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만 같다.
작은 관심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먼저 뭔가를 건네야 한다. 애정을, 이해를, 시간과 노력을.
그러니까 나는 늘 주는 사람이 된다. 상대가 좋아할 말을 먼저 하고, 혹시 불편할까봐 나 자신을 줄이고, 다정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쓴다.
그렇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내가 해준 만큼 돌아오는 느낌이 없다. 아니, 사실 바란 적이 없다고 스스로를 속였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분명히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좀 받아보고 싶다”고.
사랑은 주는 것이라고, 조건 없이 주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배워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기계처럼 계산되지 않아서 문제다.
나는 애정을 줄 때마다 마음 어딘가에 조용한 기대를 얹는다. 나도 그렇게 받고 싶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랑해주는 사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때때로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뭔가 부족해서일까?’
‘더 착해져야 할까? 더 예뻐져야 할까? 더 유쾌하거나, 더 성숙해져야 할까?’
그 질문은 결국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
사랑받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 하나가 왜 이렇게도 무겁고 어려운 걸까.
한편으로는 두렵다.
혹시 내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그래서 나는 또 주는 사람이 된다. 마음을 더 크게 열고, 더 많이 맞춰주고, 더 많이 배려한다.
그러는 동안 점점 ‘내가 누구인지’가 흐릿해지고, ‘내가 원하는 사랑’도 잊혀진다.
결국, ‘나’는 점점 사라지고, 남는 건 늘 고요한 외로움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해지고 싶다.
나도 사랑받고 싶다고, 내가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충분히 사랑받고 싶다고.
사랑이 주는 것이라면, 그만큼 받는 것도 사랑이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채 주고,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줄 때 느껴지는 그 따뜻함이야말로 진짜 사랑 아닌가?
어쩌면 사랑은 거래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 균형을 잃을 때, 마음은 자연스레 기울어진다.
주기만 하는 사람은 결국 고갈되고, 받기만 하는 사람은 무뎌진다.
그러니 사랑을 나눈다는 건,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주고받는’ 일이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토록 간절히 누군가에게 받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나라는 사람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사람.
내가 무엇을 주었든, 아니 주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내 옆에 남아주는 사람.
그런 사랑을 꿈꾼다. 그건 너무 큰 욕심일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사랑을 바란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이기적인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채워가는 일, 그 과정에서 나도 누군가의 마음 안에 따뜻하게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나도 사랑받고 싶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