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한동안 술자리에 말이 없었다. 형사들이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깨려는 듯 차수호 형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게 유형사 희망 사항이라잖아요. 꿈은 클수록 좋잖아요! 우리 그냥 술이나 먹읍시다. 여기 술맛이 참 좋아요. 고기랑 찰떡궁합이에요.”
차형사가 애써 분위기를 달랬다. 하지만 이호식 형사를 비롯한 선배들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잠시 후, 이형사가 인상을 풀었다. 술잔을 들고 말했다.
“유형사! … 이번 한 번은 그냥 넘어갈 테니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는 하지 마.”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침을 꿀컥 삼켰다.
이호식 형사가 말을 이었다.
“미제 사건은 오랜 시간 수사력을 총동원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못 푸는 사건이야. 그걸 갓 들어온 신입이 풀겠다니 … 그렇게 어이없는 소리가 세상에 어디에 있어? 우리가 미제 사건을 풀기 싫어서 안 푸는 거야? 풀지 못하니까, 역부족이니까, 못 푸는 거지!”
“맞습니다, 선배님. 유형사가 아직 신입이라서 뭘 모르고 한 소립니다. 괘념치 마세요.”
차수호 형사가 말을 마치고 잔을 높이 들었다. 그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어서 술 드세요, 고기가 맛있어서 술이 참 달아요.”
“알았어.”
이호식 형사가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꼭꼭 씹으며 말했다.
“야! 고기 맛있네! 참 야들야들해.”
‘아이고,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나!’
유강인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선배들의 눈초리가 무서웠다.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면서도 째려보는 거 같았다. 마음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졌다.
‘젠장, 사이다나 먹자!’
유강인이 사이다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유형사! 사이다가 맛있나?”
근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훈정 반장이 유강인에게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예전 동의보감 드라마에서 … 내가 그 드라마를 참 좋아해. 주인공 허준이 궁궐에서 반위(위암)를 고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었지. 그러자 왕이 궁궐에서 허언하면 손목이 날아간다고 말한 게 기억나. 허준이야 당대 최고의 명의니까 반위를 고쳤지만 … 유형사, 자네가 당대의 명의 허준인가?”
“네에?”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반훈정 반장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바, 반장님! 허 … 허준이요?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탐정, 미제 사건을 풀려면 명의 허준처럼 실력이 좋고 배짱도 좋아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온갖 구박을 받을 테니 …. 아, 물론 손목은 안전할 거야. 미제 사건을 못 풀었다고 손목을 자르지는 않지. 우리 강력반이 그렇게 무지막지하지는 않아.”
유강인이 반장의 말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한 헛소리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반장님, 말실수했습니다.”
박반장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남자가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어. … 그래 자네가 미제 사건을 한번 풀어봐. 명의 허준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게. 어떤 사건이 좋을까?”
그 말을 듣고 이호식 형사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반장님!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신입한테 미제 사건을 맡긴다고요? 뭐 잘못 드신 거 아니에요? 여기에 상한 고기가 있나? 고기는 신선하거 같은데 ….”
박훈정 반장이 바로 반박했다.
“뭔 소리! 내가 비싼 밥 먹고 헛소리나 하는 사람인가?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거야. 마달식 소장이 분명 그랬어. 유형사한테 어려운 임무를 맡기라고 말했어. 그러면 명쾌하게 해결할 거라고 장담했어. 난 내 친구의 말을 믿어. 자! 형사님들 미제 사건 중 어느 게 좋을까? 말들 해봐!”
“이거 참!”
형사들이 어이가 없는지 한동안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그러다 이호식 형사가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장님, 정 그러시다면 강수동 살인 사건이나 가운산동 살인 사건이 좋을 거 같네요.”
“강수동이나 가운산동!”
박훈정 반장이 옛날 사건을 떠올렸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수동보다는 가운산동 사건이 좋겠군. 훨씬 더 어려울 거 같아. 가운산동 행운빌라 살인 사건! 좋아! 유형사 자네가 행운 빌라 사건을 맡게. … 단 주어진 시간은 단 일주일뿐이야!”
“네에? 제, 제가 그 사건을 맡으라고요? 단 일주일 안에 사건을 해결하라고요?”
유강인이 화들짝 놀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도 가운산동 행운 빌라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 꽤 유명한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처참한 비극이었다.
몇 년 전, 사건의 생존자인 큰딸이 방송 인터뷰를 했었다. 그녀는 유일한 생존자였다.
인터뷰 내용은 큰딸이 참극을 잊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유강인도 그 방송을 보고 참 안 됐다고 혀를 찼었다.
“바, 반장님. 일주일은 너무 짧은 거 같은데요.”
유강인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주일이 뭐가 짧아, 허준은 닷새 만에 반위도 고쳤는데 ….”
“네에? 그건 소설인데 ….”
유강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소연했다.
박훈정 반장이 자세를 고쳐잡고 말했다.
