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다음날
운명의 일곱 번째 막
2026년 2월 8일 오전 9시 10분
유강인이 아침부터 서둘렀다. 10년 전 사건 현장인 임진강을 둘러봐야 했다. 그다음에는 클럽 마야 사장을 만나야 했다.
어머니가 아침 식사로 때깔 좋은 고등어를 구웠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라 기름이 많아 아주 고소했다.
유강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등어 살을 발라 먹으며 배를 채웠다. 그렇게 원기를 충전하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 탐정단 밴이 있었다. 조수 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탐정님! 어서 오세요.”
황수지가 운전석 창문을 활짝 열고 크게 외쳤다.
“그래!”
유강인이 답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탐정단 밴이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내달렸다. 강천 경찰서 강력반 밴이 그 뒤를 따랐다.
임진강은 서울 북동쪽 파주, 연천, 김포를 따라서 흘렀다. 물이 맑고 주변 경관이 좋아 뱃놀이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1시간 30분 후 순환고속도로를 타던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이 임진강 강변에 다다랐다.
이곳은 10년 전 사고 현장이었다. 극단폭풍 초대 단장 장민국과 클럽 마야 복우성 전무가 사망한 곳이었다.
사고 당시 장단장은 그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실종 상태를 유지하다가 유족이 사망 청구했다. 이에 법원이 그 청구를 받아들여 장민국 사망을 선고했다.
차에서 수사팀이 내렸다. 그들이 강가로 걸었다.
도도한 강물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넓은 강이었고 깊은 물이었다. 물에 가까이 갈수록 물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유강인이 강 한가운데를 살폈다. 딱 봐도 수심이 깊어 보였다. 사람이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든 곳이었다.
“그렇군.”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10년 보트 사고가 말 그대로 사고였다면 둘에게 불행이 닥친 것이었고 혹 그게 아니라면 의도한 일일 수도 있었다.
‘혹 사고가 아니라면 … 둘 중의 한 명이 같이 죽으려고 한 건가?’
유강인의 머릿속에 10년 일이 펼쳐졌다. 그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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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보트를 나고 뱃놀이를 즐겼다. 배가 수심 깊은 곳에 다다랐을 때
한 남자가 성을 내기 시작했다. 그가 다른 남자에게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자 두 남자가 말다툼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배가 엎어지고 말았다.
두 남자가 모두 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한 남자가 살려달라고 발버둥 쳤지만, 다른 남자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 죽음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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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마친 유강인이 급히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장민국 초대 단장과 복우성 전무가 수영할 줄 알았나요?”
이형사가 애석한 표정으로 답했다.
“둘 다 수영을 못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10년 일이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의도한 일일 수 있었다. 그가 두 남자를 떠올렸다.
‘둘 중에서 하나가 깊은 원한을 품었을 수 있어. 그자가 누굴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유강인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렇구나!’를 속으로 외쳤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계속 돌렸다. 그러다 한 손을 들고 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배가 엎어진 곳은 강 한가운데입니다. 강 건너편에 커다란 소나무가 보이시죠? 그곳에서 배가 엎어졌습니다.”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강 건너편을 살폈다. 이형사 말대로 큰 소나무가 독야청청 서 있었다.
10년 전에 서 있었던 소나무가 여전히 그곳을 지켰다. 10년 전 사건 현장을 목격한 소나무였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심한 물비린내를 느끼며 말했다. 오늘, 날이 좀 흐렸다.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수사팀이 둘을 애도하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둘 다 죽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유강인이 두 눈을 바늘처럼 가늘게 떴다. 그가 주변을 꼼꼼히 살폈다.
강 건너편에 숲이 있었다. 숲은 울창했다. 숲 뒤로 산자락이 펼쳐졌다. 산자락의 경사가 급했다.
“음~!”
유강인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고개를 끄떡였다. 지형을 숙지하고 말했다.
“이곳은 10년 전 비극의 장소였습니다. 그 비극은 우연한 사고이거나 아니면 누가 자초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형사님, 혹 둘이 싸웠다는 보고가 있나요? 경찰 조사에 그런 게 있었나요?”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답했다.
“유탐정님, 경찰 조사결과 우연한 보트 전복 사고였습니다. 둘이 싸웠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싸움을 목격한 자도 없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 세상일은 모르는 겁니다.”
“네에? 지금 말씀은 ….”
이진환 형사가 유강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유강인이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유강인이 푸른 강물을 바라봤다. 강물이 한강처럼 넘실넘실 흘러갔다. 드넓은 한강보다는 작았지만, 그 위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충분히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었다.
잠시 강물을 말없이 바라보던 유강인이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이만 현장 조사를 마칩니다. 이형사님은 신형사님과 함께 극단폭풍으로 가세요. 단원들과 함께 대기하세요. 탐정단은 클럽 마야로 조사한 후, 극단폭풍으로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탐정님을 기다리겠습니다.”
이형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10년 전 사고 현장인 임진강 조사가 끝났다.
탐정단 밴과 강력반 밴에 시동이 걸렸다. 차 두 대가 차례대로 출발했다.
탐정단 밴은 서울 강남구로 향했다. 강력반 밴은 서울 강천구 극단폭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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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두꺼운 이불처럼 내려앉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팔팔 끓어오르던 젊음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곳은 유흥가, 서울 강남구 클럽, 마야였다.
