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0_32_청천의 감시자와 포섭된 자

탐정 유강인 20편 <검은피, 저주의 서릿발>

by woodolee

원창수 형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왜 그렇게 하는 거죠? 그 의도가 뭐죠? 도대체 뭘 얻으려고 그런 짓을 하는 거죠?”


유강인이 잠시 생각했다. 쉽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현재로서는 … 그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습니다. 정황상 치료제를 빙자한 생물학적 무기가 등장한 거 같습니다.

그 무기로 인해 셋이나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이 살인은 살인자의 흔적이 남지 않는 교활한 범죄입니다.”


“생물학적 무기라고요! 이거 엄청 큰일이네요.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기라면 정밀 부검해도 그 진상을 밝히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뛰어난 과학자 집단이 살인 무기를 만든 게 분명합니다.”


“혹 배후 조종자가 죽은 셋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요? 원한이라든지 ….”


유강인이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글쎄요. 배후 조종자가 사망자 셋한테 원한이 있을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제물로 바쳐진 희생양으로,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사람을 죽여서 얻는 게 있다는 말이죠?”


“맞습니다. 생물학 무기인 약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병을 치료하든, 병을 악화하든 간에 ….”


“우와! 병아리 2는 정말 무서운 인간이네요. 이런 끔찍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다니 …. 사람이 아닙니다.

옛날에 그런 일들이 있었잖아요. 전쟁 포로를 잡아다가 제물로 바쳤다고 들었습니다.”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원창수 형사의 말대로 병아리 2는 인간성이 사라진 거 같았다.


껍데기는 인간이지만, 마음은 따뜻함을 찾을 수 없는 빙하와 같았다.


그리고 그는 인간을 탈을 쓴 기계였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계 인간과 같았다.


황정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탐정님, 이상한 게 있어요. 셋 다 은밀한 곳에서 죽지 않았어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죽었어요.

이명세씨가 죽은 골목은 으슥하기는 하지만, 사람이 다니는 골목이에요.

병아리 2는 대단한 사람이잖아요. 셋을 아주 은밀한 곳에서 죽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대낮에 셋을 그것도 연달아 죽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잖아요. 병아리 2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죠?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도 계획의 부분인가요? 탐정님을 사건에 끌어들인 것처럼 ….”


유강인이 좋은 질문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답했다.


“아주 좋았어. 정수 생각이 점점 깊어지는군. 병아리 2는 … 셋의 죽음을 감출 생각이 없었던 거야. 감시자를 통해 어디에서 죽었는지만 확인했을 거야.”


“네에? 왜 그렇죠? 경찰 수사를 감수하겠다는 뜻인가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아마도 … 실험이 막바지인 거 같아. 그래서 용도가 다 된 실험체를 버린 거 같아. 경찰이 시신을 보고 수사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거 같아.”


“시, 실험이 막바지라고요?”


“그렇지. 그러니까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 실험 초기라면 시신을 감쪽같이 숨겼을 거야.

그러다 실험이 막바지에 다가오자, 막 나가는 거야. 목적 달성이 코 앞인 거지.”


“이거 참 큰일이네요.”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병아리가 2가 지금 여유를 부리는 거 같아. 그래서 나를 부른 거야.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나와 한판 붙으려는 게 분명해. 집에 온 양갱이 그걸 증명해.

자신의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거 같아. 난 놈의 위대함에 하나도 관심이 없는 데 놈은 그렇지 않은 거 같아.”


황정수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탐정님 말씀대로라면 조만간에 다른 시신이 나타날 거 같아요. 실종된 다섯도 용도가 다 되면 폐기처분, 아 그건 너무 심한 말인가? 다섯도 해를 입을 거 같아요.”


“그렇지! 그래서 실종자 다섯을 빨리 찾아야 해.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실종자 중 한 명인 김희애씨가 아침에 어머니에게 전화했어.

다섯이 아직 살아있는 게 분명해. 정황상 그들은 단순 신도가 아닌 거 같아. 청천의 주요 멤버인 거 같아.

