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37_한 조각의 살점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서울지방경찰청 강력반 조사실에 불이 켜졌다.


한 여인이 무척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 앞에는 한 남자가 성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유강인이었다.


유강인이 물 한잔을 단숨에 들이켜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라미경씨! 당신은 … 10년 전 처참했던 사건 현장에 있었던 궁극지상 12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피해자인 강후식이 갖고 있었던 책입니다. 이 책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어서 말하세요!”


“…….”


라미경이 묵비권을 행사했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잘 들으세요, 라미경씨! 경찰은 이미 진상을 파악했습니다. 범인이 이 책을 노렸다는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증거라는 말에 라미경이 눈빛이 마구 흔들렸다. 강풍에 흔들리는 촛불 같았다.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 황보술이 비리를 덮는 조건으로 강후식에게 책 한 권을 건넸습니다, 그 책 안에는 황보술 친필 쓴 각서가 있었습니다.

강후식씨는 책과 각서를 받고 만약을 대비해 복사했습니다. 그래서 책과 각서가 각각 두 개가 됐습니다.”


“뭐, 뭐라고?”


유강인의 거침없는 추궁에 라미경의 말문이 터졌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강후식씨는 딸, 강선애씨에게 원본을 주고 자신은 복사본을 가졌습니다. 강선애씨는 아버지한테 받은 책을 고이 보관했습니다. 장장 10년 동안 원본을 보관했습니다. 책은 10년 동안 수면에 가라앉았지만, 최근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책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으으으~!”


라미경이 신음을 내뱉었다.


“강선애가 경찰에 원본 궁극지상 12계를 제출했습니다. 책에서 황보술의 친필 각서가 나왔습니다. 각서에 그자의 지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었습니다.”


“헉!”


라미경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강인의 말은 원본 각서가 아직도 멀쩡하다는 말이었다.


“당신이 갖고 있던 책 사본에는 각서 사본이 없었습니다. 이 말은 각서 사본을 제거했다는 뜻과 같습니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어서 사실대로 말하세요!”


유강인의 호통에 라미경이 잠시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다 이를 꽉 깨물었다. 털이 바짝 곤두선 길고양이처럼 외쳤다.


“형사님,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책이 두 권이라고요? 책은 한 권이었어요. 그리고 각서라고요? 그런 거는 처음부터 없었어요!”


라미경이 잠시 숨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


“이 책은 예전부터 갖고 있던 책이에요. 성주님께 받은 거예요!”


라미경의 말에 유강인이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책에 많은 핏자국이 있었습니다. 핏자국에 머리카락 여러 개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 핏자국과 머리카락이 강후식씨 것인지 아닌지는 금방 결과가 나올 겁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진실을 말해줄 겁니다.”


“으으으….”


라미경이 역습을 당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두 다리를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다 두리번거렸다


“라미경씨!”


유강인의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라미경은 입을 꼭 다물었다. 손목시계를 보며 누구를 기다렸다. 자기를 구해줄 흑기사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유강인이 더는 참을 수 없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 조사실 문이 열렸다. 차수호 형사가 문을 열었다.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이었다. 40대 후반 남자였다. 눈은 쭉 찢어졌고 콧대는 무척 높았다. 입술은 아주 얇았다. 미끈한 고급 정장을 빼입고 느릿한 걸음걸이였다.


그 남자가 유강인을 보고 가볍게 인사했다.


차수호 형사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변호사셔. 성동연합모임 고문 변호사야. 라미경씨 변호를 담당하실 거야.”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한 손을 들었다. 변호사에게 피의자 옆자리에 앉을 거를 권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가 예를 표하고 라미경 옆자리에 앉았다.


라미경이 아주 환하게 웃었다. 흑기사인 변호사를 보고 반가운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했다.


변호사가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성동연합모임 고문 변호사 박영기입니다. 이번에 라미경씨 변호를 맡게 됐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박영기 변호사가 자리에 앉자, 차수호 형사도 유강인 옆자리 에 앉았다. 차형사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유형사, 저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야. 검찰에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 들었어. 성동연합모임에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린다는 소식이 있어, 모두 쟁쟁한 사람들이래. 정계에 든든한 뒷배가 있는 거 같아.”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이고 이를 악물었다. 오히려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생각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황보술의 뒷배가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해 보자!’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행운 빌라 사건 재조사를 맡은 유강인 형사라 합니다.”


