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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Nov 02. 2022

건축물의 구성

이번 글의 주제는 패시브하우스라서 적용할 수 있었던, 또는 여타 다른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 집의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아래 항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기술 자료실을 참고할 것을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실제로 아래 글은 협회 자료실의 많은 부분을 참고했다.




얼지 않는 얕은 기초(Frost Protected Shallow Foundation)

기초의 단열 - 다. 기초의 외단열과 동결심도


대부분의 소규모 건축물은 기초를 동결심도 이하까지 내리는 방식을 사용한다. 기초 하부의 토양이 겨울에 얼면 그 부피가 커져 건축물을 들어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동결심도를 검색하면 동결지수선을 표시한 지도를 쉽사리 찾을 수 있는데 이 자료는 사실 도로공사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반 상부에 아무것도 없는 도로와 달리 숲이나 눈으로 덮인 흙, 지반 위에 건축물이 있는 상황에서는 당연하게도 동결심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의도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더욱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1930년대 미국 경제의 불황기에 중산층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얼지 않는 얕은 기초(FPSF) 공법이 채택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유럽으로 전파되었으며 단열재의 개발과 함께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계산에 의해 산출된 기준 깊이까지 기초를 파고 (보통은 동결심도보다 얕다) 기초 측면과 기초 저면에 수평 단열재를 추가하는 것이다. 깊이가 얕으니 땅을 덜 파도 되고 콘크리트 타설 물량도 줄어드니 여러모로 이득이다.

우리 집 기초는 FPSF 기초와 형태는 유사하지만 얕은 기초는 아니다. 협회 표준주택 사례를 보면 일부 지자체는 FPSF 기초를 불허하는 지역이 있던데 왠지 우리 지역도 허가 과정에서 반려되지 않았을까 추측만 해본다. 단, 기초 하부로 빠져나가는 열이 거의 없는 단열 성능이 높은 패시브하우스는 측면과 수평 단열재의 두께를 더 증가시켜야 한다. 물론 그 두께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도출된 값이다.




구조설계와 지반조사

기초의 단열 - 가. 기초의 형태


이전 글에서 언급한 대로 기초의 구조계산을 위해서는 지반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낮은 설계비, 또는 업계 내부의 사정 때문인지 소규모 건축물에서는 기초에 대한 구조계산을 제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추정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보수적인 접근으로써 추정 하중보다 더 견고한 기초를 설계하는 것을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득이라고 볼 수도 없다. IT 업계에서는 오버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현재 필요한 것보다 더 과하게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이다. 기초가 오버 엔지니어링 되지 않게, 즉 연약한 지반일 것을 대비해 너무 과도한 철근과 콘크리트 물량이 투입되지 않게 경계할 필요도 있을뿐더러 반대로 대지가 추정치보다 더 연약한 지반은 아닌지, 몇 년 이내 침하가 발생할 확률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구조설계 전에 지반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조사 결과에 맞춰 적절한 규모로 구조계산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얻을 수 있다.




콘크리트 경사지붕과 외단열

지붕의 단열 - 콘크리트 경사지붕


다락에 대한 동경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기에 우리 집은 철근콘크리트조임에도 불구하고 경사지붕을 채택하였다. 경량구조체, 특히 목구조인 경우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경사지붕(박공지붕)을 적용할 수 있지만 콘크리트 경사지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한다. 이유는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행해지는 콘크리트 골조의 품질이 너무나 낮기 때문이다. 골조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콘크리트 면과 외단열재 사이에 필연적으로 틈이 생기고 단열 손실을 비롯한 좋지 않은 결과가 파생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거푸집으로 인해 비교적 매끄러운 골조 안쪽 면에 단열을 하는 내단열을 선택하면(많은 수의 소규모 건축물의 지붕은 내단열이다) 열교와 누수를 비롯한 더 최악의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나도 커진다. 벽체는 외단열인데 지붕만 내단열이면 단열이 끊기는 지점이 반드시 존재하고 이 부위를 통해 열손실이 발생할뿐더러 투습 성능이 낮은 유기계 단열재가 안쪽에 있으므로 콘크리트 골조 내 수분의 증발 방향이 외부 측으로 향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지붕의 방수층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단열과 경사 지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몇 가지 옵션이 존재한다.


