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29_실종자와 박동철의 전화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신도들이 하나둘씩 답했다.


“궁인을 믿겠습니다.”


“우리에겐 내일은 없었습니다. 사는 게 죽는 거 같았습니다. 이제 더는 고통을 참을 수 없습니다. 궁인의 말에 절대 복종하겠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입니다.”


“맞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궁인밖에 없습니다.”


궁인이 그 말을 듣고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 소리가 건물에서 크게 울렸다.


“하하하!”


신도들도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슬픔과 고통, 희망, 죄책감이 뒤섞인 웃음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궁인이 웃음을 멈췄다. 목을 한번 가다듬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궁모님이 오실 겁니다. 궁모님한테 궁극의 약을 받고 돌아가세요. 곧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궁극의 약이 효능을 발휘하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약도 먹어야 합니다. 약 세 개를 차례대로 먹어야 궁극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신도들이 그 말을 듣고 너도나도 고개를 끄떡였다.


궁인이 말을 이었다.


“궁극의 약을 먹으면 몸 안에 도는 피가 새롭게 태어날 겁니다. 더러운 검은 피가 사라지고 신선한 붉디붉은 피가 온몸을 돌아다닐 겁니다. 그러면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겁니다. 저처럼 궁인이 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겠습니다.”


“궁인만이 저희 희망입니다. 남은 인생을 고통스럽게 사느니 궁극의 약을 기꺼이 먹겠습니다.”


신도들이 교주의 말에 감격스러워했다.


궁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궁녀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방에서 떠났다.


궁인과 궁녀가 떠나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두운 방에서 눈동자들이 초롱초롱 빛났다. 40여 개의 촛불 같았다. 그들이 너도나도 군침을 삼켰다. 뭔가를 기다리는 게 분명했다.


1분 후 끼익하며 출입문이 열렸다. 발소리와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휠체어를 탄 사람과 휠체어를 미는 사람이었다. 둘 다 키가 작고 왜소했다. 그들도 궁인, 궁녀처럼 하얀색 롱 패딩을 입었다. 커다란 후드도 뒤집어썼다.


“궁모시여!”


신도들이 휠체어에 앉은 사람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휠체어가 들썩거렸다. 휠체어에 앉은 사람은 궁모(窮母)였다. 청천에서 궁인은 신의 아들이었고 궁모는 신을 대신해 아들을 낳은 자였다. 궁모가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켰다. 매우 작은 키였다. 궁모가 천천히 말했다.


“여기, 궁극의 약이 있습니다. 줄을 서세요. 약을 나눠드리겠습니다.”


무척 나이가 든 목소리였고 여잔 목소리였다. 궁모가 오른손을 품에 넣더니 뭔가를 꺼냈다. 그건 하얀색 약병이었다. 원통형 물건이었다. 콜라 캔 크기였다.


“아아!”


신도들이 약병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고대하던 순간이었다.


궁모가 약병 뚜껑을 열고 안에서 알약을 꺼냈다. 새하얀 알약이었다. 그 알약이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 약이 빛을 뿜는 거 같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신도들이 궁모에게 감사를 표하고 하나둘씩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한 줄로 나란히 서자, 궁모가 말했다.


“청천의 기도를 외우고 약을 나눠주겠습니다.”


궁모가 청천의 기도를 외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날이 개었습니다. 그날! 수십 년 동안 우리 마음을 잠식했던 어둠이 사라졌습니다. 그 어둠은 우리의 타고난 운명이었습니다. 그 운명을 궁극의 뜻을 받드는 유일한 자, 궁인이 거둬냈습니다. 궁인은 궁극의 도를 깨달은 선지자이자, 신의 아들입니다. 궁인이 우리에게 살 기회를 줬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는 궁인에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맑게 갠 하늘, 청천!”


“청천!”


“청천!!”


청천을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신도들이 하나둘씩 궁모 앞에서 약을 받고 그 약을 주저하지 않고 삼켰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하얀 이들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궁모가 그 모습을 보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2025년 12월 22일 오전 8시 30분


탐정단이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에 출근했다. 수사책임자 유강인의 지시는 다음과 같았다.


- 자가면역질환자 인터넷 카페 ‘새날’ 게시물, 댓글을 포렌식 조사할 것

- 사망자 셋의 사고 현장 CCTV를 철저히 분석해서 사망자를 감시하는 자를 찾을 것

- 인천시 내에서 진행한 자가면역질환 임상실험을 조사할 것

- 사이비 종교 집단인 청천(晴天)을 찾을 것

- 1996년, 명덕산 비밀 연구소 방화 사건 수사 자료를 확보할 것

- 인광 생명 공학 유전자 연구소 및 지남철, 지단길 박사 가문을 조사할 것

- 29년 당시 소년 실종 신고를 조사할 것, 나이는 10대 초반


유강인이 회의실로 들어갔다. 조수 둘이 그 뒤를 따랐다. 셋이 커피와 초콜릿 과자를 마시며 에너지를 보충했다. 아침을 먹었지만, 배가 계속 고파왔다.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지 에너지가 계속 필요했다. 회의실에서 초콜릿 과자를 와그작와그작 씹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유강인은 초콜릿 과자를 먹을 때 조용히 먹지 않았다. 딱딱한 과자를 큰 소리로 부수며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에너지도 보충했다. 그가 잽싸게 두 봉지를 해치웠을 때 출입문이 급히 열렸다.


원창수 형사가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급히 말했다.


