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_46_불타는 보트

탐정 유강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by woodolee

차바퀴가 쉴새 없이 돌아갔다.


탐정단 밴과 강천 경찰서 강력반 밴 세 대가 10년 전 사고 현장인 임진강으로 달려갔다.


이진환 형사 옆자리에 장철수 단장이 있었다. 장단장이 쉴새 없이 몸을 떨었다. 그는 10년 전 실종됐던 아버지를 만나야 했다.


수사팀 모두 장철수 단장의 녹음 파일을 공유했다. 부자간의 대화를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대화 내용은 놀라웠다. 장민국 초대 단장이 카르멘이었고 모든 책임을 지고 임진강으로 간다는 말이었다. 아들 장철수 단장을 마지막을 보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이는 삶의 종착점을 암시했다.


사건이 막바지에 달하자, 순환하듯 처음으로 돌아갔다.


10년 전 보트 사고가 발생했던 임진강이 다시 대두됐다. 처음과 끝이 일치하는 수미쌍관이었다.


그 시각, 극단폭풍은 조용했다. 그러다 점점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극단으로 출근한 단원들이 하나둘씩 2층 연습실로 향했다. 모두 모여서 연기 연습을 시작했다.


배우 중 최연장자인 양진석 배우가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말했다. 점잖은 목소리였다.


“배우는 … 별거 없어 연기하다가 죽는 거야. 위에서 포탄이 그냥 막 비 오듯 떨어져도 연기하다가 죽는 게 바로 배우야.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

사건은 유강인 탐정님이 잘 해결하실 거야. 우리는 밀린 연습이나 하자!”


“선생님, 아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천상 연기자이십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리스펙트(respect)!”


박찬수 배우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지금 뭐 해? 연습 준비하지 않고 … 오늘만큼은, 내가 호세 역할을 할게. 나도 한번 주인공 해보자. 만년 조연 신세였잖아. 이제 조연은 지긋지긋해.”


“알겠습니다.”


배우들이 급히 움직였다. 호세와 카르멘 연극을 준비했다.


“그럼, 나는 군인 단역이 아니라, 투우사 에스카미요다! 나도 한번 젊은 역할을 해보자. 마음만큼은 이팔청춘이야!”


양진석 배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김두희 사무장이 말없이 지켜봤다. 몹시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10분 전 장철수 단장과 통화했다. 장단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김두희 사무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 설마. 초대 단장님이 카르멘이었다고? 아직도 살아계셔서 그런 짓을 했다고? …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김두희 사무장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리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입술이 마구 떨렸다. 그녀의 마음속에 폭풍이 몰려오는 거 같았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



오늘은 화창한 날이다. 임진강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배타고 유유자적하며 뱃놀이하기에 딱 좋았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10년 전 사고가 난 날도 날씨가 참 좋았다. 푸른 하늘이 깊고 깊은 푸른 바다 같았다.


“이유리 차가 10년 사고 지역 근처로 이동했습니다.”


CCTV 통제센터의 보고가 계속 들어왔다. 이진환 형사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크게 외쳤다.


“어서 가자고!”


“알겠습니다, 선배님. 거의 다 왔습니다.”


운전을 담당하는 형사가 답했다.


강력반 밴 세 대가 속도를 높였다. 한 시도 지체할 틈이 없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카르멘은 한마디로 예측 불허였다.


5분 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현장은 1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적한 강변에 숲이 아주 울창했다.


강변에 차 한 대가 덩그러니 있었다. 이유리의 차였다. 푸른색 세단이었다. 고가의 외제 차였다.


“저 차다!”


이진환 형사가 급히 외쳤다. 그러자 강력반 밴 세 대가 속도를 높였다.


잠시 후, 차 세 대가 푸른색 외제 차 근처에 멈췄다.


차 문이 덜컹 열렸다. 형사들과 장철수 단장이 차에서 황급히 내렸다.


푸른색 세단 안에 이유리가 없었다.


“이유리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어서 찾아봐!”


형사들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차에서 내린 이유리를 찾았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


이진환 형사가 후배들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후배 형사들이 두 눈을 크게 뜨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변과 숲 등을 자세히 살폈다.


그때, 차 소리가 들렸다. 급히 달려오는 소리였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에 밴 하나가 보였다.


“저기구나!”


운전대를 잡은 황수지가 입술에 침을 묻혔다. 저 앞에 강천 경찰서 강력반 밴이 있었다. 그녀가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어서 현장으로 달려가야 했다.


“아, 지금 유강인 탐정님이 오십니다.”


후배 형사가 탐정단 밴을 확인하고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오! 그래.”


