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남겨둔 한 입
나는 버거를 먹지 않았다. 버거를 먹으면 뚱보가 된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쉽게 믿었고, 굳이 찾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폴란드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름휴가철이 되면 공장 가동을 일주일간 멈춘다. 그래서 폴란드 직원들은 해가 바뀌면 여름휴가 계획을 세웠다. 가족들과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연례행사였다. 우리 주재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재원 생활 2년 차였던 그해, 우리는 자동차로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집사람, 방학을 맞아 폴란드로 온 아들, 그리고 한국에서 함께 데려온 강아지 두 녀석까지, 차 안은 짐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첫 숙박지는 독일의 함부르크(Hamburg)였다.
햄버거의 이름이 이 도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햄버거에 '햄'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속은 기분이 들었다. 이름만 듣고 어딘가 따뜻하고 익숙한 햄이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음식은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이름을 가진 소고기 패티였다. 그 이름 속에는 고향을 떠나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로 건너간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과 희망이 담겨 있다.
집사람은 햄버거를 무척 좋아했다. 함부르크에서 맛 볼 햄버거를 떠올리며, 여덟 시간의 긴 운전 내내 기대에 부풀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먹은 햄버거에 대해 집사람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아니면 그저 평범했던 걸까..
다음 날 우리는 덴마크의 코펜하겐(Copenhagen)으로 갔다. 코펜하겐의 상징인 '인어 공주 동상'을 보기 위해 선착장에 도착했다. 페리를 기다리는 줄이 길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선착장은 다채로운 색감의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레스토랑들이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집사람은 여기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버거를 만났다. 푸짐하게 차려진 접시를 보며 연신 "와"하는 소리를 냈다. 혼자 먹기엔 벅찰 것 같다며 다 같이 나눠 먹자고 했다. 하지만 “너무 맛있다”라고 하면서 혼자서 그 큰 버거를 거뜬히 먹어 치웠다. 나와 아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집사람은 배가 아파 고생을 했다. 그래도 집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행복했어"
나는 한 입도 먹지 않았다. 버거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생각이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버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오히려 수제 버거는 건강식이라 생각한다.
돌아보면, 그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바로 그 버거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가 한 입 먹어봤다면 어땠을까. 어떤 맛이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나는 그때 먹지 못한 버거를 떠올리며 집에서 만들어 보았다. 집사람의 기억을 조각조각 이어 붙였다. 고기는 두툼하게 다지고, 센 불에서 겉면을 먼저 익혔다. 번은 살짝 구워 바삭함을 더했다. 소스는 과하지 않게 하고, 가리쉬도 풍성하게 만들었다. 코펜하겐의 그날이 떠 오른다.
# 재료
소고기 패티 : 소고기 다짐육 400g, 화이트 와인 조금, 소금, 후추 적당량
피타 브레드 : '햄버거 번' 대신에 사용
토마토 2개, 양파 2개, 로메인 상추 1개, 체다 치즈(덩어리 체다 치즈를 얇게 저며 사용)
<소스>
마요네즈 6Ts, 케찹 1Ts, 머스터드 2ts, 다진 양파 소량, 마늘 2알, 소금, 후추 적당량
<가니쉬>
감자 2개, 방울토마토 6개, 양송이버섯 3개, 참송이 버섯 3개, 꽈리고추 2개
# 요리 과정
1. 패티 만들기
키친타월을 사용해서 핏물을 제거한 다짐육에 소금, 후추, 화이트와인을 섞는다.
패티 만들기 : 고기를 찰지게 만들어 부스럼을 방지합니다.
고기를 둥글, 납작하게 하고 중간을 오목하게 만들어, 익을 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합니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고기를 굽는다.
고기를 뒤집어 치즈를 올린다.
뚜껑을 닫아 고기를 속까지 익히고, 한번 뒤집은 후 치즈를 올려 녹인다.
치즈가 녹은 고기
2. 빵 굽기와 소스 만들기
피타 브레드를 준비한다.
팬에 버터를 두르고, 양면으로 굽니다.
구운 빵을 식힌다.
다진 양파와 마늘을 볶는다.
마요네즈, 케첩, 머스터드, 볶은 양파와 마늘을 준비한다.
완성된 소스
소스를 빵에 바른다.
소스 바른 빵
3. 가니쉬 만들기
감자, 새송이버섯, 참송이 버섯, 고추, 방울토마토를 준비한다.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썬다
감자를 삶는다.
감자를 볶는다.
버섯, 방울토마토, 고추를 볶는다.
4. 버거 안에 들어갈 양파 조림과 상추, 토마토
양파, 로메인 상추. 토마토를 준비한다.(치즈는 패티 위에 올려 녹인다)
양파를 볶는다.
발사믹 식초를 넣고 조린다.
토마토를 로메인 상추 위에 놓는다.
치즈가 있는 패티를 토마토 위에 올린다.
완성된 햄버거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노르웨이의 베르겐 (Bergen)이었다. 피오르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주택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출발을 이틀 남겨둔 날, 우리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이 왔다. 여행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우리는 급히 짐을 꾸렸다.
저녁에 크루즈형 페리를 타고 다음날 아침에 덴마크 북부 하르츠할스( Hirtshals)항에 도착했다. 아들과 번갈아 운전하며 집으로 향했다. 어둑해진 후에야 도착했다. 그렇게 오래 운전해 본 적은 없었다. 그땐 고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값진 추억으로 남아 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솔이와 꽃님이도 함께 했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여름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머리 좋은 솔이와 착하고 귀여운 꽃님이가 너무나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