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05_행운 빌라 사건 파일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행운 빌라 사건 재조사 1일 차


유강인이 아침 일찍 출근해서 선배들을 기다렸다.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이고 오늘 일과를 준비했다.

잠시 후 선배들이 출근했다. 선배들이 유강인을 보고 못마땅한 듯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처럼 생각하는 거 같았다.

“으으으~!”

유강인이 신음을 내뱉었다. 선배들의 차가운 눈초리에 가슴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7일 동안 어떻게든 단서를 잡아야 했다.

선배들의 냉대 속에 유강인이 자리에 앉았다.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뭔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옆자리 차수호 형사에게 말했다.

“저, 차선배님, 행운 빌라 사건 파일을 볼 수 있을까요?”

차수호 형사가 씩 웃으며 답했다.

“유형사,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그럼, 잘해 봐!”

차수호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호식 형사 자리로 걸어가 선배에게 말했다.

“선배님, 유형사가 행운 빌라 사건 파일이 필요하답니다.”

“알았어.”

이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에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는 유강인이 보였다.

“하하하! 자식!”

이호식 형사가 호탕하게 웃고 유강인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좋았어. 진짜로 수사할 모양이군. 신입이 배짱이 아주 좋아. 마소장님이 괜히 추천한 게 아니었어. 한번 잘 해봐. 내 기대하지. … 그나저나 파일이 어디에 있더라?”

이호식 형사가 머리를 긁적이다 파일을 찾기 시작했다. 한참을 헤매다 구석에 있는 낡은 캐비닛에서 오래된 파일 하나를 꺼냈다.

파일은 한동안 아무도 보지 않은 듯 뿌연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으으으~! 먼지!”

이형사가 입김을 훅하고 불었다. 그러자 눈처럼 잔뜩 쌓였던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선배님! 먼지가 날리잖아요!”

차수호 형사가 급히 사무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찬바람이 창문으로 술술 들어왔다.

사무실에 먼지와 찬바람이 가득했다. 모든 형사가 유강인을 주시했다.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으로.

“이런.”

유강인은 선배들의 못마땅한 시선이 불편했다.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이에 이호식 형사에게 달려가 넙죽 절하고 크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유강인은 감사를 표하고 이형사가 들고 있는 파일을 탁 잡았다. 그런데 이형사가 파일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유강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선배가 파일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호식 형사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유형사! 단 7일이야. 7일 동안 단서를 못 잡으면 그땐 허언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 이건 손목을 걸고 하는 일이야. 그래도 사건을 맡을 건가?”

이형사의 살벌한 경고에 유강인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다. 여기에서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젯밤에 본 강선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강선애는 행운 빌라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청초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유강인은 그 수심을 달래고 싶었다. 아름다운 얼굴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를 지우고 싶었다. 자신마저 외면한다면 10년이나 지난 지금, 이 사건을 재수사할 사람이 없을 거 같았다. 혹 실패해서 선배들의 놀림감이 되더라도 미련을 남기지 싶지 않았다.

유강인의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용기가 샘솟기 시작했다. 폭포수처럼!

용기를 얻은 유강인이 큰 목소리로 씩씩하게 말했다.

“사건을 맡겠습니다. 7일 동안 최선을 다해 단서를 잡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 그래, 역시 젊음이 좋기 좋군. 좋았어! 패기가 아주 맘에 들었어. 그럼 잘해 봐!”

이호식 형사가 시원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의 패기에 기분이 좋아진 듯 꽉 잡았던 파일을 놓았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행운 빌라 사건 파일을 소중히 안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유강인이 각오를 다졌다. 떨리는 손으로 파일 커버를 넘겼다. 파일을 한 장씩 넘기며 사건을 꼼꼼히 살폈다.

사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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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빌라는 서울시 가운산동에 82년 설립된 빌라였다. 4층 높이의 건물로 1층에 2세대씩 총 8세대가 거주했다.

건물 앞에는 주차장이 없었고 작은 마당이 있었다. 마당 안에는 화분이 있어 나무와 꽃들이 자랐다.