이진환 형사가 그 말을 듣고 참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유탐정님! 어서 오세요!”


그때, 한 형사가 한 손을 들었다. 3시 방향을 가리키고 이진환 형사에게 말했다.


“선배님! 저기에 배가 있습니다. 작은 배입니다. 다른 배는 없고 저 배만 있습니다.”


“뭐, 배라고?”


이진환 형사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후배 형사가 오른 검지로 우측을 가리켰다.


넘실거리는 강에 배 한 척이 떠있었다. 그래서 한눈에 보였다.


배가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조종실이 있는 레저용 보트였다. 3시에서 9시 방향으로 이동했다.


“10년 전처럼 배가 등장했어.”


이진환 형사가 심한 불길함을 느꼈다. 사건이 10년 전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형사들이 너도나도 배에 주목했을 때, 차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탐정단 밴이 현장에 도착했다. 덜컹 차 문이 열리고 차에서 탐정단이 내렸다. 유강인이 서둘러 강가로 달려갔다.


“으으으~! 물비린내!”


유강인이 물비린내를 느끼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곳은 10년 전에 큰일이 있었다. 다시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유강인이 넘실넘실 흘러가는 강물 앞에서 두 눈을 크게 떴다. 3시 방향에 보트 한 척이 있었다. 그 배가 유강인을 향해 점점 다가왔다.


“유강인 탐정님!”


이진환 형사와 후배 형사들이 유강인을 향해 달려갔다. 장철수 단장이 그 뒤를 따랐다. 모두 여덟이었다.


급한 발소리가 강가에 울렸다.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들으며 두 눈을 아주 가늘게 떴다. 긴 머리카락 같았다. 그렇게 점점 다가오는 보트를 주시했다.


3초 후, 이진환 형사와 장철수 단장이 유강인 바로 뒤에서 걸음을 멈췄다.


유강인 옆에 조수 둘이 있었다. 둘이 안절부절못했다. 점점 다가오는 보트가 참 수상했다.


“저 보트는 대체 뭐지?”


황정수의 말에 황수지가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잘 모르겠어요. 10년 전처럼 배가 나타났어요.”


“휴우~!”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가다듬는 거 같았다.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삐리릭!



장철수 단장한테 전화가 왔다.


“어서 전화 받아요! 스피커폰으로 통화하세요!”


유강인이 급히 장단장에게 말했다.


이에 장철수 단장이 고개를 끄떡이고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


“아, 아들아!”


핸드폰에서 장민국 초대 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버지!”


장철수 단장이 그 소리를 듣고 두 다리의 힘이 쭉 빠졌다. 힘없이 양 무릎을 꿇고 말았다.


보트 한 척이 점점 다가왔다. 강 한가운데를 따라 흘렀다. 그래서 강변과 거리가 있었다. 10m가 넘는 거리였다.


수상한 보트가 유강인 앞을 지나갈 때


보트 조정실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둘은 남녀였다.


여자는 단발머리였다. 검은색 파카와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두 손이 보이지 않았다. 두 손은 등 뒤에 있었다. 누가 두 손을 묶은 거 같았다.


남자는 키가 작았고 중절모를 깊게 눌러 썼다. 옷은 검은색 롱코트를 입었다. 지금 통화하는 듯 입 주변에 뭔가를 들고 있었다.


“아들아!”


다시 장민국 초대 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이 든 남자 목소리가 강변에서 똑똑하게 들렸다. 무척 비통한 목소리였다. 그가 말을 이었다.


“아들아, 이제 이유리와 함께 저세상으로 갈게. 모든 건 다 … 내 헛된 욕심 때문이었어. 마약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가 유통한 거야.

복우성 전무를 회유했지만, 실패했고 그가 진실을 까발린다고 협박해서 그를 죽이고 그동안 은신한 거란다.

이제 모든 걸 버릴게. 내가 그동안 너무 어리석었어. 바보같이! … 저승에서 호일이를 볼 면목이 없구나. ”



뚜~!



통화가 끊겼다.


“헉!”


장철수 단장이 벌떡 일어났다. 그가 있는 힘껏 외쳤다.


“아, 안 돼요! 아버지!!”


유강인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그의 미간이 팍 좁아졌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진환 형사가 매우 놀란 나머지 몸이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10년 실종됐던 장민국 초대 단장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목소리를 아들이 증명했다.


카르멘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장민국 초대 단장이었다. 그가 마약을 유통했고 복우성 전무도 죽였다고 실토했다.


“이런 결말은 정말 ….”


황정수가 말을 잇지 못했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바로 앞에서 벌어졌다. 그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 앞에 떠있는 보트와 이를 북극 얼음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유강인을 번갈아 바라봤다.


