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평양성 근처에 다다르다

탐정 윤진, 포도청 수사관 01편 참수 장군

by woodolee

윤진 일행이 쉬지 않고 평양을 향해 달렸다. 중간중간 역에 들러 말을 갈아타고 내달렸다.


평양까지 가려면 사흘 밤낮으로 달려야 했다. 사흘 동안 밤을 꼬박 새울 수는 없었다. 이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임혁 종사관은 평양까지 닷새를 잡았다. 닷새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동안 홍장군 일당이 난동을 부릴 수 있었고 북방에서 반란의 기운이 커질 수 있었다.


윤진은 돌이, 예인과 함께 마차를 탔다. 임혁 종사관, 이우찬 종사관, 김척 포교, 장군 최설은 말을 타고 달렸다. 군사 40명과 개성 관노가 그 뒤를 따랐다.



시간이 흘러 닷새가 지났다.


6월 03일 사시(巳時, 오전 11시)


평양성까지 멀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달리면 됐다.


윤진이 마차에서 기지개를 켰다. 장시간 마차에 앉아서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팠다. 돌이도 마찬가지였다. 돌이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말했다.


“아이고, 이제는 마차라면 지긋지긋해요. 처음에는 신이 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온몸이 타 아파요. 차라리 걷는 게 낫겠어요.”


돌이의 말에 예인이 그건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걷는 건 아니지. 저기 봐. 개성 관아에서 따라온 관노가 매우 지쳤어. 우리가 황급히 평양으로 가서 저렇게 된 거야. 혀를 축 내밀고 늘어진 누렁이 같아. 딱 봐도 불쌍해.”


돌이가 그 말을 듣고 개성 관아 관노의 모습을 살폈다. 예인의 말에 거짓이 없었다.


관노가 몹시 지쳐 보였다. 그에게 있어 평양은 초행길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빨리 간 적은 없는 거 같았다.


“나리, 제가 걸을 테니 저 사람을 마차에 태우세요.”


돌이가 윤진에게 말했다. 힘들게 걷는 개성 관노가 측은한 거 같았다. 윤진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관노가 원하면 그렇게 하마. 그건 그렇고 이제 점심 먹을 때가 됐다. 곧 멈춰서 점심 먹어야 해.”


“헤헤헤! 벌써 그렇게 됐네요. 역시 여행은 밥 먹을 때가 제일 즐거워요. 주먹밥이 아주 맛있더라고요.”


윤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여기 쌀이 좋은지, 주먹밥이 찰지고 좋더라, 아주 맛있었어.”


돌이가 맛있는 주먹밥를 기대하며 군침을 꿀컥 삼켰다.


잠시 후, 임혁 종사관이 한 손을 들었다.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에서 멈춘다. 점심 먹고 평양성으로 들어간다.”


윤진 일행이 길에서 멈췄다. 군사들이 배가 고른지 서둘렀다. 마차에서 점심 거리를 내렸다. 점심은 돌이의 말대로 주먹밥이었다.


예인이 주먹밥이 든 큰 바구니를 들었다. 먼저 나리들에게 주먹밥을 드리고 군사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줬다. 마지막 차례는 그녀와 처지와 같은 관노들이었다.


개성에 올라온 관노가 주먹밥을 받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배가 무척 고팠던 거 같았다.


그는 30대 후반 남자였다. 작은 키에 탄탄한 몸이었다. 그가 주먹밥을 게눈 감추듯이 다 먹었다. 그 옆에 예인과 돌이가 있었다. 둘은 주먹밥을 반밖에 먹지 않았다.


주먹밥을 다 먹은 개성 관노가 군침을 꿀컥 삼키고 예인에게 말했다.


“너, 좌포도청 다모라고 했지. 주먹밥 남은 거 없니? 양이 좀 부족해.”


예인이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아저씨, 남은 주먹밥은 없어요. 저기 군사들 중 주먹밥을 두 개씩 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개성 관노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왜 그 사람들만 주먹밥을 두 덩이 먹어? 그게 말이 돼! 나도 고생하고 있어!”


예인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장군 나리가 말씀하셨어요. 군사 중 주먹밥을 더 달라는 자가 있으며 더 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뭐? 장군 나리가 그랬다고? 이런!”


개성 관노가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예인이 참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돌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돌이는 자기 주먹밥을 내 줄 수 없었다. 자기 주먹밥을 지키려는 듯 휙 돌아서 앉았다. 마차 자리는 내 줄 순 있어도 주먹밥은 내줄 수 없는 거 같았다.


예인이 잠시 개성 관노를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 사람은 몸이 튼튼했지만, 40명의 정예 군사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군사들보다 나이가 한참 많아서 젊은 군사들을 따라잡기 힘든 거 같았다.


“그럼 ….”


예인이 반 정도 남은 주먹밥을 개성 관노에게 들이밀었을 때


“여보게. 배 고픈 모양이군. 내 밥이 남았네.”


윤진이 걸어오면서 말했다. 그가 한 손에 반쯤 먹은 주먹밥을 들었다. 그가 돌이 옆에 털썩 앉았다.


개성 관노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나리, 제가 그냥 한 소리입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


개성 관노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윤진이 빙긋 웃었다. 그가 개성 관노에게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괜찮네. 마차를 타고 와서 몸이 피곤하지 않아. 자네는 닷새 동안 군사들과 함께 걸었네.

저 군사들은 보통 군사들이 아니네. 북방을 호령하던 최설 장군이 아끼는 정예병들이야.

자네가 저 군사들을 따라가느라 고생했을 거야. 자, 어서 내 주먹밥을 받게나.”


“그래도 ….”


