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3_카르멘 용의자 둘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황정수가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낭랑한 목소리였다.


“탐정님, 그걸 동귀어진(同歸於盡)이라고 해요. 한마디로 너 죽고 나죽자죠! 무시무시한 계략이에요!”


“그렇지!”


유강인이 손뼉을 짝 쳤다. 그가 답했다.


“맞아, 장민국 초대 단장은 친구이자, 원수인 복우성 전무와 동귀어진한 거야. 그렇게 복수했어.

그가 원하는 대로 복전무는 물에 빠져 죽었어. 장단장은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 실종됐고.”


“그렇군요. 10년 전 일에 그런 비밀이 숨어있었군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입니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렇죠. 복우성 전무가 장민국 초대 단장을 너무 만만하게 본 거 같습니다. 복전무가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유강인이 말을 멈추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브리핑을 이었다.


“그렇게 장민국 초대 단장은 임진강에서 실종됐습니다. 그 일로 극단폭풍은 구심점을 잃어버렸습니다. 극단폭풍의 뇌와 심장이 사라진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극단폭풍은 더 눈부시게 성장했습니다. 2대 단장 장철수가 그 일을 해냈습니다. 장철수는 초대 단장 장민국의 첫째 아들입니다.

장철수 단장은 연극 연출자이며 각본가입니다. 한마디로 연극계의 인재입니다. 인품도 훌륭해서 많은 이의 존경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업 쪽으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사업가로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지만, 2대 단장 장철수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극단을 잘 이끌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한 거죠?”


황정수가 무척 궁금한 얼굴로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즉각 답했다.


“그건, 클럽 마야의 막대한 후원금 때문이었습니다. 클럽 마야는 장민국 초대 단장이 실종된 후, 그 뜻을 기린다며 후원자를 자처했습니다.

장철수 단장은 클럽 마야의 막대한 후원금을 바탕으로 극단을 이끌었습니다. 최고의 배우를 섭외하고 최고의 무대를 골라서 공연했습니다.

장단장의 연출력, 각본, 각색 능력과 막대한 후원금의 힘으로 극단폭풍은 한국 최고의 극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성공에 장단장이 기여한 바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클럽 마야의 막대한 후원금이 없었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황정수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어, 그러면 장철수 단장이 좀 의심스러운데요. 클럽 마야한테 딱 달라붙은 거 같아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정황상 장철수 단장은 클럽 마야와 한 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클럽 마야의 주문대로 움직였을 겁니다. 물주의 의견을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나까요.

장단장의 역할은 클럽 마야의 꼭두각시입니다.”


“네에? 꼭두각시요? 그럼, 바지사장 같은 거잖아요.”


바지사장 같다는 황정수의 말에 이진환 형사가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러면 … 장철수 단장이 베일에 싸인 카르멘이 아닐까요? 클럽 마야와 유착된 꼭두각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네에? … 설마요?”


황수지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장철수 단장이 베일에 싸인 카르멘이라며 실수로 동생을 죽였다는 말과 같았다.


황수지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보기에 아버지인 장민국, 형인 장철수는 카르멘이 아니었다.


유강인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가 낮으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때가 됐습니다. 카르멘으로 유력한 자를 말하겠습니다.”


“아! 드디어!”


황정수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가 고대하던 시간이 다가왔다. 유강인이 범인을 꼭 짚는 순간이었다.


유강인이 힘을 주어 말했다.


“카르멘은 극단폭풍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자입니다. 외부 인사는 아닙니다. 극단 내부에 있는 자입니다. 그런 인물은 몇몇 없습니다.

극단폭풍 단원들은 대부분 나이가 젊습니다. 나이 든 사람 중에서 유력한 사람을 고른 결과, 네 명이 후보였습니다. 넷 중에서 두 명이 카르멘으로 유력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죠? 누가 유력하죠?”


“빨리 말해주세요!”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듣고 싶어 안달이 난 거 같았다. 호떡집에서 군침을 흘리며 서 있는 아이 같았다.


유강인이 뜸 들이지 않고 답했다.


“네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극단을 책임지는 장철수 단장. 극단 사무를 관장하는 김두희 사무장, 극단의 원로 배우 양진석, 극단 중견 배우인 투우사 에스카미요역 박찬수입니다.”


황정수가 급히 물었다.


“넷 중에서 누가 카르멘으로 유력하죠? 카르멘은 여자 이름인데 혹 김두희 사무장이 카르멘인가요?”


유강인이 사방을 잠시 둘러봤다. 엿듣는 사람을 찾는 거 같았다. 사무실 안에는 수사팀만 있었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


이제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유강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재 카르멘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넷 중 유력하지 않은 자를 먼저 제거하는 소거법으로 둘을 간추렸습니다.

유력한 자는 … 원로 배우 양진석, 투우사 에스카미요역 박찬수 배우입니다.”


“네에? 그 두 사람이라고요?”


