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치밀한 작전을 세우다!

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윤진은 그동안 홍장군 일당 수사를 맡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었다. 그중에 좋은 사람도 있었고, 믿지 못할 사람도 있었다.


사건을 풀려면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했다. 적이 심은 간자가 일을 훼방 놓을 수 있었다.


그의 일행 중 가장 의심스러운 자는 셋이었다. 나중에 합류한 이우찬 종사관과 포교 둘이었다. 모두 우포도청 소속이었다.


셋은 한성부판윤 이칠성 대감의 사람들로 보였다. 그래서 믿을 수 없었다.


정예 군사 40명을 지휘하는 장군 최설은 아직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는 겉보기에 믿음직해 보였다. 딱 봐도 용감하고 충직한 무관이었다.


하지만 윤진은 그를 가까이 두고 말을 나눈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 속내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장군 최설은 어명을 받고 한성에 왔을 때 한성부판윤의 지시를 받았다. 그 점이 좀 꺼림칙했다. 한성부판윤과 가까운 사이일 수 있었다.


윤진은 항상 어머니의 말을 명심했다. 그 말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었다.


속담처럼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장군 최설도 조심해야 했다.


임혁 종사관과 김척 포교는 누가 봐도 충직한 인물이었다. 분명 믿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관리였다.



관리는 같은 처지의 관리를 옹호하기 마련이었다.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인 이우찬 종사관은 임혁 종사관과 함께 무과에 급제했다. 김척 포교도 무과 급제자였다.


셋 모두 무신이었다. 김척 포교가 나이가 가장 많았지만, 나이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 통하는 점이 있었다.


무신과 문신은 알게 모르게 서로 꺼리는 점이 있기 마련이었다. 고려 때 무신의 난이 괜히 일어난 게 아니었다.


같은 출신은 그렇지 않았다. 경쟁 관계가 아닌 이상 서로 믿기 마련이었다.


윤진은 임혁 종사관과 김척 표교에게 이우찬 종사관이 의심스러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랬다간 둘이 이를 반박하고 동조하지 않을 게 뻔했다.


둘은 사건 해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 범인을 잡는데 능통한 수사관들이었다.


둘이 이우찬 종사관을 옹호하고 윤진의 말을 무시한다면 사건 해결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윤진은 이제 그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돌이와 예인과 함께 사건을 풀기로 마음먹었다.


둘은 확실히 믿을 수 있었다. 돌이는 같은 서산군 출신의 충실한 청년이었고 예인은 무엇보다 면천이 중요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홍장군 잡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임혁 종사관은 다모 예인을 사랑했다. 예인의 말이라면 잘 들어줄 거 같았다.


이에 윤진은 자기의 뜻을 예인을 통해 임혁 종사관에게 전달하기로 마음먹었다.


윤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소리는 나리들에게 말하지 마라, 나리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야.

저기 있는 이우찬 종사관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인물이야. 분명, 그 입을 틀어막기 위해 큰 상처를 입은 홍장군 부하를 죽였어.

나리들은 내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동료를 터무니없이 의심한다며 나를 멀리할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인이 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알겠어요. 나리. 우리 무관 나리들이 이우찬 종사관과 친한 거 같아요.

나리 말씀대로 이우찬 종사관을 조심하라는 말을 듣지 않을 거 같아요.”


돌이가 고개를 꺄우뚱했다. 윤진의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몰랐지만, 그는 누구보다 윤진을 굳게 믿었다.


윤진은 서산군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돌이는 그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봤고 그 활약상을 익히 들었다.


윤진이 한번 헛기침하고 그동안 수사한 내용을 정리해서 둘에게 말했다. 예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러니까 … 예전에 한기수 대감이라는 분이 있었고 그분이 선왕의 유지를 받드는 고명대신이라고요?”


“응, 그분이 당시에 최고 권력자였어. 지금은 고인이야.”


