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오의원을 만나다

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돌이가 냅다 달려왔다. 예인이 그 뒤를 따랐다.


돌이가 말했다.


“나리, 무슨 일이 있어요?”


윤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방이 준 노잣돈이 좀 남았지?”


“네, 남았어요. 워낙 두둑이 챙겨주셔서. 헤헤헤!”


돌이가 흐뭇한 표정으로 답했다. 윤진이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며 측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이 엄마가 아프신데 약값이 부족하다고 하는구나. 남은 노잣돈을 이 아이에게 줘라. 그래야 약을 살 수 있다.”


“네에?”


돌이가 그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급히 말했다.


“나리, 이 돈은 이방 어른이 노잣돈 하라고 주신 돈이지, 저 아이한테 주라고 준 돈이 아닙니다. 저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입니다.”


윤진이 답했다.


“나도 그건 안다. 지금 아이의 사정이 딱하다. 저렇게 어린 데 엄마가 아프단다. 도와주고 싶다. 애가 의원 집 앞에서 울고만 있어.”


“그렇지만 ….”


돌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뒤따라 온 예인이 말했다.


“돌아, 돈을 줘. 노잣돈은 쓰라고 준 돈이잖아.”


“아이, 참!”


돌이가 참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인이 말을 이었다.


“노잣돈은 나도 충분히 있어. 좌포도청 영감이 두둑이 챙겨주셨어. 그러니 안심하고 저 아이에게 돈을 줘.”


“아, 알았어.”


돌이가 참 아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돈을 꺼냈다. 그가 아이에게 말했다.


“돈이 얼마 정도 필요하니?”


아이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떴다. 하늘에서 쑥 동아줄이 내려온 거 같았다.


돌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돈은 주지만, 대신 내가 네 집까지 따라가겠다. 네 어머니를 볼 거야. 진짜로 어머니가 아픈지 아닌지 확인할 거야. 거짓말이면 혼날 줄 알아!”


아이가 급히 답했다.


“우리 집은 여기에서 가까워요. 절대 거짓말 아니에요! 엄마가 그랬어요. 비싼 밥 먹고 바보짓도 하지 말고 거짓말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어요!”


윤진이 미소를 지었다. 아이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깊었고 똑똑해 보였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줄을 선 사람들의 얼굴이 무척 말랐어. 말라서 초췌한 자들이 많아.

용하다는 의원을 한번 만나야겠어. 홍장군 일당이 활개를 치자, 환자가 많아진 거 같아. 혹 무슨 일이 있었을 수 있어.’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돌이에게 말했다.


“돌아, 이 아이와 함께 홍삼을 사러 가자. 가는 김에 의원을 한번 만나야겠다.”


그 말을 듣고 돌이가 말했다.


“나리, 혹 어디 아프세요?”


윤진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그런 거 아니다. 의원한테 긴히 물어볼 게 있다. 홍삼을 사면서 여기 일꾼들에게 말해라.

어명을 받고 한성에서 온 좌포도청 윤진 서리가 의원을 만나고 싶다고 알려라.”


“네, 알겠습니다.”


돌이가 답하고 아이에게 말했다.


“애야, 가자. 홍삼 사러!”


“네, 형!”


아이가 무척 기뻐했다. 둘이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고 예인이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홍장군 수사를 담당하는 윤진이 의원을 만나서 긴히 할 말이 있는 거 같았다. 현재 수사와 의원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 둘이 무슨 말을 나눌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윤진도 걸음을 옮겼다. 예인이 궁금함을 감춘 채 그 뒤를 따라갔다.


아이가 돈을 내고 홍삼을 샀다. 그가 홍삼을 감싼 종이 뭉치를 들고 무척 기뻐했다. 이 약만 있으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거 같았다. 용한 의원인 오의원의 말이니 믿을만했다.


“나리, 여기 하인에게 나리의 뜻을 전했습니다.”


