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유강인 21편 <죽음의 거미줄, 카르멘>
특수수색대 대장이 유강인 앞으로 걸어와 절도있게 거수경례하고 말했다.
“유강인 탐정님, 처음 뵙겠습니다. 해병대 특수수색대 1팀장입니다.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유강인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답했다.
“1팀장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구조한 사람들은 모두 이상이 없나요?”
“여성분은 상태가 괜찮은 거 같습니다. 물에 빠졌을 때 위급했지만, 우리 대원이 신속히 대처했습니다.
입에 물린 재갈을 제거하고 몸을 묶은 밧줄을 칼로 끊었습니다.
남성분은 조정실 바닥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었습니다.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근처에 있는 구급대에 연락했습니다. 구급 대원들이 곧 도착할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유강인이 답을 하고 구조한 둘을 찾았다.
구조한 남녀는 강가에 있었다. 특수수색대 대원들이 둘을 강가에 눕혔다.
유강인이 급히 걸음을 옮겼다. 구조한 둘을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장철수 단장과 조수 둘, 이진환 형사가 따랐다.
10초 후, 유강인이 구조한 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구조한 여자는 단발머리였다. 예상한 대로 이유리가 맞았다. 청순한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으으으~!”
이유리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물에 빠졌을 때 비릿한 강물을 먹은 거 같았다. 그녀가 강물을 입에서 토해냈다.
남자는 검은색 코트를 입었다. 무척 초췌한 모습이었다. 딱 봐도 영양 상태가 별로였다. 뼈밖에 없는 얼굴이었다. 광대뼈가 툭 튀어나왔고 눈두덩이가 푹 들어갔다.
“아, 아버지!”
장철수 단장이 크게 외쳤다. 누워있는 남자한테 달려가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가 맞아요!”
장단장이 말을 마치고 울기 시작했다. 아들이 10년 만에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의식을 잃은 채, 삐쩍 마른 몸으로 아들에게 돌아왔다.
그 모습을 수사팀이 잠시 바라봤다. 모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진환 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결국, 카르멘은 초대 단장, 장민국이었군요.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네요. … 정말 유감입니다.”
“맞아요, 이런 결과는 정말 원하지 않았어요.”
황정수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넘쳤다.
반면 황수지는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유강인을 바라봤다.
이진환 형사와 황정수도 유강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유강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장민국 초대 단장이 카르멘이라면 유강인의 추리가 틀렸다.
유강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저분은 초대 단장님이 맞지만, 카르멘은 아닙니다. 가짜가 초대 단장님처럼 위장했습니다.”
“네에?”
“배에 가짜가 있었다고요?”
그 말을 듣고 이진환 형사와 황정수가 깜짝 놀랐다.
황수지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오늘 일은 꼭꼭 숨겼던 참담한 비극이 드러난 날이 아니었다. 오히려 죽을 위기에 놓였던 두 사람을 구한 날이었다.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이유리를 물속에다 떠다밀고 배에 불을 지른 남자는 초대 단장님처럼 위장한 자에 불과합니다. 바로 카르멘의 하수인입니다.
초대 단장님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보트에 불을 질러 불에 태워 죽이려 했습니다.”
“헉!”
그 말을 듣고 수사팀이 모두 화들짝 놀랐다. 카르멘의 수법이 너무나도 교활했고 잔인했다.
유강인이 점점 가라앉는 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침몰한 보트에서 초대 단장님 시신이 나오면 초대 단장님이 바로 카르멘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카르멘은 초대 단장님의 아들을 죽여 놓고 아들을 잃은 아버지까지 죽이려 했습니다. 그것도 누명을 씌워서 죽이려 했습니다.
아주 악질 중의 상 악질입니다. 반드시 잡아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제가 착각했네요.”
“아이고, 카르멘의 수에 깜빡 넘어갈 뻔했어요. 그런데 목소리를 어떻게 위장했죠? 아들이 아버지 목소리를 알아봤잖아요.”
황정수의 질문에 유강인이 답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 AI로 사람의 목소리를 학습해서 그걸 거의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어. 정밀 검사를 하지 않으면 그게 진짜 사람 목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야. 그래서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구분하면 안 돼.”
유강인이 동료들을 쭉 둘러봤다. 그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 카르멘의 전매특허를 그새 잊었나요? 그건 바로 누명입니다. 카르멘은 뒤집어씌우기의 달인입니다. 초대 단장님께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겁니다.
초대 단장님은 보트에 오를 때부터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누워있었던 겁니다.”
“아, 그렇군요”
황정수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이진환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이형사는 베테랑 형사였지만, 카르멘한테 속고 말았다. 카르멘이 극적인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연출하자, 그만 그 수에 깜빡 넘어가고 말았다.
유강인이 고개를 들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강 건너를 쭉 살폈다.
황정수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그럼, 가짜 초대 단장이 있었다는 말이잖아요? 가짜 초대 단장은 어디에 있죠? 아이고! 놓친 건가요?”
유강인이 여전히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초대 단장님처럼 위장했던 남자는 보트에 불을 지르고 물속으로 들어갔을 거야. 강 건너로 헤엄쳤겠지. 지금쯤이면 뭍에 다다랐을 거야.”
유강인이 말을 마치고 강 건너 숲속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 여유가 있었다.
