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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254일 차 - 2023.07.26

by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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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현장은 청소 준비로 분주했다. 자작나무의 노란 단풍이 너무 잘 어울리는 상쾌한 느낌의 아침이었지만 오늘도 여전히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인버터를 설치하러 온 태양광 업체에서 아침부터 이해할 수 없는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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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업체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붕에 미리 매설해 둔 CD관이 막혀 북쪽 선홈통을 통해 노출로 전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작업을 계속하셨다. 나도 처음에는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더라. 왜냐면 실제로 타설 중에 종종 CD관이 막히기도 하고, 막히지 않더라도 요비선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꽤나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우리 집은 애당초 패시브하우스이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이 필수이기도 했고 당연히 그에 맞게 관련 준비를 다 해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혔다는 CD관의 직경은 500원짜리 동전보다 크다. 그렇게 쉽게 막히지 않는다.


일단 내가 가지고 있던 요비선을 막혔다는 관에 넣어봤다. 음? 요비선이 나온다? 이 사실을 황급히 태양광 설치 작업자분께 말씀드렸다. 그런데도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자초지종을 들어봤더니 처음부터 배관이 막힌 게 아니라 요비선은 잘 나왔고 그 요비선에 전선을 연결하여 당기다가 전선이 짧아 중간에 조인을 했는데 그 상태로 다시 요비선을 무리하게 당기다 보니 요비선과 전선의 연결이 끊겼고 반대쪽에서 남은 전선을 당기는 과정에서 전선의 조인 부분도 끊기는 바람에 배관 중간에 전선이 표류해버렸다고 한다.


왜 도대체 본인의 실수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지 정말 화가 난다. 난 현장에서 단 한 번도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건설 현장의 기본 소양이 발뺌하고 모른 척 넘어가기 일까?


여하튼 태양광 작업자분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장담하건대 이 배관에 전선을 넣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내가 직접 요비선을 들고 배관을 이래저래 휘저으며 안에 걸려있던 전선을 뽑아냈다. 정말 천운이었다. 그렇게 막혔던 배관이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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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획대로 지붕의 배관에서 동쪽으로 선을 뽑고 여기에 인버터를 설치했다. (사실 왜 동쪽인지는 모르겠다. 애당초 도면에서 북쪽으로 계획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북쪽 계량기까지 선을 인입하고 차단기를 설치했다. 노출 배관 없이 깔끔하게 설치가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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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청소된 집안 내부를 보니 너무 감격스러웠다. 당장에라도 입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정된 거실 벽면도 상부는 꽤나 많이 좋아졌고 다른 부분도 그럭저럭 납득할만한 상태가 되었다. 일단 이렇게 큰 공사는 마무리되었다.


착공 254일 차 요약

태양광 인버터 설치 및 배선

준공 청소 (청소업체는 입주청소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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