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다. 윤진 일행이 어느 때보다 천천히 움직였다. 앞에 대동강이 있었다.
대동강은 평양성 주변을 흐르는 강물이자, 천연 해자였다. 적이 평양성을 침입하려면 이 강을 건너야 했다.
앞서 대동강으로 달려가 그 일대를 바라보던 임혁 종사관이 말했다.
“잠시 쉬었다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임혁 종사관이 말을 마치고 말에서 내렸다. 그 소리가 들리자, 말과 마차들이 모두 멈췄다.
“아이고, 이제 끝났네.”
군사들이 너도나도 크게 숨을 내쉬었다. 강행군이 이제 거의 다 끝났다.
개성에서 온 관노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예기치 못한 고생도 이제 막바지였다.
허진 대감에게 개성 유수의 선물을 바치고 하루 정도 편안히 쉬었다가 개성으로 돌아가면 그의 일이 끝났다.
갈 때는 예전처럼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윤진이 마차에서 내렸다. 돌이와 예인도 따라서 내렸다. 그가 저 앞에 보이는 대동강을 바라봤다. 대동강은 한강처럼 큰 강이었다.
대동강 뒤로 평양성 그 위용을 뽐냈다. 높은 성곽이 튼튼해 보였고 커다란 성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저기가 말로만 듣던 평양성이구나!”
윤진이 난생처음 보는 평양성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평양성은 오래된 성이었다. 고구려 시절부터 그 명성이 대단했다.
강가 근처라 바람이 세게 불었다. 찬 바람이 쌩쌩 불자, 돌이가 깜짝 놀랐다. 그가 윤진에게 말했다.
“나리, 바람이 예사롭지 않네요. 아주 차요!”
“그렇구나. 강가니 그렇겠지.”
윤진이 찬바람을 맞으며 침을 꿀컥 삼켰다. 이제 평양성 앞에 도착했다.
이 성안에 전 이조판서 허진 대감이 살고 있었다. 그자를 만나야 했다. 그자가 홍장군 일당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렇게 윤진 일행이 대동강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강 건널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평양성은 한적했다. 늦은 밤이라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간혹 군사들만 모습이 보였다.
군사들이 창을 높이 쳐들고 돌아다녔다.
개성뿐만 아니라 평양에도 머리 없는 장수, 홍장군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아울러 평안도에서 난이 일어났다는 소문도 널리 퍼졌다.
그래서 평양성에 비상이 걸렸다. 평안 감사가 야간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백성들이 그 명에 따랐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귀가했다. 집으로 들어가 사립문과 방문을 꼭 닫았다. 그리고 불을 껐다. 야간에 불을 모두 끄라는 평안 감사의 명이 있었다.
군사들이 세 명씩 무리 지어 다녔다. 선두가 횃불을 높이 쳐들었다. 그렇게 깊은 어둠을 밝히며 순찰을 돌았다.
평양선 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평양성 군사들은 정예병이었다. 평안성은 북쪽 지방의 중심지였고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래서 조정에서 특별히 신경을 썼다.
“흐흐흐!”
조용한 거리에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번화한 곳이다. 상점이 밀집한 곳이다. 거리 곳곳에 상점이 즐비했다. 모두 문을 닫아서 상인과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그 거리에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발소리가 급했다. 누군가가 어딘가로 달렸다.
번화한 거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어졌다. 동쪽 끝에 순찰 도는 군사 셋이 있었다.
맨 뒤에서 따라가던 군사가 걸음을 멈췄다. 그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잠깐, 지금 무슨 소리가 들려!”
“뭐라고?”
동료들도 걸음을 멈췄다. 그들이 귀를 쫑긋했다. 선두에 선 횃불을 든 군사가 입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
“맞아, 무슨 소리를 들었다는 거야?”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군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런가? 내가 잘못 들었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네. 내가 착각했나 봐.”
