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_탐정 유강인 18편_52화

탐정 유강인 18편 <검은 자서전과 악의 비밀>

by woodolee

52화_고양이 밥과 증거


자동차 바퀴가 급히 돌아갔다.


탐정단 밴과 경찰차가 송파구로 숨 가쁘게 달려갔다.


11월 하순에 접어들자, 해가 부쩍 짧아졌다. 어둡기 전에 증거를 찾아야 했다.


유강인은 차 안에서도 바빴다. 우동식 형사와 계속 통화했다.


“선배님, 제천동 프리미어 아파트 근처라고 하셨죠?”


“응, 프리미어 아파트는 옛날에 지은 아파트더군. 20층 단독 아파트야.”


“그렇군요. 아! 저기에 프리미어 아파트가 보이네요.”


“그 아파트를 따라서 위로 올라가면 작은 동산이 있을 거야. 최민희 배우가 그 길을 따라서 동산으로 올라갔어.


동산 근처에 편의점이 하나 있어. 이름이 빅조이 편의점이야. 편의점 근처에 동산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이 있으니 그 길을 타고 올라가면 돼.”


“알겠습니다, 선배님. 빅조이 편의점을 찾겠습니다.”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중요한 순간이 다가왔다. 최민희 배우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물을 찾아야 했다.


탐정단 밴이 프리미어 아파트를 지났다. 조수 둘이 고개를 돌리며 빅조이 편의점을 찾았다.


황정수가 크게 외쳤다.


“탐정님, 저기에 빅조이 편의점이 있어요.”


“아주 좋았어!”


유강인이 쾌재를 불렀다. 아직까지는 수사가 순조로웠다.


곧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탐정단 밴과 경찰차 한 대가 빅조이 편의점 앞에 주차했다.


차에서 내린 유강인과 동료들이 동산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찾았다. 10m 앞에 있었다. 수풀이 우거진 곳이었다. 그들이 언덕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서 가자고!”


유강인이 언덕길을 숨 가쁘게 올랐다. 언덕길은 보도블록 길이었다. 대략 20m 길이였다. 보도블록이 끝나자, 울퉁불퉁한 산길이 펼쳐졌다.


이곳은 야트막하지만, 나무가 무성한 동산이었다. 동네 주민의 안식처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쉼터였다. 높이는 해발 52m였다.


유강인과 동료들이 서둘러 산길을 올랐다. 예상과 달리 길이 험한 편이었다.


산을 오르던 유강인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가 생각했다.


‘잠깐, 최민희 배우는 분명 멀리 가지 않았어. 1분 30초 만에 동산에 올랐다가 내려왔어. 더 올라갈 필요가 없어.’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산길에 서서 주변을 빙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방은 울창한 숲이었다. 30, 40년 이상 나이를 먹은 나무들이 즐비했다. 하나같이 키가 컸다. 쭉 뻗은 가지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올라온 길인 보도블록도 보였다. 보도블록 옆은 산비탈이었다.


산비탈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었다. 나무로 만든 작은 집이었다. 급식소 안에 그릇이 있었고 사료가 반쯤 들어있었다.


나무뿐만 아니라 편의 시설도 있었다.


근처에 배드민턴장이 있었다. 코트가 두 개였다.


곳곳에 나무 벤치도 있었다. 2단 평행봉, 철봉 등의 운동 시설도 있었다. 햇빛과 비를 피하며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아담한 정자도 있었다.


동산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네 쉼터였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산비탈로 가서 아래를 살폈다. 마을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주택가였다. 프리미어 아파트 주변으로 빌라가 많았다. 무척 조용한 동네였다.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선배님, 여기서 뭘 찾아야 하죠?”


정찬우 형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이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막상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그도 뭘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범인이 흘린 증거를 찾아야 했지만,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조수 둘과 형사 둘이 머리를 긁적였다. 사방을 둘러보다가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유강인을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지만, 뭘 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유강인이 생각했다.


’최민희 배우가 집에 곧장 가지 않고 마을 동산에 올랐어. 왜 여기에 올랐을까? 운동하려고 이곳에 올랐나? 그렇다면 완전히 헛수고한 거야. 그런데 그럴 리가 없어.

백두성 회장이 죽은 날이야. 한가하게 운동이나 할 때가 아니야. 그게 아니라면 …’


유강인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점점 흘러갔다.


10분이 흐르고 15분이 흘렀다. 조수 둘과 형사 둘이 유강인의 입만 바라봤다. 탐정이 지시를 내려야 행동할 수 있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황정수가 황수지에게 말했다.