설립된 이후 이렇다 할 사건은 없었다. 그러다 10년 전에 참극이 발생했다.



2000년 9월 01일, 새벽 4시경


후드가 달린 잠바를 입은 한 괴한이 CCTV에 포착됐다. CCTV는 마을 통행로에 있었다. 행운 빌라와 5분 거리였다.

괴한은 후드를 깊게 눌러썼고 느릿한 걸음으로 행운 빌라를 향해 걸어갔다.

행운 빌라 앞에도 CCTV가 있었다. 그 CCTV에도 괴한의 모습이 포착됐다. 괴한은 빌라 앞에 서서 문자를 보내는 거 같았다.


15분 후, 4시 15분


중년 여성이 CCTV에 포착됐다. 그녀는 행운 빌라 402호 거주자 라미경이었다. 일터에서 퇴근한 후 바쁜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10분 후, 4시 25분


행운 빌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던 라미경이 3층 복도에서 걸음을 멈췄다.


다음은 라미경의 진술이다.


라미경은 301호 문이 살짝 열린 걸 발견하고 호기심을 느꼈다. 이에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어두운 거실에서 괴한을 발견했다. 괴한은 범행에 사용한 칼과 손전등을 들고 있었다.

라미경은 괴한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범인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301호 위층 401호에는 홍은희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사건 당시 자고 있다가 깨어났다.


다음은 홍은희의 진술이다.


홍은희는 갑자기 들리는 라미경의 비명에 잠을 깼다. 몇 초 후, 범인이 계단을 쿵쾅거리며 내려가는 소리를 들었다.


3분 후, 4시 28분


행운 빌라 앞 CCTV에 후드를 눌러 쓴 범인이 급하게 도망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행운 빌라 맞은편, 부동산 중개소에서 세 명이 나왔다. 라미경의 비명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세 명은 부동산업자 하연수, 편의점 주인 독고승, 정육점 주인 김만호였다.


다음은 셋의 진술이다.


셋은 도망가는 범인을 목격했다. 그중에서 독고승이 ‘저자를 잡아라!’ 외치며 범인의 뒤를 쫓았다.


셋은 이웃이자, 친구였다. 하연수가 운영하는 중개소 사무실에 들어가 심심풀이로 밤새 고스톱을 쳤다.


라미경의 비명과 독고승의 고함이 들리자. 마을 사람 십여 명이 집에서 나왔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하고 소리의 근원지인 행운 빌라로 급하게 달려갔다.


5분 후, 4시 33분


행운 빌라 주민 다섯이 빌라에서 나왔다. 그들은 다음과 같았다.


401호 홍은희

201호 이도식

101호 김철수, 최지나

202호 정수해


주민 다섯의 진술은 다음과 같았다.


다섯은 비명과 고함을 듣고 집에서 나왔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다가 301호 문이 활짝 열린 건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집 안에 흥건한 핏자국을 보고 놀란 나머지 빌라 밖으로 뛰쳐나왔다.


3분 후, 4시 36분


301호 유일한 생존자인 강선애가 빌라 밖으로 나왔다. 잠옷과 옷에 많은 피가 묻어 있었다.


강선애는 아버지를 부르다 곧장 쓰러졌다. 사람들이 구급차와 경찰을 불렀다.


10분 후, 4시 46분


구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했다. 출동한 경찰은 301호를 확인하고 일가족 살인 사건을 상부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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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당일 사건 파일을 유심히 읽던 유강인이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행운 빌라 301호 들어간 범인이 안방에 있는 부모와 아들을 죽이고 건넛방에 있는 딸마저 죽이려 했는데 실패했다는 말이군. 401호 입주민 라미경은 새벽 일을 마치고 퇴근해서 집으로 가던 중 301호 현관문이 열린 걸 보고 문을 살짝 열었는데 괴한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고 ….’

유강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범인이 301호에 왜 들어갔지? 반드시 301호에 들어가야 했나? 현관문은 어떻게 열었지?’

유강인이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가 생각을 이었다.

