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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스위치 Jan 27. 2023

난방비를 아껴라

남편은 다 계획이 있구나

"카톡"

남편이 보낸 카톡 대화창을 열어보니, 웬 외국인 모델이 담요 같은 걸 입고 있다.

'이건 또 뭐지?'

원피스인 듯 망토인 듯 그것의 정체가 궁금하다.

12월에 남편이 보낸 카톡


남편은 평소에도 내 물건을 종종 산다. 연애할 때는 액세서리나 옷을 사줬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주로 집에서 쓰는 물건을 사준다. 그중에는 자주 사용하는 것도 있고, 창고 어딘가에 박혀있는 물건도 있다.


대화창에 보낸 링크를 따라 들어가서 살펴보니, 생긴 게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무거워 보이기도 하고 실용성이 없어 보인다. 부피도 커서 세탁기에 2개 넣으면 꽉 찰 것 같다. 남편은 이걸 집에서 입고 있으면 난방비도 아낄 수 있다며 아이들 것까지 해서 4개를 사자고 한다.

'4개나?'

'굳이?'

12월만 해도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았던 터라 불필요한 물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각자 본인이 착용할 색깔을 고르고 나서야 카톡의 대화는 끝났다.

(남편은 네이비, 나는 그레이, 딸은 핑크, 아들은 블루)




시댁에 처음 갔을 때, 아버님께서 집안에서 오리털 패딩을 입고계시기에 왜 겉옷을 안 벗으실까 생각했는데, 금방 알게 되었다.  실내가 너무 추워서 나 또한 겉옷을 벗을 수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부전자전 아니랄까 봐 남편도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그리고 유독 난방에 민감하다. 빈방에 보일러가 헛돌고 있으면 크게 화를 낸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도 찬물 쪽으로 확실히 돌려놓으라 한다. 난 일부러 미지근한 물로 씻으려고 중간으로 맞춰놓은 건데.


며칠 전, 아들방에 보일러가 헛돌고 있는 걸 본 남편은 아이에게 혼을 냈다.

그날 아이가 적어 놓은 종이에는 아침루틴이 쓰여있었다.

양치하기보다 '보일러 확인하기'가 우선순위라니.


그런 그이기에 저 망토 같은 물건은 난방비를 효과적으로 줄여줄 물건인 것이다. 무조건 사야 하는.

배송이 오자마자 한번 세탁을 한 후, 각자 고른 색의 망토를 나눠줬다.


 '그레이'.

보들보들한 질감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예상한 대로 무거운 게 흠이긴 하나, 담요를 돌돌 말고 있는 것처럼 꽤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집에서 편하게 있을 때나 잠잘 때  자기가 선택한 색의 망토를 입는다.

특히, 남편은 망토와 한 몸이 되어 애정하고 있다.




요즘 뉴스에 난방비 폭탄 관련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아, 남편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래서 난방비를 많이 아꼈냐고?

글쎄...

그건 2월에 난방비가 나와봐야 비교가 가능할 것 같다.

부디 그의 뜻대로 난방비가 적게 나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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