돌이의 말에 윤진이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예인이 신이 난 아이를 내려다봤다. 아이의 얼굴에 기쁨이 넘쳤다. 그녀가 아이에게 말했다.


“참 기특한 아이구나. 어머니를 이렇게 위하고 ….”


예인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한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윤진에게 말했다.


“제가 이 아이의 집으로 갈게요. 장에서 소고기를 사서 국을 끓일게요. 아플 때는 잘 먹어야 해요. 그래야 금방 일어나요.”


윤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좋은 생각인데 … 돈은 충분히 있고?”


“그럼요, 충분히 있어요.”


예인이 말을 마치고 아이의 한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손길이었다.


“헤헤헤!”


아이가 배시시 웃었다.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참 고마운 거 같았다.


아이가 군침을 다셨다. 소고기가 둥둥 떠 있는 국을 생각하자, 군침이 순간 폭발했다.


그때, 의원에서 일하는 하인이 윤진 앞으로 왔다. 그가 예를 표하고 말했다.


“나리, 지금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의원님이 기다리십니다.”


“알았네.”


윤진이 걸음을 옮겼다. 돌이가 그 뒤를 따랐다.


돌이가 뒤를 돌아다봤다. 예인이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옮겼다. 근처에 있는 소고기 파는 곳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고 그가 중얼거렸다. 아쉽다는 목소리였다.


“나도 소고기 좋아하는데!”



*



윤진이 의원 집으로 들어갔다. 평양에서 용하기로 소문난 오의원이 손님을 잠시 물렸다. 방에 의원 혼자만 있었다. 손님을 맞이하려는 듯 서 있었다.


오의원은 60대 중반 나이였다. 키가 작고 왜소했다. 머리와 긴 수염이 하얘서 흡사 도사 같았다.


“도, 도사님!”


돌이가 오의원의 모습을 보고 그만 말실수했다. 의원한테 도사라고 말했다. 그가 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제가 그만 말실수했습니다.”



오의원이 ‘허허’ 웃으며 답했다.


“괜찮네. 다들 그렇게 나를 불러. 묘향산에서 도를 닦고 내려온 도사라고 … 뭐 틀린 말도 아니야.

내가 십 년 동안 묘향산에서 두문불출하며 공부했었거든. 도 닦는 도사처럼. 그때 청나라 서적을 많이 읽었지.”


“그렇군요.”


돌이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르신에게 버릇없이 말실수했지만, 혼나지 않았다.


윤진이 도사 같은 오의원의 모습을 살피고 고개를 끄떡였다. 딱 봐도 비범한 인물임이 분명했다. 몸에서 대단한 내공이 느껴졌다. 훌륭한 의원임이 분명했다.


“어서 앉으시죠, 나리.”


오의원이 정중한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윤진이 답했다.


“알겠소. 어서 앉으시오. 오의원.”


“네, 감사합니다.”


윤진과 오의원, 돌이가 자리에 앉았다. 돌이가 킁킁거렸다. 방에서 한약재 냄새가 나는 거 같았다.


오의원이 한번 헛기침하고 입을 열었다.


“하인한테 전해 들었습니다. 한성에서 어명을 받고 오신 분이라고 … 어젯밤에 출몰한 홍장군 일당을 잡으러 오셨다고요?”


“그렇소.”


오의원이 그 말을 듣고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를 왜 찾아오셨죠? 저는 홍장군 일당에 대해 아는 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환자를 살피고 약을 짓는 의원에 불과합니다.”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오의원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관해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왔소.”


“돌아가는 사정이라고요?”


“그렇소.”


“대체 무슨 사정이죠?”


오의원이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윤진에게 물었다. 윤진이 사방을 둘러봤다. 방 안에는 그와 오의원, 돌이만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오의원은 평양 일대에서 아주 유명한 의원이라고 들었소. 그게 맞소?”


“맞기는 맞습니다. 제가 유명하기는 하죠. 그래서 대감님들과 영감님들이 저를 자주 찾습니다.”


