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서럽게 울고 있는 아이

탐정 윤진, 포도청 조사관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윤진 일행이 평안 감사 집무실 앞에 다다랐다. 아전이 공손한 목소리로 평안 감사에게 고했다.


“감사 영감, 최설 장군과 임혁 종사관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알았다.”


평안 감사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전이 집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윤진 일행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은 다른 방보다 어두웠다. 넓은 집무실에 등잔불 하나만 켜져 있었다.


한 사람이 집무실에 앉아있었다. 그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평안도 일대를 책임지는 평안 감사 손호였다. 60대 남자로 키가 작고 살이 많이 쪘다. 두꺼비 같은 상이었다.


임혁 종사관이 평안 감사에게 예를 표했다.


“영감, 홍장군 일당을 잡기 위해 어명을 받고 평양에 도착한 좌포도청 소속 임혁 종사관입니다.”


손호 감사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반갑다는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빨리 왔군. 홍장군 일당이 반 시진 전에 나타났네. 군사들과 싸우다 도망쳤네. 그 과정에서 군사 여럿이 다쳤어. 그래서 비상이 걸렸었네.”


“그렇군요.”


임혁 종사관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손호 감사가 윤진 일행을 쭉 둘러봤다. 그가 급히 말했다.


“홍장군 수사를 윤진 서리라는 선비가 담당한다고 들었네. 윤진이도 함께 왔는가?”


평안 감사의 말에 윤진이 앞으로 나왔다. 그가 답했다.


“영감. 소인이 윤진입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좌포도청 서리를 임시로 맡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 개성 유수한테 기별 받았네. 윤진이 오면 적극 협력하라고 권했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다행이라고 여겼다. 개성 유수가 사건 수사에 도움을 줬다.


그런 점에서 개성 유수는 홍장군 일당과 관련이 없는 게 분명했다.


“자, 먼저 차를 들게나. 멀리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참 많았네.”


평안 감사의 말에 윤진 일행이 자리에 앉았다. 곧 나이가 지긋한 다모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찻잔에 차를 따랐다.


어두운 집무실에 차 향기가 풍겼다. 그 향기가 참 좋았다.


다모 예인이 차 향기를 맡고 미소를 지었다. 차 향기가 좌포도청만큼 좋은 거 같았다.


양반에서 노비로 전락한 예인은 그동안 좌포도청 다모로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렇게 다들 향긋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밖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전이 급히 들어왔다. 그 얼굴에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가 급히 평안 감사에게 고했다.


“영감, 홍장군 일당과 격전을 벌이고 살아남은 군사 하나가 홍장군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래? 그게 뭐냐?”


손호 감사가 찻잔을 내려놓고 급히 말했다.


아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군사들을 잔인하게 해친 홍장군이 말하길, 내일 밤 허진 대감댁으로 찾아온답니다. 허진 대감님을 해칠 거라고 공언했습니다.”


“뭐, 뭐라고? 호, 홍장군이 허진 대감을 해치겠다고 공언했다고?”


손호 감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전 이조판서 허진은 평안도 일대를 좌지우지하는 세력가였다. 그런 자를 죽이겠다고 홍장군이 공언했다. 이는 평안도 전체가 발칵 뒤집어질 일이었다.


“휴~! 올게 왔군”


윤진이 그 말을 듣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홍장군 일당이 허진 대감을 노렸다. 이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허진 대감은 20년 전 홍장군과 원수지간이었다. 정주 목사로 백성들을 괴롭혔고 그래서 홍장군 난의 기폭제가 되었다.


‘예상한 대로군. 홍장군이 진짜로 허진 대감을 노리는지 한번 봐야겠군.’


윤진이 차를 쭉 들이켜고 찻잔을 내려놨다.


아전의 보고가 끝났다. 아전이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평안 감사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홍장군 일당이 너무나도 대담했다. 내일 밤 허진 대감을 해치겠다고 공언했다.


임혁 종사관이 무척 괘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영감, 놈들의 말은 거짓이 아닐 겁니다. 놈들은 한성과 개성에서 원수들을 해쳤습니다. 죽은 사람들은 20년 전 홍장군 난과 관련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 난을 토벌했건 관리와 난과 관련된 상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그렇군.”


손호 감사가 몸을 떨며 말했다. 윤진이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평안 감사의 간이 좀 작은 거 같군. 벌써 기가 팍 죽은 거 같아. 군사들이 다쳤고 허진 대감을 해친다는 말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어.’


손호 감사가 잠시 입을 떼지 못했다. 윤진의 생각대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임혁 종사관이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평안 감사에게 말했다.


“영감, 저희가 허진 대감댁을 지키겠습니다. 성 밖에 최설 장군님 휘하 정예 군사 40명이 있습니다.

영감의 입성 허락을 받지 못해 아직 성 밖에 있습니다. 입성을 허락해주시면 그 군사들과 함께 내일 밤 허진 대감댁을 지키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손호 감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손뼉을 짝! 치고 말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네. 성내 군사가 허진 대감댁만 지킬 수는 없네.

홍장군 일당이 허진 대감댁을 친다고 하면서 다른 곳을 칠 수 있네. 그러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내 당장 군사 40명 입성을 허락하겠네. 임종사관과 최장군이 내일 허진 대감댁을 철통같이 지켜주시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장군 최설이 씩 웃었다. 그는 과묵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평상시 말이 없었다. 그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열었다.


“영감,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군사는 귀신도 때려잡을 수 있는 정예병입니다. 홍장군 일당의 도발을 능히 막을 수 있습니다.”