동료들도 유강인처럼 강 건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에 간절함이 있었다. 카르멘의 하수인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
저 멀리 3시 방향에서 작은 물보라가 일었다. 침몰하는 보트에서 100여m 떨어진 곳이었다. 수사팀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물보라였다.
물보라와 함께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건 사람 머리였다. 마른 얼굴의 30대 남자였다. 30대 남자가 강변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아주 능숙한 솜씨였다.
잠시 후, 30대 남자가 강변으로 올라왔다. 푹 젖은 검은색 코트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휴우~!”
30대 남자가 크게 숨을 내쉬고 숨을 골랐다. 그가 침을 꿀컥 삼켰다. 그는 키가 작았다. 160cm 초반이었다. 장민국 초대 단장과 비슷한 키였다.
“됐다.”
30대 남자가 쾌재를 부르고 재빨리 움직였다. 앞에 울창한 숲이 있었다. 그가 허리를 굽히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소나무 뒤에 숨어서 잠시 상황을 살폈다.
불길이 치솟던 보트가 결국, 침몰했다. 보트에서 치솟던 검은 연기도 차츰 옅어졌다.
100여m 떨어진 강 건너편에 사람들이 많았다. 거리가 멀어서 누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30대 남자가 쓱 미소를 지었다. 그가 소리 없이 웃다가 주변을 살폈다.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 커다란 검은 봉지가 있었다. 봉지를 열자, 옷과 수건, 야구모자, 신발 등이 있었다.
“흐흐흐~!”
30대 남자가 다시 쾌재를 불렀다. 푹 젖은 옷을 벗어버리고 마른 수건으로 몸 구석구석을 닦았다. 그렇게 물기를 말끔히 없애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었다.
“시원하군.”
30대 남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겨울철 강물에 빠졌지만, 별로 추운 거 같지 않았다.
잠시 후, 30대 남자가 젖은 옷을 차곡차곡 접어서 검은 봉지에 넣고 한 손에 들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숲속에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가 사방을 둘러보고 말했다.
“날씨가 참 좋군. 보너스 받기 좋은 날이야. 흐흐흐!”
30대 남자가 말을 마치고 무척 즐거운 듯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할 일을 다 해서 속 시원한 거 같았다.
20초 후, 30대 남자가 걸음을 갑자기 멈추고 사방을 쭉 살폈다. 뭔가가 이상한 거 같았다.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은 한적한 곳이었다. 근처에 아무도 없었다. 저 멀리에 낚시꾼들만 보였다.
“흐흐흐! 아무도 없잖아! 괜한 걱정 했네.”
30대 남자가 미소를 흘렸다. 안심한 표정을 짓더니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
“OK”
---------------
그러자 답장이 왔다.
---------------
“Good”
---------------
“흐흐흐~!”
30대 남자가 답장을 확인하고 핸드폰을 품에 넣었다. 그가 다시 걸음을 옮겼을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물체가 그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건 작은 동물이었다.
“뭐, 뭐야? 이거?”
30대 남자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작은 동물은 나무에 사는 다람쥐과 청설모였다. 검은색 몸에 배만 하얬다.
나무에서 내려온 청설모가 멈칫했다. 사람을 발견하고 근처에 있는 소나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아주 재빨랐다.
“청솔모였잖아. 시커먼 놈!”
30대 남자가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소나무 위로 계속 올라가는 청설모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근처 숲속에서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또 청설모야? 여기는 청설모 천국이야? 왜 이리 시커먼 게 많아!”
30대 남자가 짜증이 난 목소리로 중얼거렸을 때
저 앞 울창한 숲속에서 커다란 물체가 튀어나왔다.
그건 작은 청설모가 아니었다. 건장한 남자 셋이 번개처럼 튀어나왔다. 모두 검은색 복장이었다. 그들은 경찰 특공대였다.
특공대 대장이 30대 남자에게 크게 외쳤다.
“우리는 서울경찰청 경찰 특공대다. 저자를 잡아라! 저자가 바로 용의자다! 보트에 불을 지른 자다!”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근처 숲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한두 명이 내는 발소리가 아니었다.
울창한 숲속에서 특공대원 일곱 명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항복해라! 너는 포위됐다.”
특공대 대장이 크게 외쳤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특공 대원 일곱이 권총을 쳐들었다. 검은 총구 일곱 개가 30대 남자의 심장을 겨누었다. 시커먼 총구에서 인정사정없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어어~!”
30대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열 명이 그를 순식간에 에워쌌다. 도망칠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가 아연실색했다.
그때 발소리가 또 들렸다. 울창한 숲속에서 한 사람이 더 나왔다. 그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정찬우 형사였다.
정형사가 30대 남자를 보고 씩 웃었다. 그가 남자에게 말했다.
“선생님, 어디 가시려고요? 도망칠 곳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누명 씌울 때는 참 재밌었죠? 초대 단장님을 범인으로 만들고 그 상황을 즐겼죠? 이제 그 대가를 엄중히 치러야 합니다.”
“제, 젠장!!”
30대 남자가 울부짖었다.
정형사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을 이유리, 장민국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한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체포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30대 남자의 무릎이 팍 꺾였다. 두 무릎을 바닥에 꿇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