박영기 변호사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 갖고 온 서류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때, 라미경이 박변호사에게 귓속말했다. 박변호사의 눈동자가 두 배로 커졌다.


“휴우~!”


박영기 변호사가 갑자기 숨을 크게 내쉬고 섞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잠깐 생각을 하다가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짓고 라미경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걱정하지 말라는 거 같았다.


잠시 후 뻔뻔한 표정으로 박영기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의뢰인이 놀라셔서 좀 전에 말실수했다고 합니다. 이를 수정하겠습니다. 우리 의뢰인은 궁극지상 12계 책을 우연히 얻은 겁니다.

10년 전, 사건 현장에 있던 의뢰인은 범인이 도망친 후, 강후식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책을 발견하고 그냥 욕심에 책을 훔친 겁니다. 죄가 있다면 가벼운 절도죄라 할 수 있겠네요.”


“뭐, 뭐라고요? 절도죄라고요?”


박영기 변호사의 말에 유강인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언성이 높아졌다.


“허허허! 형사님, 자중하세요. 우리 의뢰인이 또 놀라시잖아요. 보아하니 강압적으로 조사하신 거 같은데, 이 점을 상부에 강하게 항의하겠습니다. 강압 수사는 금물입니다.”


박영기 변호사가 씩 웃고 라미경과 유강인을 번갈아 쳐다봤다. 입에서 금니가 번쩍거렸다.


유강인의 얼굴이 뻘게졌다.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분을 삼키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박변호사님, 라미경씨는 그동안 거짓 증언했습니다. 장장 10년 동안 이 사실을 감췄습니다. 단순 절도를 감추기 위해 거짓 증언을 했다는 말인가요?”


“허허허!”


박영기 변호사가 갑자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가 라미경을 보고 말했다.


“그 책은 우리 성동연합모임에서 신성시하는 책입니다. 그래서 욕심이 나서 실수한 겁니다. 그렇죠? 라미경씨.”


라미경이 급히 답했다.


“네, 맞아요. 그때 책을 보고 욕심이 나서 거짓 증언을 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형사님. 그 죄는 달게 받을 테니 제발 살인죄로 엮지 말아 주세요. 전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절대로!”


라미경이 형사들에게 간절히 호소하기 시작했다.


“살인죄에서 절도죄로 넘어가겠다는 말이군요. 허 참!”


차수호 형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박영기 변호사와 라미경의 뻔뻔한 수작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살인죄라뇨? 우리 의뢰인은 사람을 죽인 적도 없고 범인과 같이 공모한 적도 없습니다. 이렇게 연약한 사람이 세 명을 어떻게 그리 빨리 죽일 수 있겠습니까?

의뢰인은 그냥 우연히 살인 사건을 목격한 선량한 시민일 뿐입니다. 그때 욕심이 나서 책을 훔친 죄밖에 없습니다. 그렇죠? 라미경씨?”


“네! 맞아요. 그때 강후식 아저씨가 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어요. 그때 옆에 있는 책을 보고 … 그만 욕심이 나서 훔치고 말았어요. 그것 빼고는 제가 말한 건 모두 사실입니다. 100퍼센트 진실입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제발! 거짓말은 그만!”


유강인이 크게 외쳤다.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더는 참을 수 없는지 책상을 탕! 쳤다. 그가 말을 이었다.


“진실이라고요? 사건 당시 현장에 있던 발자국은 성인 남성 발자국이었습니다. 라미경씨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죠? 당신은 문밖에 있다가 범인한테서 책을 받은 겁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안에 들어가 책을 훔쳤다고요?”


“그, 그게…….”


라미경이 허가 찔린 듯 머뭇거렸다. 그러자 박영기 변호사가 급히 말했다.


“그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셨죠? 그렇죠? 라미경씨?”


“네? … 아! 맞아요. 그때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래서 발자국이 없던 거예요.”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고요? 그렇게 급한 상황에서?”


박영기 변호사가 급히 응수했다. 단호한 목소리였다.


“벗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급하다고 신발을 신고 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단정하지 마세요! 형사님.”



쾅!