개성 관노가 주저했다. 윤진이 다시 주먹밥을 내밀고 말했다.


“어서 받게나. 내 손이 무겁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리.”


개성 관노가 답을 하고 윤진이 내민 주먹밥을 받았다. 그가 주먹밥을 맛있게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이제 살 거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진이 그 모습을 보고 씩 웃었다. 그가 개성 관노에게 말했다.


“자네, 오랫동안 개성 관아에서 일을 했나?”


“네, 그렇습니다. 쭉 거기에서 일을 했습니다. 개성이 고향이고 관아가 집입니다.”


“그렇군, 그러면 누구보다 개성 상황에 대해 잘 알겠군.”


“그야, 당연하지요.”


윤진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사방을 쭉 둘러봤다. 무관 나리와 군사들이 밥을 먹고 쉬고 있었다. 이제 평양성에 거의 다왔다. 그래서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


평양성에는 평양뿐만 아니라 평안도 전체를 책임지는 평안도 관찰사, 일명 평안 감사가 있었다.


평양은 개성과 달랐다. 개성에는 개성 유수가 있었지만, 평양은 평양 유수가 따로 없었다. 평안 감사가 평안 유수를 겸직했다.


평안 감사가 머무는 관아는 감영이라고 불렀다. 평양은 대동강이 흐르는 비옥한 곳이었다. 그래서 물자가 다른 곳보다 풍부했다.


오죽했으면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도 있었다.


이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억지로 시킬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평양은 부유했고 평안 감사 자리가 아주 좋았다.


평안 감사가 부임하면 대동강에서 성대한 축하 행사가 벌어졌다.


윤진이 잠시 북쪽을 바라보다가 개성 관노에게 말했다.


“20년 전 일어났던 홍장군 난에 대해 잘 알고 있나?”


개성 관노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 평안도에서 난이 났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팔팔할 때입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나리들이 급한 나머지 뛰어다니셨습니다.”


“그렇군. 개성 상인들이 20년 전 홍장군 난을 지원했다는 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나?”


“네, 들었습니다. 그래서 난이 평정된 후, 개성 상인들이 이를 사죄하려고 거액을 모아서 조정에 바쳤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이후 개성 상인들은 어땠나? 사정이 나빠졌나?”


“예전과 다른 게 없었습니다. 다들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개성 인삼 값이 후해서 별 탈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윤진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개성 유수의 진술과 관노의 진술을 교차검증했다. 둘의 진술이 일치했다.


20년 전 홍장군 난때 만상과 송상은 거액을 받쳤지만, 문제가 없었고 유상은 큰 곤욕을 겪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다른 상인인 만상과 유상에 대해 잘 아나?”


개성 관노가 고개를 가로젓고 답했다.


“저는 개성 사람입니다. 만상이나 유상에 대해 잘 모릅니다.”


“유상은 평양에 있어. 이렇게 평양으로 심부름가지 않았나? 유상에 대해 들어봤을 거 같은데 ….”


“심부름을 갈 때도 간혹 있었지만, 바로 개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군.”


윤진이 잘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개성 관노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는 않았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20년 만에 다시 등장한 홍장군 난과 관련된 자는 이미 고인된 권신 한기수 대감의 측근인 영의정과 한성부판윤 이칠성, 전 이조판서 허진이었다. 지금 허진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윤진이 말했다.


“이번처럼 허진 대감댁에 선물을 전한 적이 있나?”


개성 관노가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이번이 세 번째로 선물을 전하는 길입니다.”


“그렇군.”


윤진이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질문을 이었다.


“허진 대감댁이 으리으리한가?”


“네, 아주 으리으리합니다. 노비들도 아주 많았습니다. 딱 봐도 평양에서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그 위세가 평안 감사급이라 들었습니다.”


“그래? … 혹 허진 대감을 만난 적이 있나?”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떠하신가?”


“위풍당당하신 모습이었습니다. 연세가 좀 있으시지만, 정정하셨습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시지?”


“작년에 환갑 나이셨습니다.”


“알겠네.”


윤진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개성 관노가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그는 거짓이 없는 순박한 사람이었다.


쉬는 시간이 끝났다. 임혁 종사관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자, 이제 출발한다. 평양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평양성에 도착하면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다. 어서 서두르자!”


윤진 일행이 다시 출발했다. 돌이가 개성 관노에게 말했다.


“아저씨, 마차에 타세요. 제가 걸어갈게요.”


개성 관노가 고개를 흔들고 답했다.


“괜찮아, 나리가 주신 주먹밥을 먹으니 힘이 나. 이제 잘 걸을 수 있어.”


“아, 그런가요?”


개성 관노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발걸음에 힘이 넘쳤다. 주먹밥 한 덩이 반을 먹고 기력을 회복한 거 같았다.


돌이가 머리를 긁적이다가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가 출발했다.



삐거덕! 삐거덕!



마차가 움직였다. 윤진이 물병을 들고 물을 마시다 마른 입술에 물을 묻혔다. 입술을 촉촉이 적시고 예인과 돌이에게 말했다.


“둘은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라.”


예인이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윤진의 표정이 심각했다. 무슨 중요한 말을 할 것만 같았다. 돌이도 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했다.


윤진이 말을 이었다.


“너희 둘은 내가 지금 가장 믿는 사람들이다. 한성부판윤 사람인 이우찬 종사관은 믿을 수 없지만. 다른 나리들은 훌륭한 분들이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듣고 나를 멀리할 것 같다. 그래서 너희의 도움이 꼭 필요해.”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예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윤진에게 물었다. 돌이는 ‘이게 뭔소리인가?’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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