클럽 마야는 클럽 중에서도 역사가 깊은 곳이었다. 자그마치 50년의 역사를 자랑했다. 클럽은 오랜 세월 동안 밤을 훤히 밝혔다. 젊은이들과 함께 흥이 겨워 노래를 불렀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51년째 밤이었다.
클럽 마야 영업시간에 가까워지자, 강남구 사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클럽 마야 M자 출입구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출입구 앞에 경비원이 있었다. 출입문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청년이었다. 그가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고개를 들고 고개를 끄떡였다.
드디어 클럽 마야 영업시간이 됐다. 굳게 닫혔던 출입문이 열렸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야아! 이제 시작이다.”
“어서 들어가자!”
사람들이 출입문을 향해 너도나도 달려갔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려는 듯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출입구인 M자 모양 흰색 구조물은 Maya의 첫 글자, M을 상징했다.
클럽 마야는 강남구 유명 호텔인 메이폴 호텔 지하에 있었다.
“저기네요.”
황정수가 오른손을 들고 저 멀리 보이는 M자 구조물을 가리켰다.
유강인이 M자 구조물을 확인하고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긴장감을 느꼈다.
이제 클럽 마야를 조사해야 했다. 이 클럽이 극단폭풍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그 내막을 살펴야 했다.
탐정단이 걸음을 재촉했다. M자 모양 출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출입구 앞에 클럽 마야 경비원 셋이 서 있었다. 경비원들이 점점 다가오는 셋을 보고 얘기를 나눴다.
“저분이 바로 유강인 탐정님 같은데 ….”
“맞습니다, 팀장님.”
“그럼, 어서 모셔. 사장님께 유강인 탐정님이 오셨다고 연락해.”
“네, 알겠습니다.”
경비원들이 황급히 움직였다. 셋 중 한 명이 출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한 명이 유강인 앞으로 달려갔다.
달려온 경비원이 유강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이시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탐정 유강인입니다.”
“그렇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계단을 내려가서 클럽 입구로 가시면 비서님이 계실 겁니다. 비서님의 안내를 받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감사를 표하고 경비원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조수 둘도 걸음을 옮겼다. 경비원이 무척 친절했다. 예절 교육을 받은 듯했다.
그렇게 탐정단이 클럽 마야 출입구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근처에 서 있던 한 사람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 그가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어딘가로 전화 걸었다.
탐정단이 경비원을 따라서 어두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그렇게 지하의 환락 세계로 향했다.
계단 끝에 다다르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통로를 10여m 정도 걷자, 앞에 흰색 문이 있었다. 클럽 마야의 입구였다. 이 입구에 들어가면 마야의 환상 세계가 바로 펼쳐졌다.
앞장서서 걷던 경비원이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탐정단도 흰색 문 앞에 걸음을 멈췄다. 황정수, 황수지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클럽 마야가 극단폭풍 살인사건과 관련됐다면 이는 보통 클럽이 아니었다.
유강인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헛기침을 한번 했다.
“문을 열겠습니다.”
경비원이 말을 마치고 흰색 문을 활짝 열었다. 곧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아주 넓은 공간이 보였다. 깊은 어둠 속에서 빛이 발했다. 강렬한 조명이 곳곳에 현란한 춤을 췄다.
문 앞에 한 남자가 있었다. 유강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사장 비서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유강인 탐정님, 어서 가시죠. 사장님이 기다리십니다.”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사장 비서가 걸음을 옮겼다. 그가 탐정단을 안내했다.
클럽 내부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많은 사람이 춤출 수 있는 확 트인 공간이었다. 차와 건물이 주인인 거리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곳이었다.
테이블 있었고 룸과 바도 있었다. 저 앞에 DJ 부스와 원형 무대도 있었다. 원형 무대는 공연을 위한 장소였다.
클럽 내부는 통로처럼 어두웠다. 하지만 눈부실 정도로 강렬했다. 어둠 속에서 초록 광선이 그 광채를 발했다. 빛줄기가 레이저 같았다. 두꺼운 레이저가 여기저기서 떨어졌다.
저 앞 원형 무대는 빛줄기 색이 달랐다. 붉은색 광선이었다. 그래서 더 강렬했다.
그 강렬한 빛줄기 속에서 짧게 입은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클럽 분위기를 돋우는 댄서였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지만, 넓은 클럽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늦은 밤이 돼야 꽉 찰 거 같았다.
손님들이 간간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손님들은 아직 없었다. 아직 취기가 돌지 않았다. 알코올이 더 필요했다.
“우와! 정말 대단한 곳이네요.”
황정수가 두 눈을 크게 뜨고 혀를 내둘렀다. 무대가 휘황찬란하고 퇴폐적이었다. 이런 무대를 처음 본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면, 황수지는 침착했다. 그녀는 서해안 경찰서 강력반 형사 출신으로 나이트클럽과 관련된 수사를 여러 번 했었다. 그래서 이 분위기에 익숙했다.
“사장실에 다 왔습니다.”
앞장서서 걷던 비서가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유강인이 양 입술을 침을 묻히고 윗니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탐정단은 오늘 저녁 7시 30분 클럽 마야 사장, 진미정과 약속을 잡았다. 지금 약속 시각이 됐다.
비서가 사장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조심스럽게 노크하고 문을 열었다.
사장실 문이 열리자,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보였다. 중년 여인이었다. 책상 앞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날씬한 여자였다.
단발머리에 이목구비가 선명했다. 피부가 환한 빛을 발했다. 마치 백옥 같았다. 한마디로 인형 같은 얼굴이었다. 몸에 착 붙는 흰색 원피스가 어둠 속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