유강인이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책상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박영기 변호사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 손으로 넥타이를 확 풀며 소리쳤다.


“형사님, 왜 이리 무례합니까? 당신이 아직 어려서 내가 누군 줄 잘 모르는 모양인데 … 나는 왕년에 대단했던 사람입니다. 검찰청 차장까지 했던 사람이에요. 사람이 아직 젊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군요.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몰라! 쯧쯧!”


박영기 변호사가 혀를 찼다. 유강인을 철저히 무시했다.


차수호 형사가 서둘러 유강인을 달랬다.


“유형사, 자리에 앉자. 자, 진정해.”


“휴우~!”


유강인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렇게 분을 달랬다. 그러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의 침묵이 조사실에 흘렀다. 박영기 변호사가 라미경에게 귓속말했다.


“그때 불태웠다고 보고했잖아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라미경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박영기 변호사에게 귓속말했다.


“죄송해요. 그때 욕심이 나서 다른 책으로 바꿔치기했어요.”


“그럼 각서는?”


“각서는 태웠습니다.”


“그렇군요. 지금 성주님께서 진노하셨습니다.”


“정말 죄송하다고 성주님께 전해주세요. 죽을죄를 지었다고 ….”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죠.”


둘이 속닥거리는 모습을 보던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 왼손으로 턱을 만지기 시작했다. 까칠한 턱수염이 손가락을 콕콕 질렸다. 그가 입을 열었다.


“잠시 밖에 나가서 물 먹고 오겠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조사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



유강인이 생수병을 들고 입을 크게 벌렸다. 찬물을 목구멍 안으로 들이부었다. 그렇게 500ml 생수를 한 번에 다 들이켜고 소매로 입을 닦았다.


그렇게 마음속에 번지는 분노의 불꽃을 잠재웠다. 화를 낸다고 사건이 풀리는 건 아니었다.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어갔다.


유강인은 여우 같은 라미경과 능구렁이 같은 박영기 변호사를 보면서 속이 타들어 갔다.


극악한 살인 범죄를 가벼운 절도죄로 넘어가려는 그들의 모습에 세상에 둘도 없는 뻔뻔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편, 그 시각 증거물을 입수한 과학수사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원들이 피 묻은 궁극지상 12계 책을 열심히 분석했다. 책에 묻은 핏자국과 머리카락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유전자 증폭 검사를 위한 PCR을 준비했다.


한 대원이 책을 열심히 살폈다. 혹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증거가 있나 눈을 크게 뜨고 살폈다. 그때!


“어! 여기에 뭔가가 있습니다. 팀장님!”


“뭐라고?”


팀장이 대원의 말에 급히 달려갔다.


“뭔데 그래?”


“핏자국 안에 뭔가가 붙어 있어요.”


“그러면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떼어봐”


“네, 알겠습니다.”


대원이 조심스럽게 핀셋으로 작은 덩어리를 떼어냈다.


“이게 뭘까요? 팀장님.”


“일단, 현미경으로 옮겨.”


대원이 작은 덩어리 현미경 재물대(관찰 재료를 얹어 놓는 평평한 대)에 올려놨다.


현미경을 살펴보던 팀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분 후



따르릉!



강력반 사무실로 전화가 울렸다. 이호식 형사가 급히 전화 받았다.


“강력반 이호식 형사입니다.”


이형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다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뭐라고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호식 형사가 전화를 끊고 유강인에게 달려갔다.


“왜 그러세요? 선배님.”


이형사가 황급히 달려오자, 유강인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말했었다.


“그게, 정밀 검사하니 책에서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살점도 나왔대.”


“살점이라고요?”


“응, 살점이 피에 엉켜 있었데. 피해자인 강후식 살점이거나 아니면 살인자의 살점일 거야.”


“살인자의 살점!”


유강인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그 소리가 사무실에 크게 울렸다.


이호식 형사가 입술에 침을 묻히고 말했다.


“내가 볼 때, 범인 살점일 확률일 거 같아. 범인이 강후식과 싸우다가 살점이 떨어져 나갔고 그 살점이 피에 엉겨 붙은 거야.”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꼭 감았다. 머릿속에 자욱한 안개가 일었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안개였다. 그러다 차츰 맑아졌다. 아주 깨끗해졌다. 그가 두 눈을 떴다. 두 눈에 초점이 딱 맞았다.



