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닿지 않아도 곁에 있을게

by 세린

나는 요즘 자주 생각해.
왜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게 어려울까, 왜 이 다정함이 벽을 넘지 못할까.
누군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그 곁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진심으로 가득 차오르는데, 정작 그 사람은 그 마음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어쩌면 느끼지도 못하는 것 같아.

그 사람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난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된다.


말을 건네면 괜히 더 무거워질까 망설이고, 그냥 곁에 있어주려 해도 부담이 될까 주저하게 된다.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돌아서는 내 뒷모습이 참 서글프다.
“내가 옆에 있을게”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간절한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왜 그 사람은 모를까


아무도 보고 싶지 않고, 누구의 말도 듣기 싫고, 그냥 고요 속에 잠기고 싶은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걸.
하지만 그런 순간에조차 곁에 있어주고 싶다는 내 마음까지 밀어내지 않았으면 해.
무언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힘든 걸 대신해줄 수도 없다는 것도 안다.


그저 옆에 있고 싶은 거야. 같이 있어주고 싶은 거야.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혼자라는 생각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바람 하나로.

나는 참 답답해.
내 마음은 여기 이렇게 가득한데, 그 사람은 자꾸 “괜찮다”고 말해.


괜찮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나는, 그 말이 더 아프게 들려.
나라도 곁에 있어주고 싶은데, 그 마음조차 닿지 못하는 이 거리감이 너무 서글프고 속상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 때, 나 스스로도 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거야.


당장은 닿지 않아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여기 그대로 있다는 걸 너도 언젠간 알아줬으면 해.
너에게 아무도 없다고 느껴지는 그날, 조용히 돌아봤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단 걸 기억해줬으면 해.
그게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아. 내 진심은 쉽게 닳지 않으니까.

나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너의 속도에 맞춰 걷고, 네가 멈추면 나도 멈춰서 기다릴 수 있는 사람.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네가 울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야.
이 마음을 네가 몰라줘도 괜찮다고, 그렇게 계속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사실은 알아줬으면 해.
조금만, 아주 조금만 너도 나처럼 마음을 열어줬으면 해.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네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그걸 꼭 알려주고 싶어.

세상은 차갑고 무심할 때가 많아.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의 진심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알아.

나는 그 진심을 너에게 주고 싶은 거야. 아무 조건도, 보답도 바라지 않고, 그냥 네가 나아갈 힘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그러니 부디, 나를 완전히 밀어내지 말아줘.

내가 너를 돕고 싶은 건, 너를 불쌍하게 봐서도 아니고, 특별히 뭔가 해내길 바라서도 아니야.
그냥, 네가 힘드니까. 그리고 네가 소중하니까.
내 마음이 닿길 바라는 이 답답한 밤에도, 나는 여전히 너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언젠가 너도 이 마음을 알아줄 날이 올까?
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너의 곁에 머문다.
조용히, 묵묵히, 진심으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