‘참 공교롭군. 범인이 안방에서 셋을 죽이고 건넛방에서 자는 딸을 죽이려 했는데 401호 주민 라미경이 등장했어. 라미경이 비명을 지르자, 범인이 도망갔고 그래서 딸이 살 수 있었다는 건데 … 이거 좀 이상한데. 사건이 자연스럽지 않아. 음~!’

생각을 마친 유강인이 다음 내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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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안방에 시신 세 구가 있었다. 강후식(남편), 이미자(부인), 강경호(아들)가 칼에 맞아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셋 다 잠을 자다 죽었다.


작은 방에서 곤히 자던 강선애(딸)는 라미경의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깼다.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밖에서 들리는 독고승의 고함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모를 찾아갔다.

그녀는 안방에서 가족의 시체를 확인하고 놀라서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경찰은 도망친 범인을 잡기 위해 인근 CCTV를 다 확인했다. 하지만 그 시간대에 범인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범행에 사용한 칼은 현장에 없었고 범인의 지문도 확보하지 못했다.

다만 거실에서 범인의 발자국만 확보했다.

발자국은 270mm 운동화였다. 메이커까지 특정했지만, 흐릿하게 남은 자국이라 별다른 단서가 되지 못했다.


집은 금품을 노린 듯 여기저기 뒤진 흔적이 있었다. 실제로 패물이 없어졌다고 딸이 증언했다.

하지만 강도 살인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처참한 범행현장이었다.


피해자 강후식(남편), 이미자(부인), 강경호(아들)의 신원을 조회했지만, 특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법을 준수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원한 관계도 조사했지만, 별다른 게 없었다. 금전 문제도 깨끗했고 친인척, 친구, 이웃 사이에 이렇다 할 다툼도 없었다.


다만 한가지 주목할 게 있었다.

피해자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강선애에게 스토커 한 명이 있었다. 사건 발생 1년 전, 박기정이라는 스토커가 강선애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박기정은 8개월 전에 사망했다. 야밤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신원 불상의 괴한에게 퍽치기당해 중상을 입고 두 달 뒤 죽고 말았다.


경찰은 가운산동 마을 주민 소환해서 모두 조사했다. 그중에서 전과 기록을 가진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했지만, 모두 알리바이가 성립해서 범인으로 지목할 수 없었다.


몇 달의 수사 끝에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 가운산동 일대를 잘 아는 범인이 강후식 가족에게 원한을 품고 강도 살인으로 위장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지었다.


이후 가운산동에 살았던 전과자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어떤 단서도 잡지 못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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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사건 파일을 한 시간 남짓 읽던 유강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를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다. 선배들은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음!”

유강인이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뭔가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사방을 둘러봤다.

그때 다른 사람과 눈이 딱 마주쳤다. 이호식 형사였다.

“아이고!”

유강인이 깜짝 놀라서 눈을 내리깔았다.

“자식! 겁먹기는 … 알게 모르게 소심하네. 어제는 술도 안 먹고 기가 찬 소리를 하더니. 유형사! 밖으로 나와. 커피나 한잔 먹자!”

이호식 형사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호식 형사가 복도 자판기에서 커피잔을 꺼내서 유강인에게 권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유강인이 넙죽 절하며 잔을 받았다.

이호식 형사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그래, 사건 파일을 보니 잡히는 게 있어?”

“컥!”

느닷없는 선배의 질문에 유강인이 사레에 걸렸다. 잠시 캑캑하다 겨우 숨을 돌리고 말했다.

“커피가 숨구멍에 들어가서 죄송합니다. 이제 살 거 같네요. 그런데 뭐라고 그러셨죠?”

“사건 파일에서 단서를 찾았냐고 물어봤잖아!”

이호식 형사가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말을 두 번 하게 돼서 뿔이 난 거 같았다.

“아, 그게. 파일을 보니 이렇다 할 단서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한가지는 분명했습니다. 범인은 가운산동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건 다 아는 사실이잖아.”

이호식 형사가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선배님, CCTV에 찍힌 걸음걸이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나요?”

