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01_50_마지막화) 안녕! 행운빌라_V1

탐정 유강인 01편 <행운 빌라 살인 사건>

by woodolee

저녁 무렵, 퇴근한 사람들이 귀가를 서둘렀다. 가운산동 주부들이 바삐 움직였다. 가장을 기다리면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집 곳곳에서 음식 냄새가 풍겼다. 찌개 냄새와 반찬 냄새가 물씬 풍겼고 어떤 집은 배달 음식을 받아서 상을 차렸다.

주르르!

옥탑방 청년 황정수가 수도꼭지를 꼭 잠갔다. 출근에 앞서 이른 저녁을 먹고 설거지 중이었다.

황정수는 1인 가구였다. 그래서 저녁상이 단출했다. 밥 한 공기에 반찬 여러 개가 전부였다. 비록 부실한 반찬이지만, 이 밥을 먹고 힘을 내야 했다. 꼭꼭 잘 씹어 먹고 상을 치웠다.

그는 설거지가 끝나자, 식기 건조대에 깨끗이 닦은 접시와 공기를 올려놓고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현재, 황정수가 사는 곳은 행운 빌라 옥탑방이 아니었다.

유강인이 행운 빌라 살인 사건을 해결한 후, 소문이 퍼졌다. 행운 빌라 입주민들이 참혹한 사건과 연루되었다는 소문이었다.

이에 빌라 입주민들은 사람들의 눈초리를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빌라철거를 결정했다.

빌라철거가 결정되자, 행운 빌라 임차인들도 빌라에서 나가야 했다.

임차인 황정수도 급히 방을 알아봤다. 하지만 그의 보증금으로는 일터 근처에서 좋은 집을 찾기 어려웠다. 먼 동네로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다.

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황정수는 유강인을 도와 범인을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그 공 때문에 직장에 가깝고 월세도 싼 집에서 나가야 했다.

그 딱한 소식이 관할 경찰서와 주민 센터에 알려졌다. 이에 경찰서장과 동장이 그를 돕기로 했다.

먼저 주민 센터에서 황정수가 살만한 저렴하고 좋은 집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한 집을 골랐다. 문제는 보증금이었다. 보증금이 좀 부족했다.

부족한 보증금은 해결하기 위해 경찰서와 주민 센터에서 성금을 모아 충당했다. 그 성금을 황정수에게 전달했다.

황정수가 성금을 받고 아주 기뻐했다. 넓고 쾌적한 집이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에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빨리 가야겠다.”

황정수가 외투를 입었다. 무슨 약속이 있는지 시계를 보고 서둘렀다. 그가 뛰다가 걸으며 일터로 향했다.

그의 직장은 집에서 5분 거리 ‘도로시 치킨 호프’였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 사자,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를 모델로 인테리어한 가게였다.

“사장님, 저 왔어요!”

황정수가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주인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수, 30분이나 일찍 왔네. 무슨 일이야?”

“가게로 누가 오기로 했거든요.”

“그래? … 친구가 오는 거야?”

“그건 아니고, 손님이라고 해야겠죠. 아주 귀한 손님!”

“귀한 손님이라면 … 도로시 치킨 한 마리 무료로 대접해. 음료수도 서비스로 드리고.”

“네? 그렇게까지 할 ….”

“정수 덕분에 주민 센터, 경찰서에서 단체 손님을 많이 받았어. 마을 사람들도 용감한 청년, 정수를 보려고 가게에 자주 찾아왔어.

그동안 배달도 두 배로 늘었어. 요즘 수입이 아주 짭짤해. 이 정도는 약과야. 두 마리 서비스도 가능해.”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월급을 50퍼센트나 인상해 주셨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괜찮아. 우리 정수 때문에 내가 요즘 어깨에 힘주고 다니고 있어.”

주인아저씨의 칭찬에 황정수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40분 후, 황정수가 가게 청소를 마치고 카운터에서 배달 상황을 체크했다.

그때, 드드륵! 문 열리는 소리가 열렸다. 한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유강인이었다.

“아이고, 오셨네요. 형사님!”

황정수가 유강인을 보고 기쁜 나머지 그 앞으로 달려갔다.

유강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오랜만이네요. 황정수씨. 빨리 왔어야 했는데 그동안 일이 바빠서 늦었습니다.”

“괜찮습니다. 형사님은 바쁜 분이신데, 이렇게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명이 더 있습니다.”

“네? 그럼. 그때 오셨던 형사님이 오셨나요? 저랑 같이 옥상으로 뛰어갔던 ….”

“다른 사람입니다. … 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유강인이 고개를 돌리고 문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천천히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강선애였다. 그녀는 우아한 베이지색 벨티드 롱코트에 하얀 폴라티를 받쳐 입었다. 환한 표정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 커다란 선물 상자를 들었다.

강선애가 황정수를 보고 빙그 웃었다. 90도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강선애가 등장하자, 황정수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강선애가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선애라고합니다. 유강인 형사님 수사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인사차 들렀어요.”

“아이고, 저는 특별히 한 게 없어요. 그냥 형사님이 시키는 데로 움직인 거뿐이에요.”

유강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정수씨, 황정수씨가 큰일을 한 게 맞습니다. 그 덕분에 사건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강선애를 선물 상자를 두 손을 들고 말했다.

“여기 약소하지만 선물이에요. 제 성의니까 받아주세요.”

강선애가 커다란 선물 상자를 황정수에게 건넸다. 황정수가 과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선물 상자를 받았다.