포커스!



유강인이 급히 생각에 잠겼다. 살점을 떨어뜨린 자를 찾기 위해 사건을 빠르게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영화가 상영하는 거 같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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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하게 CCTV에 잡힌 범인.

잔혹한 범인의 범죄 행각과 떨어진 살점, 피 묻은 한 권의 책.

행운 빌라 안에서 이를 도운 공범들. 책과 각서, 10억 원.

행운 빌라 밖에서 진상과 알리바이를 조작한 공범들.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비웃는 살인범과 공모자들.

책을 빼돌리고 각서를 소각한 정황 등.

10억 원의 행방.

--------------



머릿속에서 영상이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진행했다. 그렇게 사건이 재구성했다.


몇 분 후, 여태까지 의문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영상이 완성됐다.


유강인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손뼉을 짝! 쳤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이제 알겠네요. 사건의 진상을! 라미경이 살인자에게 책을 받았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답이 하나라고? 그게 뭔데?”


이호식 형사가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미경은 분명 살인자가 아닙니다. 국과수 감정에 따르면 살인자는 강한 힘을 가진 자입니다. 칼이 몸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이는 평범한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중년 여성인 라미경은 어디까지나 범행을 도운 공범에 불과합니다.”


“그럼, 살인자가 대체 누구지?”


“정황상, 부동산에서 나온 셋은 살인자일 리가 없습니다. 시간 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살인자는 셋이나 죽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가 옷에 많이 묻었을 겁니다. 그래서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살인자는 행운 빌라 사람인거야?”


“네, 맞습니다. 살인자는 행운 빌라에 사는 사람입니다. 라미경과 호흡이 척척 맞는 자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범행을 아주 손쉽게 해치웠습니다. 자기가 잘 아는 장소에서 잘 아는 사람과 일을 벌였습니다.”


“그럼 그자가 누구지?”


“성동연합모임과 관련이 깊은 행운 빌라 입주민은 여러 명입니다. 그중에서 유력 용의자는 ….”


“그게 누구야? 유형사!”


유강인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101호 김철수와 201호 이도식입니다. 살인자는 둘 중에서 한 명입니다. 다른 사람은 범행을 도운 공범입니다. 분명 한 명이 총대를 멘 겁니다, 황보술에게 충성심이 깊은 사람이 칼을 든 겁니다.

이 범죄는 일가족을 몰살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선뜻 나선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황보술이 계속 재촉하자, 한 사람이 마지못해 손을 든겁니다. 황보술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총대를 멘 겁니다.”


“우와! 그렇다면 … 정말로 무서운 자들이네.”


유강인이 모든 걸 알겠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살인자는 범행을 마치고 서둘러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101호나 201호겠죠. 잠시 후 범행 현장을 목격한 것처럼 빌라 출입구에서 나왔습니다. 그 사이에 옷도 갈아입었을 겁니다.

결국, 범인은 현장에서 도망가지 않고 행운 빌라 앞에 있었습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완전히 농락당했습니다. 범인을 코앞에 두고도 잡지 못했습니다. 이는 아주 치밀한 범행입니다. 완전 범죄를 노렸습니다!”


“와, 완전 범죄!”


“현재 김철수와 이도식은 도박 혐의로 잡혔습니다. 둘의 유전자를 채취해서 검사해야 합니다. 단, 둘은 이 사실을 몰라야 합니다. 비밀리에 유전자를 채취해야 합니다. 황보술이 유전자 검사라는 말을 듣고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관련자들을 토사구팽할 수 있습니다.”


“알았어. 수를 생각해볼게.”


“살점과 유전자를 대조해서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속전속결로 체포해야 합니다.”


“드디어 범인을 잡을 수 있겠군. 그것도 10년 만이야.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이호식 형사가 흥분한 나머지 크게 소리 질렀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살인자는 어디까지나 하수인에 불과합니다. 진짜 범인은 성동연합모임의 황보술입니다. 반드시 그자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 그렇지. 황보술이 범행을 사주했겠지. 자기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그런 짓을 참혹한 짓을 시킨 거야. 사이비 교주라면 충분히 가능할 일이야.”


“맞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황보술, 그자를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유강인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힘을 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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