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39_박영기 변호사 VS 유강인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고급 세단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이동했다. 운전사가 핸들을 이리저리 꺾었다. 그렇게 앞선 차들을 추월했다.


차 안에 성동연합모임 고문변호사 박영기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면도도 못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거친 수염이 마음에 걸리는지 계속 핸드폰을 들고 얼굴을 살폈다.


“젠장! 면도할 시간조차 없군.”


박병호사가 한동안 구시렁거리다가 뭔가가 생각이 난 듯 급하게 어딘가로 전화 걸었다.



삐리릭!



“그래, 박변호사. 지금 어디야?”


“지금 서울경찰청 조사실로 가고 있습니다, 성주님.”


“라미경뿐만 아니라 김철수, 이도식도 잡혔다고?”


“네, 그렇습니다. 스토커를 처단하려다 잡힌 독고승, 김만호까지 총 다섯 명이 잡혔습니다.”


“이거 정말 큰 일이군. 다 내 심복들인데. 이를 어떡하지?”


“제가 최대한 형량을 줄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주님께 해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걔들이 혹 경찰에 다 불지 않을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사람들 모두 성주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들은 성주님을 수호하는 비밀 장로들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강후식처럼 배신하지 않을까?”


“하하하! 성주님, 간이 작아지셨군요. 잘 생각해보세요, 성주님마저 없으면 그들의 가족을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형량을 어떻게 줄이겠습니까? 그들에게 희망은 성주님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장로들은 수십 년 동안 나와 동고동락 한 사이야. 10년 전 나를 배신한 강후식 그놈하고는 결이 다르지.”


“그런데 성녀님을 어떻게 할까요? 경찰이 성녀님께 사실을 말할 텐데 … 이를 어떡하죠?”


“그게 참 난감한 일이긴 해. 성녀가 신심이 좋아서 나를 의심하지 않으리라 믿었지만 ….”


“그냥 교단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났고 그래서 오해 끝에 사고가 났다고 둘러대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습니다. 성주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잘 설득하겠습니다. 그러면 성주님을 원망하기는 하겠지만, 그 선에서 끝나겠죠.”


“그거, 좋은 생각이군. 역시 자네는 머리가 좋아. 그래서 자네 월급을 두둑이 챙겨 주는 거야.”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는 항상 성주님 은혜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배신하는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알았네. 가서 잘 처리하고 오게. 장로들에게 입만 꾹 다물면 엄청난 보상이 있을 거라고 은밀히 말해. 몇 년만 살다 나오면 된다고 잘 타일러. 그동안 가족은 내가 확실히 책임진다고 말해.”


“네, 잘 알겠습니다. 성주님.”


박영기 변호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가 편안한 자세로 생각에 잠겼다.


차가 빠른 속도로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향했다.


30분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운전사가 입을 열었다.


“박변호사님! 목적지에 거의 다 왔습니다. 10분 후에 도착합니다.”


“그래, 알았어.”


박영기 변호사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30분 전 황보술한테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그도 별수가 없었다. 장로들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불안했다. 경찰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거 같아 불안감에 휩싸였다.



**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반 조사실


행운 빌라 살인 사건, 살인 피의자 김철수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유강인이 있었다. 유강인 뒤에는 이호식, 차수호 형사가 병풍처럼 서 있었다.


“아야! 너무 아파!”


김철수가 얼굴에 난 상처가 아픈지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이호식, 차수호 형사와 난투극을 벌였다. 그때 얼굴과 다리, 몸통 곳곳에 타박상을 입었다. 구급차에서 응급조치했지만, 찢어진 곳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지금 너무 아파서 쉬고 싶어요. 조사는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형사님!”


김철수가 우는 얼굴로 이호식 형사에게 말했다. 이형사가 단호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엄살떨지 마라! 나도 너처럼 다쳤다. 네놈이 하도 몸부림치는 바람에 나도 여기저기 멍들고 찢어졌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 너도 쓸데없는 잔머리 굴리며 조사 피할 생각일랑은 하지 마라! 벌써 치료받았잖아!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었겠지?”


이호식 형사의 호통에 김철수가 찍소리도 못했다. 김철수가 실망한 표정으로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가 시계만 쳐다봤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유강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철수씨! 지금 누굴 기다리나요? 아! 고문변호사를 기다리는군요. 그런다고 죄가 없어지지 않습니다. 피 묻은 책에서 살점이 나왔고 그 살점의 유전자는 바로 당신 것이었습니다. 이건 명백한 증거입니다. 10년 전 그날, 강후식 가족이 살해될 때 그 현장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이건 당신이 범인이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제 사실대로 말해요, 어서!”