황정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과분한 선물이네요.”

“영화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문화 상품권도 안에 몇 장 넣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거 너무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황정수가 선물 상자를 들고 강선애에게 꾸벅 인사했다.

유강인이 흐뭇한 표정으로 황정수에게 말했다.

“황정수씨! 다음 주 월요일 10시에 용감한 시민상 시상이 있습니다. 서울 경찰청으로 꼭 오세요. 상을 받아야 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지?”

황정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울 경찰청에서 용감한 시민으로 황정수씨를 포상하기로 했습니다. 표창장뿐만 아니라 포상금도 있습니다.

그날 행운 빌라 수사팀과 용감한 시민을 같이 포상합니다. 내일쯤이면 경찰청에서 안내가 올 겁니다.”

“용감한 시민이라고요? 포상금도 있다고요?”

황정수가 희소식을 듣고 입이 딱 벌어졌다.

“아이고 우리 정수 경사 났네!”

주방에서 일하던 주인이 포상금이라는 말에 크게 소리쳤다.

“하하하!”

“하하하!”

가게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주 즐거운 웃음이었다.

잠시 후 유강인과 강선애가 자리를 잡았다. 황정수가 주문을 받았다.

“주인아저씨가 말씀하셨어요. 오늘 손님이 오시면 도로시 치킨 한 마리와 음료를 서비스로 드리라고 하셨어요. 그걸 드리면 되겠죠?”

“도로시 치킨이요?”

강선애가 도로시 치킨이라는 말에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황정수가 도로시 치킨을 설명했다.

“도로시 치킨은 우리 가게에서 제일 맛있고 비싼 치킨입니다. 아몬드 가루에다 버터, 청양고추를 버무린 알싸하고 고소한 치킨이에요. 손님들이 다 최고라고 엄지척해요.”

“아, 맛있겠네요. 하하하!”

유강인이 크게 웃으며 답했다.

40분 뒤 맛있는 식사가 끝났다. 유강인과 강선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정수에게 재차 고마움을 전달하고 출입문을 열었다. 둘이 인도를 걸었다.

“잘 가세요!”

황정수가 멀리 사라져가는 둘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둘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유강인이 강선애의 기색을 살피다가 말을 걸었다.

“이제 밤이 되었네요.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아, 다행이네요. 저 혼자 집으로 가라고 할까 봐 걱정했어요.”

강선애가 방긋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렇게 둘이 길을 걷었다.

묵묵히 길을 걷던 강선애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향한 곳은 행운 빌라 방향이었다.

유강인도 걸음을 멈추고 강선애에게 물었다.

“왜 그러세요? 강선애씨.”

강선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행운 빌라가 없어진다고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한번 가보고 싶어요.”

“…….”

유강인이 답을 하지 못했다. 뜻밖의 말이었다.

그때, 여자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강선애가 행운 빌라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그 뒤를 따라갔다.

잠시 후 둘이 행운 빌라 앞에 다다랐다.

행운 빌라는 완전히 정적에 싸여 있었다. 이제는 폐가였다. 사는 사람이 없었다.

을씨년스러운 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벽에 칠해진 행운이라는 글자도 희미해졌다.

강선애가 아무 말 없이 행운 빌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말이 없었지만, 눈망울은 사랑하는 가족에게 안녕을 고하는 거 같았다.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씩씩하게 잘 살겠다고 부모님과 동생에게 약속하는 거 같았다.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기를 기약하는 거 같았다.

그렇게 강선애가 10분 정도 서 있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유강인은 강선애를 묵묵히 기다렸다.

강선애가 밝은 표정으로 돌아오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둘이 다시 길을 걸었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다행히 가로등 불이 있어 어둡지 않았다. 둘이 같이 걸어서 외롭지도 않았다.

“이제 무슨 일을 하실 거죠?”

유강인이 넌지시 강선애에게 말을 걸었다.

강선애가 잠시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디자이너의 길을 갈 거예요. 제 전공이 디자인이에요, 금속 디자인이죠.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녹음기를 달았던 브로치 기억나시죠? 그 브로치는 제 작품이에요. 학창 시절 때 만든 거예요.”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브로치를 떠올렸다. 빨간 장미 잎사귀 모양이 아름다웠던 브로치였다. 그 브로치에 녹음기가 있었고 황보술의 육성을 담았다.

“앞으로 저는 형사님처럼 살 거예요.”

“네? 저처럼요?”

“이번 일로 형사님한테 많은 걸 배웠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행운처럼 허황한 걸 쫓는 게 아니라 진실하게 사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앞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진실하게 살겠어요. 이제는 남을 의식하며 살고 싶지 않아요. 부모님도 저처럼 남을 의식하며 살았던 거 같아요.

저도 제 일에 푹 빠져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형사님이 형사 일에 최선을 다하듯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참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는 경찰로서 할 일을 한 거뿐입니다. 너무 좋게 봐주시는 거 같네요.”

“아니에요. 형사님이 본분에 충실해서 사건을 풀 수 있었어요. 그게 행운이었어요.

형사님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이었어요. 저도 열심히 일해서 다른 사람에게 행운이 되고 싶어요.”

“네, 앞으로 잘 되시리라 굳게 믿겠습니다. 하하하!”

유강인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잠시 후 둘이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바람이 불었다. 강한 바람에 가로수 나뭇가지가 흔들렸고 유리창이 들썩거렸다.

행운 빌라도 마찬가지였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아주 깊은 어둠 속에서 ….

한 달 뒤 행운 빌라가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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