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0_비밀 수사관을 만나다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유강인이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탐정단이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탁하며 닫혔다. 문이 닫히자. 어두웠던 사장실이 더 어두워졌다. 한마디로 깜깜했다.


보이는 거라곤 사람의 실루엣과 클럽 사장의 흰색 옷뿐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척 어색한 분위기였다.


어둠 속에 한 여인이 서 있었고 탐정단은 어둠 속에 갇힌 포로 같았다.


사장 진미정이 미소를 지었다. 어둠 속에서 하얀 이가 반짝거렸다. 그녀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좀 어둡죠?”


진사장이 말을 마치고 왼손을 들었다. 왼손에 작은 리모컨이 있었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천장 조명이 팟! 하며 커졌다.


밝은 조명은 아니었다. 은은한 조명이 사장실을 포근하게 감쌌다.


클럽 마야의 사장, 진미정이 말했다. 친절한 목소리였다.


“유강인 탐정님, 조수님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사장 책상 앞에 의자 세 개가 나란히 있었다. 팔걸이가 있는 나무 의자였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조수 둘도 자리에 앉았다.


탐정단이 모두 자리에 앉자, 진미정 사장도 사장석에 앉았다. 그녀가 유강인을 지긋이 바라보고 빙긋 웃었다.


커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탐정단과 사장이 서로 바라봤다. 겉으로는 호의적이었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거 같았다. 날카로운 창과 두꺼운 방패의 싸움 같았다.


유강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클럽 마야 사장, 진미정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진사장의 프로필을 이미 살폈다.


그녀의 나이는 40대였다. 그런데, 40대로 보이지 않았다. 피부가 아주 탱탱했다. 머리카락은 아주 풍성했다. 커다란 웨이브를 준 긴 머리였다. 그 모양으로 봐 가발을 쓴 거 같았다.


잠시 탐색전이 끝났다. 진미정 사장이 입을 열었다.


“저는 클럽 마야 사장 진미정입니다. 이렇게 유강인 탐정님을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어제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좀 오해가 있는 거 같군요. 우리 클럽이 범죄와 연관됐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유강인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현재 극단폭풍 연쇄살인 사건 조사 중입니다. 조사 결과, 클럽 마야가 극단폭풍과 관련이 깊었습니다.

10년 전 임진강 보트 사고 때 장민국 초대 단장님과 클럽 마야의 복우성 전무님이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그 이후로 클럽 마야는 극단폭풍의 최대 후원자가 됐습니다.

그 깊은 인연과 연유가 궁금할 뿐입니다. 그래서 협조를 요청한 거뿐입니다.”


“그렇군요. 그게 궁금하셨군요. 말씀을 들으니 궁금하실 법도 합니다. 그런데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극단폭풍 초대 단장이신 장민국 사장님은 거래처 사장님이었습니다. 우리 클럽에 양주를 납품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클럽 복우성 전무님과 친해진 겁니다.

이후 클럽 마야는 어려운 지경에 놓인 극단폭풍을 도운 거뿐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질문을 이었다.


“10년 전, 임진강에서 보트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 장민국 초대 단장님은 극단폭풍 단원들과 함께 임진강에서 뱃놀이를 즐겼습니다.

오후가 됐을 때 클럽 마야 복우성 전무님도 임진강으로 왔습니다.

장민국 단장님은 복우성 전무님을 환대했습니다. 두 분이 같이 배를 탔습니다. 그렇게 뱃놀이를 하다가 강 한가운데서 배가 엎어져 두 분 다 물에 빠졌습니다.

복우성 전무님은 익사한 채 발견됐고 장민국 단장님은 실종됐다가 끝내 시신을 발견하지 못해 사망 처리됐습니다.

복우성 전무님이 장민국 단장님을 왜 만났는지 그 이유를 아시나요?”


진미정 사장이 정색하고 답했다.


“저는 전혀 모릅니다. 저는 그때 클럽 부장이었습니다. 웨이터 등을 관리했습니다. 당시 복우성 전무님은 대표 이사 다음 직책으로 아주 높으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이사도 아니었는데 복우성 전무님에 대해 어찌 잘 알겠습니까?

두 분은 주류 거래차 만나서 친분을 쌓았다고만 들었습니다. 그것도 은퇴하신 이사님들 전언입니다.”


“그게 클럽 마야의 공식 입장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복우성 전무님 사망은 클럽 마야랑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두 분은 친구 사이셨고 두 분 사이에 불행이 닥친 겁니다. 그래서 사고로 돌아가신 겁니다. 교통사고처럼 ….”


진미정 사장이 힘을 주어 말했다. 얼굴에 단호함이 느껴졌다.


유강인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진사장이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10년 전 일은 클럽 마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고라고 강조했다.


15분이 흘렀다.


사장의 완고한 태도에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진미정 사장님, 잘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혹 추가 조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때 적극적인 협조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협조할 일은 협조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강인 탐정님.”


진미정 사장이 시원한 목소리로 답했다.


유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사장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진사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


30초 후, 탐정단이 사장실에서 나왔다.


조사 결과, 별 소득이 없었다. 조수 둘이 울상을 지었다.


조수들의 기대와 달리 별 소득이 없었지만, 유강인은 실망한 기색이 없었다. 침착함을 유지했다.


탐정단이 걸음을 옮겼다.


클럽 내부가 꽤 소란스러웠다. 그 사이에 손님들이 많아졌다. 커다란 홀이 벌써 반이나 찼다.