그 말을 듣고 윤진이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혹 근래 들어 환자가 늘었소?”


오의원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환자가 작년보다 많이 늘기를 늘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줄을 길게 늘어섰습니다. 진찰할 환자가 많아서 하루하루가 고된 편입니다.”


“그렇군.”


윤진이 아주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던졌다.


“예년보다 무슨 환자들이 늘었소?”


그 말을 듣고 오의원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머뭇거렸다. 그러다 입을 힘들게 열었다.


“밤에 잠을 못 자고 오한, 식사를 못 하는 뭐 그런 환자들이 늘었습니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뭔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성부판윤 대감과 그 부인, 딸을 떠올렸다. 셋의 얼굴이 몹시 말랐다. 못 먹고 못 자서 살가죽과 뼈가 서로 맞닿은 거 같았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었다.


한성부판윤은 조정 대신으로 주상의 신뢰를 받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와 그 가족이 잠을 못 이루거나 밥을 굶을 리 없었다.


윤진이 의원 집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렇군.’


윤진이 뭔가를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 생각했다.


‘평양은 홍장군 난이 발발한 북방과 가까워. 여기에 초췌한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어.

아울러 홍장군 일당과 결탁이 의심되는 한성부판윤의 가족도 초췌했어.

단지 초췌하다는 이유만으로 둘의 관련성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는 확인해야 할 사안이야.’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오의원에게 말했다.


“그들의 병명이 뭐요?”


오의원이 쭈뼛했다. 그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윤진이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오의원이 뭔가를 알면서도 숨기는 거 같았다. 그게 뭔지 알아야 했다.


윤진이 정색했다. 그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어명을 받고 이곳에 왔소. 홍장군 일당을 모조리 잡아야 하오. 홍장군 일당은 어제 군사들을 해쳤소.

평양에서도 홍장군 일당이 커다란 난동을 부릴 수 있소. 아는 게 있으면 사실대로 말해주시오! 이는 나라를 위하는 길이오.”


“그, 그렇군요.”


오의원이 말을 더듬거리며 답했다. 그가 사방을 둘러봤다. 엿듣는 사람이 있나 살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아직 정확한 병명을 말하기는 이릅니다. 그런데 그 증상이 ….”


윤진과 돌이가 귀를 쫑긋했다. 오의원이 사실대로 말할 거 같았다.


“아직 제 생각에 불과하지만, 약재로 사용하는 아편을 흡입해서 그런 같습니다. 예전에 읽은 청나라 서적에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아편을 흡입했다고?”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오의원이 급히 두 손을 흔들고 말했다.


“나리, 조용히 말해주세요. 그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 중에 대감님과 영감님 식구들도 있습니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편은 약재인데 그걸 왜 흡인한 거지? … 아프지도 않은데 흡인한 건가?’


윤진이 생각을 마치고 오의원에게 말했다.


“아편은 약재인데 왜 그걸 흡입하오? 아편을 흡입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소?”


오의원이 침을 꿀컥 삼키고 답했다.


“그게, 아편을 흡입하며 천국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된 거 같습니다.”


“천국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청나라 서적에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 있습니다.

아편을 흡입하면 절정의 쾌락을 누리지만, 중독성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잠도 못 자고 오한에 밥도 못 먹고 ….”


“아!”


윤진이 그 말을 듣고 오른손으로 오른 무릎을 탁! 쳤다. 그의 머릿속에 한성부판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예인이 말한 그의 부인과 딸의 얼굴도 떠올렸다.


‘그렇다면 한성부판윤과 그 가족이 아편을 흡입해서 중독된 건가? 그런 건가?’


윤진이 이제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양에 그런 증상을 호소하는 자가 많다는 건, 아편을 약재로 사용하지 않고 흡입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과 같았다.


아마도 북방에서부터 아편 흡입이 늘어난 거 같았다. 그게 남쪽을 향해 내려오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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