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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인 Oct 10. 2023

콩이를 추억하는 법 3

화장장

안락사가 끝났다.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으니 천천히 운전해서 오세요’

예약한 화장장에 출발한다고 전화하니 바로 문자가 뜬다. 다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운전을 하겠구나, 조심해서 가야겠구나. 그 말에 힘입어 천천히 살펴가며 운전을 한다.

안락사를 결정하고 병원에서 준 홍보지를 보고 한 곳을 택했다. 찾아보니 발레와 첼로를 전공한 자매가 운영한다는 곳이었다. 의외의 연결고리에 끌려 분당이나 광주 대신 비봉 쪽으로 결정했다.    

  

뒷좌석에 남편이 콩이가 들어있는 상자와 함께 앉았다. 정말 마지막으로 콩이를 태우고 가는 길이다. 콩이는 차만 타면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겠다고 흥분해서 난리를 쳤었다. 짧은 다리 때문에 안아 올려줘야 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도착할 때쯤 되면 어찌 알았는지 내리겠다고 끙끙거리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설쳐댔다. 이제는 밖을 내다보지도 낑낑거리지도 못한다. 아빠 옆에 조용히 누워서 가고 있다. 남편도 조금 진정이 되어가는지 훌쩍거림이 멈추었다. 아무런 생각도 말도 없는 시간이 지나갔다. 30분 남짓 구불구불 마을 길을 달려 도착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까지 마중을 나온 직원이 차문을 열고 콩이가 든 상자를 정중히 안아 올린다. 따라 들어가 절차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듣는다. 쓸데없이 수의나 관 따위를 권하지도 않고 정중하고 편안하게 응대해 준다. 추모의 공간과 시간을 준다고 하였으나 우리는 생략하였다. 지금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하나씩 꺼낼 것이다.


준비하는 동안 로비로 안내되니 물과 다과가 준비되어 있다. 로비는 층고가 높고 대리석으로 말끔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로비 안쪽으로 피아노와 첼로가 놓여있는 무대가 있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정갈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긴장이 풀렸다. 남편도 물과 커피를 찾아 마신다. 완전히 평온을 찾은 듯하다. 고즈넉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잠시 후 화구가 준비되었으니 올라오라 한다. 화구 앞에는 하얀 종이를 깔고 덮고, 소박한 꽃다발을 안고 콩이가 옆으로 누워있었다. 어찌나 예쁘고 안해 보이는지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음의 모습이 너무 평온해 보인다. 콩이 잃은 슬픔마저도 희미해진다. 콩이를 만져보고 정말 마지막 인사를 했다.  30분 정도 지나 들어갔더니 콩이는 한 줌의 따스한 재가 되어 있었다. 예쁜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우리는 그곳에 산골을 부탁하였다. 콩이는 그렇게 비봉 산기슭에 뿌려졌다.      


장례증명서

아이이름:콩이     

품종:페키니즈

동물등록번호:4101***********

생애정보:2008.04.15. ~ 2023.6.24.     


집에 돌아와 늦은 밤, 동물관리시스템에 들어가 콩이의 상태를 사망으로 신고하였다. 그것이 끝이었다. 이렇게 하여 15년을 살다 간, 14년을 우리와 함께한 콩이의 존재가 2023년 6월 24일 몇 시간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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