유강인의 호통에 김철수가 괴로운지 오만상을 찡그리며 귀를 막았다. 10년 전 일이 다시 떠오르는지 온몸을 떨었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두 손에서 핏기가 사라지고 창백해졌다.


유강인이 다시 추궁했다.


“도대체 강후식 가족을 왜 죽인 겁니까? 당신은 부부와 12살인 어린 아들까지 해쳤습니다. 이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입니다. 왜 그런 거죠? 성주가 시켰나요? 황보술이 시킨 건가요?”


황보술이라는 말에 김철수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가슴을 콱 조여 오는 심적 고통을 이길 수 없는지 크게 울부짖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건 사고였어! 난 그냥 협박만 하려고 한 건데. 강후식 그자가 나를 조롱해서 실수로 죽인 거야. 단지 실수였다고!”


‘단지 실수’라는 김철수의 후안무치한 말에 형사들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잠시 조사실에 침묵이 감돌았다.


유강인이 두 주먹을 꽉 쥐고 크게 외쳤다.


“뭐, 실수라고? 실수로 세 명이나 잔인하게 죽였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김철수!”


“흑!”


김철수가 울음을 터뜨렸다. 펑펑 눈물을 흘렸다. 눈에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나왔다.


유강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보기에 이 눈물은 참회의 눈물이 아니었다. 너무 억울해서 흘리는 눈물 같았다, 재수 없게 잡혔다는 하소연이었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뭐가 그리 억울하지? 네가 다 뒤집어쓰게 돼서 억울한가? 그러면 사실대로 말해! 사주한 자가 있다고, 어서!!”


그 소리가 조사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이호식, 차수호 형사가 큰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이고! 유형사, 고막 떨어지겠어. 좀 진정해.”


차수호 형사가 인상을 찌푸르며 말했다. 이호식 형사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신입 형사의 목청이 좋았다.



똑똑!



조사실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형사들이 일제히 출입문을 주시했다.


조사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우동식 형사의 안내를 받으며 박영기 변호사가 조사실 안으로 들어왔다.


박영기 변호사는 조사실로 들어오기 전, 우동식 형사한테 사건 브리핑을 받았다. 유전자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말에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박병호사가 펑펑 울고 있는 김철수를 보고 두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제 의뢰인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까?”


“아닙니다, 단지 큰 소리가 났을 뿐입니다.”


유강인이 정색하고 그의 말을 받아쳤다.


박영기 변호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큰소리도 언어폭력입니다. 자중하세요. 피의자 인권 침해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고소라고요? 허! 이거 참.”


유강인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찼다.


“자! 김철수씨, 제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대한 변호하겠습니다.”


박영기 변호사의 말에 김철수가 울음을 그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변호사가 등장하자, 어느 정도 안도한 거 같았다.


박영기 변호사가 김철수 옆자리에 앉았다.


조사실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유강인과 박영기 변호사가 눈빛을 교환하며 탐색전을 벌였다. 박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피해자인 강후식 부부는 성동연합모임에서 감사와 총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리를 이용해서 횡령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황보술 이사장님이 진노하셨습니다. 그런데 뻔뻔하게도 강후식이 이사장님께 죄를 뒤집어씌우고 거액을 요구했습니다. 이 사실은 안 의뢰인 김철수씨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의뢰인은 평소 이사장님을 부모님처럼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후식에게 따지기 위해 찾아간 겁니다.”


“뭐, 뭐라고요? 허허허!”


유강인이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형사님! 지금, 저를 조롱하는 겁니까!”


박영기 변호사가 독기어린 눈빛으로 유강인을 째려봤다. 기분 상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의뢰인 김철수씨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잘 해결하려고 했는데 강후식 그자가 조롱하고 폭력을 행사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겁니다. 계획 살인이 아니라 우발 살인입니다.”


“뭐라고요? 우발적으로 세 명이나 죽였다고요?”


“부인도 같이 이사장님을 협박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러면 어린 아들은? 12살짜리도 이사장을 협박했나요?”


“그건, 음 ….”


“말해보세요. 변호사님! 말도 안 되는 괴변만 늘어놓지 말고!”


“뭐, 괴변?”


박영기 변호사가 괴변이라는 말에 안색이 싹 변했다. 그가 화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크게 일갈했다.