“내 말은 사건을 다 풀라는 게 아니야. 재수사할 수 있는 정도의 단서만 잡으라는 거야. 실전 수사를 통해 수사의 기초를 배우라는 거지. 원래 신입이 들어오면 기존 사건을 분석해서 보고서를 올리게 돼 있어. 그렇게 해서 수사의 전반을 배우지. 하지만 자네는 남다르니 미제 사건을 맡아봐.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지. 그게 우리 강력반 법도야.”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훈정 반장의 말에 그런 뜻이 있었다. 그가 그래도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제가 어떻게 일주일 안에 미제 사건 단서를 ….”
박훈정 반장이 허허 웃었다. 그가 말했다.
“그냥 한번 해보라는 거야. 자네가 일주일 안에 중요한 단서를 잡으면 명의 허준과 동급이지. 그러면 자네를 매일 업고 다니겠네.”
이호식 형사가 거들었다. 장난기가 발동했다.
“반장님! 유형사가 일주일 안에 단서를 잡으면 매일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물론 그럴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흐흐흐.”
졸지에 신입 형사 환영 술자리가 유강인을 놀리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유형사님, 건투를 빕니다. 꼭 미제 사건 단서를 잡아주세요. 매우 존경합니다.”
“명의 유강인 형사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존경하는 유형사님, 명의 허준과 동급이 될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단서를 잡으면 제가 한 달 동안 유형사님 밥값을 내겠습니다. 최고급 호텔 요리로 대접하겠습니다. 요즘 북경 오리가 맛있습니다. 북경 오리 좋아하시죠?”
많은 선배가 일주일 내에 단서를 잡으며 한턱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형님으로도 모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뒷말이 무서웠다. 단서를 못 잡으면 한 달 동안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그게 ….”
유강인이 땀을 뻘뻘 흘렸다. 선배들의 협박 같은 격려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가 이 상황을 만든 박훈정 반장을 슬쩍 쳐다봤다.
박반장이 마치 아무런 일도 없는 듯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슬쩍 웃었다. 마치 잘해보라는 듯 ….
유강인이 입을 꾹 다물었다.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속으로 다짐했다.
‘좋다! 이렇게 된 거 한번 해보지 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가운산동 행운빌라 사건을 꽉 문다. 불독처럼! 뭐 어떻게 되겠지.’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소주잔에 소주를 콸콸 붓더니 한입에 털어버렸다.
그는 술을 싫어했지만,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이는 사건을 반드시 풀겠다고 맹세하는 것과 같았다.
**
시간이 흘러 회식을 파할 때가 되었다.
형사들이 박훈정 반장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각자 자기 집으로 향했다.
유강인은 차수호 형사와 함께 시내버스를 탔다. 집으로 가는 방향이 같았다.
버스가 탁 트인 도로를 따라서 거침없이 내달렸다.
“휴우~!”
유강인이 세상 걱정을 다 하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차수호 형사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 말했다.
“유형사! 이렇게 된 거 잘해봐. 혹시 알아? 뭐라도 하나 건질지. 그러면 선배들한테 인정받는 거야. 꽃길이 펼쳐지는 거지. 달리 생각하면 좋은 기회야. 난 처음 강력반에 왔을 때 쭈그리고 앉아서 술만 먹었어. 이런 기회가 없었다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면 뭐라고 건지겠죠. 내일부터 사건을 맡는 건가요?”
“그렇지, 내일부터 시작이야. 반장님은 허튼소리를 하시는 분이 아니야. 일주일 동안은 열심히 발로 뛰며 긴장해야 할 거야. 뭐라도 소득이 있어야지 … 일주일 후 아무것도 없으며 끔찍할 거야. 선배들이 매일 같이 유형사를 얼빠진 놈이라고 놀릴 거야.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지. 허준 짝퉁이라고 신이 나게 놀릴 예정이야. 하하하!”
“아이고,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담감이 백배였다.
잠시 후 마음을 가다듬은 유강인이 차창으로 바깥을 바라다봤다.
가로수와 빌딩 숲이 휙휙 지나갔다.
“맞아!”
유강인이 입을 열었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난 거 같았다.
“선배님! 사무실에 사건 자료가 있나요?”
“그럼, 그 사건 파일이 있지. 우리 광역수사대도 수사에 참여했었어.”
“그렇군요.”
“사건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관할 경찰서에서 사건을 맡았어. 그런데 성과가 없었어. 그래서 다른 경찰서도 수사에 참여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어.”
“결국, 광역수사대까지 사건이 떨어졌군요.”
“그렇지, 우리한테까지 사건이 떨어졌어. 우리도 열심히 수사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어. 박훈정 반장님과 이호식 형사님이 사건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찾지 못했어. 나는 그때 군대에 있었어. 선배님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야. 그 사건이 2000년도에 발생했으니 벌써 10년이나 지났네.”
“그렇군요.”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에 잠겼다.