“그분이 20년 전 일어난 홍장군 난을 평정했고, 20년이 지난 후, 그분의 측근이었던 영의정과 한성부판윤, 허진 대감이 서로 짜고 홍장군 일당을 조종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일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 셋이 무척 의심스러워. 셋이 큰 이득을 노리고 홍장군 일당을 조종하는 거 같아.

큰 이득이라면 상단이 관여할 수밖에 없어. 20년 전 만상과 송상, 유상이 홍장군 난을 지원했어.

그러다 이를 철회하고 조정에 사죄의 뜻으로 거액을 바쳤어.

평양 상인, 유상은 그 일로 경제적으로 큰 곤경을 겪었어. 그런데 만상과 송상은 그러지 않았어.

유상이 곤경을 처한 건 당연한 일이야. 그렇지 않은 만상과 송상이 매우 의심스러워.

20년 전 홍장군 난이 생겼을 때 만상과 송상에 비밀리에 무슨 일이 한 거 같아.”


“아, 그렇군요. 그 상인들이 의심스럽군요.”


“만상과 송상이 이번 홍장군 사건과 관련된 거 같아. 아마도 20년 전 홍장군 난 때 큰 이득을 얻었던 게 분명해. 그래서 조정에 거액을 바쳐도 멀쩡했던 거야.

그 커다란 이득을 20년 후에 또 취하려는 거 같아. 그 이득에 20년 전 일을 잘 아는 영의정, 한성부판윤, 허진 대감이 엮여 있는 같아.”


예인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


“그 셋과 만상, 송상이 홍장군 난을 다시 일으켰다는 말인가요?”


“응, 그런 거 같아. … 아! 맞아, 그렇구나!”


윤진이 예인의 말을 듣고 오른 손바닥으로 무릎을 딱 쳤다. 그가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가능성은 두 가지였어. 첫째는 역모였고 둘째는 역모를 빙자해서 얻는 이득이었어.

난 두 번째 가능성만 생각했어. 이득만 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놈들이 노린 건 둘 다였어. 역모를 일으키고 이득을 얻으려는 거였어. 이제 놈들의 저의를 알겠어!’


윤진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의 숨은 뜻을 간파했다. 예인 덕분이었다. 사건 해결이 한발 더 나아갔다.


윤진이 힘 있는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은 난을 일으키려는 역모였어. 그 역모로 큰 이득을 얻으려는 거였어.

대신 작은 규모의 역모야. 조정을 뒤엎으려는 게 아니야.

자기들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역모가 분명해. 조정을 혼란에 빠트린 후, 그새를 틈타 이득을 얻으려는 거였어.”


“어머나, 너무나도 무서워요! 그리고 너무나도 교활해요! 역모를 일부러 일으켜 이득을 얻다니요!”


예인의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악인들이 너무나도 대담하고 교활했다.


윤진의 말에 따르면 악인들은 자기들이 통제할 수 있는 역모를 일으켜 혼란을 야기하고 그 혼란한 틈을 타 20년 전처럼 커다란 이득을 얻으려 했다.


돌이가 잠시 눈을 껌뻑껌뻑하다가 아! 하며 말했다.


“저 나리, 일부러 작은 난을 일으켜서 이득을 얻는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놈들이 지금 평안도 백성들을 자극하고 있어. 어서 난을 일으키라고 부추기고 있어.

벌써 머리 없는 홍장군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평안도에 널리 퍼졌을 거야.

우리가 한성을 떠나기 전, 평안도에서 삼십 명이 난을 일으켰어. 그 숫자가 시간이 갈수록 불어날 거야.

조정에서는 난을 막기 위해 토벌군을 평안도로 보낼 거야. 그렇게 혼란한 정국을 틈타 놈들이 커다란 이득을 취할 거야.”


예인이 고개를 마구 흔들어댔다.


악인들의 계획이 아주 섬뜩했다. 백성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취급했다.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참지 못하고 난을 일으킨 백성들을 이용만 하고 버릴 것만 뻔했다.


예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윤진에게 말했다.


