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를 좋아했다. 특별히 마음을 열었던 사람이다. 우리가 어떤 특별한 관계를 맺은 것도 아니고, 미래에 어떤 가능성이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작지만 진심이 담긴 선물을 준비했다.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나는 너를 생각했어”라는 말 대신 건네고 싶었던 마음의 조각이었다.
하지만 그 조각이 상대에게는 무거운 돌멩이처럼 느껴졌나 보다. 말로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의 태도와 공기의 흐름, 그리고 아주 작은 거리감이 말해주었다. 내가 건넨 것이 '부담'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마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마음을 무언가의 의도처럼 받아들인 것 같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것이 굳이 말이 되지 않더라도, 감정은 언제나 말보다 앞서고 진심은 때로 형태를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는 그 진심에 작은 포장을 씌워 건넸을 뿐이었다. 하지만 감정은 주는 사람의 것만이 아니었다. 받는 이의 마음속에 놓일 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가벼운 것도 짐이 된다.
생각해보면, 관계라는 건 참 묘한 무게 중심 위에 서 있다. 서로의 감정이 아직 아무 말로도 묶이지 않았을 때, 그저 호감이라는 흐릿한 감정 사이에 있을 때, 누군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리고 때때로 그 손은 온기가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아마 그 경계선을 넘은 것 같다. 내 마음은 따뜻했지만, 그 따뜻함이 그에겐 뜨거움이었을 수도 있다. 손을 데이게 하는 그런 온도.
속상했다. 단순히 거절당했다는 사실보다, 내 진심이 그에게는 무겁게 느껴졌다는 게 슬펐다. 좋아하는 마음이 누군가에겐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배웠고, 표현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도 나는 내 마음을 후회하진 않는다. 마음을 표현한 일, 진심을 전하고 싶었던 순간, 그것이 관계를 정리짓는 결과를 불러왔을지라도, 그건 내게 여전히 소중한 선택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 차이는 늘 존재한다. 같은 미소도 어떤 날에는 다르게 읽히고, 같은 말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내가 그에게 다가간 시점이 그에게는 부담스러웠던 시간이었다면, 그건 내 잘못은 아닐 것이다. 다만 타이밍이 어긋났을 뿐, 마음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 또 비슷한 마음을 품을 것이다. 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시점을 좀 더 세심하게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지 못할 마음이라면, 차라리 잘 간직해두는 것도 사랑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엔 배웠다.
지금은 관계가 정해지지 않은 어딘가에서 마음이 미끄러졌지만, 언젠가는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편안하게 놓일 수 있기를 바란다. 부담이 아닌 기쁨으로, 선물 아닌 위로로.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더 따뜻하게 키워갈 것이다.