1. 비록 골조가 철근콘크리트 구조일지라도 경사지붕은 목구조 또는 그와 유사한 건식공법을 선택한다.

2. 글라스울 등의 탄성이 있고 투습 성능이 좋은 무기질 단열재를 사용한다. 이때 단열재를 고정하기 위한 지붕틀이 있어야 하는데 티푸스 프레임과 같은 열교 차단 제품을 사용한다.

3. 경사지붕의 콘크리트면에 추가로 미장을 하여 평활도를 최대한 높인다.

4. 경사지붕을 타설 할 때 "최대한 잘" 타설 한다.


1번은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많이 적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는 콘크리트와 목구조의 혼합 형태 경험이 많은 시공사가 드물고 공정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2번은 결과는 좋지만 시공비가 다소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 옵션은 현시점에서 만족할 만한 품질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라고 한다.


우리 집은 2번으로 설계하였는데 막상 시공 견적을 받아보니 전체 시공비용의 10%가 지붕 공사 비용이었고 이를 줄이기 위해 1번 방법을 논의했다. 처음부터 경사 지붕을 건식 공법으로 설계했으면 모를까 지금에 와서 설계를 변경하기에는 구조계산을 다시 하는 비용 + 설계 변경 비용 + 건축 허가 수정 등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 큰 이득은 없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건식 공법으로 지붕을 설계할 수 없는 것이 실제로 RC조+경량구조체 복합 구조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시공할 수 있는 시공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RC조와 경사지붕은 비용이 가장 큰 문제로 가능하다면 평지붕에 역전 방수를 추천하고 싶다.




열 회수 환기장치와 복사 냉방

열 회수형 환기장치의 이해

패시브하우스에 복사 냉방은 된다! (거의 항온항습!!!)


기밀성을 고도화한(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어도 구멍이 많으면 춥다. 그래서 기밀은 중요하다) 패시브하우스는 에너지 절감의 순기능이 있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환기량은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결국 기계식으로 환기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기술을 덧붙여 배출되는 공기와 들어오는 공기의 열과 습기를 기계 내에서 교환하거나 필터를 통해 외부 공기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기계식 환기장치는 패시브하우스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환기량이 문제가 될 수준으로 기밀화된 최근의 건물에서는 필수적인 장치라 한다.


열 회수형 환기장치는 내부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열교환 소자에서 실내외의 공기가 섞이지 않게 교차시키며 열만 교환한다고 한다. 즉, 별다른 열의 생산 없이 외기의 온도를 실내의 공기 온도에 가깝게 만들어 공급한다는 큰 장점이 있는데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을 때 그냥 버려지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환기장치에는 모터가 들어가는데 24시간 365일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전략사용량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보통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전력 사용의 부담을 완화한다.


복사 냉방은 아마 가장 생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원리는 매우 간단한데 보일러가 사용하는 기존의 바닥 난방 배관에 차가운 물을 순환시켜 바람 없이 동굴처럼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일부" 패시브하우스에만 적용 가능하다. 패시브하우스가 아닌 환경에 복사 냉방을 적용하면 필연적으로 결로 하자가 발생하고 목조, 스틸하우스 등의 경량구조체는 (패시브하우스라 할지라도) 축열 성능이 부족해 그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복사 냉방 시스템은 결로의 위험 때문에 습도 유지가 매우 중요한데 열회수 환기장치에 제습 모듈을 연계하여 적정 습도를 유지한다. 덕분에 에어컨과 달리 공기가 너무 건조해지는 문제가 없고 곰팡이로 인한 냄새와 악취 없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한여름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급격히 냉방부하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잠시 동안 더울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거실에만 에어컨을 같이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집은 복사 냉방만 적용했다. 관리의 귀찮음 때문이다.