“탐정님이 분명 증거를 찾는다고 했잖아. 그런데 여기에서 무슨 증거를 찾는다는 거야? 여기는 평범한 마을 동산에 불과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증거를 찾으려면 일단 여기를 철저히 수색해야 할 거 같아요. 다행히 동산이 작아서 수색하기는 쉬워요.”


“수색이라! 일이 커지네.”


다시 5분이 흘렀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높지 않은 동산이지만, 산은 산이었다. 그래서 날이 어두워지자,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젠장!”


유강인이 이를 악물었다. 강한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는 범인으로 과거 육체파 여배우였던 최민희 배우를 지목했다. 서울청 대강당에서 당신이 범인이냐고 질문했을 때, 최민희 배우가 특별한 반응을 보였다.


얼굴과 손, 몸, 오른쪽 발은 동요가 없었지만, 왼쪽 발이 그렇지 않았다. 떨리는 왼쪽 발을 오른쪽 발 뒤로 숨기기까지 했다. 그렇게 심리적 동요를 자기도 모르게 드러냈다.


이에 유강인은 최민희 배우가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뒤이어 9명 참고인 중에서 유력한 용의자를 호명한다고 하자, 가장 먼저 거세게 항의한 자도 최민희 배우였다.


도둑이 제 발 저린 거 같았다.


두 가지 테스트에서 최민희 배우는 통과하지 못했다.


유강인은 지체하지 않고 최민희 배우의 그 날 행적을 살폈다. 그 결과,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났다.

CCTV에서 사라진 1분 30초가 있었다. 최민희 배우가 동산에 오르면서 사라진 시간이었다.


유강인은 그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송파구 제천동으로 달려왔다. 프리미어 아파트 근처 동산으로 올라와 증거를 찾았다.


하지만 여기는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동네 주민들이 운동하거나 하루의 피곤을 푸는 평범한 쉼터였다. 겉보기에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었다.


“음~!”


유강인이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여유가 없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다. 백두성 회장이 죽고 3일이나 지났다. 자칫하면 증거가 훼손되거나 사라질 수 있었다.


유강인이 걸음을 옮겼다. 날이 어두워졌다. 여기에서 무작정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대규모 수색이라는 마지막 방법이 남았지만, 수색한다고 증거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게 탐정이 실망한 표정으로 내려가자, 동료들도 풀이 죽었다. 허탕을 친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휴우~!”


인도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가던 유강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을 밖으로 내보냈다.



야옹!



그때, 갑자기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여유만만한 표정의 턱시도 고양이가 등장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보도블록을 가로질렀다.


“고양이?”


유강인이 턱시도 고양이를 주시했다.


고양이가 보도블록 가로질러서 산비탈로 향했다. 거기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었다.


“턱시도 고양이군. 이거 귀엽네.”


유강인이 씩 웃었다. 그는 고양이를 좋아했다. 턱시도 고양이가 참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턱시도 고양이가 사료 접시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입맛을 다셨다. 냄새를 킁킁 맡았다. 배가 무척 고파 보였다.


“고양이 사료? … 잠깐, 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강인의 두 눈이 갑자기 커졌다.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턱시도 고양이가 입을 활짝 벌렸다. 사료를 먹으려 하자, 유강인이 급히 움직였다.


“갑자기 왜 그러세요?”


황정수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유강인에게 말했다.


유강인이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고양이 급식소로 달려갔다.


갑자기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밥을 먹으려던 턱시도 고양이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렸다.


유강인이 있는 힘껏 크게 소리쳤다.



“안돼! 먹으면 안 돼! 어서 다른 데로 가!! 어서!”



다급한 외침이었다. 유강인이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길고양이 급식소로 달려갔다.



야옹!



턱시도 고양이가 깜짝 놀란 나머지 급식소에서 도망쳤다. 꽁지가 빠지게 달아났다.


“대체 왜 저러시지?”


황정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황수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말했다.


“탐정님은 고양이를 참 좋아하시는데 왜 저러시죠? 밥 먹으려는 고양이를 쫓아내다니, 이러실 분이 아닌데 …. 이거 참.”


다른 사람과 달리 정찬우 형사는 심상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는 유강인은 고양이를 해코질 할 사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살인 사건 수사 중이었다. 그런 엄중한 시기에 불필요한 일을 할 리가 없었다.


정형사가 급히 말했다.


“어서 갑시다. 뭔가가 있는 거 같습니다.”


동료들도 유강인을 따라서 길고양이 급식소로 달려갔다.