“그래, 그런 거 같다. 지금 사방이 조용해. 인기척이 전혀 없어.”
군사들이 말을 마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셋이 다시 움직였을 때
“이놈들!”
별안간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뛰는 소리가 들렸다.
“어?”
“뭐야 이거?”
군사 셋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한군데 모였다. 각자 사방을 둘러봤을 때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색 두건, 복면을 쓴 다섯이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춤에 긴 칼을 차고 있었다.
그들이 일제히 칼을 쑥 뽑았다. 순간, 칼날이 번쩍거렸다. 달빛을 받아 음산하면서도 섬뜩한 광채를 뽐냈다.
“헉!”
“뭐야, 저것들은?”
군사 셋이 그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적들이 수가 그들보다 많았다. 적은 다섯이었고 그들은 셋에 불과했다.
군사 하나가 급히 움직였다. 그가 목에 건 호각을 들고 크게 불었다.
삐이익!
호각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그 소리가 매우 컸다. 동료를 부르는 소리였다. 근처에 순찰에 나선 다른 군사들이 있었다.
“야아!”
복면인 다섯이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쿵쾅! 거리며 뛰는 소리가 거리에 울렸다.
“막아라!”
군사 셋이 모두 창을 들고 복면인 다섯과 일대 격전을 벌였다. 군사 셋이 나름 용맹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복면인들은 모두 무예가 뛰어났다. 그리고 숫자가 두 명이나 더 많았다.
“악!”
“윽!”
창을 들고 싸우던 군사 둘이 비명을 지르고 그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그들의 입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중상을 입고 말았다.
“아, 아이고!”
남은 군사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놀란 나머지 창을 버리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가 뒤로 물러나며 벌벌 떨었다. 그리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리,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복면인들이 항복한 군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들이 품에서 천을 꺼냈다. 피 묻은 칼을 천으로 닦고 그 천을 살려달라고 비는 군사 앞에다 버렸다.
그때 쿵쿵!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공이로 절구를 힘차게 찧는 소리 같았다.
“헉!”
그 소리를 듣고 군사가 깜짝 놀랐다. 이윽고
느닷없이 거인이 등장했다. 그는 붉은 두정갑을 입은 장수였다. 그런데 머리통이 없었다. 바로 참수 장군 홍장군이었다.
홍장군이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평양성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헉, 머리, 머리가 없어!”
군사가 홍장군의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머리통이 없는 사람이 잘도 걸어 다녔다.
홍장군이 항복한 군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큰 소리로 호령했다.
“나는 20년 전 억울하게 죽은 홍장군이다. 오늘 평양성에 왔다. 내 원수인 허진을 내일 밤 죽이겠다.
허진에게 내 말을 전해라! 구천을 떠나기 전 허진의 목을 갖고 가겠다.”
홍장군이 말을 마치고 크게 웃어댔다.
“하하하!”
그 소리가 매우 컸다. 큰 북을 있는 힘껏 두드리는 거 같았다. 소리가 클뿐만 아니라 매우 소름끼쳤다.
그 흉측한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어어~!”
군사가 신음을 흘리고 정신을 잃었다. 그가 사지를 뻗고 쭉 눌어졌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다시 쿵쿵! 소리가 들렸다. 홍장군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부하 다섯이 따랐다.
그때! 큰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잡아라! 저기에 놈들이 있다!”
“저자들을 잡아라!”
삐이익!
큰 소리와 함께 호각 소리가 들렸다. 홍장군 일당이 그 소리를 듣고 급히 움직였다. 마치 바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급한 발소리가 다시 거리에 울렸다.
휙!
밤하늘에 불화살이 날아다녔다. 홍장군이 나타났다는 신호였다.
평양성을 지키는 군사들이 황급히 뛰어다녔다. 비상이 걸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홍장군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소식을 어서 평안 감사에게 알려야 했다. 종사관들이 빠른 말을 타고 감영으로 향했다.