여담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아파트는 내단열이기 때문에 열교를 비롯한 구조적으로 많은 불리함을 가지고 있지만 더불어 근본적으로 복사 냉방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실내 미장 마감

복사냉난방에 대하여

철근콘크리트의 축열 기능과 석고 관련 질문


실내 마감은 인테리어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쉽다. 경량벽체를 세우고 석고보드 부착 후 퍼티로 틈새를 메우고 도장 마감 또는 실크벽지(비닐 계열의 합성수지 벽지) 마감이 일반적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복사 냉방 시스템은 구조체의 축열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실내를 동굴처럼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인데 콘크리트와 같은 중량 건물이라 할지라도 실내를 석고보드에 실크벽지로 마감하면 축열 성능이 사라진다. 석고보드와 골조 사이에 공간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집의 벽체는 골조면을 정리한 다음 미장 후 페인트로 마감하는 형식을 선택하였다. 축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뿐더러 혹시 모를 골조의 균열도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자유롭게 못을 박을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단점으로는 벽 속에 배선을 숨길 수 없으므로 실시설계 단계에서 배선 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 단, 천장은 하지 작업 후 석고보드를 부착하므로 일반적인 형식과 다를 바 없는데 천장은 환기장치를 비롯한 무수히 많은 배관이 지나가기 때문에 오픈 천장이 취향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인테리어에 관심도 많고 인테리어 쇼 애청자로서 성능과 미적인 부분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인지라 벽과 천장에는 마이너스 몰딩, 벽과 바닥은 마이너스 몰딩과 유사한 미장(바닥 마감재와 벽체의 수축 팽창 때문에 무 몰딩에 실리콘 마감은 지속력이 떨어진다), 사전에 유럽형 매입 박스를 적용하여 융 스위치를 설치하기로 계획했고 최종 마감재는 페인트를 선택했다.




외부 전동 블라인드

외부 차양의 이해


여름의 냉방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 차양을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유럽의 경우 이미 외부차양이 거의 모든 건물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실내에 설치되어 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이미 실내로 들어온 태양열을 실내의 커튼이나 블라인드가 얼마나 많이 막아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전통적인 한옥과 같이 지붕에 처마를 길게 내어 여름철 일사 에너지를 막는 것도 좋은 접근이다. 하지만 거주자가 상황에 따라 처마의 길이를 임의로 조절할 수 없다는 단점과 처마의 단열과 열교 문제 때문에 외부 차양을 적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수동 차양이 경제적이겠으나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거주자의 편의까지 고려한다면 전동 블라인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기타 적용 사항


• 예전 설계에서는 디자인을 고려하여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를 적용하고 코너 창의 경우 창호의 유리면을 직접 접합하는 방식을 생각했지만 새로운 설계안에서는 창호 프레임의 열관류율을 계산하여 PVC 시스템 창호를 선택하였고 코너창에도 코너 바를 적용하였다. 비록 심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지만 쾌적성이라는 더 중요한 우선순위를 만족하기 위해 알루미늄 프레임을 포기하였다.

• 외장 마감재는 벽돌 타일을 선택하였다. 비구조 요소 내진설계 강화로 더 이상 조적 벽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뿐더러 전체 공사비에서 외장 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으로 높은데 비싼 외장재는 건축주의 자기만족 이외에는 어떠한 이점도 없기 때문이다. 즉, 건물의 성능과는 무관하다. 벽돌 타일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며 관리 요소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참고로 어떤 외장재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물 끊기 설계를 잘하지 않으면 금방 오염될 것이다.

• 화장실 등의 배수구에는 이중 배수 구조를 적용하였다. (RC조 화장실에 필수적인 이중 배수 육가) 장기간 화장실 바닥 타일 아래 사모래층에 스며든 물로 인해 꿉꿉해지는 화장실을 방지하기 위한 해결책이다.

• 집 주변에는 쇄석을 깔아 외장재의 오염도 방지하고 일정 수준의 자연배수를 고려하였다.

• 본업이 IT인지라 IoT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이를 고려하여 통신 배선을 계획하였고 별도의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하였다. 이런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단독주택에서 1, 2층과 다락까지 무선 네트워크 통신을 커버하려면 메시 형태의 망 구성 방식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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