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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Aug 08. 2023

착공 265일 차 - 2023.08.06

거실에서 방아깨비가 목격되었다. 기밀성능이 0.15이기 때문에 어딘가 틈새로 들어왔을 리는 없고 창문이 열렸을 때 같이 들어왔나 보다. 앞으론 창문을 여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므로 벌레나 곤충도 더 이상은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복사냉방 장치가 가동된 지 나흘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엄청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지금까지 골조에 축열 된 열량이 어마어마하기에 이를 식히는 기간도 상당하리라 생각했는데 우리와 동일한 복사냉방 장치가 설치된 거제도 건축주의 제보에 따르면 이번에 적용된 신형 컴프레셔가 수출용이라 외기 온도 30도 미만에서는 절전 모드로 동작하다 보니 냉방과 제습이 시원찮게 동작한다 하더라.


이를 검증하기 위해 환기장치의 상태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기로 했다. 모처럼 본업으로 돌아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충실히 이행하는 IT인의 면모를 그대로 실천했다. 시공도 좋지만 하던 일을 하니 참 편하고 쉽다.


건축 쪽에선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DevOps라는 분야의 리소스 모니터링과 o11y(observability)에 많이 활용되는 Prometheus와 Grafana라는 도구를 채택했다. 환기장치는 Modbus TCP를 사용하여 상태값을 읽을 수 있는데 이렇게 읽은 데이터를 Prometheus Metric으로 변환하는 코드를 작성하고 주기적으로 Prometheus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설정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로 Grafana로 그래프를 그리면 완성이다. 내용이 너무 함축되어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클라우드에 익숙한 개발자라면 그리 어렵진 않은 내용일 것이다. 자세한 구축 방법은 한국패시브건축협회 게시판에 올릴 예정이니 참고하도록 하자. 아래는 Github에 올려둔 소스코드이다.


https://github.com/wokim/komfovent-c6-metrics


그래서 이 데이터로 복사냉방 장치의 상태를 분석하고 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누적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외기온도가 30도 이하일 때 SA(Supply Air)의 온도가 올라가고 덩달아 실내 습도도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A의 온도 목표치는 섭씨 5도인데 20도까지 치솟았다는 것은 그만큼 히트펌프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실외기에 이렇게 끈을 달아두어 잘 가동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욕조에 물을 받고 목욕도 해보았다. 누수를 단기간에 알 순 없지만 최소한 줄눈 사이로 물이 들어가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월패드로 사용하고자 아이패드를 벽에 붙였다. 수평을 잡고 해머드릴로 구멍을 내는데 타설 콘크리트 강도가 높아서 그런지 도무지 뚫리지 않는다. 간신히 칼블럭을 박아 넣고 마운트를 채결하였다. 전원 공급은 알리 발 PoE 스플리터를 사용했다. 참 호사스러운 구성이다. 이제 현관 초인종이 눌리면 좀 더 큰 화면으로 방문자를 확인할 수도 있고 각종 IoT 장치도 여기에서 제어할 수 있다.


시중에 출시된 월패드 중 맘에 드는 제품이 단 하나도 없었기에 월패드 구성도 설계 당시부터 많이 고민했었다. 제품의 확장성은 고사하고 대부분 폐쇄적인 데다 제품의 디자인은 벽에서 당장 치우고 싶을 정도였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아파트 시장이 거의 전부라 월패드의 동작도 딱 아파트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여차하면 내가 직접 월패드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겠다는 심정으로 일단 아이패드를 붙인 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 어쩔 수 없다. 모든 장비를 애플 홈킷으로 통합 중이므로 일단 최대한 홈킷 앱을 활용하는 것으로 시작할까 한다.




자작나무가 시들어 구덩이를 파고 물을 흠뻑 주었는데 비가 온다는 소식에 황급히 삽을 들고 구덩이를 메우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주택살이의 묘한 감정을 느낀다.


착공 265일 차 요약

환기장치 모니터링 대시보드 개발

욕조 사용

월패드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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