그래서 함부로 죽이지는 않을 거야. 다섯을 찾을 희망은 아직 있어.”


“그렇군요.”


“자, 이제 차에 타자고.”


“네!”


수사팀이 탐정단 밴으로 향했다.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들렸다. 원창수 형사의 전화였다. 원형사가 서둘러 전화 받았다. 발신자는 파트너 형사인 김기동 형사였다.


김형사는 강력반 사무실에서 CCTV 통제센터에서 받은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김형사!”


“네, 선배님. 실종자 다섯의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인상착의가 유사한 사람이 두 개의 영상 속에 있습니다.”


“오! 그래.”


원창수 형사가 아주 기뻐했다.


김기동 형사가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영상 두 개를 번갈아 보다가 말을 이었다.


“거리 CCTV 범위를 사망 장소 중심으로 500m 반경까지 넓혔습니다. 그러자 한 여성이 포착됐습니다. 이민희씨, 김동화씨 근처에 그 여성이 있었습니다.”


“알았어. 지금 유탐정님과 함께 서로 갈 테니까 그 영상을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형사가 유강인 탐정님께 이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 하형사가 뭐라고 했는데?”


“유탐정님 지시하신 대로 한 명을 찾았답니다. 그 사람이 조사실에 있답니다.”


“오! 그래. OK! 일이 술술 잘 풀리는군. 흐흐흐! 알았어.”


원창수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기쁜 나머지 허공에다 원투 펀치를 잽싸게 날렸다. 날렵한 주먹질이었다. 그가 급히 유강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아, 참 잘됐네요.”


유강인도 기쁜 표정을 찾았다. 드디어 사이비 종교이자 살인 집단 청천과 관련된 한 명을 찾았다. 아울러 청천에 포섭된 경찰도 찾았다.


“아주 좋습니다. 어서 서로 갑시다.”


“네!”


수사팀이 급히 움직였다. 서둘러 탐정단 밴에 올라탔다. 차가 곧장 인천 북부경찰서로 향했다.



**



강력반 사무실이 급히 열렸다. 수사팀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유강인이 급히 하진석 형사와 김기동 형사를 찾았다.


“하형사님! 김형사님!”


“네. 여기 있습니다.”


김기동 형사가 헐레벌떡 유강인 앞으로 달려왔다. 그가 입을 열었다.


“유탐정님! 이민희씨 사망 당일인 17일과 김동화씨 사망 당일인 19일 CCTV 영상에서 동일인으로 보이는 여성을 찾았습니다.

이틀 간격이 있어 옷차림이 달라졌지만, 행동거지가 같았습니다. 학원과 헬스클럽 근처를 별 이유 없이 왔다 가며 아주 유사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아주 유사한 행동이라고요? 그게 뭐죠?”


유강인의 말에 김형사가 오른손 엄지를 입에 갖다 댔다. 손톱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그 여자가 오른손 엄지손톱을 입에 대고 물어뜯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 그건 긴장할 때 보이는 습관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입니다.”


유강인이 오른 주먹을 꽉 쥐었다.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는 뜻이었다. 그는 인천 북부경찰서의 발빠른 수사력에 감탄했다.


“흐흐흐! 제가 하나에서 열까지 가르친 형사들입니다. 업어다 키운 후배들입니다. 이제 참 많이 컸네요.”


원창수 형사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배 형사들이 기대한 대로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다.


김기동 형사가 보고를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올해 인천에서 자가면역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생동성 실험와 임상실험을 조사했습니다. 그러자 두 군데로 좁혀졌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것도 수사에 진척이 있군요.”


유강인이 기쁜 나머지 손뼉을 짝! 쳤다.


김형사가 말을 이었다.


“사실 새날 카페 회장님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회장님께 혹시나 해서 연락했는데, 회장님도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였습니다.

그분이 카페 관리자답게 게시물을 잘 기억했습니다. 그분 기억으로 올해에 생동성 실험과 임상실험 광고가 각각 하나씩 올라왔답니다.”