“그럼, 이를 어떡하죠? 나리, 무슨 계획이 있으신가요? 난을 막을 수 있나요?”


윤진이 힘을 주어 말했다.


“상대는 조정의 신하 중 으뜸인 영의정과 주상의 신임을 받는 한성부판윤이야. 그리고 전 이조판서 허진이야.

허진은 평양을 좌지우지하는 세력가야. 아주 쉽지 않은 상대야. 셋을 잡으려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진상을 알리는 상서만으로는 부족해. 상서를 올렸다간 내 목숨이 위험할 거야.”


“나리, 어떻게 증거를 잡으실 거죠?”


윤진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먼저 평양성으로 들어가서 허진 대감댁을 방문할 거야. 가서 놈들과 한패인지 두 눈으로 확인할 거야.”


“확실한 방법이 있나요?”


“개성에 나타났던 홍장군 일당이 평양으로 향했어. 내가 종사관 나리들께 평양에 있는 허진 대감이 위험하다고 말했어.

이는 당연한 일이야. 허진 대감은 20년 전, 정주 목사였어. 그 정주목에서 홍장군이 난을 일으켰어.

허진 대감은 20년 전 홍장군의 난에 큰 책임이 있는 자야. 그런데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승승장구했어. 이조판서까지 오르고 관직에서 은퇴했어.

허진 대감은 홍장군의 원수야. 누구보다 복수의 대상이야.

평양으로 간 홍장군 일당이 허진 대감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이는 이상한 일이야.

놈들은 아주 간교한 놈들이야. 허진 대감을 공격해서 홍장군의 난을 부추길 거야.”


예인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아까 허진 대감이 홍장군 일당을 조종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홍장군 일당이 허진 대감을 공격한다고요? 복수를 위해?”


윤진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공격하기는 하는데 가짜로 공격할 거야. 허진 대감에게 위해를 입히는 척만 할 거야. 그렇게 서로 짜고 칠 거야.”


“아, 그렇군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응, 내가 가서 직접 볼 거야. 홍장군 일당이 허진 대감을 능히 죽일 수 있는데도 죽이지 않는다면 내 생각이 맞는 거야.

그렇게 되면 허진 대감을 감시해야 해. 그걸 예인과 임혁 종사관님이 맡아야 해.”


“저랑 종사관 나리가요?”


“그리고 이우찬 종사관을 임혁 종사관님 옆에 둘거야. 난 평양에서 허진 대감의 의중을 살피고 의주로 갈 거야.

평안도 의주가 아주 중요해. 그곳은 무척 의심스러운 만상이 있는 곳이고 20년 전 홍장군 난이 있었던 곳이야.

그때 일의 진상을 파악하고 증거를 잡을 거야. 그 중요한 길을 간자로 의심되는 이우찬 종사관과 같이 갈 수는 없어.”


“이우찬 종사관을 떼어놓으려고 저와 종사관님을 평양에 남기려는 거군요.”


“그것도 있고 허진 대감을 철저히 감시해야 해. 허진 대감은 평안도 남쪽 평양에 있어. 다른 둘은 모두 조정 대신이라 모두 한성에 있어.

허진 대감이 북쪽 일을 관리할 거야. 일을 도모한 자들과 무슨 연통을 주고받을 수 있어. 그걸 확보해야 해.”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윤진이 예인에게 간곡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인아, 임혁 종사관님은 훌륭한 분이지만, 융통성이 부족하셔.

20년 전 홍장군 난 때 지방관과 토벌군이 올린 장계를 그대로 믿으셨어. 내가 그 장계를 의심하자, 화까지 내셨어.

그 장계는 거짓임이 분명해. 당대 권신이었던 한기수 대감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난을 일으킨 사람을 폄하하고 허위로 보고한 거야.”


예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임혁 종사관이 융통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누구보다 올곧은 사람이었지만, 때론 답답하기도 했다. 사물의 앞만 봤고 뒤를 돌아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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