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35_토끼몰이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형사님! 황정수예요.”


“어떻게 됐죠?”


“주인아저씨께 형사님 명함 보여주고 사정을 말했더니 흔쾌히 승낙하셨어요. 빨리 갔다 오라고 말 하셨어요. 강선생 그분을 예전에 자주 만났다고 수사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분이 예쁜 딸이랑 치킨집에 자주 오셨대요. 그래서 기억이 난다고 하셨어요.”


“잘됐네요. 저도 지금 출발합니다. 40분 정도 걸릴 거 같습니다. 그동안 행운 빌라로 가서 동정을 살피세요. 평화 부동산 쪽으로 가서 사람들이 모이는지 확인하세요.”


“그럼 빨리 움직여야겠네요. 저는 15분 후면 행운 빌라 앞에 도착할 거 같아요.”


“사람들의 동정을 살피고 수시로 문자 보내주세요. 의심 사지 않게 조심하세요.”


“알겠어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은밀히 움직일게요. 제가 수색대 출신이에요. 군에서 수색 정찰을 질리도록 해봤어요.”


“그럼, 제가 도착하면 연락할 테니 그때 봅시다.”


“네! 형사님 빨리 오세요.”


유강인이 전화를 끊고 차수호 형사에게 말했다.


“선배님! 빨리 출발합시다.”


“그래, 빨리 가자고.”


잠시 후, 강력반 승합차가 출동했다. 차가 행운 빌라를 향해 내달렸다. 거침없이 내 달리는 차 속에서 유강인이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황정수의 문자를 기다렸다.



삑!



황정수의 문자가 도착했다. 유강인이 급히 문자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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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 형사님 말대로 평화 부동산에 사람들이 모였어요. 행운 빌라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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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읽은 유강인이 황정수에게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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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씨 평화 부동산에 누가 모여있는지 확인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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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황정수에게서 답장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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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 평화 부동산 근처에 숨어있는데 101호 아저씨하고 201호 아저씨가 부동산에서 나와서 담배 피웠어요. 좀 전에 402호 아줌마가 부동산으로 들어갔어요. 아줌마가 들어가자 안에서 블라인드를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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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과 같이 문자를 보던 차수호 형사가 급히 말했다.


“유형사, 101, 102, 402호 사람들이 누구지?”


“101호는 김철수, 102호는 이도식, 402호는 라미경입니다. 모두 성동연합모임 사람들이죠.”


“아! 그렇구나. 라미경이면 목격자지?”


“맞습니다. 지금 급하겠죠. 교단 사람들이 세 명이나 잡혀들어갔으니.”





황정수에게서 문자가 다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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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 빵집 아저씨, 세탁소 아저씨도 있는 거 같아요. 제가 몰래 가서 문틈으로 살짝 봤거든요. 둘이 확실히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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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읽던 유강인이 급히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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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쪽으로는 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그냥 멀리서 누가 드나드는지만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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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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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인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차수호 형사가 그의 기색을 살피다 넌지시 말했다.


“유형사!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야?”


유강인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잘됐네요. 사람들이 다 모였으니 … 이들은 모두 황보술과 관련된 사람들일 겁니다. 지금 열심히 대책 회의를 하고 있겠죠.”


“그들 중에 책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있을 거 같습니다. 황보술과 관련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잖아요.”


“잘하면 놈들을 한방에 일망타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죠.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토끼들은 맹수를 만나면 놀라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우리가 잡으려는 토끼는 한 마리입니다. 그 토끼를 잡아야 합니다. 반드시.”


“토끼라고?”


“네! 지금부터 토끼몰이해야 합니다. 완벽한.”


“토끼몰이라고?”


차수호 형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혀를 내두르며 말을 이었다.


“유형사는 완전히 사냥꾼이군. 이형사님이 자네보고 소설가라 그랬는데 소설가가 아니라 사냥꾼이 맞아, 그것도 아주 치밀한!”


