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1_신종 마약과 사건 브리핑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유강인 탐정님.”


어둠을 단칼에 가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무척이나 침착한 소리였다. 차분함이 섬뜩할 정도였다.


어둠에 가린 남자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깊은 어둠이 두꺼운 커튼처럼 그를 가렸다.


“저는 국제마약수사대 아시아 담당 수사관입니다.”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귀를 쫑긋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그 정체를 감춘 남자를 가늠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장검처럼 냉정하고 바위처럼 침착한 사람이 분명했다.


유강인이 긴장감을 느꼈다. 그가 침을 꿀컥 삼키고 입을 열었다.


“네, 탐정 유강인입니다. 국제마약수사대에서 자문을 요청했다고 들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어둠 속에서 침착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현재 우리 수사대는 클럽 마야에 신종 마약이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클럽을 감시 중이었습니다.

유탐정님은 어떤 일로 클럽 마야를 조사하시죠?”


신종 마약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도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는 극단폭풍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오늘 수사 차 클럽 마야를 방문했습니다.

10년 전, 극단폭풍 초대 단장이 지인과 함께 뱃놀이하다가 배가 엎어져 실종됐습니다. 지인은 익사한 채 발견됐고 초대 단장은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사망 처리됐습니다.

그 지인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클럽 마야의 전무 복우성이었습니다.

클럽 마야는 그 이후 극단폭풍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극단폭풍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클럽 마야 전무가 극단폭풍 사건과 관련이 있군요.”


“수사관님, 국제마약수사대의 수사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현재 신종 마약이 클럽 마야를 통해 연예계와 일반인 사이로 퍼지고 있습니다. 신종 마약은 그 성분을 검출할 수 없는 특이한 마약입니다.”


“성분을 검출할 수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조사 결과, 신종 마약은 새로운 약이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진통제 성분에다 첨가제를 추가한 복합 약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분 분석을 해도 기존의 진통제 성분만 검출됐습니다. 그 약들은 합법적인 약들이라 그 약들이 검출됐다고 해서 함부로 체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신종 마약을 투약하면 처음에는 중독성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믿고 계속 투약하면 다른 마약처럼 그 중독성이 무척 심해집니다.

장기 투약하면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마약수사대와 FBI에 적색경보가 떨어졌습니다.”


“그렇군요. 클럽 마야가 신종 마약과 관련됐군요.”


“유탐정님, 아직 증거는 없습니다. 계속 수사 중입니다.”


“신종 마약의 이름이 뭐죠?”


“… 다크 블루(Dark Blue)입니다. 일명, 죽음보다 달콤한 유혹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어두운 파란색 가루와 알약, 액체입니다.

블루 머신이라고 불리는 기계로 그 약을 제조한다는 첩보입니다. 블루 머신을 찾으면 그 약의 성분을 검출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수사관님의 말씀을 들으니 극단폭풍이 클럽 마야와 유착된 거 같습니다.

극단폭풍은 초대 단장의 헌신으로 유명 극단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배경에 마약으로 얻은 수입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군요. 두 사건에 접점이 있었군요. 클럽 마야가 두 사건에 걸쳐 있군요.”


“수사관님, 극단폭풍 사건을 해결하면 클럽 마야 사건도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아주 잘 됐습니다. 국제마약수사대는 유탐정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수사관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죄송합니다. 저는 비밀 요원이라 이름을 밝힐 수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비밀리에 활동하시는군요.”


“단, 코드 네임은 말할 수 있습니다.”


“코드 네임이 어떻게 되시죠?”


“제 코드 네임은 화이트 아이즈(white eyes), 새하얀 눈동자입니다.”


“아, 새하얀 눈동자!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때 발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 정체를 숨겼던 남자가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 발소리가 사라졌다. 코드 네임 새하얀 눈동자가 어두운 골목에서 벗어난 거 같았다.


유강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수 둘에게 말했다.


“결국, 마약이었어. 마약 거래로 큰 이득을 얻었고 그 돈으로 극단을 운영한 거였어.

역시 극단 운영은 공짜가 아니었어. 극단폭풍은 … 마약상의 움직이는 유통망이었던 거야. 극단은 전국을 돌며 공연하기 마련이야.

클럽 마야가 그걸 이용한 거야! 극단폭풍은 움직이는 거점이었던 거야.”


“아, 그렇군요. 그렇게 일이 돌아가는군요.”


황정수가 이제야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주 악랄한 놈들이네요. 사정이 어려운 극단을 이용하다니! 연극 극단이 마약 유통망이 되고 말았잖아요.”


황수지가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클럽 마야가 이제는 신종 마약까지 유통하고 있어. 그 마약은 기존의 진통제 성분에다 첨가제를 추가한 신종 마약이야.

다크 블루라 불리고 그 성분을 검출할 수 없어. 블루 머신으로 약을 제조해.”


“아이고! 정말 보통 일이 아니네요. 카르멘이 이를 감추려고 사람들을 막 죽인 거 같아요.”


“맞아.”


유강인이 답하고 말을 이었다.


“카르멘은 실수로 장호일을 죽인 후,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꼬리를 자르고 있어.

