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편 <검은 피, 저주의 서릿발>
조사실 조명은 어두웠다. 사람의 인상착의만 분간할 수 있었다.
유강인이 자리에 앉았다. 형사과장 맞은 편 자리였다.
“으으으~!”
형사과장이 무척 괴로운 듯 신음을 내뱉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이 괴로움에 일그러졌다. 무척 슬픈 눈빛으로 유강인을 쳐다봤다.
‘그렇군.’
유강인이 그 눈빛을 보고 형사과장의 심적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형사과장이 뭔가를 굉장히 두려워하는 거 같았고 가슴 아파하는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형사과장의 남모를 아픔을 헤아리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사과장님, 혹 가족 중에 아픈 분이 계시나요?”
“그, 그건 ….”
형사과장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질문을 이었다.
“그분이 자가면역질환으로 고통받으시나요?”
형사과장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 남모를 아픔을 드러냈다.
유강인이 형사과장의 슬픈 눈빛을 보고 생각했다. 분신과 같은 자식이 아프다고 여겼다. 그가 말했다.
“혹 따님이나 아드님이 아프시나요?”
형사과장이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딸이 무척 아픕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참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딸의 병을 고치려, 아버지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거 같았다.
유강인이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천이 … 혹 무슨 약속을 했나요?”
“청천이요?”
청천이라는 말에 형사과장의 두 눈이 세 배로 커졌다. 그가 매우 놀란 나머지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거 같았다.
‘그렇군.’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형사과장의 정체를 알아챘다. 그는 청천의 일원이었다.
한 아버지가 아픈 딸을 고치려 사이비 종교이자, 살인 집단인 청천과 손을 잡았다.
딸이 매우 위중했던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고위직 경찰이 사이비 종교와 손을 잡을 리 없었다.
유강인이 착잡한 마음을 뒤로하고 질문을 이었다.
“청천의 교주가 지시를 내렸나요. 저를 추천하라고 지시했나요?”
형사과장이 대답 대신 두 눈을 꼭 감았다. 고개를 돌려 그 질문을 회피했다.
유강인은 진실을 파헤쳐야 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청천은 사이비 종교 집단입니다. 그들의 약속은 모두 거짓입니다.
누구도 고칠 수 없는 자가면역질환을 고친다고 약속했겠지만, 그건 사람을 속이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 거짓말에 속은 사람 중 셋이 죽었고 다섯이 실종됐습니다. 그런데도 청천을 여전히 따르나요?”
형사과장이 유강인의 말을 계속 외면했다.
유강인이 안타까움을 내뱉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교주를 철썩 믿기 마련이었다.
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불가피한 희생이라면 이를 합리화했다. 그렇게 교주와 신도 모두 잔혹한 범죄의 공범이 되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청천의 교주를 잠시 생각했다.
청천 교주는 배후 조종자인 병아리 2인 거 같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교주도 병아리 2한테 조종당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입을 열 거 같지는 않군. 교주가 분명 무슨 약속을 한 거 같아. 그걸 철썩 믿고 있어.
그걸 유일한 동아줄이라 생각하는 거 같아. 하지만 그렇지 않아. 그건 섞은 동아줄이야. 잡으면 바로 추락하는 함정이야.’
유강인이 타오르는 안타까움을 감추고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했다.
형사과장이 답을 하지 않더라고 그의 눈빛과 떨림으로 그 진위를 파악해야 했다. 거짓말 탐지기처럼 진위를 파악해야 했다.
유강인이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형사과장님. 청천이 혹, 우경 메디칼과 관련이 있나요?”
“네에?”
우경 메디칼이라는 말이 등장하자, 형사과장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치 커다란 비밀이 들킨 듯했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는 우경 메디칼을 잘 알고 있다는 뜻과 같았다.
유강인이 형사과장의 반사적인 행동을 보고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경 메디칼은 새날 카페에 자가면역질환 임상실험을 게시한 단체였다.
이 단체는 무척 의심스러운 짓을 했다. 다섯이 실종되기 전 그 게시물을 삭제했다. 생동성 실험을 게시한 DM 제약은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경 메디칼은 DM 제약보다 훨씬 의심스러웠다. 우선순위로 조사해야 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형사과장이 이제 다 틀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신을 속여도 유강인을 속일 수 없다는 듯 자포자기한 거 같았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청천과 관련된 임상실험 단체를 찾았다.
그건 바로, 우경 메디칼이었다. 임상실험 장소는 우경임상실험센터였다. 그곳을 어서 조사해야 했다.
유강인이 형사과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딸을 어떻게든 구하려는 아버지는 죄가 없지만, 경찰로서 범죄의 진상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는 건 범죄였다.
유강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사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 뒤에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형사과장이 두 눈에서 눈물을 장대비처럼 쏟아냈다. 그 우는 소리가 진실을 말했다.
그는 청천과 관련된 인물이었고 그 죄가 중했다.
현재 청천과 관련된 자들이 셋이나 죽고 다섯이 실종됐다. 그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였다.
유강인이 조사실 밖으로 나오자, 수사팀이 그에게 다가왔다. 수사팀은 하진석 형사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들이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형사과장이 청천과 관련됐다는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강력 범죄를 잡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범죄자와 한편이었다. 그리고 형사과장의 사연을 듣고 가슴 아파했다.
형사과장의 딸은 태어날 때부터 자가면역질환으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 아버지의 커다란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강력반 사무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러내렸다.
유강인도 그 침묵을 느꼈다. 그도 슬펐지만, 마냥 슬퍼할 수는 없었다.
