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36_궁극지상 12계의 핏자국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어둠에 휩싸인 가운산동에 경찰차 경광등이 힘차게 돌기 시작했다. 아주 세차게!



삐보! 삐뽀!

삐보! 삐뽀!



어둠의 정적을 깨는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급박한 사이렌 소리가 메아리치듯 가운산동을 뒤흔들었다.


주택가 여기저기서 불이 켜졌다.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갑자기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창문으로 달려갔다. 창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경찰차 5대가 행운 빌라 근처를 돌아다녔다. 평상시보다 느리게 움직였지만, 사이렌 소리만큼은 어느 때보다 다급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경찰차가 저렇게 많이 우리 동네에 오다니?”


“큰일 났나 봐! 이를 어째!”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네가 차디찬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살 에이는 겨울바람보다 서늘한 사이렌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드르륵!



평화 부동산 출입문이 살짝 열렸다. 부동산 주인 하연수가 놀란 눈빛으로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갑자기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무척 겁먹은 거 같았다.


하연수가 두려움과 궁금증이 가득한 눈빛으로 상황을 살피다 경찰차 경광등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빨갛고 파란 불빛이 깊은 어둠 속에서 번쩍거렸다. 마치 강력한 레이저 광선이 사방으로 발산되는 거 같았다.


“으악! 경찰이다. 우리 쪽으로 온다, 지금!”


하연수가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 질렀다.


부동산 안, 도박하던 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이 놀란 나머지 돌처럼 굳어버렸다. 좀 전까지 신이 났던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들의 앞에는 화투패와 5만 원짜리 현금다발이 수북했다.


하연수가 사람들에게 달려왔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젠장!”


한 사람이 급히 움직였다. 모포 위에 쌓인 돈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도 너나 할 거 없이 돈을 마구 품에 넣었다.


“야! 이건 내 돈이야! 손대지 마!”


“웃기지 마!”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부동산 안을 뛰어다녔다.


“어서 피해야 해!”


하연수가 크게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출입문 쪽으로 달려갔다.


경찰차들이 평화 부동산 근처에 멈췄다. 경찰 십여 명이 차에서 내렸다.


차 문을 닫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마치 메아리치는 거 같았다.


그때, 어둠 속에 숨어있던 황정수가 뛰어나왔다. 평화 부동산을 향해 달려가며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 경찰이 왔어요. 도박하면 다 잡혀들어간 데요. 집 압수 수색도 한 데요!”


“뭐, 뭐라고?”


“압수 수색이라고!”


황정수의 말에 부동산 안,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도둑이 제 발이 저린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이 몸을 벌벌 떨었다. 그동안 자기들이 한 짓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다른 이들을 기만하고 폭행하고 흉기를 들었던 일 등이 머릿속에 쓱쓱 지나갔다.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땅바닥이 크게 울렸다. 거친 발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경찰들이 평화 부동산을 향해 달려갔다. 발소리가 점점 켜졌다.


“튀어! 빨리!!”


누가 크게 소리 질렀다. 접시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 같았다. 고막이 찢어질 거 같은 큰 소리였다.


경찰의 발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사람들이 우당탕!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경찰을 피해 정신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급한 나머지 품속에서 현금다발이 떨어지기도 했다.


5만 원짜리 현금이 눈 내리듯 땅바닥에 떨어졌다.


“천천히! … 천천히 모세요.”


유강인이 무전기로 경찰에게 지시했다. 경찰들이 그 말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며 사람들을 뒤따라갔다.


“거리를 유지하세요.”


유강인은 행운 빌라 옥상에 있었다. 옥상에서 상황을 주시하며 지시를 내렸다.


그때,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대로를 향해 달리다 걸음을 딱 멈췄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바빴다.


“빨간 옷 입은 자는 쫓지 마세요.”


유강인이 급히 경찰에게 지시했다. 경찰들이 지시를 따랐다. 빨간 옷을 뒤쫓던 경찰들이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빨간 옷 입은 자가 몸을 벌벌 떨었다. 그자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에 경찰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근처에 경찰이 없었다. 경찰은 저 멀리에 있었다. 도망가는 마을 사람들을 뒤쫓았다.


“빨리 가야 해! 급해!”


빨간 옷을 입은 자가 급히 중얼거렸다.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굉장히 급한 거 같았다. 발걸음이 행운 빌라로 향했다. 빌라로 점점 다가왔다.


유강인이 무전기를 들었다. 차수호 형사에게 무전을 날렸다. 차형사는 행운 빌라 앞에 숨어있었다.


“선배님, 놈이 옵니다. 놈이 빌란 안으로 들어가면 조용히 따라 들어 가세요.”


“알았어, OK!”


차수호 형사가 말을 마치고 담벼락에 몸을 딱 붙였다. 그 옆에 황정수도 있었다.


황정수가 몸을 떨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빨간 옷을 입은 자가 행운 빌라 앞으로 달려왔다. 그가 지체하지 않고 공동 출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리자, 차수호 형사와 황정수가 몸을 일으키고 그 뒤를 따랐다.



“헉! 헉!”


거친 숨소리가 행운 빌라 계단에서 울려 퍼졌다.


그가 2층을 지나 3층을 지났다. 4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는 계속 정신없이 달렸다. 그래서 다리가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 듯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그가 402호 앞에 멈췄다.


그 사람은 라미경이었다.



삑삐삑!



도어락이 풀리고 문이 활짝 열렸다. 라미경이 쏜살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4층 밑 계단에 차수호 형사와 황정수가 있었다. 둘이 쓴웃음을 지었다. 둘은 먹이를 포착한 맹수처럼 은밀하게 정체를 숨겼다.


