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30_사망 원인을 밝혀라!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강인아. 나 동철이야.”


박동철의 목소리가 핸드폰 스피커에서 들렸다. 유강인이 일부러 태연한 척하며 답했다.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래, 어서 말해.”


“강인아, 지금 통화 괜찮지?”


“지금 괜찮아, 어서 말해.”


“다름이 아니라 지단길 소장님이 너를 만나고 싶어 하셔.”


“뭐?”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움찔했다. 지박사가 이렇게 빨리 만남을 요청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 지단길 그자가 급한 모양이군. 하긴 아버지를 극진하게 생각하는 자이니, 내 말을 듣고 싶겠지. 난 목격자니까.’


유강인이 답했다.


“그래, 알았어.”


“약속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하셨어. 오늘 괜찮아?”


“그래? 그럼, 오늘 만나면 되겠군. 늦은 오후나 저녁이면 괜찮을 거 같아.”


“알았어. 저녁 식사 자리를 잡을게. 지금 어디에 있어?”


“인천에 있어. 인천에 사건이 있어서 ….”


“뭐? 인, 인천이라고?”


박동철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유강인이 그러면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박동철이 계속 의심스러웠다. 뭔가를 아는 게 분명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박동철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강인아, 서울에서 인천에 가까운 호텔을 예약할게. 오후 6시 괜찮아?”


“응, 괜찮아.”


“그럼, 그때 보자. 약속 장소는 문자로 보내줄게.”


“알았어, 그때 보자.”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지단길 박사를 떠올렸다. 지박사가 계속 혀를 날름거렸다. 그 모습이 굶주린 뱀 같았다.



*



탐정단과 원창수 형사가 경찰서에서 나왔다. 넷이 탐정단 밴을 타고 첫 번째 사망자인 이민희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민희는 32세 여성이었다. 사망 장소는 컴퓨터 학원이었다. 학원은 인천 번화가인 중인구 대로에 있었다.


30분 후, 탐정단 밴이 학원 앞 대로에 멈췄다. 유강인과 황정수, 원창수 형사가 차에서 내렸다. 황수지는 핸들을 돌렸다, 근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야 했다.


유강인이 앞에 있는 건물을 살폈다. 10층 상가 건물이었다. 1층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고 4층에 ‘세영 컴퓨터 학원’이 있었다.


“세영 컴퓨터 학원.”


유강인이 학원 이름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원창수 형사가 말했다.


“학원은 4층에 있습니다. 어서 올라가시죠.”


“네. 갑시다.”


유강인과 황정수, 원형사가 상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셋이 1층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찾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원창수 형사가 말했다.


“유탐정님, 사건 당일,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이민희씨는 걸어서 4층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를 CCTV로 확인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우리도 걸어서 올라갑시다. 이민희씨 동선을 그대로 따라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계단을 찾았다. 저 앞에 계단 출입문이 있었다.


수사팀이 계단 출입문을 열고 계단을 올랐다.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계단이었다.


5분 후, 4층에 오른 수사팀이 계단 출입문을 열고 4층 복도로 나갔다.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복도 조명이 밝지 않았다. 복도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20대 후반 남자였다.


그가 수사팀을 보더니 안절부절못했다. 딱 봐도 학원 관계자 같았다.


원창수 형사가 20대 남자에게 걸어가 말했다.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 원창수 형사입니다. 세영 컴퓨터 학원에서 나오셨나요?”


20대 남자가 급히 답했다.


“네, 맞습니다. 세영 컴퓨터 학원장입니다.”


“그렇군요.”


4층 복도에서 수사팀을 기다리던 20대 남자는 세영 컴퓨터 학원장이었다.


중간 키에 마른 남자였다. 짧은 머리에 평범한 얼굴이었다. 그가 침을 꿀컥 삼키고 말을 이었다.


“경찰에서 연락을 받고 형사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가시죠.”