‘정말 보통 사건이 아니구나. 베테랑 형사들이 단서를 전혀 잡지 못했다니 … 이건 달리 생각하면 평범한 수사로는 사건을 풀 수 없다는 말과 같아.
일반적인 방법이 아니라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겠어.’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입맛을 다셨다. 어려운 문제가 눈앞에 닥치자 좌절하기보다는 풀 수 있다는 의욕이 마구 샘솟았다.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10분 후, 버스가 속도를 줄였다. 100m 앞에 정거장이 있었다.
유강인이 차수호 형사에게 꾸벅 인사하고 말했다.
“선배님,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유형사. 잘 들어가. 내일 보자고.”
버스가 정류장 앞에 섰다. 유강인이 버스에서 내렸다.
손님이 내리자 버스가 출발했다.
차수호 형사가 두 눈을 감았다. 술기운에 졸린 지 좌석에 푹 기댔다.
유강인은 버스 정류장에서 서서 멀리 사라지는 버스를 바라다봤다. 그러다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힘을 내기로 한 듯 힘찬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저 멀리에 집이 보였다. 유강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끼익하며 현관문이 열렸다. 유강인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TV 소리가 안방에서 크게 들렸다. 어머니가 TV 연속극을 보고 있었다. 문소리가 들리자, 어머니가 방에서 나왔다.
그녀가 아들을 보고 반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아들 왔구나. 오늘 회식했다고 그랬지. 그래 상관들은 다 좋은 분들이니?”
유강인이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요. 모두 좋은 분들입니다. 덕분에 삼겹살을 배불리 먹고 왔어요. 그럼 씻고 일찍 잘게요.”
“그래,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일하겠구나. 푹 쉬고 일찍 일어나야지. 어서 가서 자렴.”
“알겠습니다.”
어머니의 다정한 당부에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가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현재 시각이 밤 10시 56분이었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오느라 밤이 늦었다.
유강인이 외출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하고 발도 닦고 오늘 하루의 때를 벗기고 피곤을 풀었다. 그렇게 몸을 가볍게 하고 잘 준비했다. 바닥에 요를 쫙 깔고 불을 껐다. 편하게 누워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 가운산동 행운빌라 사건이 생각나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중에서 방송 인터뷰가 마음에 걸렸다. 유일한 생존자인 큰딸의 인터뷰였다.
‘그때 무슨 말을 한 거 같은데 ….’
유강인이 큰딸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인터뷰에서 큰딸이 뭔가를 말했던 거 같은데 그게 기억나지 않았다.
유강인이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벌떡 일어났다. 그가 중얼거렸다.
“내일부터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다. 일주일이면 시간이 너무나도 짧잖아!”
유강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불을 켰다. 책상으로 걸어가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음!”
유강인이 인터넷 서핑하며 큰딸의 인터뷰 영상을 찾았다. 오래전 영상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다. 20분의 끈질긴 검색 끝에 드디어 해당 영상을 찾았다.
그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기쁜 나머지 만세! 하며 큰소리를 내지를 뻔했다. 이는 무례한 일이었다. 지금은 늦은 밤이었다. 이웃에 결례였다. 이에 기쁨을 속으로 감추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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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이 시작하자, 행운빌라 사건 생존자인 큰딸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큰딸은 긴 생머리의 20대 중반 여자였다. 머리를 푹 숙여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호리호리한 몸매였다. 무척이나 가냘파 보였다.
큰딸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때 얼굴이 살짝 보였다.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인상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짙은 속눈썹이 매력적이었다. 높은 코, 작은 입술, 긴 눈초리가 매우 아름다웠다.
사회자가 질문을 시작했다.
“강선애씨,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고, 슬픔도 세월을 따라서 옅어지네요.”
“강선애씨의 슬픈 사연을 듣고 각계 계층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네, 많은 분의 도움으로 힘을 얻었습니다. 덕분에 학교도 졸업할 수 있었고 자선 단체에 취업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살고 계시죠?”
“네, 그곳은 사실 제 고향이지만, 끔찍한 기억 때문에 더는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다른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과 동생이 생각날 때마다 가끔 찾곤 합니다.”
“다른 사건 피해자들과 연대해서 모임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모임이죠?”
“흉악범으로부터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치안 강화 연대 모임입니다. 저처럼 하루아침에 부모, 형제, 자식을 잃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모임입니다. 많은 분이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피해 방지를 위한 캠페인도 벌이고 있으니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아픔을 잊고 밝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이만 행운빌라 사건 생존자인 강선애씨와 인터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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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스톱 버튼을 눌렀다. 큰딸 강선애의 인터뷰를 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큰딸의 모습에서 깊은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범인을 잡지 못하는 현실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휴우~!”
유강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컴퓨터와 불을 끄고 자리에 다시 누웠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행운 빌라 사건을 재수사한다. 반드시 뭔가를 잡고 말겠다.’
유강인이 각오를 다졌다. 부디 작은 단서라도 잡기 바라며 두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