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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싶지만

알 수가 없다.

by 세린

사람 마음을 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말보다 말투가, 표정보다 공백이 더 많은 걸 말해줄 때가 있어서, 도무지 무엇이 진심이고 무엇이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너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점점 분명해졌는데, 너의 마음은 여전히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흐릿하다. 나 혼자 걷고 있는 이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자꾸 멈춰 서게 된다.


너와의 대화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연한 연에도 설레다가도 금세 차가워진 네 태도에 마음이 얼어붙는다. 네가 무심코 던진 말에 하루 종일 시달리다가도, 따뜻한 웃음 한 번에 모든 걸 잊어버린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이렇게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또 동시에 가장 생기 있게 살아있게 만든다. 그 모순 사이에서 나는 매일 흔들린다.


사실 나는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알고 싶지만, 무서워서 묻지 못한다. 대답이 나의 기대가 아니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자꾸 입을 막는다. 그래서 그저 바라만 본다. 마음속에서는 소리치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웃기만 한다.


내가 바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너의 마음이 나와 같으면 좋겠다는 것, 그 단순하고도 큰 소망.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을 것 같아."


그 마음 하나면 외로운 날도, 긴 침묵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람이 너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너라서 더 아프고 복잡하다. 나는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세상 일은 늘 엇갈리기 마련이고, 사랑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답을 알 수 없는 이 마음을 계속 지고 가야 할까? 때로는 나도 모르겠다. 포기하면 편할 것 같다가도, 문득 너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나를 보면 아직은 멀었구나 싶다. 좋아하는 마음이 죄는 아니지만, 이렇게 아무런 확신 없이 사랑하는 건 참 외로운 일이다.


그래도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 사실은, 아직은 지우고 싶지 않다. 비록 너의 마음을 모른다 해도, 내가 품은 진심 하나만은 부디 누군가에게 닿기를. 그리고 언젠가, 나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조용히 내 곁에 와주기를. 그날까지는, 이 감정 속에서 조금 더 버텨볼 생각이다.


그게 언제까지일지 알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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