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4_장호일 사건 진상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사무실 한가운데에 유강인이 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 서 있었다. 그 뒤에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넷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러내렸다.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장철수 단장과 이유리 배우가 순간, 긴장했다. 사무실 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유강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신기훈 형사에게 말했다.


“신형사님은 2층 연습실로 돌아가세요. 단원들을 계속 지켜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두 눈을 부엉이처럼, 대문짝처럼 크게 뜨고 단원들을 지켜보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쾌활한 목소리로 답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가 로비를 걸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유강인이 친절한 목소리로 장철수 단장과 이유리 배우에게 말했다. 장단장과 이유리가 쭈뼛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둘이 유강인 앞에 서자, 유강인이 목을 한번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장호일 배우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습니다. 먼저 장철수 단장님께 양해를 구합니다. 수사 절차상 동생분의 잘못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동생이 한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이를 악물고 답했다. 그도 동생의 폭력성과 애정 행각에 대해 들었다. 차마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감출 수도 없는 일이었다.


유강인이 진상을 말하기 전 이유리 배우를 노려봤다. 공중을 훨훨 나는 매의 눈초리였다.


“에그머니나!”


그 눈빛은 본 이유리 배우가 깜짝 놀란 나머지 움찔했다. 그녀가 불안감에 바들바들 떨었다.


유강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장호일 배우가 죽던 날, 바로 그날! 장호일 배우는 분장실에서 한 사람과 통화했습니다. 그 사람은 호세와 카르멘 연극을 통해 만난 최지나 배우였습니다.

최지나 배우는 장호일 배우의 새 애인이었습니다. 장호일은 애인이 있었지만, 그 애인을 버리고 최지나 배우와 사귀었습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버려진 애인은 엄청난 분노를 느꼈습니다. 그녀는 속으로 화를 삭이지 않았습니다. 극단의 실력자인 카르멘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카르멘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장호일의 버릇을 고쳐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멈추고 잠시 뜸을 들였다.


탐정이 침묵을 지키자, 사무실의 긴장감이 계속 올라갔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애드벌룬 같았다.


쌓이고 쌓이던 긴장감이 터지려고 할 때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카르멘은 장호일의 못된 버릇을 고칠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장호일이 했던, 소품용 칼을 이용한 짓궂은 장난이었습니다.

카르멘도 장호일처럼 장난을 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하수인인 조인수를 불렀습니다.

조인수가 오자, 카르멘은 그에게 칼 상자 하나를 건넸습니다. 칼 상자는 여기에 있는 장호일 책상 서랍에서 꺼낸 상자였습니다.

카르멘은 조인수에게 장호일처럼 장난을 치라고 사주했습니다. 그런데 그 칼 상자에는 소품용 칼이 아니라 진검이 들어있었습니다.”


유강인이 한 손을 들었다. 한쪽 구석에 있는 장호일 책상 서랍을 가리켰다.


사람들의 시선이 장호일의 책상 서랍으로 향했다.


유강인이 책상 서랍을 보며 말했다.


“문제의 칼 상자는 장호일 책상 서랍 안에 있었습니다. 상자는 그 크기가 컸습니다. 서랍 하나당 상자 하나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칼 상자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였습니다. 둘 다 똑같이 생긴 상자였습니다. 그 상자들은 책상 서랍 두 개에 각각 들어있었습니다.

한 상장에 진검이 있었고 다른 상자에는 진검과 똑같이 생긴 소품용 칼이 있었습니다.

카르멘은 서랍 하나만 열었던 거 같습니다. 이 일은 카르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필 그 서랍에 진검이 든 상자가 있었습니다.

이는 카르멘이 의도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 서랍이나 열었다가 칼 상자를 발견하고 소품용 칼이라 착각한 거 같습니다. 소품용 칼뿐만 아니라 진검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 같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떨구었다. 동생의 죽음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카르멘이 진검이 아니라 소품용 상자를 골랐다면 동생은 죽지 않았다.


“으으으~!”


이유리 배우가 신음을 내뱉었다. 얼굴이 점점 새하얘졌다. 가시방석에 앉은 거 같았다. 어서 사무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거 같았다. 마치 자기가 일을 저지른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 옆에는 수사팀이 있었다. 이진환 형사와 조수 둘이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유강인이 이유리의 표정을 보고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분장실에 들어간 조인수는 칼과 함께 핸드폰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핸드폰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장호일 전 애인의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가 분장실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장호일 배우가 크게 화를 냈습니다. 전 애인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것도 날이 시퍼런 칼을 들고 등장했습니다.

물론, 전 애인이 직접 칼을 든 건 아닙니다. 하수인이 대신 칼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이유리를 쳐다봤다. 그가 천둥처럼, 번개처럼, 심장을 단박에 관통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장호일 배우의 전 애인은! … 바로 여기에 있는 이유리 배우입니다!”


“네에? … 유, 유리가 동생의 전 애인이었다고요?”


그 말을 듣고 장철수 단장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가 매우 놀란 나머지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래턱이 쑥 빠진 거 같았다.


순간, 사무실에 침묵이 흘러내렸다. 그건 예기치 못한 당혹감과 그러면 그렇지! 하는 확신이었다.


잠시 콘크리트처럼 굳었던 장단장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는 이유리 배우를 쳐다봤다.


이유리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장대같았다.


장단장이 이유리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처마 끝 풍경처럼 마구 흔들리며 떨리는 목소리였다.


“유, 유리야, 어서 말해! 유강인 탐정님 말이 사실이야?”