“김형사님, 생동성 실험은 무슨 뜻이죠?”


“생동성 실험은 생물학적 동등성 생체실험으로 복제 약을 실험하는 거랍니다.”


“아, 그렇군요.”


“회장님이 게시물을 보고 두 군데 다 지원했답니다. 그래서 두 단체를 똑똑히 기억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확인해보니 한 군데 게시물이 삭제되었답니다.”


“아! 그래요! 이거 아주 잘 됐군요.”


유강인이 쾌재를 불렀다. 배후 조종자, 병아리 2의 존재를 간파하자, 수사에 속도가 착 붙기 시작했다.


열심히 기어가는 거북이 등에 터보 엔진이 달린 듯했다. 거북이가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환하게 웃자, 조수 둘과 원창수 형사도 환하게 웃었다. 김기동 형사도 덩달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생동성 실험은 DM 제약에서 주관했습니다. 임상실험는 우경 메디칼에서 주관했습니다.

우경 메디칼은 인천에서 유명한 병원인 우경병원에 속해있습니다. 지원자는 우경병원 산하에 있는 우경임상실험센터에서 받았습니다.

DM 제약은 부일병원 의학센터에서 지원자를 받았습니다.”


“게시물이 삭제된 곳이 어디죠?”


“그곳은 우경 메디칼입니다.”


“우경 메디칼이 어떤 곳인지 조사하세요. 거기가 아주 의심스럽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형사님은 어디에 계시죠?”


“지금 강력반 조사실에 형사과장님과 같이 있습니다.”


“네에? 혀, 형사과장님이라고요?”


형사과장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깜짝 놀랐다.


“그렇습니다. 둘이 유강인 탐정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강인이 침을 꿀컥 삼켰다. 실종자 부모에게 유강인을 추천한 사람이 드러났다. 그는 인천 북부경찰서 형사과장이었다.


형사과장은 경찰서 내 고위직이자 요직이었다. 형사과장의 추천이라면 믿을 만했다.


“그렇군. 그렇게 해서 내가 인천으로 오게 된 거군. 아주 잘 짠 계획이야. 훌륭해, 병아리 2. 나와 한판 붙을 자신감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군.”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조수 둘과 원창수 형사가 따랐다. 원형사가 계속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사실에 상관인 형사과장이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조사실은 수사관, 참고인, 피의자가 있는 곳이었다. 수사관이 아닌 형사과장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유강인의 눈치를 슬슬 살폈다.


유강인은 아무런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진실을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원창수 형사가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왼손으로 왼쪽 뺨을 빡빡 긁었다.



*



조사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에 둘이 있었다. 한 사람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사건 담당 수사관, 하진석 형사였다.


수사팀이 들어오자, 하형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개를 푹 숙인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문제의 형사과장이었다.


유강인이 잠시 형사과장을 내려다봤다. 그는 작은 키에 몸집이 작았다. 왜소한 체격이었다.


조사실에 무거운 침묵이 흘러내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누가 큰 죄를 지은 거 같았다.


“하. 이거 참 이상하네?”


원창수 형사가 참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고개를 푹 숙인 형사과장에게 말했다.


“형사과장님! 원창수 형사입니다. … 고개를 드세요. 지금 유강인 탐정님이 오셨습니다. 서장님이 지시하셨습니다. 유탐정님께 항상 깍듯이 예의를 갖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형사과장이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거 같았다.


“이거 참. 분위가 요상하네. 무슨 일이 있나?”


원창수 형사가 이번에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돌아가는 분위기상 상관인 형사과장이 피의자 같았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조사실에 침묵이 다시 흘렀다. 무척 괴로운 침묵이었다.


유강인이 그 침묵을 깨고 말했다.


“형사과장님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조사실에 나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참, 아까까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지금은 왜 이러지?”


“그러게 말이에요.”


원창수 형사와 황정수, 황수지가 서로 쳐다봤다. 하진석 형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형사과장의 실체를 알고 있었다.


수사팀이 조사실에서 나가자, 삭막한 조사실에 유강인과 형사과장 단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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