“걸음걸이? 당시 CCTV 화질이 별로였고 옷도 큰 옷을 입어서 걸음걸이로 사람을 특정하기는 어려웠어. 그래도 혹시나 해서 분석하긴 했는데, 그냥 평범한 걸음걸이였어. 특별한 습관이 있지는 않더라고 ….”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훌쩍거리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눈빛이 매섭게 빛나기 시작했다. 뭔가를 생각하자, 눈빛이 싹 변했다. 공중에서 먹잇감을 찾는 매의 눈빛이었다. 날카롭고 정교했다.

“오! 이놈 봐라.”

이호식 형사가 신입 형사의 패기 넘치는 눈빛을 보고 슬슬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래, 7일 동안 하늘 같은 선배가 도와주지. 7일이 끝나면 국물도 없지만,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봐. 내가 성심성의껏 대답해 줄게.”

하늘 같은 선배의 말에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선배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이호식 형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만 웃어라. 정들겠다. 그래, 궁금한 게 뭐야?”

유강인이 침을 꿀컥 삼키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 솔직히 궁금한 게 있긴 있습니다.”

“그래, 그럼 빨리 말해! 좀 있다 할 일이 있어.”

“네, 알겠습니다. 아, 그게 뭐였더라?”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401호 주민 홍은희 진술이 좀 이상합니다. 잠을 자다가 목격자 라미경의 비명을 들었고 몇 초 후 사람이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고 진술했습니다.”

“아, 맞아! 기억이 나. 그게 왜?”

“목격자 라미경은 범인 앞에서 큰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몇 초간 아무 소리도 없었다는 게 좀 이상합니다.”

“그야 … 범인이 비명을 듣고 놀라서 주춤할 수도 있잖아.”

“아, 그런가요?”

“그렇지. 지금 목격자를 의심하는 거야? 그 아주머니는 별다른 게 없었어.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어. 전과도 없었고 아무튼 별거 없었어. 그래서 용의선상에 오르지도 않았어.”

“그렇군요. 범인이 현관문을 어떻게 열었죠?”

“현관문? 현관문은 보조 키로 잠갔어. 10년 동안 여러 세대가 301호를 거쳤는데, 다 같은 보조 키를 사용했어.”

“열쇠 관리가 부실했군요.”

“그렇지. 보조 키는 다 좋은데 복제하기 쉬운 게 단점이야. 그래서 301호에 살았던 사람들을 다 찾아서 조사했어. 철저히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게 없었어. 범인이 무슨 수를 써서 열쇠를 복제한 거 같아.”

“열쇠로도 단서를 잡기 어렵겠군요.”

유강인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먼저 401호 주민 홍은희와 목격자 라미경을 만나겠습니다. 그 사람들이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거 같아요.”

“그야, 그렇지! 한 명은 살해 현장을 목격했고 다른 한 명은 범인이 뛰는 소리를 들었으니 ….”

이호식 형사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유형사, 차형사랑 같이 조사해봐. 내가 아침에 말했어. 7일 동안 유형사랑 파트너 하라고 당부했지.”

“파, 파트너요?”

“그래. 아무쪼록 잘 해봐. 차형사도 이제 베테랑이니 도움이 될 거야. 내가 업어 키운 형사야. 난 이제 할 일 있어. 안에 들어가야 해.”

“알겠습니다.”

“유형사, 7일 뒤에 보자고. 웃는 낯으로 볼지 아니면 우는 낯으로 볼지는 모두 유형사에게 달렸어. 주사위가 던져졌다는 걸 명심해.

한번 던져진 주사위는 그 번호가 드러나기 마련이야. 최하점 1번이 나올 수도 있고 최고점 6번이 나올 수도 있어. 모든 건 유형사한테 달렸어.”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선배님!”

유강인이 이호식 형사에 넙죽 절했다.

강력반 최고참 이형사가 유강인을 성심껏 도와줬다. 역시 선배는 후배를 아끼고 사랑할 때 그 빛을 발했다.

유강인이 어깨를 탁 폈다.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그가 손뼉을 짝 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그래,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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