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5_아버지 목소리와 임진강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다음날

운명의 마지막 막

2026년 2월 9일 오전 7시 20분


유강인과 카르멘, 그 둘의 마지막 대결이 시작되었다. 승자는 오직 한 명이었다. 승자만이 웃을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서울 강천구 번화가 소재 오피스텔 11층 현관문이 천천히 열렸다. 한 여인이 현관문에서 나왔다. 초췌한 표정의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극단폭풍 소속 이유리 배우였다.


집에서 나온 이유리가 서둘렀다. 어디 멀리 가는 듯 외출복을 입었다. 외출복은 검은색 일색이었다. 검은색 파카와 검은색 바지를 입었고 머리에는 검은색 모자를 썼다. 신발도 검은색 운동화였다.


11층 복도에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이유리 배우가 엘리베이터 앞에 멈췄다.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이유리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엘리베이터 안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11층에서 지하 2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11, 10, 9 … 5, 4, 3, 2, 1, B1, B2!


이유리 배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가 걸음을 재촉했다. 저 앞에 있는 차를 향해 걸어갔다. 푸른색 세단이었다.


“왔군.”


그때 아주 작은 목소리가 주차장에서 들렸다. 이유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강천 경찰서 강력반 형사들이었다. 이유리 차 근처에서 잠복 수사 중이었다.


이유리 배우가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시동을 걸고 바로 출발했다. 아침 일찍 갈 데가 있는 거 같았다.



부르릉!



푸른색 세단이 주차장 출구로 향하자, 잠복 형사들이 급히 움직였다. 푸른색 세단 근처에 주차한 검은색 차로 달려갔다. 한 명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딘가로 전화했다.


신호가 가자, 이진환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형사, 이유리가 움직였나?”


“네, 자기 차를 타고 출입구로 향했습니다.”


“알았어.”


이진환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이유리 추적이 시작됐다.


한편 탐정단은 숙소인 모텔에 있었다. 모텔 이름은 해피니스(Happiness)였다. 극단폭풍에서 차로 10분 거리였다.


해피니스 모텔은 조식 서비스로 유명한 곳이었다. 저렴한 모텔이라 호텔처럼 비싼 음식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손맛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 제공됐다.


오늘 조식 메뉴는 다음과 같았다.


주연은 흰밥과 소고기미역국이었다. 조연은 5가지 반찬이었다. 반찬은 구운 김과 김치, 아몬드 멸치볶음, 깻잎장아찌, 무말랭이장아찌였다.


“우와! 맛있다!”


황정수가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숟가락으로 밥을 마구 퍼먹으며 아침을 아주 맛있게 즐겼다.


무엇보다 소고기미역국이 참 맛있었다. 신선한 미역과 소고기가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반찬 중에서는 멸치볶음이 최고였다. 고소한 아몬드가 듬뿍 들어가 마치 참기름처럼 고소했다.


구운 김은 야들하면서도 바삭했다. 깻잎장아찌는 간이 딱 맞았다. 무말랭이장아찌는 식감이 예술이었다. 아삭한 게 더할 나위가 없었다. 5가지 반찬을 먹자, 식욕이 넘쳐 흘렀다.


“흐흐흐! 여기는 모텔이 아니라 맛있는 밥집입니다. 모텔 조식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습니다. 저번에 먹었을 때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조리사가 누군지 정말 궁금해요.”


“하하하! 그래 정말 맛있어.”


유강인도 무척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숟가락이 바삐 움직였다. 윤기가 짜르르 흐르는 흰밥을 퍼먹다가 커다란 소고기가 둥둥 떠 있는 미역국을 연신 떠먹었다.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무말랭이장아찌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입에 한가득 넣고 꼭꼭 씹었다. 적당히 맵고 아삭한 게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맛이었다.


“하하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큰 웃음소리가 들리자, 모텔 직원 한 명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지배인이었다. 지배인이 유강인 앞으로 걸어와 입을 열었다. 매우 공손한 목소리였다.


“유강인 탐정님과 조수님.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식 서비스를 시작한 보람이 있네요.”


대만족한 황정수가 지배인에게 말했다.


“지배인님, 모텔 근처에 음식점 하나 차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너무 너무나 맛있어요. 흐흐흐! 꿀맛은 넘어서 꿀꿀맛입니다!”


“아이고, 잘 알겠습니다. 고려해 보겠습니다.”


지배인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렇게 잠시 담소를 나누다가 자리를 떴다. 지배인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5분 후, 탐정단의 식사가 거의 끝나갔다.


후식은 누룽지와 숭늉이었다. 바삭한 누룽지와 구수한 숭늉은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원투펀치였다. 떡실신 펀치였다.


유강인이 미소지를 지으며 숭늉을 쭉 들이켰다.


그때!



삐리릭!



유강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진환 형사의 전화였다. 유강인이 한 손으로 입을 닦고 전화 받았다.


“네, 이형사님.”


핸드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탐정님, 지금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일이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두 가지 일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말했다.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게 뭔지, 차근차근 말해보세요.”


이진환 형사가 침을 꿀컥 삼키고 답했다.


“먼저 이유리 배우가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갔습니다. 승용차를 타고 서울 북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형사들이 미행 중입니다. CCTV 통제센터도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서울 북쪽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갔던 임진강 쪽일 겁니다. 그쪽으로 가세요. 10년 전 사고 현장입니다. 탐정단도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거기요? 그곳은 장민국 초대 단장이 실종된 곳인데 … 정말 거기로 가는 걸까요?”