“유탐정님!”


유강인이 원형사의 안색을 살폈다. 급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말했다.


“원형사님, 무슨 급한 일이 있나요?”


원창수 형사가 핸드폰을 들고 서둘러 답했다.


“실종자 김희애씨가 어머니에게 전화한 거 같습니다. 어머니가 통화를 녹음해서 파일을 보냈습니다.”


“아, 그래요!”


유강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형사가 보고를 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맨 처음에 딱 한 마디만 했지만, 그 목소리가 딸의 목소리가 분명하답니다.”


“그래요. 일단 통화를 들어봅시다.”


“네.”


원창수 형사가 녹음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곧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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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 … 희애야! 희애야!”

“……”

“희애가 맞지? 희애야 어서 말해!”

“……”

“희애야,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엄마가 애타게 찾고 있어. 어서 말해! 집으로 어서 와! 지금 엄마, 아빠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어.”

“……”

“희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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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 끝났다. 유강인이 통화를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통화 맨 처음에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김희애는 40대 초반이었다. 40대 초반에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이후 통화는 김희애 어머니의 목소리만 들렸다. 전화를 건 사람이 맨 처음에 딱 한 마디만 하고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원창수 형사가 말했다.


“김희애씨 어머니 말에 따르면 딸 목소리가 분명하답니다. 걸려온 번호는 모르는 번호랍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김희애씨 어머니와 통화하고 싶습니다.”


“네, 잠시만요.”


원창수 형사가 실종자 김희애 어머니한테 전화했다. 김희애 어머니가 전화 받자,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유강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네, 탐정님. 우리 딸이 아침에 전화했어요. 통화를 녹음해서 경찰서에 보냈습니다.”


“딸 목소리가 분명합니까?”


“네, 맞아요. 우리 딸 목소리가 분명해요. 전 엄마예요. 딸 목소리는 단번에 알 수 있어요.”


“그렇군요. 방금 통화를 들었는데, 따님이 엄마라는 말을 한 후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네, 맞아요. 딸이 그 이후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때 느낌이 어땠나요? 따님한테 다급함이 느껴졌나요?”


“다급함이요?”


“네, 통화했을 때 그 분위기를 말해주세요. 따님의 숨소리가 급했나요? 따님이 당황한 기색이 있었나요?”


“그게, 제가 볼 때 … 급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따님이 편해 보이던가요?”


“네, 나쁜 느낌은 없었어요.”


“그렇군요. 혹 다른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나요?”


“다른 사람들 말소리가 멀리에서 들리는 거 같았어요. 그리고 쿵쿵거리는 소리도 들렸어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강인 탐정님, 우리 딸을 꼭 찾아주세요. 살아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찾아야 해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다시 통화 녹음을 들었다.


녹음 중에 다른 사람이 말하는 거 같았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가 너무 작아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원창수 형사가 말했다.


“통화 녹음을 국과수에 넘기겠습니다. 작은 소리도 다 잡아낼 수 있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실종자 김희애는 살아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빨리 수사를 시작해야 했다.


유강인 원형사에게 말했다.


“이제 사망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원형사님, 안내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형사와 하형사도 같이 갈까요?”


“두 분은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 아! 깜빡한 게 있습니다. 하형사님을 불러주세요. 추가로 지시할 게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원창수 형사가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1분 후 하진석 형사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유강인이 하형사에게 말했다.


“하형사님, 추가로 조사할 게 있습니다.”


“그게 뭐죠?”


“제가 실종자 사건을 의뢰받은 게 좀 이상합니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경찰서장이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저를 추천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저를 추천한 자가 누구인지 그자를 찾아야 합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이지?”


“배후 조종자, 병아리 2가 무슨 수를 쓴 거 같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을 조사하세요. 저를 추천한 사람을 찾으세요.”


“아, 알겠습니다.”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해야 합니다. 정황상 저를 추천한 자는 … 이곳 경찰일 거 같습니다. 그것도 경찰 고위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실종자 가족이 그 말을 신뢰했을 겁니다.”


“유탐정님! 지, 지금 경찰을 의심하는 겁니까?”


하형사가 무척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유강인이 인천 북부경찰서까지 의심했다. 배후 조정자가 짜 놓은 판에 인천 경찰도 참여한 거 같다고 말했다.


유강인이 오른손 검지를 들어 입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었다.


하진석 형사가 입을 다물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저를 추천한 자가 경찰이라면, 그자도 장기 말이 분명합니다. 어떤 대가를 받을 수 있고 아니면 그냥 이용당했을 수 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조사해야 합니다. 조사라는 티를 내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조사하겠습니다.”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뭔가가 생각이 난 거 같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하형사님, 여기 경찰 가족 중에 자가면역질환 환자가 있는지도 조사하세요. 그것도 중요합니다.”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하진석 형사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경찰 내부를 조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 했다.


“충성!”


하형사가 절도있게 경례를 붙였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예를 표했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야외 주차장으로 가야했다. 조수들은 벌써 차에 있었다. 그때!



삐리릭!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한테 온 전화였다. 그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박동철이었다.


“박동철!”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박동철이 유강인에게 전화했다.


“으으으~!”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박동철은 무척 의심스러운 자였다. 오랜 친구지만, 믿을 수 없었다. 배후 조종자의 의도에 따라서 움직이는 거 같았다. 그 움직임은 자발적일 수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배후 조종자의 의도를 따를 수 있었다.


유강인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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