황정수가 급히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장민국 단장이 카르멘이었어요!”


유강인이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수작이군! 순도 100퍼센트의 …!”


유강인이 일갈했을 때, 중절모를 쓴 남자가 신속히 움직였다. 앞에 있는 여자를 확 밀어 버렸다.


여자가 속절없이 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떨어질 때 비명을 지르지도 양팔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재갈을 물리고 양팔을 꽁꽁 묶은 게 분명했다.



풍덩!



사람이 강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은 수심이 깊은 곳이었다. 물에 빠지면 위험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겨울이었다.


“사람이 빠졌어요!”


“이, 이를 어째!”


잠시 물보라가 일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물에 빠진 여자가 물속 깊이 들어갔다.


중절모 쓴 남자가 다시 움직였다. 보트 조정실 안으로 들어갔다.


“저자를 잡아야 합니다!”


이진환 형사가 있는 힘껏 외쳤다. 하지만 앞에 강물이 있었다. 넘실거리는 강물이 위압적이었다. 수심이 깊은 물이었다.


그때! 갑자기 불꽃이 팍하며 튀었다.



화악!



보트에서 불길이 화르르 치솟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검은 연기와 화염이 보트를 점령했다.


“헉! 부, 불이!!”


수사팀이 깜짝 놀랐다. 보트에 불이 붙었다. 게걸스러운 불이 보트를 잡아먹을 거 같았고 사악한 검은 연기가 우악스럽게 보트를 부서트릴 것만 같았다.


불길이 확 일자, 유강인의 눈빛이 섬광처럼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적의 만행을 더는 봐줄 수 없다는 거 같았다.


유강인이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오른 검지로 하늘을 푹 찔렀다. 악의 심장을 조준하는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수사팀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유강인이 무슨 신호를 하는 거 같았다.


그때, 황정수가 급히 외쳤다.


“보트 옆에 뭔가가 있어요!”


보트 옆 강물에서 검은색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물체가 번개처럼 위로 튀어 올랐다. 그건 사람이었다.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잠수부 둘이 보트 위로 올라갔다. 그 둘이 검은 연기를 헤치고 조정실 안으로 들어가 한 사람을 꺼냈다.


이윽고 물속에서 두 사람이 머리를 쑥 내밀었다. 한 명은 물에 빠진 단발머리 여자였고 다른 사람은 그녀를 구한 잠수부였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보고 씩 웃었다. 그가 얼음이 듬뿍 담긴 콜라처럼 아주 시원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해병대 특수수색대는 일을 참 잘합니다.”


“해, 해병대 특수수색대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가 깜짝 놀랐다. 조수 둘도 마찬가지였다.


유강인이 어제 말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말라고 동료들에게 당부했었다. 동료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그 뜻을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강인은 어제 아침 임진강을 둘러보고 작전을 잤다. 수사 내용을 일부러 흘려 카르멘을 유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정황상 장민국 초대 단장이 아직도 살아있는 거 같았다. 이에 대비해야 했다.


그는 해병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임진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병대 부대가 있었다.


해병대 사령관은 유강인의 요청을 받고 흔쾌히 작전에 참여했다. 최정예인 특수수색대 대원들을 임진강으로 급파했다.


보트가 불길에 완전히 휩싸였다. 검은 연기가 함께 침몰하기 시작했다.


시커먼 연기가 푸른 하늘을 따라서 쉴새 없이 위로 올라갔다.


잠수부들이 강가로 헤엄쳤다. 단발머리 여자 목에 부유 장치가 걸려 있었다. 커다란 튜브였다.


“아! 다행이네요. 여자가 살았어요! 그런데 저 여자가 누구죠?”


황정수가 유강인이 말했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유리! 윤미래처럼 토사구팽 신세였지만,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살렸어.”


“아! 그렇군요. 이유리였군요.”


황정수가 참 잘됐다는 표정으로 손뼉을 짝 쳤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상황을 살피던 장철수 단장이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아버지는 … 아버지는 어떻게 된 거죠? 돌아가신 건가요?”


유강인이 오른손을 들었다. 그가 강변으로 다가오는 잠수부들을 가리키고 말했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구조했습니다. 그분이 장민국 초대 단장님이 맞는지 확인해보세요.”


“아, 알겠습니다.”


장철수 단장이 답을 하고 두 눈을 커다란 쟁반처럼 크게 떴다.


잠시 후, 해병대 특수수색대가 물가에 다다랐다. 대원들이 여자와 남자를 구했다. 주어진 임무를 100퍼센트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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