“그럴 겁니다. 이제 카르멘의 수가 훤히 보입니다. 어서 움직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게 뭐죠?”


“놀라지 마세요. 실종됐던 장민국 초대 단장이 아들인 장철수 단장에게 연락했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철수 단장이 통화 녹음을 파일로 보냈습니다. 통화 내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장단장 말에 따르면 아버지 목소리가 맞는답니다. 분명하답니다.”


“그렇군요. 드디어 장민국 초대 단장이 나타났군요. 그것도 10년 만에!”


유강인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

10분 전


아침 일찍 극단으로 출근한 장철수 단장이 주차장을 걸어 다녔다. 밤을 지새웠는지 초췌한 얼굴이었다.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버지 … 죄송합니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장단장이 말을 마치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연신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뺨을 타고 턱을 향해 내려갔다.


그때!



삐리릭!



장철수 단장의 핸드폰이 다급하게 울렸다.


“응?”


장단장이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모르는 번호였다. 이에 전화를 끊으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그가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떨리는 손을 들고 통화 버튼을 꾹 눌렀다.


장철수 단장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번호인데, 전화하신 분은 … 누구시죠?”


“…….”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런!”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스팸 전화라 생각했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려고 했을 때, 별안간 노인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들렸다.


“철수야 … 아버지야. 아버지가 10년 만에 전화했어.”


“네에? 뭐, 뭐라고요?”


장철수 단장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정색했다. 핸드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철수야. 미안해. 모든 건 다 내가 꾸민 짓이야. 아버지가 바로 … 극단폭풍의 카르멘이야.

내 실수로 호일이가 죽고 말았어. 호일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려다가 그렇게 됐어. 정말 미안해. 모든 걸 책임지고 이승을 떠날게.

10년 전 사고가 났던 … 임진강으로 와. 우리 아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네에?”


장단장이 매우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핸드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아버지 목소리가 맞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버지가 살인마 카르멘이었다.


장철수 단장이 급히 외쳤다.


“아,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버지!”



뚜~!



전화가 뚝 끊겼다.


“헉!”


장철수 단장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10년 만에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애타게 듣고 싶었던 그 목소리가 맞았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비극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장철수 단장이 크게 울부짖었다.


10년 만에 전화한 아버지가 마지막을 암시했다.


장단장이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이건 아니야!’ 하며 몸을 마구 흔들어댔다. 그러다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돌리며 뭔가를 찾았다.


그건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이었다.


장철수 단장이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지체하지 않고 이진환 형사에게 연락했다.


이형사가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장철수 단장이 우는 목소리로 외쳤다.


“형사님! 아 … 아, 아버지가 전화했어요!”

--------------



유강인이 양 입술에 침을 묻히고 잠시 생각하다가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이형사님, 10년 전 임진강 사고 현장뿐만 아니라 극단폭풍 건물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형사님은 임진강으로 가세요. 신형사님은 어디에 계시죠?”


“신형사는 극단폭풍 1층 로비에 있습니다.”


“신형사님도 극단을 떠나야 합니다. 대신 멀리 가면 안 됩니다. 극단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몰래카메라는 설치했나요?”


“네, 곳곳에 설치했습니다.”


“단원들이 모두 나간 후에 설치했죠?”


“네, 어젯밤 단원들이 건물에서 나가는 걸 일일이 확인하고 은밀히 설치했습니다. 이제 CCTV 사각 지역은 없습니다. 실시간으로 극단 내부를 감시할 수 있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이형사님, 극단 건물 안에 경찰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카르멘이 안심할 겁니다. 경찰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카르멘은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카르멘이 무슨 행동을 하면 바로 달려가서 잡아야 합니다. 신형사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신형사한테 정신 바짝 차리라고 전하겠습니다. 신형사 옆에 눈치 빠르고 민첩한 형사들이 있습니다. 신형사를 잘 보좌할 겁니다. 저는 임진강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럼, 임진강에서 봅시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조수 둘에게 말했다.


“예상대로 이유리가 움직였어. 차를 타고 10년 전 사고 현장으로 가고 있어.”


“그렇군요. 아침 일찍 움직였네요.”


황정수가 숭늉을 다 마시고 말했다.


“그리고 놀라지 마. … 장민국 초대 단장이 1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어. 아들인 장철수 단장에게 전화했어.”


“네에? … 실종됐던 장민국 초대 단장이 아들에게 전화했다고요? 그럼, 죽은 게 아니라 살아있는 거잖아요.”


황정수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맞아, 지금 카르멘이 마지막 수를 던지고 있어. 그걸 덥석 받아주자고. 이제 카르멘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해. 어서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차에 가서 시동 걸겠습니다.”


조수 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침이 되자,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유강인이 예상한 대로였다. 카르멘의 심복 이유리가 움직였고 실종됐던 장민국 초대 단장이 아들에게 전화했다.


유강인이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오늘 아침 탐정단은 아주 맛있는 조식을 먹었다. 그 힘으로 아주 명쾌하게 사건을 해결해야 했다.


탐정단 밴에 시동이 걸렸다. 차가 모텔 주차장에서 나갔다. 곧 대로로 접어들었다. 임진강으로 향하는 순환고속도로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임진강! 그곳에서 적의 멱살을 있는 힘껏 움켜잡고 극단폭풍에서 업어치기 한판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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