“네, 감사합니다.”


원창수 형사가 감사를 표하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탐정단한테 어서 따라오라고 고갯짓했다.


유강인과 황정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고 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 학원 출입문이 있었다. 학원장과 수사팀이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학원은 예상보다 넓었다. 컴퓨터 책상이 20개나 있었다. 햇볕이 아주 잘 들어와 초겨울이지만, 따뜻했다.


학원 안에 수강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재 임시 휴업 중이었다.


학원장이 20개 책상 중 가운데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책상에 이민희씨가 앉았습니다. 저는 앞에 있는 강사 컴퓨터에 앉아 있었고요. 당시 학생들은 이민희씨를 표함 해 총 다섯이 있었습니다.”


유강인이 학원장의 말을 경청했다.


“이민희씨가 저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한 1분이나 2분이 지난 후 비명이 들렸습니다. 이민희씨가 검은 피를 책상에 토하고 맥없이 쓰러졌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왼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러다 이민희가 앉았던 자리로 걸어갔다. 책상과 의자, 컴퓨터, 모니터가 있었다. 검은 피는 이미 치워서 보이지 않았다.


“여기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태블릿 PC를 유강인에게 건넸다. 유강인이 태블릿 PC를 받고 사진을 살폈다.


젊은 여성이 책상에 머리를 떨어트리고 죽었다. 입에 검은 피가 묻어 있었고 책상에 검은 피가 흥건했다. 하얀 책상이라 검은 피가 아주 잘 보였다.


유강인이 사진을 자세히 살피고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면밀하게 살폈다.


평범한 컴퓨터 학원이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수강생 자리와 강사 자리, 대형 스크린, 빔프로젝터, 생수통, 휴지통 등이 있었다.


유강인이 학원을 쭉 살피고 학원장에게 말했다.


“이민희씨가 언제부터 학원을 다녔죠?”


“한 달 전부터 학원을 다녔습니다.”


“어떤 학생이었죠?”


“쾌활한 학생이었습니다. 낯이 참 밝았습니다. 인사를 잘해서 다른 학생들과 잘 지냈습니다.”


“건강 상태는 좋아 보였나요?”


“네, 좋아 보였습니다.”


“사망 당일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별다른 건 없었습니다. 다른 날과 같았습니다.”


“그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고 들었는데 ….”


“맞습니다. 그날 하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습니다. 그래서 수강생들이 고생했습니다. 계단을 올라서 학원으로 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 났었나요?”


“그건, 아닙니다. 점검 때문에 임시로 멈춘 적은 있지만, 고장 난 적은 그때가 처음입니다.”


“학원을 얼마 동안 운영하셨죠?”


“다른 분에게 양도받고 3년 정도 운영했습니다.”


“3년 동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죠.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점검은 언제가 마지막이었죠?”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아닌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건 관리실을 통해 확인하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원창수 형사를 쳐다봤다.


원형사가 아! 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곧바로 관리실에 연락했다. 공손히 협조를 구했다.


그렇게 사건 현장 조사가 끝났다.


수사팀이 학원장에게 인사하고 학원에서 나왔다. 밖에 황수지가 있었다.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수지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뭐 특별한 게 있었어요?”


유강인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수지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사팀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곧바로 관리사무실로 향했다.


관리사무실은 1층에 있었다. CCTV 통제실도 같이 있었다.


“오셨군요. 관리소장입니다.”


관리소장이 깍듯한 목소리로 수사팀에게 말했다. 정중히 인사를 한 후 사건 당일 CCTV를 재생했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에서 이민희가 보였다. 인도를 걸어서 학원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이민희는 긴 생머리에 키가 컸다.


엘리베이터 앞에 갔다가 고장 난 걸 확인하고 계단 출입문으로 향했다. 출입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 4층에 다다랐다.


