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37_사건의 연결 고리, 클럽 마야

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화창한 날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자, 날이 저물어갔다.


탐정단 밴이 극단폭풍 근처 한강으로 향했다. 한강 변에 큼직한 공원이 있었다.


탐정단 밴이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3분 후, 뒷좌석 문이 열렸다. 유강인이 차에서 내렸다. 뒤이어 운전석 문도 열렸다. 황수지도 차에서 내렸다. 둘이 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 보이는 한강 변을 향해 걸어갔다.


강가라 그런지 찬바람이 남달랐다. -30도 냉동고 바람이 몰아쳤다.


그렇게 차디찬 바람이 몰아쳤지만, 유강인은 개의치 않았다. 계속 걸음을 옮겼다. 강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거대한 한강이 그 위용을 뽐내며 흘러갔다. 그 흐름에 막힘이 없었다.


황수지도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 옆에 서서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강은 언제봐도 시원했다. 그리고 생기가 넘쳤다.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거 같았다. 물은 정적이면서도 동적이었다. 환경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화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유강인과 황수지가 나란히 찬 바람을 맞으며 강변에 서 있었다.


그때, 덜컹하며 차 뒷좌석 문이 열렸다.


“탐정님!”


유강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황정수가 차에서 내렸다. 한 손에 태블릿 PC를 들고 있었다. 그가 유강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 소리를 듣고 유강인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이제 조사가 다 끝난 모양이네요.”


황수지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잠시 후, 황정수가 유강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5초간 급한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아이고야, 숨차! …탐정님, 자료를 다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충 훑어봤습니다.”


유강인이 말했다.


“그래, 무슨 내용이지?”


황정수가 침을 꿀컥 삼키고 보고를 시작했다.


“초대 단장, 장민국씨가 운영한 회사는 동양 주류라는 회사였습니다. 큰 술집과 나이트클럽에 술을 납품했습니다.”


“뭐? 나이트클럽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나이트클럽이라는 말에 유강인이 미간을 팍 모으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가 말했다.


“어느 나이트클럽이지?”


“네 군데인데 세 군데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한군데만 남았습니다. 남은 클럽은 조사 결과, 유명한 클럽이었습니다. 강남구에 있는 클럽 마야입니다.”


“클럽 마야라고?”


“네,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클럽 마야는 유명한 클럽이었다. 그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먀야는 유명인들이 자주 출입하는 클럽으로 각종 행사를 주최했다. 그 행사는 무척 화려했다.


황정수가 양 입술에 침을 덕지덕지 묻혔다. 그가 무척 심상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초대 단장 장민국씨가 보트 사고로 실종됐잖아요. 그때 같이 배를 탔던 사업 파트너는 익사한 채 발견됐잖아요.”


“그랬지.”


“그때 죽은 사업 파트너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클럽 마야 전무, 복우성씨였습니다.”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뭐라고? 죽은 사업 파트너가 클럽 마야 전무라고?”


“네, 조사 결과 그렇습니다.”


유강인이 급히 왼손을 들었다. 턱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까칠한 턱수염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클럽 마야는 유명한 클럽이야.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유명했을 거야. 역사가 오래된 곳이야.

초대 단장 장민국이 클럽 마야와 거래했었어. 주류 업체를 운영했으니 술을 납품한 건 이상한 일은 아니야, 하지만 ….’


유강인이 턱을 계속 매만졌다.


‘10년 전, 보트 사고 때 죽은 사람이 심상치가 않아. 그 사람은 클럽 마야의 복우성 전무야. 전무는 아주 높은 직책이야.

정황상 장민국 초대 단장이 클럽 마야와 깊은 관련이 있었던 거 같아. 단순히 술만 납품했던 게 아니야. 그게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거 같아.

과거의 일은 현재의 일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야.’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극단폭풍 양진석은 초대 단장 장민국과 의형제 사이야. 장민국 단장이 연극배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선생 노릇을 했다고 했어.