“그, 그게 ….”


이유리 배우가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사실은 … 그게요. 그런 게 아니라 …. 이를 설명하기가….”


이유리 배우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정곡을 콱 찔려서 머리가 새하얘진 거 같았다. 진실의 총알이 심장의 정중앙을 관통했다.


2초 후, 장철수 단장이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 외쳤다.


“아! 맞는구나! 유리 네가 카르멘한테 고자질해서 동생이 죽은 거구나! 그런 거구나!!”


장단장이 확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형의 애끓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배신감이 넘쳐 흘러내렸다.


이유리는 장단장이 아끼는 배우였다. 극단을 이끌 차세대 배우로 여겼다. 그런 그녀가 동생을 죽이는 데 일조했다. 그것도 흉악한 카르멘과 한 편이었다. 그 때문에 동생이 비참하게 죽고 말았다.


“왜 답이 없죠? 이유리 배우님.”


유강인이 드라이아이스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이유리 배우에게 말했다.


허가 단단히 찔린 이유리 배우가 하마처럼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두 눈에 활짝 열린 출입문이 보였다. 그녀가 출입문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딜!”


그 모습을 보고 이진환 형사가 급히 움직였다. 유강인이 급히 한 손을 들었다. 이형사를 제지했다. 그가 이형사에게 귓속말했다.


“여기 오기 전 강천 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밖에 형사들이 있습니다. 이유리 배우를 미행할 겁니다. 서울 CCTV 통제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 그렇군요. 벌써 그렇게 조치하셨군요.”


이진환 형사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을 마쳤을 때


활짝 열린 출입문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곧 급한 발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다.


“세상에나!”


“정말 어이가 없어요. 그런 일로 사람이 죽다니 … 장난치다가 사람이 죽은 거잖아요.”


조수 둘이 황당하면서도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유리가 아닌 … 다른 배우가 장호일의 애인이었다면 카르멘은 움직이지 않았을 겁니다.

이유리는 카르멘이 아끼는 심복, 그림자 무사입니다. 카르멘이 심복의 뜻을 들어준 겁니다. 자, 이제 밖으로 나갑시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이진환 형사와 조수 둘이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유강인의 뒤를 따랐다.


건물 밖은 무척 어두웠다. 짙은 어둠이 주차장에 내려앉았다. 간간이 있는 가로등만이 주차장을 희미하게 비출 뿐이었다.


1분 후, 수사팀이 주차장 한가운데에 다다랐다. 앞장서서 걷던 유강인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뒤따라 걷던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도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이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 앞에 있는 동료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극단폭풍 건물은 CCTV 별로 없는 곳입니다. 그건 카르멘의 뜻이었을 겁니다. 카르멘의 뜻에 따라 CCTV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겁니다.

대신 다른 게 있었을 겁니다. 그건 도청 장치입니다. 사무실에 도청 장치가 있었을 겁니다. 우리 대화가 다 녹음됐을 겁니다.

카르멘은 무척 치밀한 자입니다.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네에?”


“아이고!”


그 말을 듣고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잠시 주차장에 침묵이 흘러내렸다.


이진환 형사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무실에 도청 장치라고요? 그걸 알면서도 일부러 수사 내용을 흘린 건가요? 정말 그런 건가요?”


유강인이 씩 웃고 답했다.


“맞습니다. 카르멘 빨리 잡으려면 그 수가 제격이었습니다. 우리 대화를 엿들은 카르멘은 마음이 조급해질 겁니다. 우리가 놈의 정체를 거의 다 밝혀냈습니다.

안절부절못하던 카르멘은 다급한 나머지 악수를 둘 겁니다.”


“아! 그렇군요, 탐정님. 놈이 언제 움직일까요?”


황정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답했다.


“빨라도 오늘 밤은 아니야. 작전을 짜려면 카르멘도 시간이 필요해. 카르멘도 사람이니 ….

아마도 내일쯤, 카르멘이 행동을 개시할 겁니다. 우리는 그에 맞춰 대응하면 됩니다.

내일 상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져도 모두 당황하거나 놀라면 안 됩니다. 빨리 안정을 되찾고 침착해야 합니다. 그래야 놈을 잡을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퇴근합시다. 수사팀은 저번에 묵었던 맛있는 조식이 나오는 모텔에 다시 묵겠습니다.”


“아! 그렇군요. 오늘 일은 카르멘을 끌어들이는 함정이군요. 아주 치밀한 묘수입니다. 당황한 카르멘이 곧 움직일 거 같습니다.

카르멘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좁혀졌고 이유리가 공범이라는 게 밝혀졌으니 카르멘이 놀라서 침이 바짝바짝 말라갈 겁니다. 입이 사막이 되겠죠. 하하하!”


이진환 형사가 흡족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조수 둘도 마찬가지였다. 조수 둘이 갸르르! 웃어댔다.


유강인이 총명한 머리로 치밀하고 교활한 카르멘을 갖고 놀기 시작했다. 나는 자 위에도 천적, 인공위성이 있기 마련이었다.


유강인이 미소를 짓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내일 오전이겠지. 정오면 결판이 날 거 같아. 카르멘! 어서 움직여라. 그에 맞춰 대응해 줄 테니 … 곧 너의 가면을 벗겨주마. 너의 추악한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내 주마. 목을 잘 닦고 있어야 할 거야.’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씩 웃었다. 사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수사팀이 가벼운 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탐정단 밴에 시동이 걸렸다. 저번에 묵었던 근처 모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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