“이럇! 이럇!”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말을 재촉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때 윤진 일행은 배를 타고 대동강을 건너고 있었다. 다행히 물살이 잔잔했다. 강을 건너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나룻배는 크지 않았다. 한 번에 이십 명만 태울 수 있었다. 이에 세 번에 걸쳐 강을 건너야 했다.
윤진 일행이 대동강을 다 건넜다. 그들이 성문으로 향했다. 이제 평양성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성곽 위에 횃불이 활활 타올랐다. 횃불의 수가 아주 많았다. 성벽을 환하게 비췄다.
임혁 종사관이 고개를 들었다. 횃불의 수를 세고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급히 윤진에게 말했다.
“윤생원. 자금 성곽 위에 있는 횃불의 수가 아주 많네. 성에 비상이 걸린 거 같네.”
“비상이라고요?”
“응, 한성 성곽도 마찬가지야. 비상이 거리면 횃불의 수가 아주 많아져. 평양성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렇다면 ···.”
윤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이를 악물었다. 그가 임혁 종사관에게 말했다.
“홍장군 일당이 평양성 안에 출몰한 거 같습니다.”
“그래, 그런 거 같아. 그래서 비상이 걸렸겠지.”
그 말을 듣고 김척 포교가 말했다.
“그럼, 어서 들어가야겠네요.”
이우찬 종사관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내가 빨리 문을 열어달라고 수문장에게 말하겠네.”
이우찬 종사관이 말을 마치고 커다란 성문으로 걸어갔다. 그가 성문을 지키는 군사들과 얘기를 나눴다.
잠시 후, 수문장이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수문장이 말했다.
“어명을 받은 장군 김척과 임혁 종사관 일행은 모두 들어오시오. 단 군사들은 밖에서 있어야 합니다.
평안 감사께 군사 40명이 한성에서 왔다고 고해야 합니다.”
“알겠소.”
이우찬 종사관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서 들어가자고! 문이 열렸어.”
장군 최설이 그 말을 듣고 군사들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이우찬 종사관이 장군 최설에게 말했다.
“최설 장군님, 군사 40명은 일단 밖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입성하려면 평안 감사님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 알겠네.”
장군 최설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일단 성문 앞에서 대기한다. 평안 감사님의 허락을 받고 입성한다.”
“네, 알겠습니다!”
군사 40명이 큰 소리로 답했다.
임혁 종사관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장군 최설, 윤진, 김척 포교, 예인, 돌이, 개성 관노가 따랐다. 그렇게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윤진 일행이 평양성을 지키는 종사관의 안내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평양성은 혼잡했다. 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뛰어다녔다.
백성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관리들과 군사들만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윤진이 생각했다.
‘홍장군이 나타난 게 맞는구나. 그래서 비상이 걸렸어. 놈이 평양성으로 들어가 난동을 부린 게 확실해.’
상황이 다급해지고 있었다. 홍장군이 평양성에 나타났다는 건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한성에서 이미 여러 사람을 죽였다. 개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휴우~!”
윤진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타오르는 긴장감을 몸 밖으로 내보냈다. 이제 평양도와 평양을 책임지는 평안 감사를 만나야 했다.
윤진 일행이 감영 앞에 도착했다. 감영 앞에 군사들이 많았다. 평안 감사를 지키는 군사들이었다.
윤진 일행을 안내하던 종사관이 군사들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군사 하나가 감영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평안 감사를 수행하는 아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윤진 일행 앞으로 왔다. 장군 최설과 종사관들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고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어명을 받은 최설 장군님과 임혁 종사관님이 오신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
평안 감사 영감이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알았네.”
임혁 종사관이 답했다. 아전이 걸음을 옮겼다. 윤진 일행이 그 뒤를 따랐다. 감영은 그 경계가 삼엄했다. 수많은 군사가 평안 감사를 지키고 있었다.
밝은 횃불이 감영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