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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Jun 21. 2021

내가 살고 싶은 집이란

언젠가부터 막연히 나만의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많은 사람들에게 집 짓고 산다는 게 하나의 "로망" 쯤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현재의 주거공간에 대한 불만족이 그 원인 중 하나일 수도 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 가족은 그 로망을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딘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 속에서 좋았던 것들

그동안 내가 자라오면서 주거환경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을 정리해보는 것은 요구사항을 구체화하기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경험 속에서 내 취향을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린 시절이었던 80년대 후반에는 집집마다 전축이 유행이었나 보다. 우리 집에도 LP를 재생할 수 있는 작은 전축이 있었다. 지금은 TV와 소파로 함축되는 거실이라는 공간이 그때 당시 나에게는 음악감상실이었다. 따스한 햇빛이 스며드는 거실의 등나무 소파에 누워 "사운드 오브 뮤직"을 감상하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집짓기 후기에서는 남자의 동굴이라는 이름으로 AV 룸이 자주 소개되곤 하는데, 나는 그런 잘 갖춰진 본격적인 공간보다는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음악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있는 거실이 그립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도 흔들의자는 로망이었지만 몇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흔들의자에 앉아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




COVID-19이 유행하기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출장을 많이 다녔다. 그중 특히 자주 머물던 호텔이 있었는데 유독 그 호텔의 라운지가 가끔 생각난다. 라운지의 운영시간은 자정까지였는데 업무가 너무 많다 보니 파트너사의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떻게 해서든지 동료들과 호텔 로비에서 알코올 한잔 하기 위해 열심히 업무를 처리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소파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출장을 마무리할 때의 기분은 참 만족스러웠었다. 전구색의 간접 조명과 소파의 배치가 서로를 마주 보며 둘러앉을 수 있었던 부분이 특히 기억난다.




IT 업종에 종사하는 나에게 차고라는 공간은 주차를 위한 장소를 넘어 새로운 꿈을 향한 도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에는 차고 있는 집이 많지 않아서 창업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말도 있다. 애플과 HP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의 시작점이 차고였던 점을 생각하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공간이 아닐까?




한참 여행을 많이 다니던 시절, 일본의 료칸 여행은 고요한 자연 속에서 휴식을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이때부터 햇살과 녹색의 식물로 둘러싸인 욕실을 꿈꾸어 왔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환경의 대다수가 아파트이고 공간의 효율성 때문에 화장실과 욕실이 통합된 경우가 많으므로 분리된 욕실은 단독주택만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화목난로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만들어낸다. 이 따스한 분위기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사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화목난로 또한 아파트라는 주거환경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로망일 듯싶다.


마지막으로 박공지붕이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공간인 다락, 잔디마당에서 즐기는 바비큐 파티 등 주택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히 한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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