던 회식 자리가 순식간에 팍 가라앉았다.

잠시 후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이호식 형사의 목소리였다.

“네가 헛것을 들었나? 갓 들어온 신입이 미제 사건을 수사하고 싶다니 … 뭐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다 있어.

유형사!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강력반이 우습게 보여?”

이호식 형사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두 눈이 무시무시한 도끼눈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말실수했다는 생각에 입에서 침이 바짝 말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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