“당신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 고작 말단 형사 주제에 어디서 감히 막말해! 내가 누군지 알고 덤비는 거야! 난 검찰청 차장까지 한 사람이야!”


박영기 변호사의 말에 이호식 형사가 두 눈을 부릅떴다.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중하세요, 변호사님. 언어폭력은 변호사님이 하고 있습니다. 말단 형사라니요? 유강인 형사는 피의자를 수사하는 수사관입니다. 지금 공무 수행 중입니다.”


“뭐라고? 이것들이 …, 진짜, 하!”


박영기 변호사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화가 목까지 치밀어오른 거 같았다. 그가 침을 꿀컥 삼키고 화를 참았다. 여기에서 화를 낸 들 의뢰인에게 득이 될 건 하나도 없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형사님들. 제가 그만 흥분해서 …. 성질을 급해서 그런 거니 이해해 주세요. 아까 말은 취소입니다.”


박변호사가 정중히 고개 숙여 형사들에게 사죄했다. 이번에는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그렇고 … 이건 우발적인 사건입니다. 그때 의뢰인은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심신미약 상태였습니다. 알코올 중독 상태였고 정신과에도 다녔습니다. 그래서 그런 짓을 한 겁니다. 이건 마땅히 고려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하! 이제는 김철수를 정신병자로 모시겠다.”


유강인이 박변호사의 뻔뻔함에 혀에 내둘렀다. 그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차수호 형사를 바라봤다. 이건 신호였다. 차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차수호 형사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다시 조사실 안으로 들어왔다. 황보술과 강후식이 지장으로 서명한 각서 복사본이었다.


“자! 변호사님, 이 각서를 보시죠, 경찰이 확보한 원본을 복사한 겁니다.”


유강인의 말에 박영기 변호사가 서둘러 각서를 살폈다. 순간, 그의 동공이 커졌다.


“이, 이게? 대체 뭐야?”


박영기 변호사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 질렀다.


유강인이 씩 웃고 말했다.


“각서에 적힌 그대로입니다. 횡령은 이사장 황보술씨가 한 겁니다. 강후식씨가 이를 알고 궁극지상 12계 책과 거액을 거래한 거고요.”


“그럴 리 없습니다. 이건 조작된 겁니다. 어디에서 엉터리 종이 쪼가리를 들고 와서 우리에게 증거랍시고 들이대는 겁니까??”


“조작이라고요? 각서 끝에 지장이 있습니다. 지장을 확인해 보니 강후식, 황보술 지장이 맞더군요. 다 확인했습니다. 글씨는 황보술 필적 같은데 필적은 감정하면 금방 나옵니다.”


“뭐라고요?”


박영기 변호사가 종이를 든 두 손을 벌벌 떨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문이 턱 막혔다. 한동안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었다.


1분 후 박변호사가 크게 숨을 크게 내쉬고 정신 차렸다. 그가 김철수에게 귓속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책에서 각서를 발견하고 태웠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뭐라고요? 각서? 이게 그 각서라고요?”


김철수가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각서를 뺏어서 급히 읽었다.


“어! 이건, 그때!”


입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김철수가 떨리는 입을 주체할 수 없는지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막았다. 그러다 박영기 변호사에 귓속말했다.


“이건 가짜에요. 제가 분명히 태웠는데. 그때 이도식도 라미경도 있었어요.”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유강인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굳이 귓속말할 필요 없습니다. 각서를 그때 분명히 없앴는데 다시 나타나서 놀란 모양이군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 10년 전 김철수 당신이 없앤 각서는 복사본이었습니다. 강후식씨가 책과 각서를 복사해서 복사본은 자신이 갖고 원본은 딸에게 줬습니다.”


“뭐, 뭐라고?”


김철수, 박영기 변호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변호사는 황보술을 면담하고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파악했다. 그가 파악한 상황을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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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애가 황보술에게 전화했다. 궁극지상 12계가 자기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황보술이 깜짝 놀랐다.


황보술은 급한 마음에 1층 빵집 주인 정일권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책을 뺏으려 했다. 정일권이 움직이자, 이를 눈치챈 수사팀이 정일권을 체포했다.


박영기 변호사는 궁극지상 12계 책이 다시 나타났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책은 10년 전에 불태운 책이었다. 무슨 오해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강선애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황보술을 떠본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책이 실제로 존재했다. 강선애가 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안에서 각서까지 나왔다. 이 사실을 알고 아연실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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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기 변호사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각서가 등장하자, 싸울 의욕을 상실한 거 같았다. 그가 얼빠진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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