잠시 후 라미경이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 앞에서 잠시 서성이다가 이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30초 후


덜컹! 옥상 문이 열렸다. 문소리가 들리자, 유강인이 급히 움직였다. 은밀히 환풍기 쪽으로 이동했다.


“어디에 숨기지? 이걸.”


옥상으로 나온 라미경이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몸을 덜덜 떨었다. 그러다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작은 책이었다.


“그렇지!”


유강인이 어둠 속에서 나지막하게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책을 가진 자가 등장했다.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했다.


그자는 빨간 잠바를 입은 중년 여인이었다.


“라미경! 당신이군.”


유강인이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그는 바로 움직일까 생각했지만,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어디에 숨기지? 어디에?”


라미경이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했다. 그러다 환풍기를 보고 그쪽으로 달려갔다.


“저기 틈에?”


라미경이 환풍기 틈에 책을 집어넣었다. 책이 안에 딱 들어갔다.


“휴우~!”


라미경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 침을 꿀컥 삼켰다. 혀를 쭉 내밀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옥상 문으로 향하다가 걸음을 딱 멈췄다. 환풍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안절부절못했다. 급히 생각했다.


‘경찰이 여기로 올라오면 어떡하지?’


라미경이 걸음을 옮겼다. 생각을 이었다.


‘그냥 태워버릴까? 너무 불안해. 저것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 ….’


라미경이 한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책을 태우기 아까운 듯 갈피를 못 잡았다. 그러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뭔가를 결심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발소리가 들렸다.


라미경이 환풍기로 걸어갔다.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라이터를 꺼냈다.



착!



라이터에 불이 들어왔다. 라미경이 환풍기 틈에서 책을 꺼냈다.


라미경이 작은 책을 보고 울상을 지었다. 그녀가 생각했다.


‘아까운데 정말! 10년 동안이나 보관한 건데. 이걸 태우기가 … 그렇지만 너무 위험해. 장로들도 다 잡혔고 계속 이걸 갖고 있다간 ….’


“에라 모르겠다.”


라미경이 라이터를 책에 갖다 댔다.


책에 불이 붙기 직전이었다.


“안돼!”


순간! 유강인이 환풍기 뒤에서 뛰어나왔다. 라이터를 든 손을 냅다 후려쳤다.


탁! 소리가 들렸다. 라이터가 나가떨어졌다.


“헉!”


라미경이 깜짝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손에 든 책을 가슴에 꼭 품었다.


“라미경씨! 여기에서 뭐 하는 겁니까?”


유강인이 라미경을 향해 걸어가며 서슬 퍼런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당신은 누구?”


그때! 옥상 문이 활짝 열렸다. 차수호 형사와 황정수가 옥상 안으로 들어왔다. 둘이 성난 눈빛으로 라미경을 노려봤다.


“책을 주시죠. 어서!”


유강인이 불호령을 내렸다. 그의 큰 소리에 라미경이 화들짝 놀랐다. 그 자리에 얼음이 되고 말았다.


발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성큼성큼 라미경을 향해 걸어갔다.


“아, 안돼!”


라미경이 크게 소리를 지르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차수호 형사와 황정수가 옥상 문을 막았다.


“아이고!”


라미경이 탈출구를 찾아 옥상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헉! 헉!”


중년 여인의 거친 숨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녀에게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고!”


라미경의 숨이 턱 올라왔다. 다리가 휘청거렸을 때, 발이 파인 곳에 딱 걸렸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가슴에 품었던 책이 나풀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책을 향해 걸어갔다. 바닥에 떨어진 책을 꽉 잡았다.


라미경이 몸을 일으키며 급히 말했다.


“난, 난 그냥 도박만 한 거예요. 이 책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정말이에요!”


라미경이 무릎을 꿇고 유강인에게 싹싹 빌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책을 들었다. 책은 겉표지가 없었다. 표지가 뜯겨 나갔다. 세월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났다. 책이 너덜너덜했다.


유강인이 첫 번째 페이지를 살폈다. 첫 페이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가 다음 장을 넘겼다. 책 제목이 선명하게 보였다.


“궁극지상 12계! 드디어 찾았다.”


유강인이 제목을 읽고 쾌재를 불렀다. 그가 급히 움직였다.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 라이트로 책을 비췄다.


“아, 아니 이건!”


책 귀퉁이가 이상했다. 변색한 거 같았다. 유강인이 급히 페이지를 넘겼다. 책 반쯤에 젖은 흔적이 있었다.


“혹, 이것은 핏자국!”


핏자국이라는 말에 라미경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몸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차수호 형사가 라미경을 향해 걸어갔다. 라미경은 도망칠 데가 없었다. 차형사가 고개를 돌렸다. 품에서 흰 장갑을 꺼내 손에 끼며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형사! 소중한 증건데, 조심해서 다뤄.”


“뭐, 형사라고?”


라미경이 형사라는 말에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랐다. 형사들이 그녀 앞에 있었다.


“아, 안돼!”


라미경이 탈출구를 찾았다. 여기에서 잡히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옥상문 앞에 황정수 홀로 있었다.


라미경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옥상 문을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황정수가 달려오는 중년 여자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재빨리 움직였다. 옥상 문을 쾅! 닫고 문 앞에 섰다.


“아이고!”


라미경이 황정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유일한 탈출구 옥상 문이 닫혔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차분한 목소리였다.


“라미경씨, 전에 뵌 적이 있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반 유강인 형사입니다. 이 책을 갖고 계셨군요. 이 책은 행운 빌라 사건 핵심 증거입니다. 조사할 게 있으니 경찰청으로 같이 가시죠.”


“헉!”


라미경이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까무러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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