양진석이 뭔가를 알고 있을 거 같아.’


유강인이 생각을 마치고 황정수에게 말했다.


“양진석 배우에게 전화 걸어봐. 지금 물어볼 게 있어.”


“네,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답을 하고 양진석 배우에게 전화 걸었다. 양진석이 바로 전화 받았다. 황정수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유강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건네받고 말했다.


“탐정 유강인입니다.”


“네, 유탐정님. 물어보실 게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10년 전 보트 사고를 조사했습니다. 죽은 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유명 클럽 마야의 복우성 전무였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그걸 확인하셨군요.”


“양진성 배우님, 그때 죽은 사람이 복우성 전무가 맞습니까?”


“맞을 겁니다. 성이 특이해서 그 성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복씨였습니다.”


“복우성 전무에 대해 아시나요?”


“그냥, 만나면 인사 정도 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분은 돌아가신 초대 단장님과 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래서 극단에 찾아오신 적도 있었습니다.

초대 단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클럽 마야에 술을 납품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양진석 배우님, 10년 전 사고가 난 날, 두 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같이 배를 탄 이유를 아시나요?”


“그건 잘 모릅니다. 그날 아침, 초대 단장님이 배 타러 가자고 하셔서 단원들과 함께 강가로 갔을 뿐입니다. 저는 배 타는 걸 싫어해서 배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습니다.

저와 달리 초대 단장님은 배 타는 걸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한마디로 즐거운 야유회였습니다. 그렇게 맛있는 걸 먹으며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 복우성 전무님이 승용차를 타고 강가로 오셨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때였습니다.

초대 단장님이 복전무님을 환대했습니다. 딱 봐도 사이가 좋아 보였습니다.

이후 두 분이 함께 보트를 탔습니다. 보트가 강 한가운데에 있을 때 사고가 났습니다.”


“어느 강이었죠?”


“강은 임진강입니다. 바다로 연결되는 곳이죠. 그때 물살이 좀 세서 무서웠습니다. 저는 ‘응애’ 하며 태어날 때부터 물을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보트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때 두 분 다 구명조끼를 입었나요?”


“아니요. 두 분 다 입지 않았습니다.”


“입지 않았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입었다면 두 분 다 사셨겠죠.”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가 황정수에게 핸드폰을 건네고 말했다.


“장철수 단장님께 전화해봐.”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장철수 단장에게 전화 걸었다. 장단장이 전화 받자, 그에게 말했다.


“장단장님, 유강인 탐정님이 하실 말씀이 있답니다.”


장철수 단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 바꿔주세요.”


황정수가 유강인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유강인이 핸드폰을 건네받고 말했다.


“장철수 단장팀, 탐정 유강인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유강인 탐정님.”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럽 마야에 대해 아시나요?”


“네에?”


장철수 단장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유강인이 급히 말을 이었다.


“장단장님, 아시는 게 있으면 솔직히 말해주세요. 클럽 마야에 대해 아시나요?”


장철수 단장이 답했다.


“클럽 마야는 … 단원들과 자주 찾는 곳입니다. 그곳은 아버지와 관련이 깊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주류 사업을 하셨습니다. 클럽 마야는 거래처 중 하나였습니다. 납품하는 양이 많아서 최대 거래처라고 들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아버지께서 클럽 마야 사람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클럽 마야 덕분에, 극단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아버지가 작고하신 후에도 클럽 마야와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클럽 경영진이 극단폭풍을 계속 후원했습니다. 거금을 쾌척하며 어떤 보상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한국 연극 발전을 위한 후원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는 정말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이에 감사한 마음으로 클럽 마야를 자주 찾았습니다.

공연이 성공하면 클럽에서 파티했습니다. 후원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클럽의 매상을 올렸습니다.”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군요. 극단폭풍은 클럽 마야와 아주 깊은 관련이 있군요. 그것도 초대 단장님 때부터 ….”