유강인이 입을 닫았다. 두 눈이 맹수의 눈처럼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



경찰 승합차가 행운 빌라 근처에 도착했다.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가 은밀히 차에서 내려서 어둠 속으로 파고들었다.


둘이 발소리를 죽이며 행운 빌라 앞으로 걸어갔다. 행운 빌라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황정수였다. 다리를 덜덜 떨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황정수씨!”


유강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황정수를 불렀다.


황정수가 그 소리를 듣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 앞, 유강인과 차수호 형사를 발견하고 둘에게 달려갔다.


“형사님!”


황정수가 기쁜 나머지 크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유강인이 오른손 검지를 입술 근처로 들어 올렸다.


“죄송해요, 형사님. 제가 큰소리 질렀죠.”


황정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가 차수호 형사를 보고 말했다.


“옆에 있는 분은 누구세요?”


“이분은 강력반 형사님입니다. 제 선배님이죠.”


“아! 그러시구나.”


황정수가 급히 차수호 형사에게 인사했다. 차형사가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차형사가 말했다.


“황정수씨,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아까 보니, 빵집 아저씨하고 102호 아저씨가 같이 부동산에서 나갔어요. 그래서 은밀히 따라갔는데 명일 은행 365에 들어갔어요. ATM에서 돈을 뽑은 거 같아요. 봉투가 두둑하더라고요.”


“돈을 뽑았다고요?”


황정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을 이었다.


“돈 봉투를 품에 넣는 걸 봤어요.”


“그리고 다른 건 없나요?”


황정수가 입술에 침을 바르고 계속 말을 이었다.


“몰래 숨어서 둘의 대화를 엿들었어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거 같았어요. 제가 동영상도 찍었어요. 뭐라 그랬더라, 좋은 변호사가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던 거 같아요. 우리는 성 …, 성 뭐라고 그랬는데 아무튼 그 사람만 믿고 있으면 된다고,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했어요. 우리는 오늘 그냥 걱정 없이 놀자고 그랬어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성으로 시작하는 자는 성주 황보술이 분명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앗!”


유강인이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돈을 뽑았다는 말에 황정수가 말했던 도박이 생각났다. 그가 급히 말했다.


“돈을 뽑았다면 혹, 도박!”


황정수가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네, 그런 거 같아요. 지금 늦은 밤이잖아요. 항상 늦은 시간에 도박했어요.”


“잘 됐군. 좋았어.”


유강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황정수가 매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편의점 아저씨하고 정육점 아저씨가 요새 통 보이지 않아요. 어떻게 된 거지 아세요?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아무런 공지도 없이 자리를 비우지 않았는데 ….”


유강인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나중에 다 알게 될 겁니다.”


“그래요. 아! 내 예상대로 무슨 일이 생긴 게 맞죠. 다 잡힌 건가요?”


유강인이 대답 대신 황정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끄떡였다. 황정수가 아! 하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차수호 형사에게 말했다.


“선배님! 지금 인근 지구대에 연락하세요. 출동 준비하라고, 도박범들이 있다고 알리세요.”


“그래, 알았어. 그런데 출동이면 출동이지 준비는 뭐야?”


유강인이 손바닥을 비비며 말을 이었다.


“먼저 진짜로 도박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도박을 진짜로 해야 토끼몰이가 수월해집니다. 제가 OK 사인을 보내면 그때 출동 지시를 내리세요.”


“알았어.”


유강인이 평화 부동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태연한 모습으로 부동산을 향해 걸어갔다.


차수호 형사와 황정수는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둘이 부동산으로 향하는 유강인을 지켜봤다. 살 떨리는 긴장감에 침을 꿀컥 삼켰다.


평화 부동산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렇지만 안이 보이지 않았다. 블라인드가 완전히 내려갔다. 문틈으로 안이 조금 보일 뿐이었다. 틈이 작아서 안에서 뭘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유강인이 문 앞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려다. 그러다 이내 뭔가를 결심한 듯,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문을 세게 두드렸다.



