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38_다시 칼을 든 살인자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행운 빌라 사건 재조사 25일 차, 오후


김철수와 이도식이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행운 빌라 101호


“카아~ 좋다!”


집주인 김철수가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잔에 넘치도록 가득 담긴 소주가 식도를 태우며 위장으로 쏟아졌다.


“크으!”


집에는 그 말고 아무도 없었다. TV 소리도 나지 않는 적막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김철수가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그 옆에는 빈 소주병 여러 개가 어지럽게 있었다. 한동안 집을 치우지 않은 듯 쓰레기가 사방에 널렸다. 빨랫거리가 바구니에 한가득했고, 싱크대는 설거지해야 할 그릇이 수북했다.


넘치는 음식물 쓰레기와 빨래 냄새가 섞여 고약한 악취가 집에서 풍겼다.


‘젠장! 일이 이상하게 꼬이네, 분명 책을 불태웠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김철수가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했다.



삐리릭!”



그때 핸드폰이 올렸다. 그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201호 이도식이었다. 이에 급히 전화 받았다.


“동생! 어떻게 됐어?”


“네, 형님. 라미경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고 합니다.”


“뭐라고?”


“고문 변호사가 잘 얘기했다고 들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그냥 절도죄로 넘어간다고 했잖아. 절도죄로 청구된 거야?”


“아닙니다. 살인 공모죄와 증거 인멸죄라 합니다.”


“뭐, 뭐라고! … 이거 갈수록 태산이군. 젠장!”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 경찰이 아무리 난리 쳐도 결정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구속 영장은 기각될 겁니다. 성주님이 여기저기에 전화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잘못하면 우리까지 끝장날 수 있어. 당연히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


“그렇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벌써 10년이나 지났습니다. 특별한 증거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렇지, 그렇고말고! 그런데 라미경이 책을 어떻게 빼돌린 거야? 우리가 옆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는데.”


“궁극지상 12계 책 표지를 뜯고 책 표지 안에다 다른 책을 넣었답니다. 그래서 몰랐던 겁니다. 그때 책 내용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


“그래? 이거 참! 정말 앙큼하군. 우리는 그 책이 진짜인 줄 알았잖아. 라미경 그 인간이 욕심이 많기로 유명했지만, 이렇게 할 줄이야. 감히 우리를 속이다니! 제기랄!”


“그러게 말입니다. 분명, 모두 보는 앞에서 책을 불태웠는데 그게 가짜일 줄은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어쩐지 제가 책 안을 확인하려고 하니 라미경 그 인간이 책에 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


“이제 후회하면 뭐 해?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각서는 어떻게 된 거야? 그건 진짜야? 각서는 우리도 확인했잖아!”


“그건, 맞는다고 합니다. 각서는 진짜로 태웠다고 합니다.”


“휴우, 그나마 다행이군. 그게 가장 중요한 증거야. 그게 없으면 경찰이 우리를 잡아 봤자 헛수고야. 그때 장갑을 벗고 각서를 만졌잖아. 우리 지문이 묻었을 거야. 그걸 태우서 정말 다행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입니다.”


김철수가 한동안 이도식과 통화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속이 계속 타는지 다시 소주잔을 들었다. 그러다 작은 잔이 영 마음에 들이 않는지 잔을 힘껏 바닥을 내던졌다.



쟁그랑!



소주잔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반으로 쪼개졌다.


김철수가 소주병을 들고 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소주 한 병이 위장으로 들어갔다.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쏟아진 알코올이 뇌를 서서히 마비시켰다.


“으으으~! 취한다.”


김철수가 다 마신 소주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취기가 도는지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만사가 귀찮은지 몸의 힘을 탁 풀었다. 몸이 축 늘어졌지만, 오징어 다리는 꼭 쥐고 있었다.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오징어 다리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마누라는 왜 안 오는 거야? 며칠째 청소도 하지 않고! 하늘 같은 서방님이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괘씸하군! 그동안 오냐오냐했더니 버릇이 없어졌어. 아주 혼쭐을 내줘야겠군. 정신 바짝 차리게, 흐흐흐!”


