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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Dec 19. 2022

착공 35일 차 - 2022.12.19

오늘은 오전부터 정신이 없었다. 가장 먼저 건축사사무소에 연락을 했다. 지난 토요일 현장에서 실내 계단의 마감 디테일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답을 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설계상으로는 에폭시 본드를 이용하여 계단 디딤판을 접착하는 것으로 계획하셨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접착력이 약해져 삐걱거리거나 디딤판이 탈락하는 경우가 있지만 뾰족한 수를 발견하진 못하셨다는 부연 설명도 빠뜨리지 않으셨다. 현장 소장님도 에폭시 본드의 이런 문제에 대해 알고 계셨고 그래서 나에게 재차 여쭈어 보신 거였다. 일단 현장에서 더 나은 방법을 강구해보시겠다고 하셨기에 이 문제는 소장님께 위임했다.


두 번째는 복사 냉방 설비의 배선도였다. 전기 도면에는 가장 일반적인 시스템에어컨의 도면만 있었다. 물론 우리 집은 시스템 에어컨 없이 복사 냉방이 적용되는 현장이지만 전기 도면은 외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맞춤형 도면이 나오기 힘들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 잠깐의 혼란이 있었다. 여하튼 복사 냉방 설비 업체에 전화해서 답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번 주 금요일에 현장에 직접 오셔서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다기에 한시름 놓았다. 결론적으로 보일러와 환기장치가 있는 기계실로 실외기, 온도조절기(Ecobee), 환기장치 컨트롤러에 각각 신호선만 연결되면 해결되는 문제였고 다행히 이미 현장에 적용되었다.


마지막은 조명과 IoT의 컬래버레이션. 우리 집의 조명 제어를 결국 1-10V 아날로그 방식에서 DALI라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는데, 문제는 조명을 제어하는 장치(보통 dimmable driver라고 부른다)를 누가 조달하느냐 라는 문제가 쟁점의 핵심이었다. 조명 쪽에서는 본인들의 조명기구와 드라이버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같이 제공하길 원했고 IoT 쪽에서는 드라이버와 IoT 컨트롤러와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찬가지의 주장을 펼쳤다. 판단은 내 몫이었는데 나는 조명 쪽에서 제공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면 제어장치는 하나이지만 조명은 수십 개이므로 이후에 호환성 문제가 발생하면 조명 전체를 바꾸는 것보단 제어장치 하나를 바꾸는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름 건축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생각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만약 이 상황에서 건전한 디테일을 갖춘 건축도면마저 없었다면 정말 절망적이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최소한 건전한 설계 디테일이 있다 보니 이런 전기/통신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마저 든다.


35일 차 요약

1층 벽체 철근 감리

비계 설치 완료

내부 계단 디테일 소장님께 위임 (디테일에 따라 계단 거푸집 치수가 달라진다)

복사 냉방 배선. 보일러, 실외기, 환기장치 및 애프터 히터가 이론적으로 최대 3kW 정도의 전력을 사용할 수 있기에 1kW 전기 배선 두 개 준비하고 실외기, 온도조절기, 환기장치 컨트롤러에서 기계실로 신호선 배선

DALI 디밍 드라이버 관련 이슈 정리

일부 콘센트 높이 재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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