손님들이 홀을 채우자, DJ가 신이 나는지 빠른 음악을 선곡했다. 빠른 비트가 쉴새 없이 몰아쳤다.


빠른 비트가 들리자,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던 손님들이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원형 무대로 걸어갔다.


손님들이 원형 무대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릿하게 팔다리를 휘젓다가 점점 격렬하게 휘젓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장을 뒤흔드는 비트에 몸을 실었다.


유강인이 잠시 서서 그 광경을 바라봤다. 음악 소리가 무척 시끄러웠다.


그는 청각이 예민했다. 뛰어난 청각으로 저 멀리 몰래 준동하는 악의 낌새를 눈치챘다. 그의 청각을 둔하게 만드는 음악이었다.


“무척 시끄럽군.”


유강인이 인상을 찌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들어왔던 흰색 출입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


흰색 출입문 근처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그 남자가 걸음을 옮겼다. 유강인을 향해 걸어갔다. 어둠 속이라 그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유강인과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둘 사이가 지척이 됐을 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작은 목소리였다.


“유강인 탐정님이시죠? 맞으면 강남역 1번 출구로 오세요.”


“네에?”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걸음을 멈췄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도 걸음을 멈췄다. 그가 허리를 굽혔다. 바닥에 뭔가를 떨어트린 거 같았다. 바닥에서 뭔가를 줍더니 허리를 폈다.


그때 남자의 손이 재빨리 움직였다. 유강인의 오른손에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지갑을 떨어트려서 ….”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유강인에게 공손히 사과하고 걸음을 옮겼다. 태연한 모습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유강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손에 쥔 종이를 살폈다. 종이는 명함 크기였다. 검은색 볼펜으로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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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73*-****

강남역 1번 출구 앞에서 전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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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를 확인한 유강인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급히 사방을 살폈다.


클럽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신이 나는 음악이 계속 울렸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손님들이 계속해서 테이블에서 일어나 원형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웨이터들이 술과 안주를 열심히 날랐다.


클럽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요?”


황수지가 무척 궁금한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이 급히 조수 둘에게 말했다.


“어서 밖으로 나가자! 급히 갈 데가 있어.”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서둘렀다. 흰색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요.”


조수 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강인이 갑자기 서둘렀다. 그게 이상했다.


잠시 후, 탐정단이 클럽 마야 M자 출입구에서 나왔다. 셋이 서둘렀다. 강남역 1번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3분 후, 저 앞에 1번 출입구 안내 표지가 보였다.


유강인이 1번 출입구 안내 표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가 품에서 핸드폰과 명함을 꺼냈다. 명함에 적힌 번호대로 전화 걸었다.


신호가 두 번 가자, 목소리가 들렸다. 두꺼운 남자 목소리였다.


“유강인 탐정님.”


유강인이 급히 답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댁은 누구시죠?”


“우리는 … 국제마약수사대입니다. 클럽 마야를 비밀리에 수사 중입니다. 어제 사건 해결 차 유강인 탐정님께 협조를 구했습니다.”


“국제마약수사대라고요? 클럽 마야 조사가 끝나면 연락하신다고 들었는데 … 첩보작전처럼 연락하셨군요.”


“보안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큰길을 따라 쭉 가시면 편의점이 보일 겁니다. 편의점 골목으로 들어오시면 아구찜 집이 있습니다.

아구찜 옆에 어두운 골목이 있습니다. 그 골목으로 들어오세요. 그곳에 우리 비밀 요원이 탐정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원과 대화를 나누세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의 얼굴이 상기됐다.


그는 어제 서울청 정찬우 형사의 연락을 받았다. 국제마약수사대의 협조 요청이었다.


국제마약수사대는 유강인 사건과 별개로 클럽 마야를 수사하고 있었다. 유강인 사건과 국제마약수사대의 사건은 달랐지만, 클럽 마야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공통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 아주 좋았어. 미궁이 끝나가고 있어. 사건을 곧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유강인이 참 잘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10년 전 장민국 단장의 죽음이 곧 풀린 것만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극단폭풍을 몰래 좌지우지하는 카르멘의 정체도 곧 드러날 것만 같았다.


정황상, 사건의 배후에 클럽 마야가 있는 게 분명했다.


유강인이 걸음을 재촉했다.


“탐정님 같이 가요!”


황정수가 외쳤다.


“탐정님을 어서 따라가요.”


황수지가 급히 말했다.


조수 둘이 유강인을 따랐다. 조수 둘은 영문을 몰랐지만,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걸 직감했다.


탐정단이 편의점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아구찜 집이 보였다. 아구찜 집에 손님이 많았다.


황정수가 솔솔 풍기는 아구찜 냄새를 맡고 두 눈을 번쩍 떴다.


“이 냄새는!”


황정수가 군침을 꿀컥 삼켰을 때


유강인이 아구찜 집 앞에서 고개를 돌렸다. 가게 옆에 골목이 있었다.


“저기군.”


유강인이 주저하지 않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골목은 아주 으슥한 곳이었다. 조명이 없어 아주 어두컴컴했다. 검정, 칠흑 같았다.


“응?”


유강인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주춤했다. 그가 예상했던 어둠보다 훨씬 어두웠다. 몇 걸음을 걷다가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는 너무 어두워요.”


뒤따라온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황정수 뒤에 황수지가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불길한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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