김철수가 부인을 생각하다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부인에게 전화 걸었다.



삐리릭!



부인이 전화 받았다. 김철수가 빽! 소리쳤다.


“뭐야! 왜 안 오는 거야?”


“뭐, 뭐라고? 나를 개 패듯이 때리고 내쫓더니 이젠 나보고 오라고?”


부인이 끓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는지 앙칼지게 소리쳤다.


“오라면 올 것이지, 뭐가 이리 말이 많아! 너 때문에 밥도 못 먹잖아!”


“아이고, 정말 못 살아! 내가 네 밥해주는 사람이냐? 이 못난 인간아! 이 XXX야!”


부인이 한바탕 욕을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


“이게 진짜! 집으로 들어오기만 해봐, 가만 안 둘 테니. 서방님 귀한 줄 모르고 말이야. 어디서 건방지게!”


김철수가 으르렁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성난 목소리가 집에서 울렸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김철수가 코를 골며 쿨쿨 잤다.



딩동!”



그때, 벨소리가 들렸다.



딩동!



“응?”


김철수가 잠에서 깼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이내 귀찮은 듯 인상을 썼다.



딩동!



“뭐야! 누구야? 귀찮게 쓰리!”


김철수가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술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그가 비틀거리며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게 누구요?”


김철수가 퉁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301호 유강인입니다.”


“301호? … 아! 새로 이사 오는 청년이군.”


“네, 맞습니다. 부탁할 게 있어서요.”


“부탁이라고?”


“네! 201호 이도식 형님한테 들은 말이 있습니다. 회장님 집에 교회 소식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보고 싶어서요.”


“소식지? 왜?”


“다음 주에도 교회 갈 건데, 교회 소식을 좀 알고 싶어서요. 갖고 계시죠?”


“그럼, 갖고 있지. 알았어! 안으로 들어와, 내 줄 테니.”


“감사합니다. 회장님.”


현관문이 열렸다. 현관문 앞에 유강인이 서 있었다. 그것도 활짝 웃으며 …. 열린 문 사이로 소주 냄새가 진동했다.


“아이고, 회장님. 술 드셨군요.”


“응, 속상한 일이 있어서 한잔했지. 그런데 혼자 먹으니 재미가 없네. 301호도 같이 들지 그래.”


“하하하!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소식지는?”


“아! 잠시 기다려.”


김철수가 말을 마치고 등을 돌렸다. 그가 잠시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소식지가 어디에 있더라? 아! 건넛방에 있지.”


김철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건넛방으로 걸어갔다.


그때, 유강인이 고개를 뒤로 천천히 돌렸다. 나지막하게 말했다.


“선배님들, 됐습니다.”


101호 현관문 옆에 한 명이 더 있었다. 이호식 형사가 벽에 쥐 죽은 듯 딱 붙어있었다. 공동 출입구에는 차수호 형사가 매의 눈으로 망을 보고 있었다.


유강인의 말에 두 형사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내 누구라 할 거 없이 쏜살같이 101호 안으로 들어갔다.



쿵쾅!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이게 뭔 소리야?”


집 안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김철수가 건넛방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고개를 현관문 쪽으로 돌렸다.


유강인과 두 형사가 집 안에 들어와 떡하니 서 있었다.


김철수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외쳤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당신들은 대체 누구야? 신발을 신고 집 안으로 들어와!”


김철수가 깜짝 놀랐다. 유강인 옆에 건장한 남자 둘이 기둥처럼 서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차수호 형사가 씩 웃더니 불쑥 앞으로 나왔다. 그가 김철수의 얼굴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차디찬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김철수! 당신을 현 시각으로 행운 빌라 일가족 살해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면 변명의 기회가 있고 체포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다.”


“뭐, 뭐라고?”


김철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자, 발바닥이 바닥에 착 달라붙었다.


이호식 형사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일갈했다.


“김철수! 당신이 10년 전 301호 김후식 가족을 죽였잖아! 잔인하게 세 명을 칼로 살해했지. 이제 너는 끝났어!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러 놓고 멀쩡히 살 줄 알았냐? 우리는 이때만을 기다렸다. 너처럼 흉악한 놈을 잡기 위해, 자그마치 10년 동안이나!”