쾅! 쾅!



적막을 깨는 큰소리였다.


“누구야?”


부동산 안에서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한 사람이 나왔다. 101호 주민 김철수였다. 그가 유강인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 301호네? 무슨 일이에요. 부동산 영업이 끝났는데.”


“네에? 영업이 끝났어요. 불이 켜져 있어서 영업하는 줄 알았는데, 아이고 죄송해요. 제가 그것도 모르고 … 그런데 주인아주머니는 어디에 계세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는데.”


“주인아줌마를 찾는다고요? 무슨 일인데?”


유강인이 답을 하지 않았다. 김철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부동산 주인을 불렀다.


“하여사님! 301호 청년이 찾아 왔어요.”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열린 문 사이로 가게 안을 살펴봤다.


테이블에 모포가 깔려 있었다. 사람들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화투와 지폐가 눈에 들어왔다. 5만 원짜리 지폐가 많이 보였다.


“늦은 시간인데 무슨 일이래?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하연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투패를 세게 내던졌다. 돈을 많이 잃어서 신경질이 많이 난 거 같았다.


“잠시만요.”


하연수가 몸을 일으켰다. 총총걸음으로 출입문으로 걸어왔다.


유강인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행운 빌라 앞에 숨어있는 차수호 형사를 찾았다. 한 손을 들어 올려 OK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확인한 차수호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황정수가 신이 난 듯 몸을 떨었다. 숨 막히게 흘러가는 작전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301호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아, 그게 제가 명함을 잃어버려서요. 죄송하지만, 명함 좀 부탁합니다.”


“명함이요?”


하연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 말을 잃은 듯 유강인의 얼굴을 잠시 보다가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요.”


하연수가 문을 쾅!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안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산통 깨지게 뭐야? 지금 한창 재미나게 놀고 있는데.”


“자! 지금 흔든다!”


“뭐라고? 흔든다고?”


30초 후 하연수가 유강인에게 명함 10장을 건넸다. 귀찮은 듯 말했다.


“자, 여기 명함을 충분히 드릴 테니 잘 보관하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꾸벅 절하며 감사를 표했다.


“빨리 들어와요. 하여사!”


“네! 알았어요.”


하연수가 답하고 문을 쾅! 다시 닫았다.


유강인이 출입문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가운산동 행운 빌라가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오늘따라 앞에 있는 가로등 불빛이 약했다. 어둠이 그 위세를 드러냈다. 시간이 흘러 자정을 향해 달렸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평화 부동산만큼은 불이 대낮처럼 환했다.


유강인은 행운 빌라 앞에 있었다. 계속 누군가가 통화하고 있었다. 지구대 경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가 말했다.


“반드시 제 지시에 따라서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도박범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도망치도록 몰아가는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잘 알겠습니다. 대원들에게 그렇게 전달하죠.”


“그리고 제가 지목하는 사람 근처에는 가지 마세요. 그 사람은 강력반에서 해결하겠습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형사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이따 무전기를 드릴 테니 그때 지휘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내쉬엇다. 포위망에 갇힌 사냥감을 잡으려는 사냥꾼처럼 사방을 매의 눈으로 감시하기 시작했다.


차수호 형사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두 손가락을 풀었다. 손가락 마디에서 뚝! 뚝! 소리가 들렸다.


황정수는 군대 시절로 다시 돌아가 수색병이 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사주경계 하느라 바빴다.


잠시 후, 경찰차들이 어둠을 틈타 은밀하게 행운 빌라 근처로 왔다. 경찰관 한 명이 차에서 내렸다. 발걸음을 죽이며 행운 빌라로 다가갔다. 그가 빌라 앞에 서 있는 셋을 보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유강인 형사님!”


“네, 접니다.”


유강인이 짧게 답하고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경찰관이 무전기를 건넸다. 유강인이 무전기를 받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토끼몰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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