4층 복도에 들어온 이민희가 걸음을 멈췄다. 가쁜 숨을 골랐다. 계단을 오른 게 벅찼던 거 같았다. 그녀가 숨을 고르고 학원으로 향했다.


학원 안은 CCTV는 없었다. 그 이후의 일은 학원장과 수강생들의 증언에 의존해야 했다.


목격자는 총 여섯이었다. 그들의 증언은 한결같이 같았다. 다른 말을 하는 자는 없었다.


“잘 봤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관리소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관리소장이 맞절하고 말했다.


“그 학생은 저도 아는 사람입니다. 건물에 들어오면 경비에게 깍듯이 인사했습니다.

그래서 참 예의가 바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죽었다고 들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군요. 예의가 바른 분이셨군요.”


유강인도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민희는 32세였다. 죽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다음 사망자는 김동화였다. 김동화의 사망 장소는 동네 헬스클럽이었다.


헬스클럽은 인천 시내가 아니었다. 김동화의 집 근처였다. 시 외곽에 있는 주택 단지로 가야 했다.


탐정단 밴이 서둘러 움직였다. 시내에서 시 외곽으로 향했다. 30분을 달린 후 빌라 단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오래된 빌라가 밀집한 동네였다.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전원 빌라였다. 주변에 숲이 울창했다.


유강인과 원창수 형사, 황정수가 차에서 내렸다.


“공기가 참 좋은 곳이군.”


유강인이 빌라 단지를 쭉 살피며 말했다.


빌라 정문 근처에 상가 건물이 있었다. 기다란 2층 건물이었다. 2층에 헬스클럽이 있었다. 빌라 주민들이 찾는 곳이 분명했다.


“어서 가시죠!”


원창수 형사가 크게 말하고 앞장섰다.


“알겠습니다.”


수사팀이 상가 건물로 향했다.


황수지는 빌라 안으로 들어가 공터에 차를 주차했다.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받아서 주차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상가 건물로 들어간 수사팀이 계단을 올랐다. 2층 복도에서 헬스클럽을 찾았다. 복도 중간쯤에 헬스클럽 출입문이 있었다.


출입문 위에 헬스클럽 간판이 있었다. 간판에 ‘메가톤짐’이라고 적혀 있었다.


원창수 형사가 메가톤짐을 확인하고 말했다.


“사건 현장은 메가톤짐이 맞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알겠습니다.”


수사팀이 출입문을 열고 헬스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헬스클럽은 그 규모가 작지 않았다. 30명 정도가 운동할 수 있는 크기였다.


바닥에 각종 헬스 기기 즐비했다. 아령, 런닝머신, 벤치 프레스, 벨트 마사지기 등이 있었다.


헬스클럽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둘 다 키가 크고 근육질이었다. 30대 남자와 20대 여자였다.


딱 봐도 헬스클럽 강사였다. 남자는 보디빌더답게 구리색 피부였다.


헬스클럽은 세영 컴퓨터 학원처럼 한적했다. 일반 회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컴퓨터 학원처럼 임시휴업하는 거 같았다.


원창수 형사가 둘에게 걸어가 말했다.


“인천 북부경찰서 강력반 원창수 형사입니다.”


“아, 형사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메가톤짐 강사들입니다.”


둘은 헬스클럽 강사가 맞았다.


여자 강사가 말했다.


“먼저 음료라도 드실까요?”


“음료는 사양합니다. 할 일이 많아서 ….”


강사 둘이 서로 쳐다봤다. 여자 강사가 고개를 끄떡이더니 한 손을 들었다. 오른쪽 구석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곳에 벤치 프레스가 있었다.


“우리 헬스클럽 회원이신 김동화씨가 벤치 프레스 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셨습니다. 그때 입에서 검은 피를 막 쏟아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급히 119를 불렀습니다. 쾌유를 빌었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벤치 프레스로 걸어갔다.


김동화가 마지막으로 사용한 운동 기구를 자세히 살폈다.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운동 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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