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31_이유리 배우를 면회하다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강천 다나음 병원을 향해 내달렸다.


수사팀은 병원에 이유리 환자 면회를 신청했다. 곧바로 면회 허락이 떨어졌다. 그 시각은 오전 11시였다.


장철수 단장과 김두희 사무장도 병원에 면회를 신청했다. 둘의 면회도 허락됐다. 그 시각은 정오였다. 둘은 잠시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놀란 마음을 달래고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강천 다나음 병원 5층에 최지나 배우와 이유리 배우가 있었다. 최지나 배우는 1인실에 있었고 이유리 배우는 5인실에 있었다.


오전 11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강천 다나음 병원 지하 주차장에 주차했다.


유강인을 비롯한 수사팀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이 굳은 얼굴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수사팀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엘리베이터가 신속하게 위로 올라갔다.



B2, B1, 1, 2, 3, 4, 5!



5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렸다. 수사팀이 너도나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유강인이 앞장섰다. 5인실로 향했다. 저 앞에 5인실이 있었다. 경찰 둘이 병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저기군.”


유강인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현재 입원한 이유리 배우가 의심스러웠다. 최지나 배우는 크게 다쳤지만, 이유리 배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카르멘의 고육지책일 수 있었다.


유강인이 5인실 출입문 앞에 멈췄다.


경찰 선임이 절도있게 경례하고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병실 안에 이유리 배우님만 계십니다. 다른 환자분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분들은 휴게실에 계십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유리 배우님 상태는 괜찮나요?”


“상태는 좋은 거 같습니다. 병실 안에 담당 의사분과 간호사님이 계십니다. 30분 정도 면회가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경찰 선임이 병실 문을 활짝 열었다.


병실 문이 열리자, 창가 가습기가 제일 먼저 보였다. 가습기에서 허연 연기가 펄펄 나왔다.


병실 안에 세 사람이 있었다. 이유리 배우가 침대에 누워있었고 담당 의사와 담당 간호사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유강인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수사팀이 따랐다.



병실 안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담당 의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유강인을 쳐다봤다.


“아!”


담당 의사가 탄성을 질렀다. 유강인을 곧바로 알아봤다. 그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사건을 담당하시는 유강인 탐정님이시죠?”


유강인이 공손한 얼굴로 답했다.


“네, 맞습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이유리 배우님은 지금 괜찮으신가요?”


의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이유리 배우님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30분 면회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1시간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30초 후, 담당 의사와 담당 간호사가 병실에서 나갔다. 면회 시간은 최대 1시간이었다.


의료진이 병실에서 나가자,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던 이유리 배우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한마디로 청순함이 넘쳤던 여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청초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핼쑥함만이 남았다. 고운 피부가 까칠해졌다.


큰일을 당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거 같았다.


단발머리가 찰랑거렸다. 머리카락도 얼굴처럼 푸석했다.


“음~!”


유강인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침을 한번 삼키고 이유리 배우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 유강인 탐정님.”


이유리 배우가 입을 열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마음이 불안한 거 같았다.


유강인이 입을 열려다가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저 앞에 보이는 병실 창문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이 보였다. 날이 화창해서 햇빛이 참 좋았다.


이유리 배우가 유강인의 옆 모습을 바라봤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최지나 배우님은 … 여전히 의식불명이라고 들었어요.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정말 죄송해요.”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유리 배우가 중요한 말을 하려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이유리의 눈망울을 쳐다봤다.


이유리 배우가 침을 힘들게 삼키고 말했다.


“그때, 이상한 일이 있어요.”


“이상한 일이라고요?”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이유리 배우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연습 전, 분장실에 있었는데 … 무대 지시문이 갑자기 바뀌었어요. 다른 배우는 바뀌지 않았는데 저랑 최지나 배우님만 바뀌었어요. 그래서 같이 무대 지시문을 숙지했어요.”


무대 지시문은 희곡에 포함된 정보였다. 배우의 행동이나 위치, 조명, 연출과 관련된 지시였다.


배우들은 무대에 오르기 전 대사와 무대 지시문도 숙지해야 했다.


“무대 지시문!”


유강인이 무대 지시문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유리 배우가 슬픈 눈빛을 지었다. 그녀가 계속 말했다.


“미카엘라 윤미래 배우님이 저를 찾으셨어요. 종이 한 장을 들고 말씀하셨어요. 저랑 최지나 배우님 무대 지시문이 바뀌었다며 이걸 숙지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최지나 배우님과 함께 새로 바뀐 무대 지시문을 숙지했어요.”


유강인이 급히 말했다.


“무대 지시문이 어떻게 바뀌었죠?”


“1막, 카르멘이 등장할 때 우리 위치는 무대 왼쪽이었어요. 그게 아랫 무대 왼쪽으로 바뀌었어요. 관객석 앞쪽으로 당겨졌어요.

최지나 배우님은 아랫 무대 왼쪽 중앙이었고 저는 최지나 배우님 왼쪽이었어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연극에서 무대를 어떻게 구분하죠?”


“무대를 총 아홉 지역으로 구분해요. … 야구랑 비슷해요. 스트라이크 존을 아홉 개로 구분하는 것과 같아요.”


“아, 그렇군요.”