이진환 형사가 의외라는 얼굴로 말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유탐정님, 장철수 단장이 카르멘이 아닐까요? 장단장이 아니라면 극단 사무를 담당하는 김두희 사무장 같습니다. 둘은 극단의 핵심입니다. 극단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입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선생님 같았다.


“추리 결과, 장철수 단장은 카르멘보다는 얼굴마담에 어울립니다.

장단장은 훌륭한 인품으로 소유자로 타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입니다. 침착하고 차분하고 예의가 바릅니다. 그런 인물은 간판에 어울립니다.”


“유탐정님, 장단장이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 아닐까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장철수 단장한테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 약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극단을 운영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운영비를 전적으로 클럽 마야에 의존했습니다.

카르멘은 아주 교활하고 영리한 자입니다. 그의 범행이 이를 증명합니다.

장단장이 진짜 카르멘이라면 난 아무것도 몰라요 식으로 아주 어리숙하게 행동하며 자신을 감췄을 겁니다. 그래야 베일 속에 숨어서 은밀히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단장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숨김없이 다 드러냈습니다. 그 점에서 카르멘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꼭두각시라고 말하셨군요.”


이진환 형사가 잘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김두희 사무장은 어떤 점에서 카르멘이 아니죠? 김두희 사무장은 극단 전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카르멘에 아주 유력한 인물입니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형사님 말씀대로 김두희 사무장은 극단 전반을 관리하는 요직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극단을 비밀리에 좌지우지하는 카르멘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김사무장을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게 뭐죠?”


황정수가 무척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유강인이 씩 웃고 답했다.


“김두희 사무장은 사무실에서 흉기인 진검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습니다. 그 점에서 카르멘이 아닙니다.”


이진환 형사가 그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진검이라면 … 신형사가 갖고 온 흉기를 말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조인수가 분장실에서 장호일 배우를 죽였을 때 사용한 흉기, 진검입니다. 그 진검은 카르멘이 조인수에게 건넨 칼입니다. 조인수를 혼내라고 사주했습니다.

당시 카르멘은 진검을 소품용 칼로 착각했습니다. 이는 충분히 그럴만했습니다.

장호일에게 진검, 소품용 칼 두 자루가 있었습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장호일 본인밖에 없었습니다.

그 진검이 증거물도 등장했을 때, 김두희 사무장은 그 검을 보고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했습니다. 반사적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가 본 소품용 칼로 착각했습니다.”


유강인의 말에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신기훈 형사가 증거물인 진검을 들고 사무실로 왔다. 그가 증거보관함에서 진검을 꺼냈다.


유강인이 힘을 주어 말했다.


“여러분, 만약 김두희 사무장이 카르멘이었다면 부자연스럽게 행동했을 겁니다. 놀란 척 연기를 했겠죠.

그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티가 나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두희 사무장은 카르멘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두희 사무장을 계속 지켜본 결과, 큰일을 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성실한 직원이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때 참고인들 행동을 다 관찰하셨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이진환 형사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은 언제나 빈틈이 없었다.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유강인은 유강인이야. 명불허전이야.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어.’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원로 배우 양진석과 투우사 에스카미요역 박찬수 배우입니다. 둘은 극단에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그들도 극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둘 중의 하나가 클럽 마야와 손을 잡은 게 분명합니다.”


“탐정님, 둘 중의 누가 카르멘이죠? 저는 감이 오지 않아요.”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답했다.


“나도 카르멘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는 없어. 이제 카르멘이 누구인지 밝혀야 해. 드디어 때가 왔어. 모든 준비가 끝났어.”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를 바라봤다. 그가 말했다.


“이형사님, 장철수 단장님과 이유리 배우를 불러주세요. 그 둘이 중요합니다. 신형사님과 함께 사무실로 내려오라고 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신형사에게 연락했다. 신형사가 지시를 받고 답했다.


“장단장님, 이유리 배우와 함께 1층 사무실로 내려오라고요?”


“그렇지. 어서 움직여. 유탐정님 지시야.”


“알겠습니다, 선배님.”


신기훈 형사가 전화를 끊고 단원들을 둘러봤다. 왼쪽 구석에 장철수 단장이 초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옆에 이유리가 있었다. 이유리는 밝은 표정이었다.


신형사가 장철수 단장과 이유리 배우에게 말했다.


“장단장님. 이유리 배우님. 유강인 탐정님이 부르셨습니다. 어서 1층 사무실로 내려가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침을 꿀컥 삼키고 답했다. 이유리 배우는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얼굴이 하얘졌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왜 나를 부르지? 난 아직 환자인데 ….”


신기훈 형사가 연습실 출입문 문으로 걸어가 문을 활짝 열었다.


“어서 가자고.”


장철수 단장이 옆에 있는 이유리 배우에게 말했다. 이유리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셋이 연습실에서 나갔다. 빠른 걸음으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1분 후, 셋이 1층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출입문은 닫혀 있었다.


신기훈 형사가 헛기침하고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그가 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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