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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Jul 10. 2023

착공 232일 차 - 2023.07.04

두 번이나 일정을 미뤘던 중문을 설치했다. 첫 번째는 마루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 요청을 드려 헛수고하셨고 두 번째는 빌트인 가구 설치와 맞물려 현장이 너무 정신없는 관계로 일정을 미뤘다. 현장이 잠잠해진 오늘 결국 설치에 성공했다.

현관에 헤더가 없었다면 좀 더 좋았겠지만 사진과는 다르게 현관의 층고가 생각보다 높기 때문에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보이는 것과 달리 중문 설치는 굉장히 어려웠는데 그 썰을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원래 설계 도면에서는 중문이 폭이 지금보다 더 넓은 1080이고 이 때문에 거실 쪽으로 날개벽 같은 가벽이 계획되어 있었다.

2. 이 부분이 여러모로 시야에 거슬릴 것 같아 목공 과정에서 중문 폭을 줄여서 날개벽 없이도 중문이 설치될 수 있게끔 변경했다. 즉, 왼쪽 사진에서 개구부의 오른쪽은 콘크리크 골조가 아니라 목공이다.

3. 하지만 위드지스 실측 결과 설치 불가 판정을 받았는데, 중문의 슬라이딩 부속과 목공에서 생각한 도어(40미리 슬라이딩 부속을 매립) 부속 크기가 맞지 않았던 게 주원인이었다.

4. 결국 위드지스에서 제공한 치수로 목공을 수정하였다. 하지만 각상을 완벽히 잘라낼 수 없어 중문이 벽에 완벽히 밀착되긴 어려워 보였다.


가장 쉬운 방법은 목공 시작 전에 위드지스와 상담을 통해 슬라이딩 도어 부속의 크기를 알아내고 이 치수에 맞춰 목공사를 하는 것이다. 난 위드지스도 기성 슬라이딩 도어 철물을 사용하는 걸로 착각했는데 전용 철물을 사용하고 레일의 치수부터 다르니 꼭 확인하자.




설비 사장님도 오셨다. 먼저 가구 업체에서 설치한 세면대 상판에 탑볼 세면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1층 세면대는 타일 타공 치수가 잘 맞아 너무나도 손쉽게 설치가 끝났는데 2층 세면대는 무슨 일인지 폽업 구멍이 더 작게 뚫려있었다. 결국 그라인더로 타일을 잘라내고 세면대를 실리콘으로 고정시켰다.

벽걸이 세면대는 14mm 앵커를 골조에 고정해야 해서 현장 소장님께서 다이아몬드 비트를 구매해 오셨다. 계획보다는 높이가 다소 낮아진 감은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이 화장실은 공간이 매우 좁기 때문에 특별히 더 심플하게 구상했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벽걸의 세면대의 배수구는 노출이기 때문에 자바라 타입의 트랩이 아닌 스테인리스 재질의 트랩을 사용하여 멋도 부렸다.

세탁실의 세탁수전과 세탁기, 주방 아일랜드의 급배수도 작업해 주셨다. 주방 아일랜드의 경우 앵글밸브를 고정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히 없어 그냥 그대로 싱크대 하부에 놓아두었는데 적당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여하튼 이제 급배수 시설이 완비되었다.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고 식세기도 돌릴 수 있으며 심지어 목욕도 가능하다!




오후에는 후드 설치 기사분이 방문하셨다. 후드는 직구를 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따로 후드 설치 기사분을 수소문하여 예약했다. 매뉴얼을 봤을 땐 그리 어려워 보이진 않았지만 후드의 무게와 크기 때문에 전문 장비와 경험이 없다면 완벽히 설치하기는 힘들 것 같다. 후드 기본 구성품으로 스프링 타입의 댐퍼가 제공되었지만 우리는 이미 주방 후드 배관 외벽 부근에 역풍방지 댐퍼 (잡자재 - 역풍방지 댐퍼)를 설치했으므로 이 댐퍼는 설치하지 않았다. 설치 기사분은 전동 댐퍼 설치를 권유하셨지만 우리 집은 일반 현장과는 상황이 다르므로 거절하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패시브하우스의 요소 중 하나는 고기밀이다. 우리는 이미 중간 기밀테스트에서 0.09회/시간이라는 매우 좋은 수치를 얻었다. 그만큼 실내외로 공기가 통할 틈이 없다는 뜻이다.

2. 이런 고기밀의 집은 겨울철에 양압이 걸리면 현관문이나 CD관의 좁은 틈으로 내부의 습한 공기가 배출되면서 현관문이 얼거나 초인종에 결로가 발생하는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 집이 너무 기밀해서 생기는 문제이다.

3. 이 때문에 오히려 취약한 단 하나의 부위를 만드는 것이 다른 하자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인데 주방 후드가 가장 적절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전동 댐퍼는 필연적으로 수명이 있는데 주방 후드는 특성상 분해하기가 너무나도 어렵기 때문이다. 즉, 화장실에는 전동댐퍼가 적용된 환기팬을 적용하여 환기팬이 동작하지 않을 때는 기밀을 유지하고 주방 후드에는 건물 외벽 근처에 역풍방지 댐퍼만 설치하여 양압이 걸리면 여기로 공기가 빠져나가게끔 한다는 계산이다. 역풍방지 댐퍼는 외벽 부근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유사시에 교체할 수도 있고, 주방 후드 배관에 결로가 발생하는 것도 막아준다.

4. 패시브하우스가 아니라면 전동 댐퍼를 설치하자.. 큰일 난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아래 영상을 확인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8Fo97OGxUqg


전동댐퍼 이야기가 길었는데 사실 더 중요한 이슈가 있다. 주방 후드 배송이 잘못된 것이다. 사진에서 처럼 샤프트가 블랙이고 몸체가 스테인리스인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Falmec의 Lumen Isola 175 모델과 Falmec의 Elle 모델이 섞여서 배송된 것이다. 이미 구매한 지는 4개월이나 지났는데 여하튼 독일 현지 업체에 연락했다. 일단 원래의 샤프트만 따로 배송해 준다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페인트 사장님은 울퉁불퉁한 거실 벽면을 열심히 퍼티하시느라 고군분투하셨지만 퍼티로 잡힐만한 상황이 아닌지 매우 난처해하셨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지 싶다. 그리고 외부에 오/하수 점검을 위한 소재구도 설치되었다. 나중에 혹여나 하수도가 막히면 여기에서 점검하면 된다.




오늘도 밤에는 열심히 간접조명을 설치하였다. 안방 복도의 간접등은 45도 각도로 벽을 비추는 특별한 타입이라 설치가 너무나도 까다로웠는데, 나중에 밝히겠지만 이 방법은 실패로 끝났다. 결국 조명 박스 안쪽으로 피스를 박아 간접 조명 고정핀을 고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하였다. 역시 현장 경험이 부족하면 이렇게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배송받은 조명이 너무 길어서 설치가 안 되는 문제도 있었다. 오차 범위라고 말하기에는 그 차이가 너무나 커서 다시 한번 조명 설계팀에 아쉬움이 생기고 말았다. 빛을 비추니 여지없이 페인트가 흐른 자국과 울퉁불퉁한 골조가 드러났다. 심란하다.


착공 232일 차 요약

중문 설치

급배수 설비 완료

후드 설치

페인트 재작업

외부 소재구 설치

조명 설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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