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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Jul 31. 2023

착공 254일 차 - 2023.07.26

아침부터 현장은 청소 준비로 분주했다. 자작나무의 노란 단풍이 너무 잘 어울리는 상쾌한 느낌의 아침이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인버터를 설치하러 온 태양광 업체에서 아침부터 이해할 수 없는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업체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붕에 미리 매설해 둔 CD관이 막혀 북쪽 선홈통을 통해 노출로 전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작업을 계속하셨다. 나도 처음에는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더라. 왜냐면 실제로 타설 중에 종종 CD관이 막히기도 하고, 막히지 않더라도 요비선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꽤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 집은 애당초 패시브하우스이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이 필수이기도 했고 당연히 그에 맞게 관련 준비를 다 해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혔다는 CD관의 직경은 500원짜리 동전보다 크다. 그렇게 쉽게 막히지 않는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던 요비선을 막혔다는 관에 넣어봤다. 음? 요비선이 나온다? 이 사실을 황급히 태양광 설치 작업자분께 말씀드렸다. 그런데도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봤더니 처음부터 배관이 막힌 게 아니라 요비선은 잘 나왔고 그 요비선에 전선을 연결하여 당기다가 전선이 짧아 중간에 조인을 했는데 그 상태로 다시 요비선을 무리하게 당기다 보니 요비선과 전선의 연결이 끊겼고 반대쪽에서 남은 전선을 당기는 과정에서 전선의 조인 부분도 끊기는 바람에 배관 중간에 전선이 표류해버렸다고 한다.


왜 도대체 본인의 실수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지 정말 화가 난다. 난 현장에서 단 한 번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건설 현장의 기본 소양이 발뺌하고 모른 척 넘어가기 일까?


여하튼 태양광 작업자분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장담하건대 이 배관에 전선을 넣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내가 직접 요비선을 들고 배관을 이래저래 휘저으며 안에 걸려있던 전선을 뽑아냈다. 정말 천운이었다. 그렇게 막혔던 배관이 다시 살아났다.




원래 계획대로 지붕의 배관에서 동쪽으로 선을 뽑고 여기에 인버터를 설치했다. (사실 왜 동쪽인지는 모르겠다. 애당초 도면에서 북쪽으로 계획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북쪽 계량기까지 선을 인입하고 차단기를 설치했다. 노출 배관 없이 깔끔하게 설치가 완료되었다.




깔끔하게 청소된 집안 내부를 보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당장에라도 입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정된 거실 벽면도 상부는 꽤나 많이 좋아졌고 다른 부분도 그럭저럭 납득할만한 상태가 되었다. 일단 이렇게 큰 공사는 마무리되었다.


착공 254일 차 요약

태양광 인버터 설치 및 배선

준공 청소 (청소업체는 입주청소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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