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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Aug 16. 2023

착공 274일 차 - 2023.08.15

오랜만에 서울나들이다. 눈여겨보고 있던 업체의 쇼륨에 방문했다. 각종 가구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만 위치가 해방촌 꼭대기라 걸어 올라가는 과정에서 이미 체력이 바닥났고 쇼룸 실내는 곰팡이 냄새가 너무 심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비주거 목적의 건축물이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였다. 쾌적한 패시브하우스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공간이었다.


오마주 제품(소위 말해 짝퉁) 치고는 제품의 퀄리티도 좋아 보였고 오리지널의 디자인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눈 돌아가는 제품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제품들을 우리 집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건 분명 녹록지 않은 과정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인테리어보다도 홈스타일링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이왕 서울에 온 거 거실 벽에 걸 그림도 상담받아보았다. 확실히 눈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물감의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림들은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그림의 선택도 너무나 어려웠다. 일단 거실 벽면의 크기에 맞는 그림의 비율이나 크기를 결정해야 했고, 공간의 분위기를 어떻게 구상하냐에 따라 그림의 종류나 색도 달라져야 하므로 가볍게 선택할만한 건 아니었다. 처음엔 가로로 긴 200호 캔버스를 분할하여 그림을 제작할까 생각하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90호 정사각형 캔버스 두 개로 마음이 바뀌었다. 90호도 120cmx120cm의 대형 캔버스이다. 또한 액자 프레임이 없으면 캔버스 옆면 마감이 그대로 노출되어 깔끔함이 떨어진다고 하여 흰색 프레임의 띄움 액자를 추천하더라.


2cm 띄움 액자

잠정적으로 작품 두 점을 선택했지만 집에 돌아가서 다시 고민해 보겠다는 아내의 말을 따랐다. 현장에서 바로 결정하여 제작하기에는 아직 실내 홈스타일링 계획조차 논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좋은 브레이크였다.


그림을 상담받았던 아트갤러리 1층에 가구 전시장도 있어 대충 둘러보았다. 고민이 많았던 거울도 전시되어 있길래 살펴보았는데 60 cmx60 cm 사이즈가 생각보다는 작았고 건식 공간에는 프레임 있는 제품이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눈으로 봐야 한다. 식탁은 대형 제품이 없어 아쉬웠고 소파는 역시나 어려웠다.



집에 돌아와서는 간접 조명 설치 마무리를 지었다. 모든 화장실과 욕실에도 간접 조명 설치가 완료되어 점검구로 사용하던 화장실 환풍기도 다시 조립했고 수납장 속의 디밍 드라이버도 결선을 완료한 다음 가구 도어로 가렸다. 이 부분은 가구 업체의 디테일이 참 마음에 든다. 수납장 속에 자석으로 된 도어 캐쳐(빠찌링)를 사용한 이중 구조인데 마감이 참 깔끔하게 떨어진다. 온수분배기도 이런 식으로 처리했는데 마음에 든다.


간접 조명이 적용되니 공간의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이렇게나 오래 조명작업을 하는 현장이 있을까 싶다. 거실 천장과 2층 도서관의 조명 공사가 아직 남았다는 게 참 놀랄 일이긴 하지만 그동안 간접조명 공사 때문에 밀려있던 수많은 다른 작업들을 마무리 지을 수 있어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었다. 조명 계획을 비롯한 모든 설계는 반드시 착공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경험으로 얻은 뼈아픈 교훈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마감 후의 공사는 너무너무 힘들다.


착공 274일 차 요약

가구 쇼룸 방문

아트 갤러리 방문

실내 간접등 공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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