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2_10년 전 사건의 진상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입술에 침을 묻히고 두 귀를 쫑긋했다.


유강인이 말했다.


“현재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은 먼 과거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장민국은 주류 사업가였지만, 연극을 누구보다 사랑했습니다. 한마디로 연극 애호가였습니다.

그는 연극 관람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연극배우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주말 공연에 참여했습니다.”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배우 장민국은 이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남는 돈을 모아서 극단까지 창단했습니다. 그 극단이 바로 폭풍입니다. 초대 단장이 된 장민국은 그렇게 꿈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연극은 돈을 쓰는 곳이지 돈을 버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장민국 초대 단장도 마찬가지 상황에 빠졌을 겁니다.

장단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꿋꿋하게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극단폭풍은 한국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성장했습니다. 40년의 노고 끝에 맺은 결실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악전고투했지만, 결국 성공했네요.”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유강인이 말했다.


“장단장의 연극 사랑은 후대에도 이어졌습니다. 그 자식들도 연극계에 몸을 담았습니다. 그 둘이 바로 2대 단장이자, 현 단장인 장철수와 고 장호일 배우입니다.”


유강인이 말을 멈췄다. 장호일 배우의 죽음을 생각하는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한번 헛기침하고 말했다.


“10년 전, 극단폭풍이 한국 연극의 희망으로 대두되었을 때 바로 그때, 예기치 못한 첫 번째 비극이 들이닥쳤습니다.

그건 바로 장민국 초대 단장의 실종이었습니다. 장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임진강으로 놀러 갔습니다. 그곳에서 뱃놀이를 즐겼습니다. ….”


유강인이 말을 멈췄다. 그가 침을 힘들게 삼켰다. 목이 칼칼한 거 같았다.


그러자 황수지가 황급히 움직였다. 정수기로 걸어가 종이컵에다 물을 가득 채웠다. 그 물컵을 유강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탐정님, 물 드시고 말씀하세요.”


유강인이 물컵을 받고 찬물을 쭉 들이켰다. 그렇게 목을 촉촉하게 축이고 말했다.


“고마워, 수지.”


유강인이 감사를 표하고 브리핑을 이었다.


“그렇게 뱃놀이를 즐겼을 때, 한 사람이 장민국 단장을 만나러 임진강으로 왔습니다. 점심때가 지난 무렵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클럽 마야의 전무 복우성이었습니다. 둘은 친구 사이였습니다.

장단장은 주류업자였고 복전무는 거래처 직원이었습니다. 주류 거래를 통해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합니다. 이는 클럽 마야 사장, 진미정의 진술입니다.

장단장은 친구 복전무를 환대했습니다. 둘은 회포를 풀다가 함께 배를 탔습니다. 그렇게 오후 햇살을 받으며 뱃놀이를 즐겼습니다. 그때 둘 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비극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배가 강 한가운데로 흘러갔을 때 … 그 수심 깊은 곳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배가 갑자기 엎어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깊은 강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단원들이 급히 119에 신고했습니다. 황급히 달려온 119 구급대와 경찰은 사고 현장을 수색했습니다.

그 결과, 복우성 전무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장민국 단장은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장단장의 행방은 현재까지도 묘연합니다. 현재, 시간이 많이 흘러 법원에서 사망 선고를 했지만, 죽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그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유탐정님, 지금 장민국 단장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렇습니다. 정황상 장민국 단장은 살아있을 수 있습니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장민국 단장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말에 이진환 형사가 몸을 떨었다. 그가 입술을 떨면서 말했다.


“… 그, 그렇다면, 장민국 초대 단장이 카르멘 아닐까요? 그가 그때 용케 살아서 지금까지 극단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닐까요?

실수로 둘째 아들 장호일을 죽이고 광분하는 게 아닐까요? 유탐정님 말씀을 들으니 그 생각이 퍼뜩 듭니다.”


“네에? 아이고야! 아버지가 실수로 아들을 죽였다고요?”


황정수가 이진환 형사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건 옆에 있는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하기도 싫은 참극이었다.


장호일 배우는 장민국 초대 단장의 둘째 아들이었다. 그의 죽음은 카르멘이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진검을 소품용 칼로 착각한 실수였다.


만약 장민국 초대 단장이 베일에 싸인 카르멘이라면, 아버지가 실수로 아들을 죽였다는 말과 같았다.


사무실에 괴로운 침묵이 흘러내렸다.


10초 후, 유강인이 고개를 가로젓고 말했다.


“정황상 …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저도 장민국 초대 단장이 10년 전, 죽지 않고 살았다면 극단을 좌지우지하는 카르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아주아주 희박합니다. 장단장이 살아있을 가능성보다 현격히 낮은 확률입니다.

장단장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10퍼센트라면, 장단장이 카르멘일 가능성은 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유탐정님,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이진환 형사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장민국 초대 단장이 살아온 인생이 그걸 증명합니다. 장단장은 누구보다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열정도 대단했습니다.