“억!”


이호식 형사의 말에 김철수가 비명을 질렀다. 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순간! 은빛 광채가 보였다.


이호식 형사 손에 수갑이 있었다. 은빛 찬란한 수갑이 거실에서 번쩍였다. 강렬한 빛에 김철수의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안돼!”


김철수가 번개처럼 부엌으로 달려갔다. 사방을 둘러보다 부엌칼을 꽉 잡았다. 상시에 잘 갈았는지 서슬이 퍼렜다.


김철수가 칼을 쑥 빼 들었다. 칼은 꽤 길었다. 손잡이를 포함해서 35cm였다. 은빛 찬란한 칼이 예리한 칼날을 드러내며 허공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철수가 10년 전 강후식 가족을 죽였던 거처럼 다시 칼을 뽑아 들었다. 거침없이!


“가까이 오지 마! 난 아무 죄도 없어! 제발 오지 말라고!”


김철수가 악을 쓰기 시작했다. 칼을 잡은 손이 마구 떨렸다.


형사들은 용의자의 발악에 개의치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용의자를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김철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으으으!”


김철수가 이를 악물었다. 두 손을 마구 떨면서 울부짖었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김철수가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허공에 은빛 섬광을 뿌러졌다.


김철수가 칼을 세차게 휘두르며 형사들을 위협했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에 형사들이 한발 뒤로 물러났다.


“아무 증거도 없잖아! 왜 나를 잡아? 난 죄가 없어! 경찰이 생사람 잡아도 되는 거야? 당신들이 경찰이야? 깡패야?”


김철수의 말에 이호식 형사가 피식 웃었다. 그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증거? 증거는 벌써 나왔다. 라미경이 빼돌린 책에서 네 살점이 나왔어. 경찰서에서 네 유전자를 확보했다. 네놈이 담배를 피우더군. 그 담배를 이용했지. 유전자 검사로 확실히 네놈이 범인이라는 증거를 잡았다. 이래도 헛소리할 거냐? 순순히 잡히는 게, 네 신상에 좋을 거다. 여기서 버티면 버틸수록 네놈의 죄만 늘어날 뿐이다. 어서 포기하고 무릎을 꿇어! 빨리!”


“뭐, 뭐라고? 살점?”


순간! 김철수가 한 손을 들어 얼굴을 매만졌다.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10년 전 그날을 생각하며 눈을 크게 떴다. 타깃 강후식을 깊게 찔렀을 때 강후식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얼굴을 꽉 잡았다.


그때 김철수는 얼굴이 따끔했다. 강후식의 손톱이 이마의 상처를 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그 살점이 피 묻은 책에 떨어졌다.


김철수가 실수를 알아채고 머리가 새하얘졌다. 후드의 끈을 조여 머리카락도 철저히 감췄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김철수는 경황이 없는 나머지 이마에 난 상처를 다음 날 알았다. 그래서 한동안 머리를 내리고 살았다. 상처는 이마 끄트머리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내리자, 상처가 감쪽같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들은 김철수를 범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웃 주민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상처가 있었지만, 이를 잘 가려서 용의선상에서 벗어났다.


참고인 대부분은 공범이었다. 공범들이 모두 입을 맞췄다. 김철수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았다.


공범이 아닌 참고인들은 김철수를 잘 몰랐다. 그들은 김철수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김철수는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베일에 가렸던 살점이 10년 만에 수면으로 드러났다.


“아악!”


김철수가 한 손으로 이마를 꽉 부여잡고 크게 소리 질렀다. 10년 동안 꼭꼭 감췄던 비밀이 폭로되자, 그는 견딜 수 없는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형제처럼 지냈던 이웃을 자기 손으로 살해한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철수는 인면수심으로 어린아이까지 죽였다. 10년 동안 마음 깊은 곳, 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한 가닥 양심이 조용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살인자! 나는 살인자다!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김철수가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두 눈을 꾹 감고 주춤했다.


“야아!”


그때! 이호식 형사가 행동을 개시했다. 용감하게 김철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이호식 형사와 김철수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김철수가 재빨리 칼을 들어 올리자, 이형사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칼을 든 손목을 꽉 잡았다.