“맞습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클럽 마야가 최대 후원자입니다. 클럽 마야가 최대 후원자가 된 후, 다른 분들의 후원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덕분에 단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습니다. 단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연극계 사람들이 더는 배가 고파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 말씀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클럽 마야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장단장님, 단원 중에서 … 개인적으로 클럽 마야를 자주 찾는 사람들이 있나요?”


“그, 그건 ….”


장철수 단장이 머뭇거렸다.


유강인이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철수 단장님. 사건 해결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안입니다. 혹 아는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장철수 단장이 힘들게 말했다.


“동생이 클럽 마야에 자주 갔습니다. 동생이 노는 걸 좀 좋아해서 ….”


“그렇군요. 다른 단원은 없나요?”


“박찬수 배우, 이유리 배우, 윤미래 배우 등 젊은 배우들은 클럽 마야를 자주 찾았습니다.

연로하신 분들은 입장 불가였습니다. 그분들은 초청이 없으면 클럽 마야에 입장할 수 없었습니다.”


이유리라는 말을 듣고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이유리는 카르멘의 심복이었다. 유강인이 말했다.


“이유리 배우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젊은 나이라 그런지 클럽에 자주 갔습니다.”


“그렇군요.”


유강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20초 후, 생각을 마치고 질문을 이었다.


“단장님,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습니다. 사실대로 답해주세요.”


“유탐정님, 그게 뭐죠?”


“이유리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시죠?”


“네에? 그게 무슨 말인지?”


“이유리 배우는 경력이 짧고 젊은 나이임에도 극단폭풍 40주년 기념작, 호세와 카르멘의 여주인공 카르멘 역으로 발탁됐습니다. 이 사실이 맞나요?”


“네, 맞습니다.”


“장단장님은 호세와 카르멘 연극의 연출자이자, 각본가입니다. 누가 이유리 배우를 카르멘 역으로 발탁했죠? 본인이 직접 카르멘역으로 점찍으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발탁했습니다. 이유리 배우를 우리 극단의 미래로 봤습니다. 아직 경력이 부족하지만, 똑똑해서 누구보다 잘하리라 여겼습니다.


“그렇군요. 이유리 배우를 각별하게 생각하셨군요.”


“네. 저는 이유리 배우를 극단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키울 생각이었습니다.

그전까지 극단을 대표하는 배우는 동생이었습니다. 극단을 대표하는 여배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역할을 신예 이유리에게 맡겼습니다.”


“알겠습니다. 장단장님,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극단폭풍을 조사하자, 초대 단장뿐만 아니라 현 단장과도 인연이 깊은 클럽 마야가 등장했다.


클럽 마야는 극단폭풍의 재정에 큰 도움이 됐다. 그게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유흥업소인 클럽 마야가 극단에 커다란 도움을 줬다고? 그것도 어떤 보상도 없이 ….’


유강인이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든지 한 번이나 두 번은 사심 없이 도와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그러기는 아주 힘들었다.


유강인이 생각을 이었다.


‘클럽은 … 조폭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 커. 그리고 약물 때문에 말이 참 많은 곳이야.

마약을 유통했다는 의심을 받아서 문을 닫은 곳도 있었어.’


유강인의 머릿속에 죽은 장호일 배우가 떠올랐다. 그는 난봉꾼이었다. 차분하고 점잖은 형과는 달리 막 나가는 인간이었다.


겉으로는 뛰어난 연기력의 좋은 배우였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남자 후배들을 마구 때렸고 여자 배우들과 무분별한 애정 행각을 벌였다.


장호일의 거침없는 행동을 생각하던 유강인이 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그가 급히 생각했다.


‘혹 약 때문에 장호일이 이상해진 건가? 약에 중독돼서 정도에 어긋한 짓을 한 게 아닐까?’


유강인의 눈빛에 불꽃이 팍 튀었다.


클럽 마야는 극단폭풍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였다. 사건의 단서가 될 수 있었다.


극단폭풍의 베일에 싸인 실력자, 카르멘이 클럽 마야와 관련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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