그는 주류 사업을 하다가 연극배우가 됐습니다. 주말마다 무대에 섰습니다. 이후 자비를 들여 극단폭풍을 창단했습니다. 장단장은 최선을 다해 극단폭풍을 운영했습니다.

그가 창립한 극단폭풍은 각고의 노력 끝에 유명한 극단이 됐습니다. 이는 대단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돈과 의욕만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장단장은 연극 발전을 위해 모든 걸 바친 사람입니다. 극단을 사사로이 장악하고 자기 맘대로 갖고 노는 데 집중할 리 없습니다.

그의 헌신적인 열정이 … 그가 카르멘이 아니라는 걸 증명합니다.”


“아, 그렇군요.”


이진환 형사가 잘 알겠다는 표정을 답했다. 유강인이 뛰어난 프로파일링을 했다. 장민국 초대 단장의 성격을 치밀하게 분석했다.


유강인이 힘을 주어 말했다.


“제가 볼 때, 카르멘은 다른 자가 분명합니다.”


“그럼, 카르멘이 대체 누구죠?”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씩 웃고 답했다.


“그건 … 브리핑 끝에 말하겠습니다. 먼저 제 말을 들어주세요. 브리핑을 잇겠습니다.

임진강 보트 사고는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장민국 초대 단장이 의도한 일이 분명합니다. 참을 수 없는 엄청난 분노 때문에 벌어진 일 같습니다. 그걸 이 자리에서 명백히 밝히겠습니다.”


“엄청난 분노라고요? 그것도 참을 수 없는?”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와 조수 둘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장민국 초대 단장은 클럽 마야에 양주를 납품하면서 복우성 전무와 좋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는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죽음의 거미줄이 장단장을 꽁꽁 옭아맸습니다.”


“주, 죽음의 거미줄이라고요?”


죽음의 거미줄이라는 말에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유강인의 두 눈이 무섭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가 말했다.


“클럽 마야 복우성 전무는 장민국 초대 단장과 친해지면서, 장단장이 운영하는 극단폭풍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게 분명합니다.

복전무는 자신도 연극에 관심이 많다며 극단폭풍을 후원한 거 같습니다. 그것도 거액을 쾌척했을 겁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장단장은 감복했을 겁니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감복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검은 유혹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단장이 거미줄에 걸려들자, 복전무가 장단장에게 모종의 제안을 한 거 같습니다. 장단장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거 같습니다.”


“제안이라고요?”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검은 유혹에는 항상 솔깃한 제안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장단장은 그 제안의 실체를 잘 몰랐던 거 같습니다. 그는 주류 사업가였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장단장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불법적인 제안이 아니라 승낙했지만, 찜찜했던 거 같습니다.”


“그 제안이 뭐죠?”


이진환 형사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물었다.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그 제안이 뭔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추정만 가능할 뿐입니다.

제 추정은 … 극단폭풍 지방 공연 때 클럽 마야 사람들이 동행한 거 같습니다. 일을 도와준다는 명분을 내건 거 같습니다.

그 명분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클럽 마야 사람들이 극단폭풍과 함께 움직인 거 같습니다. 그때 어떤 물건이 거래됐습니다.

그 물건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황상 마약이 분명합니다. 클럽 마야의 정체는 마약상이었습니다. 클럽 마야는 마약을 비밀리에 전국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극단폭풍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네에? 마, 마약이라고요?”


마약이라는 말에 이진환 형사가 화들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유탐정님, 정말 마약이 맞습니까? 클럽 마야가 오래전부터 마약을 유통했다고요? 그것도 극단폭풍을 통해서 ….”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클럽 마야는 오래전부터 마약을 유통한 마약상이 확실합니다. 현재 국제마약수사대와 서울청 마약수사대가 클럽 마야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신종 마약을 유통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헉!”


이진환 형사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극단 내 갈등으로 장호일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 죽음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유강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일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죽고 두 사람이 다치더니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마약까지 등장했다.


마약은 그 이득이 엄청났다. 그 이득 때문에 사람을 마구 죽일 수 있었다.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이진환 형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달랬다.


유강인이 양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렇게 메마른 입술에 수분을 더하고 말을 이었다.


“장민국 초대 단장은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클럽 마야의 악행을 간파하고 이를 항의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장단장은 졸지에 마약상과 한 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친구가 그를 끌어들였습니다. 악의 소굴로!

이 사실을 안 장단장은 절망했을 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복우성 전무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트렸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고 함께 죽기로 마음먹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둘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배를 탄 겁니다. 장단장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자, 복전무도 별생각 없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거 같습니다.

그게 바로 장단장의 복수 계획이었습니다. 그는 친구이자, 악마인 복전무와 함께 죽으려 했습니다.

둘이 배를 탄 후, 배가 강 한가운데 다다르자, 장단장이 행동을 개시했습니다. 배를 마구 흔들어 엎어트렸고 그렇게 둘 다 강에 빠졌습니다.”


“아! 그렇군요. 10년 전 사고는 장민국 단장의 복수였군요. 자신도 원수와 같이 죽는 ….”


이진환 형사가 이제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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