지금 실종된 다섯이 위험했다. 청천은 셋이 죽도록 내버려 뒀다. 그만큼 실험의 끝이 다가왔다.
다섯도 언제 토사구팽 될지 알 수 없었다. 그 최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김형사님, 지금 당장 CCTV를 보고 싶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일부러 큰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제 자리로 가시죠.”
“네, 서둘러야 합니다. 사건을 신속히 풀고 앞으로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 후퇴는 있을 수 없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수사팀이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지금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었다. 일단 청천의 만행을 막아야 했다. 그게 급선무였다.
수사팀이 급히 움직였다. 김기동 형사 자리에서 거리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카메라가 학원과 헬스클럽 주변을 비췄다. 김형사의 말대로 한 사람이 보였다.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였다. 머리가 길어서 허리까지 내려왔다. 나이는 30대에서 40대로 보였다. 정황상 청천의 감시자였다.
감시자로 보이는 여자는 두 개의 영상에서 각기 다른 옷을 입었다.
학원 근처 CCTV에서는 하얀색 파카와 아이보리색 바지를 입었고 얼굴에 하얀색 마스크를 썼다.
헬스클럽 근처 CCTV 영상에는 검은색 가죽 잠바를 입고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깔맞춤하듯 얼굴에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마스크를 옷 색깔에 따라서 맞춰 입었다. 패션 감각이 좋은 여자였다.
마스크를 쓴 여자가 사방을 둘러봤다. 도로에서 경찰차와 구급차가 보이자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마치 경찰차와 구조차를 기다린 거 같았다.
유강인이 영상을 살피고 고개를 끄떡였다. 감시자로 보이는 여자는 경찰차와 구조차가 오는 길목에 있었다.
이는 아주 의도적인 행동 같았다. 이민희와 김동화가 죽기를 기다렸다가 경찰차와 구급차가 달려오자, 이를 확인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마치 이 사실을 보고하려고 어딘가로 가는 거 같았다.
김기동 형사가 영상을 유심히 보다가 스톱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이 장면을 자세히 보세요. 여기는 컴퓨터 학원 근처입니다. 마스크를 쓴 여자가 왼손으로 마스크를 위로 올리고 오른손을 들었습니다.
오른손 엄지손톱을 입으로 깨물었습니다. 다음 장면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다른 장면을 찾았다. 스톱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여기는 헬스클럽 근처 인도입니다. 마스크를 쓴 여자가 여기서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손 엄지손톱을 입으로 물어뜯었습니다.”
“맞네! 참 잘했어. 김형사! 브라보!”
원창수 형사가 영상을 확인하고 껄껄 웃었다. 김형사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수많은 행인 중에서 한 명을 꼭 짚어서 용의자를 잡아냈다. 뛰어난 관찰력과 눈썰미였다. 그리고 행동 분석도 아주 좋았다.
원형사가 김기동 형사에게 말했다.
“김형사, 좋은 거 먹냐? 나도 먹자. 좋은 거 있으면 나랑 공유하자.”
김형사가 실실 웃으며 답했다.
“전 서장님 지시에 따라서 매일같이 결명자차를 석 잔씩 마시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이 맑아지는 거 같아요.”
“오! 그래. 나도 오늘부터 결명자차를 매일 2리터씩 때린다! 이놈들 다 죽었어!”
원창수 형사가 다시 쉐도우 복싱을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 듯 원투 스트레이트에 훅, 잽, 어퍼컷까지 날렸다.
유강인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저 여자를 계속 따라가세요. 저 여자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크게 외쳤다. 그가 CCTV 통제 센터에 연락했다.
유강인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현재 시각은 오후, 12시 40분이었다. 그가 수사팀에게 말했다.
“점심 먹고 우경임상실험센터에 가겠습니다. 그곳이 청천과 연결된 거 같습니다.”
원창수 형사가 서둘러 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점심은 … 경찰청 근처에 맛집이 있습니다. 삼겹살 정식이 끝내줍니다. 그것 먹고 가시죠.”
“좋습니다. 삼겹살 먹고 힘냅시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수사팀이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점심 특선으로 삼겹살 정식을 파는 곳이었다. 가격은 만 원이었다.
*
“우와 야들야들하네.”
황정수가 잘 익은 삼겹살을 먹으며 대만족했다. 그가 말했다.
“역시 세상은 넓고 넓어요. 전국에 맛집이 널렸습니다. 역시 현지인 소개가 최고입니다.
맛집 소개는 가짜가 참 많아요. 별로인데 맛있다고 과장해요. 그런 거짓말을 제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 것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하잖아요.”
“그렇지. 맞는 말이야. 기대가 크면 실망이 배가 되지.”
유강인이 밥에 삼겹살을 척 올려놓고 말했다. 그가 잘 익은 삼겹살을 보고 군침을 흘렸다. 입을 크게 벌리고 삼겹살과 밥을 먹었다.
꼭꼭 씹으며 황정수에게 말했다.
“아, 정수, 약속이 생겼어. 임상실험센터를 방문한 후에 서울 골드 메리트 호텔에 가야 해. 거기에서 지단길 박사를 만나기로 했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골드 메리트 호텔이라면 … 나름 유명한 호텔이니 수지가 길을 잘 찾을 겁니다.”
황수지가 물을 마시고 말했다.
“탐정님, 골드 메리트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 알 거 같아요. 빨리 갈 수 있어요.”
“알았어. 좋았어. 어서 먹자고.”
“네!”
수사팀이 열심히 점심밥을 먹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보충했다. 맛있는 밥이라 모두 두 공기씩 먹었다. 그렇게 두둑이 배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