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38_국제마약수사대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유강인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사건이 ‘호세와 카르멘’ 연극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연극처럼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카르멘이 실제로 극단 안에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극에서 카르멘은 밀수꾼과 어울렸다. 그 밀수꾼과 별 차이 없거나 더 악랄한 마약상이 극단 안에 독거미처럼 숨어있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급히 황정수에게 말했다.


“서울청 정찬우 형사에게 연락해. 강남구 클럽 마야를 조사해야 해. 그 클럽이 마약과 관련해서 조사 받았는지 어서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얼른 답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가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정찬우 형사에게 전화 걸었다.


정형사가 전화 받았다.


“네, 선임 조수님.”


“정형사님, 탐정님 요청 사항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럽 마야를 조사해주세요. 마약과 관련된 게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강남구 클럽 마야요? 아, 그곳은 유명한 클럽인데 … 마약은 금시초문이네요. 알겠습니다. 서울청 마약수사대에 협조를 구하겠습니다.”


“네. 전화 기다리겠습니다.”


“좀 기다리세요.”


정찬우 형사가 전화를 끊었다. 그가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서울청 마약수사대 김팀장 번호를 찾았다. 김팀장은 정형사가 잘 아는 마약 수사관이었다.


극단폭풍의 과거를 조사하자, 클럽 마야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잘하면 사건을 풀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 같았다.


클럽 마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번화한 강남구 사거리에 있었다. 그중에서도 교통의 요지인 강남역 1번 출구와 가까웠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 강남구 일대가 비교적 한산했다.


수사 대상을 떠오른 클럽 마야는 지하에 있었다. 지상 세계와 다른 지하 세계였다.


클럽 마야 위 지상은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일터라면, 클럽 마야는 지하 세계 속에 자리 잡은 환락의 끝판왕이었다. 술과 쾌락, 젊음이 가득한 곳이었고 남모를 이탈과 내심 기대하던 치명적 유혹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환락의 지하 세계로 들어가려면 수문장이 지키는 입구를 통과해야 했다. 요술 같은 입구는 거리에 삐죽 솟아 있었다. 거대한 M자 모양의 출입구였다.


아직 클럽 영업시간이 아니었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거리에 행인이 점점 많아졌다. 다들 바삐 걸으며 소중한 일과를 마감했다.


강남구답게 고층 건물이 거리에 즐비했다. 고층 건물이 높은 산처럼 능선을 이뤘다.


겨울이라 날이 금방 어두워졌다.


클럽 마야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출입구 문이 천천히 열렸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수문장이 문 앞에 서더니,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그가 깰 수 없는 철통처럼 문을 지켰다.


그렇게 주체할 수 없는 쾌락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을 때


클럽 마야 출입구 근처에 남자 넷이 서 있었다.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다. 검은색과 네이비색 정장이었다.


20대와 30대 남자들이었다. 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섞여 있었다. 키는 달랐지만, 체격은 같았다. 모두 건장한 근육질이었다.


넷이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넷이 강남역 1번 출구 근처 편의점에 다다랐다. 셋이 야외 의자에 앉았다. 한 사람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콜라 네 캔을 계산하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넷이 콜라를 마시며 다시 얘기를 나눴다. 그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 딱 봐도 최연장자였다.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클럽 마야에서 별일은 없지?”


“네,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이것들이 눈치를 챈 건가?”


“그런 거 같습니다. 쥐죽은 듯 조용히 있습니다. 며칠간 ….”


“젠장, 일이 꼬이는군. 혹 우리 정보원을 찾은 건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제비의 연락이 뚝 끊어졌습니다.”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삐리릭!



넷 중 대장이 전화를 받았다. 그가 말했다.


“네, 김팀장님.”


대장이 핸드폰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5분 후, 그가 전화를 끊었다. 얼굴이 상기됐다.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은 듯했다.


대장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서울청 마약수사대 김팀장님 전화야. 그런데 희소식이 있어. 유강인 탐정님이 클럽 마야 조사를 요청하셨대. 그것도 마약과 관련해서 ….”


부하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이라면 … 대단하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LA 경찰과 합동해서 어려운 사건을 푸셨습니다. 가상 현실 인피니티 유니버스 사건이었습니다.”


대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래, 나도 들었어. 유강인 탐정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그분이 무슨 냄새를 맡으신 거 같아.”


“대장님, 그동안 클럽 마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놈들이 우리 감시를 피해 여기저기서 움직였던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놈들이 그새 무슨 사고를 친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유강인 탐정님이 클럽 마야를 조사하는 거 같습니다. 유강인 탐정님 사건과 클럽 마야가 관련된 게 확실합니다.”


“그렇군. 그러면 아주 자연스럽게 … 유강인 탐정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군. 아주 잘 됐어.

댓츠 그레이트(That’s Great!) 하하하!”


대장이 손뼉을 짝 치고 기뻐했다.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유강인은 여전히 한강 변에 있었다. 잠시 잠잠했던 찬 바람이 다시 불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얼어갔다. 땡볕에서 빨래가 바짝 말라가듯 피부에서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으으으~! 춥다. 이만 차로 돌아가죠.”


황정수가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찬바람 덕분에 정신은 차릴 만큼 차렸다. 이제는 얼어버린 몸을 녹여야 했다. 그가 몸을 계속 떨며 말을 이었다.


“사지가 떨리니 배가 무진장 고파요. … 아주 따끈따끈한 국밥을 먹고 싶어요.

얼큰한 거보다는 구수한 우거지 국밥이 좋을 거 같아요. 축축 늘어지는 우거지를 김치에 싸서 꿀컥 삼키면 한마디로 금상첨화예요. 더할 나위가 없어요.”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추위를 참기 어려웠다. 정신이 맑아지는 게 아니라 정신이 -50도 돌얼음처럼 굳어갔다.