“관객석과 가까운 쪽이 아래예요. 먼 쪽은 위고요. 그래서 위쪽이 백스테이지와 가까워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미카엘라 윤미래가 최지나와 이유리에게 새로 바귄 무대 지시문을 건넸다는 말인데 … 윤미래가 카르멘이거나 카르멘의 하수인이라면 가능한 일이야.

윤미래가 유서에 분명히 적었어. 애인을 빼앗아간 못된 최지나를 용서할 수 없다고 ….

유서의 내용 중 이건 분명한 사실인 거 같아. 카르멘은 최지나에게 화가 났어. 그것도 아주 단단히!’


유강인이 잠시 말이 없자, 이유리가 하얀 천장을 바라봤다. 공포가 어린 눈망울로 말을 이었다.


“최지나 배우님과 함께 무대에 올라 새로 바뀐 무대 지시문대로 연기하고 있었는데 … 천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조명 장치가 툭! 하며 떨어졌어요. 최지나 배우님 머리 위로 떨어졌어요.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피할 수가 없었어요. 조명 장치가 최지나 배우님을 덮치고 저도 덮쳤어요. 그래서 의식을 잃었어요.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어요. 간호사 선생님이 제 옆에 있었어요.”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유강인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탐정님, 사건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유강인이 맞는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조명 장치 추락 사건의 정황을 다음과 같았다.


첫째, 카르멘은 위조된 무대 지시문으로 최지나 배우와 이유리 배우를 감쪽같이 속였다.


윤미래가 진짜 카르멘이라면 직접 움직여 둘을 속인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카르멘한테 지시를 받은 게 분명했다.


둘째, 카르멘은 조명 스태프 최상일을 사주해 조명 장치에 손을 댔다. 조명 장치가 움직이면 떨어지게 했다.


마지막으로 카르멘은 무대 감독 한창완도 사주했다. 두 배우가 바뀐 무대 지시문대로 ‘아랫 무대 왼쪽’에 서자, 조명 장치를 움직여 아래로 떨어트렸다.


범행의 목표는 애인을 빼앗은 최지나 배우였다. 이유리 배우는 최지나 옆에 있다가 다친 거로 보였다.


“음~!”


유강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유리 배우님, 잘 알겠습니다. 수사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유리 배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극단에 다른 일이 있나요? 또 누가 다치거나 죽었나요? 사무장님을 어제 잠깐 만났었는데 표정이 무척 어두웠어요. 꼭 무슨 일이 있는 것만 같았어요.”


김두희 사무장은 어젯밤 이유리 배우를 잠깐 면회했다. 면회 시간은 단 1분에 불과했다. 김사무장은 이유리 얼굴만 보고 병실에서 나갔다.


그때 이유리 배우가 김두희 사무장에게 물었다. 또 무슨 일이 있냐 묻자, 김사무장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어제 한 명이 잡히고 둘이 도주했다.


공연장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한창완 무대 감독은 체포됐고 공연장을 빠져나간 최상일 스태프와 윤미래 배우는 진봉산에 올랐다. 둘은 수배 중이었다.


이유리 배우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뭔가가 있다는 걸 눈치챈 거 같았다.


유강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지나 배우님과 이유리 배우님이 다친 후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 조명 장치를 떨어트린 범인은 총 세 명이었습니다. 그중 한 명을 체포했고 나머지는 둘은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네에? 시, 시신이라고요?”


시신이라는 말에 이유리 배우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매우 놀란 나머지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거 같았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눈여겨봤다. 인간 거짓말 탐지기가 되어 이유리의 말과 행동을 면밀하게 살폈다.


유강인은 진봉산에서 죽은 윤미래 배우의 유서를 읽었지만, 그녀를 극단의 실력자, 카르멘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진짜 카르멘이 농간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윤미래 배우가 카르멘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면, 진짜 카르멘을 찾아야 했다.


정황상 이유리 배우가 의심스러웠다. 카르멘의 타깃 최지나 배우는 크게 다쳤다. 생명은 건졌지만,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였다. 반면 이유리 배우는 그렇지 않았다. 비교적 경상이었다.


이유리도 큰일을 당해 핼쑥해 보였지만, 며칠 뒤면 퇴원할 거 같았다. 건강도 금방 회복할 거 같았다.


유강인이 두 눈을 금실처럼 가늘게 떴다. 고육지책을 계속 떠올렸다. 네 명을 죽이고 두 명을 다치게 한 카르멘이라면 야비한 수를 쓰고도 남았다.


이유리 배우가 카르멘과 관련됐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진짜 카르멘이거나 아니면 카르멘의 또 다른 하수인이었다.


‘이유리, 당신이 카르멘인가? 아니면 하수인인가?’


유강인이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이유리 배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두 눈과 두 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뉘앙스를 감지했다.


범죄와 관련된 자는 떳떳하지 못했다. 아무리 떳떳한 척을 해도 속으로는 켕기기 마련이었다. 그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사악한 사람도 양심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 양심을 잠재의식 속 아주 깊은 곳에 숨겼다 해도 그 티가 어렴풋이나마 나기 마련이었다.


유강인은 바로 그 작은 티를 찾으려 애썼다.


사건의 진상은 짙은 안개 속에 가려있지만, 안개 속에서도 희미한 불빛은 있기 마련이었다. 그 불빛이 바로 단서였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