김철수는 칼을 휘두르고 싶었지만, 이형사의 강한 악력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항복해! 이놈아!”


“웃기지 마!”


두 사람을 칼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을 벌였다.


“이 자식!”


이호식 형사가 이를 악물었다. 김철수의 힘이 좋았다. 젊은 시절, 씨름이나 유도한 듯 몸이 탄탄했다. 이에 기술이 필요했다.


이형사가 기합을 넣으며 안다리를 걸었다.


“어어어~!”


김철수가 안다리 공격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둘이 서로 뒤엉키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소주병이 넘어지고 굴러다녔다.


이호식 형사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김철수도 몸을 일으켰다. 그때! 성난 주먹으로 김철수의 안면을 강타했다.



퍽!



“악!”


타격음이 들렸다. 김철수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김철수의 두 눈이 번쩍였다. 10년 전 야수의 심정을 돌아갔다. 눈에 살기가 돌았다. 흰자가 가득했다. 이호식 형사를 있는 힘껏 발로 밀어버렸다.



콰당!



“아이고!”


이호식 형사가 그만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이놈들! 개 XX들”


김철수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떨어진 칼을 잡더니 미친 듯이 휘둘러댔다. 섬광이 방안에 넘쳐흘렀다. 자칫하면 큰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망나니가 미친 듯이 칼춤을 추듯 김철수가 광기에 휩싸였다. 형사들은 매서운 칼끝을 피해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김철수가 형사들을 벽으로 몰았다. 세 명을 번갈아 보다가 이호식 형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칼이 번개처럼 이호식 형사를 향해 날아왔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이때! 차수호 형사가 김철수의 뒤로 달려들었다.


“야아!”


차수호 형사가 앞발로 김철수의 등을 냅다 후려쳤다.



퍽!



“아이고!”


김철수가 앞으로 꼬꾸라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얼굴을 바닥에 찧고 고통에 울부짖었다. 그 와중에도 칼을 놓지 않았다. 죽어도 놓지 않을 거 같았다.


“헉! 헉!”


김철수가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이마에서 피 같은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다시 칼을 꽉 움켜잡았다. 칼을 높이 쳐들어 올렸다.


형광등 불빛이 칼끝에 모였다.



팟!



순간! 불이 꺼졌다. 갑자기 어둠이 쏟아졌다. 유강인이 스위치를 내렸다.


김철수가 어둠 속에서 주춤했을 때


“이때다!”


유강인이 김철수에게 달려들었다. 칼을 든 손을 냅다 바로 발로 걷어찼다. 칼이 허공을 갈랐다.


쏜살같이 날아가던 칼이 장식장에 팍! 꽂혔다.


“유형사! 칼을 잡아! 빨리!”


이호식 형사가 크게 소리쳤다.


유강인이 장식장으로 달려가 칼을 쑥 빼냈다.


위험천만한 칼을 경찰이 잡았다.



순간, 101호에 정적이 흘러내렸다.


유강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불을 켰다. 안도의 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했다.


“선배님들 빨리 잡으세요. 시간 없습니다.”


이호식, 차수호 형사가 서로 쳐다보며 씩 웃었다. 둘이 김철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김철수를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갔다. 마치 덫에 걸린 사냥감을 잡으려는 사냥꾼 같았다.


“아악! 안 돼! 제발!”


행운 빌라에서 김철수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김철수의 손에 은빛 수갑이 채워졌다. 세 형사의 엄중한 경계 아래 경찰차로 끌려갔다.


김철수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꼭 감았다.


유강인이 이호식 형사에게 물었다.


“선배님, 이도식은 어떻게 됐죠?”


“우형사가 잡으러 갔어, 곧 연락이 올 거야. 우형사도 우리랑 한 팀이야.”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사무실로 갑시다.”


“그래, 어서 가자고. 이놈의 실토를 받아내야지.”


세 형사가 경찰차에 올라탔다. 경찰차 경광등이 신이 나게 돌기 시작했다.


“자! 빨리 출발해!”


이호식 형사의 말에 경찰차가 출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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