그때, 벨소리가 울렸다.



삐리릭!



유강인한테 걸려 온 전화였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정찬우 형사였다. 그가 전화 받았다.


“정형사.”


“네, 선배님. 요청하신 대로 서울청 마약수사대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국제마약수사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현재 서울청 마약수사대와 합동 수사 중이랍니다. 국제마약수사대에서 선배님께 수사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뭐? 국제마약수사대라고?”


“네, 그렇습니다. FBI, 인터폴과 함께 국제적으로 마약을 수사하는 단체입니다. 보아하니 무슨 큰일이 있는 거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선배님께 직접 자문을 구하겠답니다.”


“그렇군,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군. 그런데 지금은 좀 바빠. 극단폭풍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야. 자문은 나중에 해야 할 거 같아.”


“선배님, 클럽 마야와 관련된 입니다. 국제마약수사대가 그동안 클럽 마야를 감시하고 있었답니다.”


“뭐? 클럽 마야라고?”


“네, 그렇습니다. 내일 저녁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 알았어. 먼저 클럽 마야를 조사해야 해. 클럽 마야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클럽 마야를 조사한 후, 국제마약수사대를 만나겠어.”


“알겠습니다. 클럽 마야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겠습니다. 국제마약수사대에도 선배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응, 수고해.”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조수 둘에게 말했다.


“클럽 마야는 내일 오후면 조사할 수 있을 거야. 오늘을 이만 쉬자고. 그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 흐흐흐! 맛있는 국밥 먹으러 가요! 날이 추우니 국밥이 확 댕겨요!”


“맞아요, 지금 배가 출출해요.”


황수지도 동의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따끈따끈한 국밥을 생각하자, 입안에서 군침이 펑! 하며 폭발했다. 그가 쏟아지는 군침을 꿀컥 삼키고 말했다.


“내일 오전에 시간이 있으니 …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형사님, 신형사님과 함께 임진강으로 가자.

10년 전 사건 현장인 임진강 일대를 둘러보고 그다음에 클럽 마야로 가자.”


“알겠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요.”


“이형사님께 지금 연락할게요.”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조수 둘이 따랐다. 황수지가 이진환 형사에게 내일 일정을 알렸다.


한강 공원에서 벗어나자, 근처에 먹자골목이 있었다. 대로 옆으로 식당들이 즐비했다. 2층 상가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제 저녁때였다. 손님들이 식당 안으로 삼삼오오 들어갔다. 모두 뜰 든 표정이었다. 텅 빈 위장을 인정사정없이 꽉꽉 채우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황정수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맛있는 국밥 냄새를 찾아서 캥거루처럼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30초 후, 그가 아! 하며 소리쳤다.


“저, 저기다!”


황정수의 고성능 후각 레이더망에 ‘몸보신 황금 국밥집’이 걸렸다.


황정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구수한 냄새가 그의 뇌를 뒤흔들었다. 그렇게 본능적으로 맛집을 감지했다.


유강인과 황수지가 미소를 지었다. 황정수 옆으로 걸어갔다.


황정수가 말했다.


“이 냄새는 조미료가 거의 없는 국밥 냄새입니다. 다소 밋밋할 순 있지만, 소화가 잘되고 몸에 좋은 국밥이 분명합니다.

얼큰한 냄새도 풍겨요. 순한 맛과 얼큰한 맛이 동시에 있어요. 어서 들어가요. 추운 날, 따끈한 국밥을 먹으면 그게 바로 보약이에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네버(Never)!”


“그래, 그러자, 어서 가서 보약 먹자.”


유강인이 환히 웃고 말했다. 황수지도 활짝 웃었다. 그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는 보양식이 바로 앞에 있었다.


잠시 후 탐정단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반찬이 나왔다. 반찬은 무한 리필이었다. 석박지와 김치, 오징어무침이었다.


황정수가 반찬을 먼저 맛봤다. 그가 감탄하며 말했다.


“우와! 반찬이 참 맛있네요. 국밥이 순한 대신 반찬 맛이 강한 거 같아요. 흰밥이 팍팍 댕기는 반찬이에요. 공깃밥 세 그릇을 순식간에 뚝딱할 거 같아요.”


“그래, 맞는 말이야.”


유강인이 반찬 맛을 맛보고 답했다.


3분 후 주문한 국밥이 나왔다. 유강인과 황정수는 우거지 국밥 ‘특’을 골랐다. 황수지는 얼큰 국밥 보통을 골랐다. 특이 보통보다 3,000원 비쌌다. 그만큼 고기양이 많았다. 고기는 한우였다.


“자 어서 먹어요. 배부르게!”


황정수가 숟가락을 높이 쳐들고 외쳤다. 아더왕이 빛나는 엑스칼리버를 높이 쳐들고 외치는 거 같았다.


“내일 할 일이 많아요. 임진강도 가야 하고 강남 클럽 마야도 가야 해요. 오늘 든든히 먹어요! 반찬만 먹어도 맛집이네요.”


황수지가 방긋 웃고 말했다. 허기가 졌는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렇게 탐정단이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숟가락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바삐 움직였다.


황정수 말대로 심심한 맛이었지만, 그만큼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MSG가 거의 없는 수수하지만, 담백한 맛이었다.


유강인이 희뿌연 국밥 국물을 연거푸 떠먹으며 생각했다.


‘그래, 내일이 중요해. 임진강과 클럽 마야에서 뭔가가 나올 것만 같아. 국제마약수사대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아주 좋았어!’


탐정단이 30분 후 식사를 마쳤다. 모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셋이 힘찬 발걸음으로 식당에서 나왔다. 몸보신을 제대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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