유강인이 급한 숨을 내쉬고 길고양이 급식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료 접시가 엎어져 있었다. 턱시도 고양이가 도망치면서 사료 그릇을 뒤엎고 말았다. 사료 알갱이가 그릇에서 떨어져 여기저기에 흩어졌다.


“사료!”


유강인이 사방에 흩어진 사료를 보고 이를 악물었다. 두 눈을 쟁반처럼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뭔가를 깨달은 듯 핸드폰을 들고 전화 걸었다. 우동식 형사가 전화 받았다.


“대장, 동산에 뭐가 있어?”


“선배님, 지금 당장 최민희 배우 가족한테 연락하세요.”


“최민희 배우 가족한테 연락하라고?”


“네, 같이 사는 배우자나 자식이 있으면, 최민희 배우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지 물어보세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지 물어보라고? 뜬금없는 질문이네.”


“선배님, 뜬금없는 질문이 아닙니다. 지금 무척 급합니다. 이 일은 최민희 배우 몰래 해야 합니다. 최민희 배우는 지금 서울청 휴게실에 있습니다.”


“알았어. 그리하지. 다급한 걸 보니 중요한 일이 분명하네. 최민희 배우한테 연락했을 때 같이 사는 딸이 전화 받았어. 조금만 기다려. 딸 전화번호로 연락할게.”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그가 무척 초조한 표정을 우동식 형사의 전화를 기다렸다.


백정현 형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가 정찬우 형사에게 물었다.


“정형사님,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게 중요한 건가요?”


정형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자기도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조수 둘과 형사 둘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유강인은 계속 침을 삼켰다. 무척 긴장한 게 분명했다.


날이 점점 차가워졌다. 동산에서 찬 바람이 무섭게 불어왔다. 바람 소리가 점점 세졌다. 체온을 한 방에 날리는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삐리릭!



날이 한층 더 어두워졌을 때 기다리던 전화벨이 울렸다. 유강인이 급히 전화를 받았다. 우동식 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장, 최민희 배우 딸이 말했어. 어머니가 길고양이를 매우 싫어한다고. 그래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과 자주 심하게 싸웠대.”


“길고양이를 싫어했다고요? 분명 그렇게 말했나요?”


“응, 그렇게 말했어.”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여기 동산으로 과학수사대가 와야 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오! 그래, 뭔가를 발견했구나, 알았어. 과학수사대에 연락할게.”


유강인이 전화를 끊었다.


황수지가 아! 하며 탄성을 질렀다. 탐정이 뭔가를 알아낸 게 분명했다. 그녀가 유강인에게 말했다.


“탐정님, 증거를 잡으신 거예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응! 독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어.”


“네에? 독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다고요? 독이 대체 어디에 있죠?”


유강인이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사료 접시를 가리켰다. 바로 사료에 독이 있다는 말이었다.

황수지가 깜짝 놀랐다. 그가 급히 말했다.


“그럼, 고양이 사료에 독이 있다는 말이에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민희 배우가 범인이었어. 백두성 회장을 독살한 게 분명해. 미스터김의 사주를 받았겠지.

백회장한테 인사하는 척하며 매실차 잔에 독을 몰래 넣었었어. 독을 마신 백회장이 쓰러지자, 김정태 배우한테 다가가 속삭였겠지. 행사장에서 나가서 화장실로 가라고 지시한 거야.

그렇게 김정태 배우를 사지로 내몰고 범행을 뒤집어씌웠어. 아주 아주 교활한 자야. 뛰어난 연기자니 아주 천연덕스럽게 행동했겠지.”


“아, 그렇게 최민희 배우가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갔군요. 우리도 처음에는 김정태 배우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잖아요.”


유강인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 백회장님이 죽었을 때 귀빈들 신원만 조사했어. 당시 소지품을 일일이 조사할 수 없었어. 현행범이 아닌 이상 몸수색을 할 수 없었어.

하지만 범인은 우리 손아귀에 있었어. 놈들이 이걸 깨려고 수를 부린 거야.

김정태 배우가 현장에서 이탈한 사실이 드러난 후 화장실에서 죽은 채 발견됐어. 그러자 수사에 혼선이 빚어지고 말았어. 백회장님 살해범으로 김정태 배우가 유력해진 거야.

놈들이 그걸 노리고 두 명을 차례대로 죽인 거야. 여기까지는 놈들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어. 범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

하지만 놈들의 계획에도 허점이 있었어. 최민희 배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게 오늘 드러났어.”


“통제라고요?”


유강인이 대답 대신 고양이 사료를 다시 내려다봤다.


평상시 길고양이를 죽도록 미워하는 최민희 배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민희 배우가 고양이 사료 앞에서 독병을 들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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