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구나 그날만큼은 특별하다고,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생일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생일은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외롭고, 주변으로부터 잊혀져 있는지를 확인하게 만드는 날,
매년 그 하루가 다가올수록 마음 한구석이 싸늘해진다.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바랄 뿐이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해”라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나를 웃게 만들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설렘은 무감각으로 바뀌어갔다.
사람들이 나의 생일을 기억하지 않고, 축하해주지 않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하나씩 꺼져갔다.
예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 서운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다.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그저 한 마디라도 "미안해, 깜빡했어"라고 해줬으면 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말이었다.
"너네 가족도 안 챙기는데 내가 왜 챙겨야 해?" 그의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내 마음을 깊숙이 베어냈다. 섭섭함보다 더 깊은 무력감이 밀려왔다.
생일이 단순히 한 해의 기념일이 아니라, 나의 존재 이유를 되묻게 만드는 시간이라는 걸.
나는 누구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사람인가? 나는 정말 이렇게까지 의미 없는 존재인가?
누군가에게 기대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에게 생일은 기쁨의 날이겠지만, 나에게는 외로움이 더 선명해지는 날이다.
그래서 이제는 생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축하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그 부재에 실망하지 않아도 되니까.
'평범한 하루'로 흘러가주기만을 바란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마음이 아프지 않고, 나조차도 그 날을 의식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스스로를 지키고 싶다.
생일은 누구에게는 태어난 축복의 날이지만, 나에게는 점점 존재가 흐려지는 날이다.
오히려 내 안에 숨어 있던 외로움이 선명해지고, 관계의 단절이 명확히 드러나는 시간이 되어버린다.
"축하해!"라는 말 한 마디가 간절한 사람이 있다는 걸, 누군가 알아줬으면 한다.
그것이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인정해주는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바람조차 사치라고 느껴질 때, 나는 차라리 생일이 사라져버리기를 소망한다.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기억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리움의 또 다른 얼굴.
그 마음을 나 스스로도 모른 척하며 하루를 넘긴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