손호 감사가 참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답했다.


“최설 장군의 평판은 익히 들었네. 북방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어. 그 뛰어난 솜씨를 내일 보여주게나.”


“알겠습니다, 영감.”


장군 최설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내일 일이 정해졌다. 윤진 일행은 내일 밤 허진 대감 댁으로 가서 홍장군 일당의 난동을 막아야 했다.


잠시 후, 윤진 일행이 집무실에서 나왔다. 이제 객사로 가서 잠을 청해야 했다.


이제 밤이 늦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쌓인 피로를 풀려면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자야 했다.



다음날

6월 04일 미시(未時, 오후 2시)


윤진 일행이 객사에서 푹 자고 일어났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밤에 할 일이 있었다. 허진 대감댁으로 가서 홍장군 일당을 잡아야 했다. 그 전에 기력을 회복해야 했다.


윤진과 돌이, 예인이 객사에서 나왔다. 화창한 날이었다. 곧 여름이 다가왔다. 그래서 낮에는 좀 더웠다.


돌이가 번화한 평양 거리를 걸으며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이곳도 한성만큼 번화한 곳이네요. 물건이 없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예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맞아요. 예전에 들었는데, 평양도 한성처럼 물자가 풍부한 곳이라 들었어요. 그 말이 허언이 아니었어요.”


윤진도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맞아, 그래서 8도 지방관 중 평안 감사 자리를 제일 탐내. 평안도 전체를 관할하는 평안 감사를 평양 감사라고도 불러. 그만큼 평양이 좋다는 뜻이야.”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날도 좋고 땅도 넓고 강도 크고 아주 좋아요!”


돌이가 실실 웃었다.


“맞아, 하하하!”


“하하하!”


셋이 일부러 크게 웃었다. 그들은 오늘 밤 홍장군 일당과 격전을 치러야 했다.


그 타오르는 긴장감을 해소하려는 듯 셋이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셋이 계속 걸음을 옮겼다. 돌아다니며 평양의 풍부한 물자를 구경하다가 한 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집이었다. 그런데 줄을 선 사람들의 안색이 모두 좋지 못했다. 초조함마저 느껴졌다.


“이 줄은 대체 뭐지?”


윤진이 긴 줄을 보고 의아해했다. 그러자 돌이가 말했다.


“제가 가서 뭐 때문에 줄을 섰는지 물어볼게요.”


돌이가 말을 마치고 뛰어갔다. 줄 맨 뒤에 선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저, 어르신. 이 줄은 대체 뭐죠? 뭣 때문에 이렇게 줄을 서셨어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그 말을 듣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돌이를 바라봤다.


스무 살도 안 된 새파란 젊은이가 두 눈을 끔뻑이며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걸 물어봤다. 어르신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


“야! 이놈아. 너는 그것도 모르냐?”


“네에?”


어르신이 화를 내자, 돌이가 움찔했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게, 서산 아니 한성에서 나리를 모시고 올라와서 … 평양은 처음이거든요”


“뭐, 나리를 모시고 한성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네, 그래요.”


“네 나리가 누구냐?”


“저기 계시는 분입니다.”


돌이가 한 손을 들었다. 오른손 검지로 윤진을 가리켰다.


어르신이 윤진을 보고 고개를 끄떡였다. 딱 봐도 양반이 하인을 대동하고 평양으로 온 게 분명했다.


어르신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여기가 처음이면 모를 수도 있지. 내가 줄을 선 건 용하디 용한 오의원에게 진찰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

내가 요즘 피곤해. 잠도 통 못 자고 입맛도 없어.”


“아, 저 집에 의원이 사세요.”


“그렇지, 평양에서 제일 유명한 의원이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돌이가 꾸뻑 인사하고 걸음을 옮겼다. 윤진에게 돌아가 사실대로 말했다.


“그게, 저 줄은 평양에서 제일 유명한 오의원한테 진찰받으려고 줄을 선 거랍니다.”


“그래? 그런데 이렇게 줄이 길어?”


윤진이 다시 한번 줄을 살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사는 서산군 읍내에도 용한 의원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긴 줄은 본 적이 없었다. 족히 50명이 줄을 선 거 같았다. 줄을 선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초췌했다.


윤진이 급히 생각했다.


‘평양에 혹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그래서 사람들이 아픈 건가? 홍장군 일당과는 별개로 무슨 일이 있나?’


윤진이 궁금함을 느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줄 근처에 다다랐을 때


“흑!”


누군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윤진이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줄 근처에 한 아이가 울고 있었다. 열 살 정도 먹은 남자아이였다. 그 울음소리가 구슬펐다.


아이가 앙증맞은 두 손을 들고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윤진이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걸음을 옮겼다. 아이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얘야, 왜 우는 거니? 어디가 아프니?”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들었다. 윤진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어, 엄마가 아프세요. 홍삼을 드시면 나을 수 있는데 홍삼값이 그새 많이 올랐어요.

그래서 오늘 홍삼을 사지 못했어요. 오의원님이 말씀하셨어요. 엄마가 홍삼을 계속 드시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홍삼값이 너무 비싸요! 값이 많이 올랐어요!”


아이가 말을 마치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아이의 모습에서 자기 모습이 보였다.


그도 어머니가 자주 아팠다. 그럴 때마다 약값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다행히 돈을 구할 수 있을 때는 약을 살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할 때는 이 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싶었다.


윤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측은지심, 자비심이 발동했다. 그가 한 손을 들었다. 아이의 아픔이 자기의 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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