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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Jul 25. 2023

착공 250일 차 - 2023.07.22

3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고 오랜만에 현장을 찾았다. 다행히 그동안 공사가 없어 맘 편히 쉴 수 있었다. 주차장에 CCTV를 달아둔 것도 한몫했다.

먼저 주차라인을 그렸다. 정말 딱 주차 공간이 두 대 나오는 협소한 필로티이지만 비도 피할 수 있고 때론 그늘도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주차라인을 그리니 주차하기는 한결 더 편하다. 라인에 딱 맞춰 주차를 해도 기둥에 차량의 앞뒤문 간섭이 없다.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 이런 게 제대로 된 건축 설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섬세함이 너무 좋다.

주차장의 CCTV에 재미를 붙여서일까 다른 구역에도 CCTV를 설치했다. 예전 비계가 있던 시절에 미리 벽돌 타일에 타공 후 CCTV브라켓을 설치해 두었는데 타공 과정에서 실수했던 흔적들이 기밀 성능을 떨어뜨리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잡자재에서 기밀이 컴파운드형을 구매하여 구멍을 메꾸었다. 완벽하진 않다. 케이블이 길어 안으로 집어넣다 보면 컴파운드를 붙인 부위에 틈이 발생한다. 통신분전반에서도 재차 막아야겠다.

대부분은 CAT.6A를 포설했지만 케이블이 부족해 일부는 CAT.5E로 포설했었다. 그런 곳은 CAT.5E용 관통 플러그를 사용하여 선작업을 했다. 관통형 플러그는 실수에 대한 부담이 덜한 대신 일반 랜툴기로는 케이블이 잘리지 않아 칼로 다듬어야 해서 다소 번거롭다. 현관 입구 쪽은 케이블이 짧아서 비록 사파의 방법이긴 하나 심선접속자(일명 메뚜기)로 연결했다. 다행히 기가비트로 인식되었다.

CCTV를 연결하며 어려웠던 대부분의 상황은 내가 시공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선을 너무 길게 해서 CCTV 조립이 안됨. 힘들게 찍은 RJ45 커넥터를 자르고 선을 자른 후 다시 찍었는데 이번에도 길다. 특히나 CAT. 6A 케이블은 너무 두꺼워 잘 휘어지지도 않는다. 간신히 구겨 넣다시피 CCTV를 조립했다.

서쪽 카메라는 케이블을 잘못 찍어 기가비트로 인식되지 않는다. 랜 테스터에서는 4P 8가닥 모두 잘 뜨는 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키스톤잭을 확인해 봐야겠다.

남쪽 카메라는 거실 외부 캐노피와 간섭으로 1/3 정도만 촬영된다. 이 부분은 완전한 나의 실수이다.

필로티 상부 현관 CCTV는 DMC 천장에 브라켓을 고정할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기둥에 설치할 때 사용하는 브라켓으로 고정하고 초경 홀쏘로 구멍을 뚫어버렸다.

참 험난했다. 그래도 뭐 대충 완성은 됐다.

소장님께서 레이스웨이 도색을 도와주셨다. 미리 구매해 두었던 던에드워드 아리스토쉴드 페인트를 프라이머 없이 바로 발랐다. 아리스토쉴드의 접착력이 좋아 별도의 프라이머가 필요 없다고 하길래 간편해 보여 구매한 페인트이다. 실내에 사용한 DEW341 스위스커피와 동일 색상이고 무광 제품이 없어 가장 광이 적다는 에그쉘광을 선택했다. 저광보다 에그쉘광이 더 광이 적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준공 조경을 위해 근처 농원을 방문했다. 자작나무 4만 5천 원, 에메랄드그린 5만 원, 나머지 영산홍 철쭉과 회양목은 주당 2천 원이었다. 영산홍 철쭉은 30주, 회양목 5주, 에메랄드그린 2주, 그리고 자작나무는 5주 구매하였다. 총 39만 5천 원이었는데 가격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신 트럭을 몰고 가 직접 실어 왔다.

법정 조경 면적은 대지면적의 5%이고 교목은 제곱미터당 0.2주, 관목은 제곱미터당 1주 심어야 한다. 그리고 그중 상록수가 20% 이상을 차지하여야 한단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것 같지만 막상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자니 법이 참 애매하다. 식물을 식재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데 지금과 같은 장마철이나 눈이 내리는 한겨울은 그 시기가 적당하지 않아 이렇게 심은 나무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다수의 건축주가 준공 조경을 따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준공 후에 관리의 부담으로 애써 심은 나무를 뽑아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어려운 문제이다.

준공 준비가 거진 마무리 되어간다. 다만 아직도 거실의 벽면의 상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