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있다. 때로는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멀게 느껴지고, 반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한 사람을 지켜보며, 그저 옆에 있는 시간을 오래도록 견뎌왔다.
처음 그 사람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밀어냈다. 가까워지려는 내 마음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내가 주는 진심이 오히려 상처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든 반응이 섭섭하거나 밉지 않았다.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이 있으니까. 나는 그 사람을 바꾸고 싶지도, 나를 억지로 이해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있으려고 했다.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눈빛이 달라졌고, 대화가 길어졌고, 나를 대하는 태도에 미세한 따뜻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주 느리게, 마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다.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내 표정 하나에 반응하고, 내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는 모습 속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언제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 사람이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그 순간들을 기억한다. 사소한 눈맞춤, 짧은 안부 인사,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을 나누는 그 고요한 시간들 속에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내가 무언가를 해낸 것도, 대단한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옆에 있었을 뿐이다. 아무 조건도 기대도 없이.
그 사람은 여전히 때때로 힘들어한다. 마음의 문을 닫을 때도 있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날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내가 곁에 있다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그 사람의 곁에 있을 것이다. 밝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그 사람이 나를 밀어내는 날이 다시 온다 해도.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끝까지 함께 있다는 뜻이니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때로 기다림의 다른 말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도 조금씩 자라왔다. 그 사람을 통해 내 마음을 더 잘 알게 되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단지 곁에 있었을 뿐이지만, 그 시간이 내겐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