카르멘의 연이은 살인은, 실은 마약을 감추려는 의도가 분명해. 극단 내에 미친놈이 있는 것처럼 연막을 피워댔어. 이는 나와 경찰을 속이려는 짓이야.

하지만 내가 이를 감지한 이상,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반드시 놈들을 발본색원하겠어.”


“맞아요!”


“맞습니다. 본때를 보여줘야 해요!”


조수 둘이 맞장구쳤다.


“멀쩡했던 형과 달리 장호일이 난봉꾼이었던 건, 다크 블루라는 신종 마약에 중독돼서 그런 거 같아.

다크 블루는 아직 그 성분을 검출할 수 없어. 장호일이 그걸 믿고 마음껏 다크 블루를 복용했을 거야. 그래서 막 나갔던 거야.

국제마약수사대 수사관님이 말했어. 다크 블루는 정신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했어.”


조수 둘이 말했다.


“아, 그런 거군요. 그래서 장호일이 망나니짓을 한 거군요. 마약 검사해도 그 성분이 검출 안 되니 마음을 탁 놨겠네요.”


“그래서 극단폭풍에서 무자비한 일들이 마구 벌어진 거군요. 극단에 돈이 넘쳤고 마약이 넘쳤어요.”


“카르멘도 그렇고 그 부하들도 정신 상태가 올바르지 못한 거 같아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그래. 맞는 말이야. 카르멘과 그 부하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혹 한창완 감독도 중독자인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 그자는 사랑에 미친 자야. 사랑에 미치면 제정신이 아닐 수 있어. 그러다 콩깍지가 떨어지면 제정신을 차리지.

… 아! 콩깍지가 떨어지면 이유리가 위험해. 카르멘이 또 입막음할 수 있어. 이유리를 죽일 수 있어. 이유리가 바로 카르멘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죽일 거야.

그자는 자기 정체를 감추기 위해 못 할 짓이 없는 자야.”


“네? 이유리까지 위험하다고요?”


조수 둘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강인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신종 마약 다크 블루가 사람들의 정신을 무너트리고 있었다. 카르멘의 심복 이유리도 위험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극단으로 돌아가자. 가서 카르멘의 정체를 밝히겠어.”


“탐정님, 정말이에요? 극단으로 가면 카르멘의 정체를 밝힐 수 있어요?”


황수지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유강인이 씩 웃고 답했다. 그가 단전에 힘을 주고 말했다.


“오늘 밤은 아니야. 하지만 조만간에 밝힐 수 있을 거야. 지금 이유리가 위험해.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해.

이제 놈들의 정체를 알아냈고 그 수법도 명백히 드러났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어.

여태까지 확보한 정보를 적절히 이용하면 놈을 잡을 수 있어. 놈의 허점을 노리면 스스로 고개를 쳐 들거야. 그때 꽉 잡으면 돼! 어서 가자고!”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힘찬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빛이 태양처럼 번쩍였다.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는 거 같았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조수 둘이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이 뭔가를 할 거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



탐정단 밴이 극단폭풍 야외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를 안전하게 주차한 후, 차에서 탐정단이 내렸다. 그들이 서둘렀다. 극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셋이 계단을 올랐다. 2층 연습실로 향했다.


연습실에 이진환 형사와 신기훈 형사, 단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장철수 단장이 단원 전부를 호출했다. 모든 단원이 연습실에서 대기했다.


2층 복도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탐정단이 걷는 소리였다.


유강인이 연습실 출입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결전을 준비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10초 후, 연습실 문이 열렸다.


이제 카르멘의 정체를 밝혀야 했다.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출입문이 천천히 열렸다. 넓은 연습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연습실 안에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텅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그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형사들과 단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유탐정님, 오셨군요.”


이진환 형사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형사와 신기훈 형사가 유강인을 향해 걸어갔다.


유강인이 걸음을 멈추고 단원들을 쭉 살폈다. 단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형사 둘이 유강인 앞에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단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모인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진환 형사가 답했다.


유강인이 씩 웃고 말했다.


“좋습니다.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1층 사무실로 내려가서 사건 브리핑을 하겠습니다. 브리핑은 탐정단과 이진환 형사님만 참여합니다.

신기훈 형사님은 이곳에 남으세요. 단원들을 계속 지켜보세요. 두 눈을 크게 뜨고!”


“네! 알겠습니다.”


신기훈 형사가 큰 목소리로 답했다.


“브리핑이 끝나면 단원 두 분을 부르겠습니다. 신형사님은 두 분을 모시고 사무실로 내려오세요.”


“네!”


신형사가 씩씩하게 답하자, 유강인이 등을 돌렸다. 그가 연습실에서 나갔다. 그 뒤를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따랐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중얼거렸다. 유강인이 말한 사건 브리핑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유강인이 무슨 중요한 말을 할 거 같았다. 그게 뭔지 무척 궁금했다.


잠시 후, 탐정단과 이진환 형사가 1층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유강인이 사무실 한가운데에 섰다. 조수 둘과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을 둘러쌌다.


유강인이 씩 웃고 입을 열었다.


“자, 지금부터 사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카르멘으로 유력한 자를 밝히겠습니다.”


유강인의 눈빛이 호랑이 눈빛처럼 번쩍였다. 그 눈빛을 본 악인은 단박에 그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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